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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실험 수필
동심 일체(同心一體)
나는 경찰서 수사과에 근무한지 이십 년이 넘은 고 참 형사다. 요즈음은 강력사건보다도 성 추행 성희롱 사건이 더 많이 발생한다. 조서를 받으면서 가해자나 피해자의 얼굴 빚만 봐도 사건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오늘도 성 추행 사건의 진술을 받아야 한다. 정보에 의하면 오늘 피고인의 신분은 거물급이다. 지체가 높은 사람에게 조서를 받으려면 언어 구사에 각별히 유의를 해야 한다. 모든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조사해 봐야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다.
오늘 수사 건은 일 년 반전에 발생한 사건이다. 오래된 사건을 이제 와서 고발을 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늦게 고소장을 접수 한 것을 보면 지난번 지체가 높은 분이 골프장에서 아가씨 몸 한번 더듬었다고 고발을 당해 수 천만 원을 주고 합의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오늘 조서 받을 사건은 그 사건 직후 접수된 고소장으로 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접수된 사건으로 사회적 파장을 봐서라도 철저히 수사를 해야 게다는 생각을 하며 출근을 했다.
(경찰서 수사과 사무실)
가해자와 마주 앉았다. 신분을 확인하니 전직이 대단한 어른이시다. 외견상으로 보기에는 육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신분증을 확인하니 칠십이 훨씬 넘어 또 한 번 놀랬다.
형사 -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피의자 - 별 말씀을- 무슨 일로 우리 형제를 소환하셨습니까?
가해자는 불쾌한 표정을 보이며 언어 구사가 매우 강압적이다.
형사 - 아 ~ 모르고 계셔 군요, 성 추행으로 고소장이 접수되었습니다.
가해자 - 뭐 라 구요? 누가? 우리 형제를 성 추행으로 고소를 해요?
형사 - 그렇습니다. 고소인은 귀사의 전직 여직원의 부친입니다.
가해자 - 평생에 우리 형제들은 추행이라는 말은 듣지도 못하고 살았습니다. 아시지요? 우리의 신분 을~ 형사 - 흥분하지 마세요, 고소를 당하셨으니 현재는 가해자 신분입니다. 주소, 생년월일, 성명, 직업을 차례대로 말씀해 주세요.
가해자 - 그렇군요? 그 가시나 아비가 뒤늦게 돈 냄새가 나서 고소한 겁니다.
형사 - 그야, 조사를 해보면 알게 됩니다.
가해자 - 그게 언제 적 이야기입니까. 일 년하고도 반년이 지났어요.
형 사 - 고소 시점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사회적으로 민감한 시기라서― 함께 오신분들은 어떤 사이이신가요?
가해자 - 우리는 일란성 쌍둥이 형제들입니다. 시차별로 형 아우가 구분되었지요.
형사 - 네, 그러십니까? 순서에 의해 신분을 밝혀 주시지요?
첫째 - 나는 맏형 아이 (eye)이며 1937년 생으로 동생들과 생년월일은 동일하고, 골프장 대 표입니다. 모든 업무는 제가 지시를 하지요.
둘째 - 본인은 둘째로 마우스 (mouth)입니다, 입으로 먹고사는 비즈니스맨입니다.
셋째 - 저는 셋째로 암이고 영문표기는 (arm)입니다. 나의 임무는 형들의 보디가드로 보시면 됩니다.
막내 - 소인은 막내로 한국 이름 은 다리이고 영어로는 (leg)라 부릅니다. 한마디로 드라이브 맨 입니다. 형들이 요구하면 어디든지 가이드 역할을 하지요.
형사 - 형제분의 이름이 특이하십니다.
아이 - 우리 형제는 외국에서 오래 거주하게 되어 영문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형사 - 전직이 총장이셨고 현재는 회사 대표시군요?
아이 - 전직이 총장 ― 아~ 아닙니다. 현재 골프장 대표입니다.
마우 ― 사회적 이목도 있으니 총장이란 직함은 빼 버리세요.
형사 - 사실에 입각해서 조서를 받아야 합니다. 지금부터 묻는 말에 단답형으로 대답해 주세 요, 네 분은 지난 6월에 회사의 여직원 기숙사를 저녁때 가신 적 있지요?
아이 - 예
형사 - 아가씨의 직책은 무엇입니까?
아이 - 카운터 (counter) 레 커닝(reckoning)입니다.
형사 - 카운터는 알겠는데, 레 커닝은 뭡니까? 저는 골프를 치지 않아서 -
아이 - 카운터에서 운동시간 채 킹도 하고 고객 분이 운동하고 나오면 계산도 하는 업무입니다.
형사 - 카운터에서 근무하려면 미모와 교양을 겸비해야 게군요?
아이 - 당연합니다. 카운터 근무자는 우리 클럽의 이미지 맨 입니다.
형사 - 그렇 군요, 기숙사에 도착해 어떻게 시간을 보내셨나요?
