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보다 아름다워] 23
씬 1엄마의 집 전경, 어슴푸레한 새벽. (제 22부 엔딩씬 연결)
씬 2거실.
영민, 자고,
인철, 조금 놀라 멍한 얼굴로 가족사진을 보고 있는,
환하게 웃는 가족들 사이에 재식의 얼굴이 보이는,
인철, 뭐가 뭔지 모르겠는 멍한,
잠시 후, 미수 방에서 피곤한 얼굴로 나오며,
미 수 : 깼구나.
인 철 : (그 소리에 미수를 보는)
미 수 : (아무 생각 없이, 인철의 옆에 앉으며, 편하게 웃음띤)
어제 형부랑 자기랑 대단치도 않았는데, 기억나?
인 철 : (미수 보며, 굳은, 어색한) 어, 조금.
미 수 : 다들 무슨 술들을 그렇게 마시는지, 그 술집 거덜났잖아.
인 철 : ..
미 수 : 목마르지? 물 줄게, 잠깐만 기다려. (하고, 일어나 주방 쪽으로 가려다가, 인철 보는) 뭐해?
인 철 : (일어나 옷을 입는)
미 수 : 옷을 왜 입어?
인 철 : (머뭇대며, 짐짓 편하게) 어, 그게.. 아, 아침 일찍 회의 있는 걸 있었어.
미 수 : (서운한) 그래서 그냥 갈려구?
인 철 : 미안하다.
미 수 : 술 마시고 빈속으로 어떻게 갈려구 그래. 잠깐만 기다려, 내가 우유라도 뎁힐게,
그거라도 마시고 가. 1분이면 돼. (하고, 움직이려 하면)
인 철 : (잡는)
미 수 : (인철 보면) ?
인 철 : 아냐, 나 괜찮아. 갈래.
미 수 : ?
인 철 : 나오지마. (하고, 나가는)
미 수 : (의아한, 가는 인철 쪽 보고) 장인철.
엄 마 : (방에서 나오며) 아우, 내가 늦잠을 잤네.
미 수 : 엄마, 인철씨 바뻐서 인사 못하고 갔거든, 나 배웅 좀 하고 올게. (하고, 나가는)
엄 마 : 미수야, 인철이 가지 말라 그래. 아침 먹고 가라 그래, 어, 미수야?
씬 3엄마의 엘리베이터(맨 아랫층)앞.
엘리베이터 서고, 인철, 내려서 밖으로 걸어나가는.
씬 4엄마의 집 있는 층, 엘리베이터 앞.
미수, 뛰어와 엘리베이터를 누르지만, 안서는,
미수 답답하고 걱정스런, 아래를 내려다보면, 인철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미 수 : 장인철!
인 철 : (그 소리 못듣고 가고)
미 수 : (작게 한숨쉬고, 더 부르기를 포기하고, 서운한 마음으로 가볍게) 진짜 바쁜가 보네.
이렇게 일찍 회의 있음 어제 술 마시자고 안했을텐데..
(가는 인철을 보고 손 흔들며) 잘 가요. (하고, 집 쪽으로 가고)
씬 5도로, 낮.
달리는 택시 보이는.
씬 6달리는 택시 안.
인철, 암담하고 넋나간 표정에 눈가 붉은 채 택시뒷좌석에 앉아가는.
인써트 - 회상.
1, 22부 재수가 민우와 인사하던 장면.
2, 10부(?) 민우가 재식이 동생이 인철을 찾아다니니 이곳에 오지 말라던 장면.
3, 9부 미수와 별장에 있을 때, 미수가 오빠가 죽었다고 하던 장면.
4, 3부, 재식이 넘어지던 장면.
5, 22부 엄마의 집에서 보았던 가족사진.
현실.
인 철 : (눈가 붉어져, 가만 생각하다가, 암담하게 눈감는)
영 민 : (E) 이 친구 이거 안되겠네.
씬 7엄마의 집 거실.
엄마, 영민, 미옥, 미수, 재수, 민이 밥 먹는.
미 수 : (밥 먹다가, 영민 보는)
영 민 : 혼이 나야 되겠네. 아니, 일이 아무리 바뻐도 그렇지,
처갓집에 첨으로 와서 장모님이 차려주는 아침식사도 안하고 가는 게 말이 돼?
엄 마 : (작게 웃으며) 일이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뭐.