마우 ― 기숙사에 도착하니, 아가씨가 샤워를 하고 있었습니다.
형사 - 늦은 시간에 기숙사에는 왜 가시게 되었습니까?
마 우 - 종업원들 복지 차원에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확인 차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형사 - 그 다음 에는요?
마우 ― 소파에 앉아 기다리자 여 직원이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형사 - 그때 여직원을 추행하셨나요?
아이 - 추행이라니요? 말씀을 삼가 해 주세요,
형사 - 흥분하지 마세요?
마우 ―암이 여직원의 팔을 잡아 소파에 앉히자 제가 물기가 촉촉한 네 모습이 예쁘다고 칭찬하면서 손을 잡고 근무가 힘들지 않느냐고 친절히 물었었습니다.
형사 - 손을 잡았다는 것은 성적 감정을 느끼셨다는 말씀이군요?
마우 ― 유도 신문하지 마세요? 회사 대표가 직원들 위로도 못합니까?
형사 - 두 분의 행위와 언어는 칭찬이 아니라 언어 추행입니다.
마우 ― 언어 추행 요? 다른 여직원도 함께 있었습니다.
형사 - 성실히 심문에 응해 주세요, 다음, 레 그 씨는 어디 계셨습니까?
레그 - 저는 피곤해서 쉬고 싶었는데, 형들이 외출을 한다기에 막내가 거절을 할 수 없어 직원 기숙사에 모셔다 들 여 습니다. 그것도 죄가 됩니까?
형사 - 아이 씨는 보고만 계셨고, 레 그 씨는 동행만 하셨다면, 암 씨와 마 우 씨는 어디에 계셔나요.
암 - 아~ 그때 저도 형 동생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형사 - 그때, 두 분은 뭐 하셨습니까? 만약에 거짓 진술을 하시면 형사법에 의거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 잘 아시잖아요? 피해자도 조사를 받고 대질 신문도 하기 때문에 솔직히 대답하셔야 합니다.
마우 ― 아~ 그날 나는 그냥 있으려 했는데, 동생 암이 여직원을 위로하러 가자는 제안에 동 행하여 소파에 앉아 있었습니다.
암 - 소파에서 형이 저를 보고 여자애를 가까이 끌어 달라기에 끌어다 주었는데, 그때 마우 형이 여직원의 볼에 입술이 스쳤나 봅니다.
마우 ― 야! 암아! 왜, 거짓말하니? 네가 아가씨의 손을 만지다 껴안는 바람에 내 가 신체 접촉을 하게 되었잖아.
형사 - 그랬군요.
그때 아이가 마 우와 암을 나무라며 동생들을 변호한다.
아이 - (형사에게 불쾌한 어조로) "기억에도 없는 일을 가지고 - 언제 적 이야기입니까? 일 년 하고 반년이 지난 세월 인 데, 왜! 이제 와서 애비가 문제를 삼는 이유가 뭔가요? 그때 숙소에서 여직원에게 애로 사항 업느냐고 물으면서 용돈 쓰라고 셋째 가 돈을 손에 쥐 어 주니까 웃으며 고맙다 고 머리를 조아려 습니다. 그런 장면을 제가 상세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동생이 직원들 을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가상합니까?”
형사 - 간단하게 진술하세요? 돈의 액수는 얼마입니까?
마우 ― 20만 원입니다.
형사 - 적은 돈은 아닌데--- 신체를 접촉한 대가로 준 돈입니까?
암 - 뭐요? 그런 질문은 인격모독입니다.
형사 - 피해자는 고소장에서 포옹도 하고 볼에다 입맞춤도 했다고 하던데요?
아이 - 미우야 너 입맞춤했어?
마우 ― 무슨 입맞춤을 해, 사실은 암 이가 팔로 여자애를 끌어당기는 바람에 볼에 살 짝 접촉했지.
형사 - 형제분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신체 접촉은 있었습니다. 지금은 여자의 특정 부 위에 손이 닿기만 해도 성 추행에 해당됩니다.
아이가 눈 짖을 하자 동생 마 우가 말한다.
마우 ― 형사 양반! 이 사건은 순전히 돈을 노리고 하는 협박 아닙니까?
형사 - 피해자의 고소장은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그날 저녁에 기숙사에서 암씨가 돈을 주었고 마 우 씨는 아가씨의 손을 잡고는, 네가 내 아내보다 백배 더 예쁘다며 내 애인을 하라고 속삭이자, 암시가 껴안아 다고 피해자 측은 고소장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소인의 지술이 얼마나 구체적입니까?
마우 ― 그 당시 아가씨는 속살이 비치는 드레스 차림으로 돈을 받으며 얼굴에 야한 미소를 보이면서 손을 잡아도 아무 반항도 하지 않았습니다.
형사 - 그야~ 댁들이 사장이라 그런 거 아닙니까?
마우 ― 형사 양반! 수사는 공정해야 합니다. 우리가 고자입니까? 솔직히 말해서 샤워를 하고 속살이 다 비치는 드레스 차림에 촉촉한 눈 빚으로 나오는 여자를 목석처럼 바라만 볼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습 니까? 이제 생각해 보니 우리 형제는 아가씨의 유혹에 말려든 겁니다.
형사 - 그렇다고 볼에 입맞춤하고 특정 부위를 만지면 됩니까? 그런 행동이 성 추행이지요, 점잔은 분들이……
암 - 그게 스킨십이지- 무슨 추행입니까? 외국에서 인사하던 습관입니다.
형사 - 여기는 한국입니다. 어쨌든 내일 고소인 조서를 받아 보면 진위를 알겠지요. 조서를 마치자 제일 맏형 아이가 말한다.
아이 - 그나저나 마우. 때문에 정말 큰일이다. 왜. 그 놈 아는 쓸 데 없는 말을 해가지고― 집에 무 슨 얼굴로 들어 가냐?
마우 ― “―”
아이 - 이놈 아야! 말이 많으면 말하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신 언무우 (愼言無尤)도 모르냐? 에이 무식한 놈-
마우 ― 그나저나 형사 양반 알아서 처리 잘 해 주소, 내자, 며느리, 손 주 얼굴 어떻게 보겠오?
(암은 형사에게 수고 많았다며 직원들 회식이나 하라며 힌 봉투를 건넨다)
형사 - (손 사례를 치며) 이러시면 증뢰 죄(贈賂罪) 가 추가됩니다. 이러지 마세요.
마우 ― 형사 양반! 왜! 이리 삭막해요? 지금 세상은 인간미가 사라졌어, 순수한 마음인데―
형사 - 세상이 변했잖아요. 정황으로 볼 때 이 사건에 네 분은 공범입니다. 맏형인 아이씨 께서는 숙소로 가자고 지시하고, 둘째 마 우 씨와 셋째 엄 씨는 직접 추행에 가담하고, 막내 되시는 분은 형 들을 범행 장소로 이동 시켜 습니다.
레그 - 막내가 형들이 시키는데 그럼 어떻게 합니까? 동행한 것도 죄가 됩니까?
형사 - 그런 사실을 알았다면 그곳을 떠나셔야 지요. 방조죄에 해당됩니다.
아이가 잠시 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더니 마 우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이 - (뭔가 한 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암과 레 그 야! 신경 쓸 일이 없다.
마우- (매우 놀래며) 형! 무슨 말이야?
아이 -내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이 사건은 고소 시한이 넘었어.
그때 아이가 형사를 바라보자 마 우가 형사를 손으로 잡아끈다.
마우 ―(거만한 목소리로) 형사 양반! 나왔으니까 조서는 받았는데- 피차에 헛수고했소.
형사 - 무슨 말씀입니까?
마우 ― 이 사건은 고소인들이 돈 냄새를 맡으려고 우리 형제를 고소했는데---- 유감스럽게도 고소 시한을 놓쳤어요. 돈 냄새 맡으려면 사건 발생 6개월 전에 고소를 했어야지-
암 - (매우 언잖은 표정으로) 수사과 근무하면 개정된 법조항은 숙지해서 피소인도 보호를 해 줘야지---
형사 - 사실 여부는 내일 고소인 조서를 받고 나서 검찰의 지시를 받아 통보해 드리겠습니다. 오랜 시간 수고 많으셔 습니다.
수사과를 나오며 맏형 아이가 동생들에게 훈계를 한다.
아이 - 야! 무식한 놈들아! 너희는 ‘동심 일체(同心一體)’도 모르냐? 우리는 한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할 한 몸 아니냐? 한 사람이 사고를 처도 우리는 공범이야- 여기서 부끄럽게 우리끼리 옳고 그름은 왜 따지냐?
마우. 암, 레 그 - " 정말 그러네"
레 그 - 하마터면 가문에 먹칠을 할 뻔했어요, 형! 선배는 히프 한 번 만지고 가슴을 손으로 스쳐다 고, 오천 만원에 합의를 했다는 소문이돌던데--- 그러면 우리는 삼 사억 은 벌었네요,
아이 -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아우들아! 기분이다. 오늘은 형이 거나하게 팍 쏠 테니, 강남 룸살롱 김 마담에게 전화해라.
마우 ― (들뜬 마음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고) 김 마담! 영계로 준비해, 우리 곧 도착한다.
그때 아래 숲 속에 숨어 고개를 푹 숙이고 사태의 추이를 살피던 고추의 긴 한숨소리가 밖으로 들여왔다.
고추 (wedding tackle) - 아휴! 그날 밤 참기를 정말 잘했네, 그날 목욕했으면 강남 아파트 한 채는 날아갈 뻔 했잖아~
- 동심 일체(同心一體)들은 앞으로 요물인 여자를 조심하자며 벤츠를 타고 경찰서 정문을 나 와 강남 룸살롱으로 향하고 있었다.
* 등장인물- *eye(눈) *mouth (입) *arm (팔) *leg (다리) *wedding tackle (고추) *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