영 민 : 어머니 그건 아니죠. 세상에 아무리 일이 바뻐도, 이러는 건 아니에요, 그래 안그래, 처제?
미 수 : (작게 웃으며) 그래요, 형부 말이 맞어.
영 민 : 처제 남자 길 잘 들여라. 남자들은 본성이, 여자가 좀 봐주면 고마워하는게 아니라
깔고 뭉갤라는 성질이 있어. 그게 그럴라고 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동물적 본능이거든.
수렵시대 때부터 늑대니, 사자니, 사슴이니 하는 걸 사냥하면서 길들여진, 아주 나쁜 본능.
재 수 : (말꼬리 자르며)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형은 무슨 남자가 그렇게 말이 많어.
아침부터 내내 어머니 이 반찬은 어떻게 만드셨어요, 저반찬은 맛있네요.
어머니, 국은 어떻게 끓여야 맛있어요, 등등.. 내가 아주 골이 시끄러 죽겠어.
엄 마 : 매형이 뭐가 말이 많어.
미 옥 : 엄마, 너무 편들지마. 사실 말 많어.
영 민 : ?
미 옥 : 없을 땐 정말 없죠. 근데, 분위기 좀 띄워주면... 인정하죠?
영 민 : (작게 웃으며) 네.
미 수 : 진짜 형부는 언니한테 꼼짝을 못하네.
(미옥에게) 언니 남자 길들이는 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나도 배우게.
재 수 : (버럭) 무슨 소리 절대 배우지마!
엄마, 미옥, 미수 : (재수 보면)
재 수 : 요즘 남자들이 얼마나 밖에서 괴로운 줄 아냐? 먹고살라고 하루 이십사시간 사람들 눈치 봐가며
손 비비고, 발 비비고.. 이 세상 모든 여자가 큰누나처럼 남잘 쥐잡듯 잡으면 진짜 남자들
불쌍해진다, 그러니까 작은 누나 제발 그런 거는 절대절대 배우지마, 알았어?
미 옥 : 어우, 무슨 이 세상 남자들 대변인 같으세요?
어떻게 그렇게 자기 앞가림은 못하시면서, 말은 청산유수세요.
재 수 : (밉게 보는)
미 옥 : (혀 내밀고)
엄 마 : (작게 웃으며, 영민 보며) 근데 날은 언제로 잡을래, 박서방?
영 민 : 전 식장만 예약되면 바로 했음 좋겠는데. 어머닌 어떠세요?
엄 마 : 좋지. (눈치 보는) 그런데.. 집은 어디로 구할 거야?
아버님한테론 안간다며, 아버님도 싫어하시고..
재 수 : 형 제발 집 얻을 때 우리집이랑 아주 멀리멀리 떨어진 곳으로 얻어요, 아주 멀리멀리.
미 수 : (재수 툭치는)
재 수 : (보면)
미 수 : (눈치 주는)
영 민 : (아무 생각 없이) 글세요. 학교 쪽으로 얻을까 싶기도 하고, 미옥씬 어디가 좋을 거 같아요?
미 옥 : (어려운) 글세요.. 어디가 좋을까? (하고, 엄마 보면)
엄 마 : (밥 먹으며, 혼잣말처럼, 시무룩해서는) 멀리 가면.. 민이 때문에 내가 좀 그런데...
영민, 미옥 : (엄마보고)
엄 마 : (밥 먹는, 서운한)
씬 8엄마의 집밖.
미수, 먼저 나오고, 재수(놀러갈 준비한) 뒤따라 나오며 말하는.
재 수 :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하며, 차 문을 열려하는 미수를 잡는)
미 수 : (보면)
재 수 : 큰누나가 결혼하고 뭐 우리집으로 들어온다구?
미 수 : 결정이 난 건 아니고, 내 생각이 그렇다구.
재 수 : 그럼 내방은 또 없는 거게?
미 수 : 지금 니 방이 문제니?
재 수 : 그럼 뭐가 문제야! 내 또래에 엄마랑 방 쓰는 애 나밖에 없다.
미 수 : (답답하게 보며) 언니가 결혼해서 집 나가면 엄마는?
재 수 : ?
미 수 : 엄마 민이 보는 낙으로 사는데, 엄마가 그 낙도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사니?
재 수 : 가끔 보러 가면 되지.
미 수 : 그건 니 생각이고, 나는 달러. 언니가 좋다고만 하면, 난 언니가 집에 들어와 살았음 좋겠어.
재 수 : 아우, 난 싫어, 그 좁은 집에 다섯명씩이나 복작거리는 거 생각만해도 끔찍해.
미 수 : (답답한) 차에 타. 지니랑 여행 간다며, 늦겠다. (하고, 차에 타고)
재 수 : 에으. 짱나, 진짜. (하고, 조수석에 타는)
씬 9엄마의 방안.
미옥, 방을 닦고 있고,
엄마, 한쪽에 앉아 그런 미옥을 보는,
미 옥 : (방 닦다가, 엄마 보며) 왜 그러고 있어?
엄 마 : (미옥만 물끄러미 보며) 뭘.
미 옥 : 할머니네 놀러를 가든, 어쩌든 그러지, 왜 그렇게 앉아있냐구?
엄 마 : (눈치보며) 미옥아, 너 집 진짜 멀리다 얻을 거야?
미 옥 : (보면)
엄 마 : 너 엄마랑 사는 거 ..싫어?
미 옥 : 생활비 때문에 그래? 그건 내가 나가서 살아도 보탤거니까, 걱정하지마.
엄 마 : ...(미옥 보는)
미 옥 : (답답하고, 안쓰런) 엄마, 엄마도 다른 아줌마들처럼 취미를 좀 만들어라.
맨날 집에서, 민이만 바라보고 있으니까, 당장 민이 떼논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기운 빠지고
그러는 거야. 엄마 취미 만들어, 어? 산엘 간다든가, 노래교실을 간다든가.
엄 마 : 뭐 그런 건 혼자 하나.
미 옥 : 혼자 안하는 거니까 더 좋지. 여러 사람하고 어울리면 말동무도 되고, 들 심심하지.
엄 마 : 사람들이 안끼워줘, 나같이 재미없는 사람은.
미 옥 : .......
엄 마 : 사람들하고 어울릴라면 말도 잘하고 재밌어야 사람들이 좋아하고 같이 놀아도 주고 그러는데,
니 엄마가 그런 재주가 있간. 잘하는 거라곤, 니 아버지 말대로 밥 세끼 하는 거 밖에 없는데.
미 옥 : (안쓰런, 속상한, 엄마 보는) ...
엄 마 : (어색하게 웃으며) 에이, 엄마가 괜히 부담스럽게 그런다, 그지? 미옥아 너 하고싶은 대로 해.
멀리 가고 싶음 멀리 가고, 어? 엄마야, 뭐 할머니랑 놀아도 되고,
그래도 심심하면 미수네 집 니네 집 치우러 다녀도 되니까...
미 옥 : ...
엄 마 : 방 대충 닦고, 나가. 엄마가 할머니네 다녀와서 치울게. (하고, 나가는)
미 옥 : (답답하고, 속상한)
씬 10집 앞 길.
엄마, 혼자 시무룩하게 걸어가다,
한쪽을 보면, 할머니들 서너명 벤치에 죽 늘어서서 볕 바라기하고 앉아있는,
엄마, 그 할머니들 측은히 보다가, 가며,
엄 마 : 하루죙일 저러고 앉아있음 심심들 하시겠네.
(하고, 걷다가, 다시 뒤돌아보고, 할머니들에게로 가서 주머니의 사탕 꺼내주며)
이것들 좀 드세요.
할머니 : (받으면) 고마워요.
엄 마 : 고맙긴요, 뭘. 사탕이 야무니까 깨물어 드시지 말고, 빨아 드세요. (하고, 가는데, 맘 무거운)
씬 11마트 안.
미옥, 생선을 정리하고 있고, 고모, 그런 미옥 보며 말하는,
고 모 : 그래서 어쩌기로 했니, 집은?
미 옥 : (일만 하는)
고 모 : 내가 너 불편한 건 아는데, 니가 당장 나가 살면 니집 생계도 걱정이다.
니가 나가 살면서 지금처럼 집 도와주기가 말이 쉽지 어렵잖어.
미 옥 : ...
고 모 : (눈치보다, 포기하는 맘으로) 에우, 그래서 장녀보단 장남이 났다니까.
미 옥 : (보며) 고몬,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고 모 : 사실 안그러니? 재수는 나중에 지살림 차리게 되면 지는 막내니까, 엄마 안모셔두 된다고할거고,
너는.. 딸이니까, 출가외인인데 내가 왜 엄말 주그리장장 모셔야 되냐, 그러잖어,
아닌 말로 니가 장남이라면 못그럴 거 아냐?
미 옥 : (속상한)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엄마 안모셨니?!
고 모 : 누가 그랬대.
미 옥 : (속상한) 아우, 가. 사람 성질 돋구지 말고.
고 모 : 그렇잖아도 갈 거다. (하고, 가려다 미옥 보고, 어렵게 말 꺼내는)
야, 근데, 너 식장 들어갈 때 니아버지 손은 잡고 들어갈 거지?
미 옥 : (고개 돌려, 사납게 보면)
고 모 : (멋적은) 영민씨네서 니아버지 그러고 사는 거 모른대서...
니가 그냥 들어가면 이상하게 생각할 거 아냐.. 그래서..
미 옥 : ...
고 모 : 그만해, 눈 찢어질라... (하고, 가는)
미 옥 : (속상하게 가는 고모 보고, 일하는)
씬 12양복점안.
아버지, 옷을 입어보고, 거울을 보는.
재건모, 그런 아버지를 보며 말하는.
재건모 : 자기야, 너무 색이 칙칙하지 않니?
아버지 : 왜 난 괜찮은데?
재건모 : 내 눈엔 너무 나이 들어 보이는 거 같은데. 나이 들수록 왜 옷은 젊게 입어야 한다잖어.
아버지 : 그건 나두 아는데, 다른 때 입을 것도 아니고 미옥이 식장 갈 때 입을 건데
시댁 사람들 눈도 있고, 고상해 보이는 게 좋다 싶어.
재건모 : 근데, 자기야.
아버지 : (보면)
재건모 : (걱정스런) 미옥이가 정말 식장에 자기 손잡고 들어갈라고는 할까? 싫다 그러면 어떡해?
아버지 : 나도 그 걱정을 안한건 아닌데, 영민이가 그러드라고. 세상에 어떤 딸이 식장에 아버지 없이
들어가고 싶겠냐고, 시댁눈도 있고, 남들눈도 있는데. 그 말을 들으니까, 나도 그렇다싶드라고.
그래서 내가 맘낸거야. 아닌 말로, 미옥인 입이 안떨어져서 나한테 부탁을 못하고 있는데,
내가 내 몰라라하면 그건 정말 안되지 않냐?
재건모 : 그지, 그건. 안되지.
아버지 : 내가 이번에 정말 미옥이한테 첨으로 큰 선물 해줄거다. 멋있게 식장에 나타나
사돈들한테도 정중하게 인사잘하고, 폼나게, 내가 제대로 진짜 아버지 노릇해볼 거야. 이번에.
재건모 : 미옥이가 당신 그 맘 알아주면 참 좋겠다, 정말.
아버지 : (거울보고, 옷을 만지며) 잘해볼거다, 내가 정말, 이번엔.. 잘해 볼거야.
재건모 : (그런 아버지 안쓰럽게 보며, 작게 웃는)
씬 13미수의 사무실.
미수, 인철에게 전화하고 있는.
신호음 들리는.
씬 14인철의 사무실 안.
인철의 책상에서 핸드폰 울리는,
인철, 창가에 서서 생각 많은, 핸드폰 울리다 끊기는,
그때, 노크하고 여직원 서류 가져와 들어와선 인철의 책상에 놓는데, 전화벨 울리는.
인 철 : 미스김,
여직원 : (보면)
인 철 : 내 전화면, 나 급한 일로 출장중이라고 며칠 연락 안된다고 해 주세요.
여직원 : 네. (하고, 전화 받는) 장인철 사장님 투자사무실입니다.
씬 15미수의 사무실.
여직원 : (E) 저희 사장님 지금 급한 일로 출장가셨는데요.
미 수 : (이상한) 출장이요? 어디로요?
여직원 : (E) 그건 말씀드리기 곤란한데요.
미 수 : 언제쯤 오세요?
여직원 : (E) 오래 걸리실 거 같은데. 메모 남기시겠어요?
미 수 : (잠시 생각하다가) 아니에요. 다음에 전화할게요. (하고, 전화 끊고, 무슨 일인가 싶은)
씬 16인철의 사무실.
여직원 : (인철에게) 신영창투 김미수 팀장이셨어요.
인 철 : 나가봐요.
여직원 : 네. (하고, 나가는)
그때, 인철모 들어오는,
인철모 : (밝게, 직원에게 인사하며) 좋은 하루!
여직원 : (인사하고, 나가고)
인철모 : (소파에 앉으며, 인철에게) 무슨 일이니, 대낮부터 날 부르고.
인 철 : (인철모 보는)
그때, 인철모 핸드폰 울리고,
인철모, 핸드폰 꺼내보며,
인철모 : (무심히) 미수네.
인 철 : 받지 말아요.
인철모 : (인철 보며) ?
인 철 : (눈가 붉어져, 보며) 받지 말아요. 엄마. (하고, 창가 보는)
인철모 : ? (무슨 일인가 싶은, 걱정스런)
씬 17미수의 사무실.
미수, 컴퓨터 보며 일을 하다가, 문득 멈추고, 인철 생각하는.
미 수 : 대체 출장을 어디로 간 거야? ...투자한 일이 뭐가 잘못 됐나...
씬 18인철의 사무실.
인철, 인철모 앉아있는.
인철모 : (인철 안쓰럽게 보며) 인철아,
인 철 : ...
인철모 : 너 혹시 미수네서 사진 잘못 본 거 아니니?
어제 술 먹었다며 그럼 경황이 없어서, 순간 잘못 볼 수도,
인 철 : (고개 젖는)
인철모 : (보면)
인 철 : (안보고, 맘 아픈) 내가.. 재식이 얼굴을 어떻게 잘못 알아볼 수가 있겠어요...
지금도 하루가 멀다하게 꿈에서 보는데..
인철모 : (깊게 한숨쉬고, 인철 보며) 그래서 미수한텐 뭐라 그러고 그 집에서 나왔어?
인 철 : 회사에.. 급한 일이 있다고..
인철모 : (눈가 붉어지는) 미치겠네, 정말.
인 철 : 엄마.
인철모 : (보면)
인 철 : 나 이제.. 어떡하냐?
인철모 : 너 여기 벌려놓은 일, 작은 건 놔두고, 큰 것만 정리해서 떠나.
지금은 그 수밖에 없는 거 같다, 어?
인 철 : (눈가 그렁해, 보며, 막막한) 엄마.. 나 미수랑 있음 정말 좋다.
인철모 : (안쓰럽게 보는)
인 철 : (두 손으로 얼굴 가리고, 눈물 참는)
인철모 : (안쓰럽고, 맘 아프게 인철 보는) 일단 별장 가서 며칠 쉬자, 나와. 엄마가 데려다 줄게.
나와. (하고, 나가는)
인 철 : ...
씬 19 달리는 인철의 차.
인철모 : (운전하는)
인 철 : (조수석에 앉아, 막막하게 가는)
씬 20미수의 집 전경, 밤.
씬 21미수의 집안.
미수, 밥 먹으며 전화하고 있는, 그러다 안받자, 음성메시지 남기는,
미 수 : (답답한, 화를 짐짓 참으며 말하는) 자기야, 나야, 왜 하루종일 연락이 없어?
나 지금 막 화나. 뭐하는 거야, 지금?
씬 22인철의 별장 안.
인철, 소파에 앉아 술잔 들고 핸드폰 메시지 듣는.
미 수 : (E) 일이 바쁘면 바쁘다고, 출장을 가면 간다고 나한테 말해줄 수 있잖아.
이게 뭐야? 전화연락도 안되고.. (작게 한숨쉬고) 메시지 받는 대로 연락해.
농담 아니고, 나 진짜 화났어. 끊을게.
인철, 핸드폰보고, 저장된 사진을 누르면, 미수의 밝은 얼굴들이 보이는, 눈물 흐르는,
막막하게 핸드폰 끄고, 주방으로 시선돌리면.
인써트 - 회상.
10부에서 자고 난 미수가 밥하는 인철에게로 와서 말 걸고,
자기가 밥하겠다고 하던 부분과 둘이 밥 뺏어먹기 위해 실랑이하던 부분.
현실.
인철, 눈물 흐르는, 제 무릎에 고개를 묻고 있는,
F. O.
씬 23시골(서해안, 제부도 같은)민박집, 마당, 아침.
재수, 작은 가스렌지에 끓고있는 김치찌개의 간을 보고,
기분 좋게 ‘맛좋다’ 하고서는 야채를 썰며, 밥솥을 열어 수저로 밥을 먹어보는 진우에게 말 거는,
재 수 : 형 밥 잘됐어?
진 우 : (고개 갸웃하는) 야, 밥이 선 거 같다.
재 수 : (먹어보고) 아이씨, 형은 어떻게 밥도 제대로 못하냐?
진 우 : 니가 하란 대로 했어, 임마.
쌀 넣고 손목까지 물 넣으래서 넣고, 그런대도 이렇게 된 걸 나들 어떡해.
재 수 : 쌀 불렸어?
진 우 : 아니.
재 수 : 쌀도 안불리고 밥을 하냐? 그러니까 밥이 설지.
진 우 : 난 몰랐지.
재 수 : 물 좀 뿌려 가지고 밥 뒤적거린 다음에 뜸들여.
진 우 : 알았어.
그때, 한쪽에서 세수하던 지니와 제인 오며,
제 인 : 와, 죽인다, 밥 냄새.
지 니 : 배고프다.
진 우 : 조금만 기다려.
제 인 : 난 못기다려. (하고, 밥솥 열어보고, 밥을 손으로 집어서 먹으며, 뜨거워하는)
재 수 : 어우, 어우, 아우! 저 드런 게 또 손으로 밥을 쳐먹고 지랄이네, 저 게.
진 우 : (웃으며) 왜 귀여운데.
재 수 : 귀엽긴 뭐가 귀여워. 저게!
지 니 : (손으로 재수의 입 가리고) 그만.
제 인 : (재수 보며) 기분 좋게 왔는데, 기분 좋게 노는 게 좋을 거다, 김재수.
재 수 : (지니의 손 내리고, 제인 보며, 짜증 참으며) 방에 가 있어. 밥 가지고 갈게!
지니, 제인 팔 잡고 웃으며 말하는.
지 니 : 가자, 제인아.
제 인 : (가면서, 재수 쪽에 대고) 밥 빨랑 가지고 와!
지 니 : 가자니까. (하고, 끌고 가고)
재 수 : (가는 지니와 제인 보고, 제인을 보며 웃고 있는 진우 보며) 형은 대체 제인이 어디가 좋아?
난 진짜 이해가 안간다.
진 우 : 나는 니가 지니 좋아하는 게 이해가 안간다.
재 수 : (황당한) 뭐?
진 우 : 난 지니처럼 청승스런 애 별로야.
재 수 : 청승은 무슨 청승! 분위기지!
진 우 : 어쨌든 난 제인이가 좋다. 밝고 활달하고 꾸밈없고 화끈하고.
재 수 : (말꼬리 자르며) 알았어, 알았어, 형이 좋다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겠냐? 그런데 이거는 알아둬?
제인이랑 키스할 때 조심해. 쟤 이빨도 잘 안닦는다. 병균 같은 게 전염될지도 몰라.
그것도 아주아주 독한 거. 생명에 위협을 줄지도 모르는 거.
진 우 : (웃으며) 사랑하는 여자랑 키쓰하다 죽으면 좋지, 뭐. (하고, 밥 준비하는)
재 수 : (진우 보고, 갸웃하며, 혼자말처럼) 저 형은 드런 게 별로 안중요한가 보네. 이상하네.
(하고, 밥 차리는)
씬 24민박집 방안.
지니, 제인 화장하고 있는,
지 니 : (로션만 바르고, 로션을 가방에 넣고, 닫으면)
제 인 : (립스틱 바르다가, 지니 보며) 야, 너 그걸 화장이라고 하냐?
지 니 : 왜?
제 인 : 어제두 그제두 계속 그 꼬라지로 댕기고, 야, 오늘은 좀 이쁘게 해라.
낼이면 서울 올라가고, 그럼 이제 너 떠나는 일만 남았는데, 재수한테 서비스 좀 해.
지 니 : (착잡한) ...
제 인 : 또 그 그런 표정 짓는다.
지 니 : (애써 웃으며) 자꾸.. 재수랑 헤어질게 겁이나, 제인아.
제 인 : 나랑은?
지 니 : (서글픈 웃음 짓고) 물론 너랑두.
제 인 : 어차피 인생이란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를 밥먹듯이 하는게 인생이야.
우린 젊잖냐, 헤어져도 또 만나면 되잖어. 제발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긍정적으로.
지 니 : (작게 웃고) ..
제 인 : 이쁘게 립스틱 바르자, 뭐 바를래? 카키, 검정, 분홍 어떤 거?
지 니 : 젤 이쁜 걸로 주라.
제 인 : (화장품 주머니에서 하나 꺼내주며) 이거 발라라.
지 니 : (립스틱 바르는)
제 인 : 그거 재수가 젤 좋아하는 색이다. 재수가 전에 그러드라고, 니가 그 립스틱 바르면, 막 설랜다고.
지 니 : (눈가 붉어져, 웃고, 립스틱 바르는)
제 인 : (그런 지니 보고, 안된)
씬 25동네, 담벼락.
재수, 진우 한편을 먹고, 지니, 제인 한편을 먹고 게임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재수와 제인 가위바위보를 하는데 세 번 정도 같은 걸 내는.
세 번째 둘이 눈싸움하고, 다시 ‘가위바위보’ 를 하고, 제인이 이기는,
제인 ‘와!’ 하며 지니랑 춤을 추고.
재수, 진우 속상한 얼굴이다.
시간경과.
말뚝박기를 하는, 재수 말뚝이 되고, 진우 말판이 되는,
제인, 지니 멀리서 달려올 준비를 하는.
제 인 : 재수 준비됐나요!
재 수 : 됐어, 와!
제 인 : (지니에게) 먼저 가.
지 니 : (달려가 진우의 등에 타고)
제 인 : (뒤로 한참을 더 물러나는)
재 수 : 야, 제인 너 어디까지 가!
제 인 : 거리가 멀어야 가속도가 더 붙을 거 아냐?
재 수 : 야, 진우형 죽어, 기집애야!
진 우 : 난 괜찮아.
제 인 : 갑니다! (하고, 마구 달려가 진우의 등에 올라타고)
지니와 재수 가위바위보를 하는데, 지니가 이기는, 제인과 지니 신나고.
시간경과.
진우가 서있고, 재수가 엎드린.
제인, 지니 뛰어와 타고,
재수, 죽겠는 표정을 짓는.
씬 26갯벌.
지니와 제인 씨름을 하고,
재수와 진우 두 사람을 편갈라 응원하고,
지니가 이기고 재수와 지니, 신나서 갯벌을 뛰며 소리치는.
제인, 진우 속상해 달려가 지니, 재수의 얼굴에 진흙을 바르고,
지니, 재수 제인과 진우에게 덤비는, 네사람 엉켜서 진흙밭에서 뒹굴며 노는.
씬 27마트 안.
엄마, 시무룩하고,
할머니, 엄마의 목에 걸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할머니 : 이거 나 주라.
엄 마 : (보면)
할머니 : 이거 나 주라.
엄 마 : 이거 비싼 거라 안돼요. 미수가 작년에 내 생일 때 사준 거란 말이야.
할머니 : 나주라, 갖고 놀다 줄게.
엄 마 : ...
할머니 : 주라.
엄 마 : (마지못해) 알았어요. 그럼 잘 갖고 놀다, 나 꼭 줘야해요. 비싼 거니까.
그리고 뭐든 막 누르면 안돼요. 잘못하면 막 전화가 걸리고 그래.
할머니 : (좋은) 어, 알았어, 빨리 주라, 빨리.
엄 마 : (할머니에게 핸드폰 주고) 할머니 이거 진짜로 잘 가지고 놀아야 돼.
비싼 것도 비싼 거지만, 재식이 사진이 붙어있어서, 내가 중하게 생각하는 거니까.
할머니 : (핸드폰만 보며, 좋은) 어.
엄 마 : (할머니 노는 거 보는)
그때, 고모 오는,
고 모 : 미옥인 어디 가고 언니가 여깃어?
엄 마 : 박교수랑 집 보러 갔어요.
고 모 : 기어이 미옥이 걔, 집 얻어나간대요?
엄 마 : ...
그때, 영민, 오며, 엄마에게 말 거는.
영 민 : 어머니 저 왔어요.
엄 마 : (덤덤한, 영민 보는) 어, 왔어?
고 모 : 집 얻으러 갔다며, 어떻게 됐어?
영 민 : (고모에게) 못얻었요, 전세가 생각보다 비싸네요.
(엄마에게) 어머니 이제 댁으로 들어가세요. 가겐 제가 볼게요.
엄 마 : 미옥인 왜 같이 안와?
영 민 : 미수씨한테 전화가 와서, 만나러 갔어요.
엄 마 : 어. 그랬구나. (하고, 할머니 손잡고) 집에 가자, 할머니.
(하고, 핸드폰만 신기해서 만지는 할머니 손잡고 가는)
영 민 : 어머니 조심해 가세요.
(하고, 고모 보며) 근데 누나 어머니 기분이 좀 안 좋으신 거 같으네, 왜 그래요?
고 모 : 미옥이랑 영민씨가 나가 산다고 하니까, 기분이 그런가봐.
에우, 그렇다고 애처럼 저렇게 티를 내냐, 언니두. 갈게. (하고, 가는)
영 민 : (가는 고모 보고, 생각하는) ....
씬 28카페 안.
미옥, 미수 차를 마시고 있는,
미 수 : 그럼 결혼식장까지 벌써 예약한 거네?
미 옥 : 영민씨가 덜컥 했드라구. 집이나 얻어놓고 하지, 뭐가 급하다고.
미 수 : (걱정스런) 오빠는 급하지.
미 옥 : 근데 난 왜 보잰거야?
미 수 : (어색하게 웃으며) 아니.. 별건 아니고, 엄마한테 전화했었는데,
엄마가 언니 나가 사는 것 때문에 기운 없어하길래.
미 옥 : (미안한) 미수야, 니가 듣기 서운할지 모르지만, 나 그동안 집에 할 만큼 한 거 같애. 아니니?
미 수 : (미안한) 아니긴 ..언니가 집에 잘한 거 내가 왜 몰라, 알지. 처녀때부터 지금까지, 언니 없음
우리집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끔직한데. 언니 정말 집에 잘했어. 백프로 인정해. 정말로.
미 옥 : 그럼 이번에 나 나가 사는거 니가 좀 봐주라. 나두 엄마 걱정 안되는 건 아닌데..
아직 울엄마 젊잖아.. 그리고 영민씨한테 미안해서 들어와 살잔 말 나 못하겠어,
이해해줘, 미수야, 어?
미 수 : (답답한, 미안한 웃음 지으며) 알았어. 더 이상 말 안할게.
미 옥 : 참 인철씬 출장 갔다드니, 왔니?
미 수 : (차 마시는)
미 옥 : 안왔어?
미 수 : (착잡한) 언니, 인철씨가 며칠씩 연락이 안된다.
미 옥 : (놀란) 그게 무슨 말이야? 연락이 안되다니?
미 수 : 아무리 전화를 해도 콜이 안와.
미 옥 : 이게 이게 무슨 말이야, 이게?
미 수 : ... (답답한) 첨에 연락이 안될 땐 단순히 바쁜가보다 하고 그냥 넘어갔는데,
좀 지나니까 화가 나드라, 그래서 메시지에 대고, 화났다구 말도 해놓고..
미 옥 : 야, 야, 이거 화낼 일이 아니다, 야. 혹시 사고 난 거 아니니?
아무리 일이 바쁘고 그렇대도 너한테 연락을 며칠씩 안하는 건 이상하지.
미 수 : (착잡한, 찻잔만 보며) 사고는 아냐.
미 옥 : 어떻게 알어?
미 수 : 오늘 투자자 한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낮에 인철씨 전활 받았다 그러드라고.
미팅 갖기로 했는데, 일이 생겨서 못나간다고 그러드래.
미 옥 : (이상한) 이게 무슨 소리야? 아니, 그런 전화는 하면서, 너한텐 왜 전활 안해?
미 수 : ...(작게 한숨쉬며, 답답한)
미 옥 : (조심스레) 야, 미수야. 내가... 순간 스치는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데,
혹시 인철씨 우리집 보고 ..맘이 변한 게 아닐까?
미 수 : ...
미 옥 : 니가 대단히 잘살지 않는 거야, 알았겠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살준 몰랐다,
그래서 갑자기 부담이 콱 된다, 뭐 그런 거 아닐까?
미 수 : (어이없이 웃으며, 작게 고개 흔드는) 아냐...
미 옥 : 아니라고만 할게 아냐. 나두 그런 경험 있잖아.
준식이라고 내가 처음 집에 데려온 남자, 기억안나?
미 수 : 기억 나.
미 옥 : 그 인간이 나 잘 만나다 우리집 와보고 나서 쌩하니 안면 바꾸고 나 차버렸잖어.
미 수 : 인철씬 아냐, 그런 사람. (하고, 차 마시는)
미 옥 : 제발.. 나두 아니길 빈다. 근데 왜 연락을 안할까? 갑자기 내가 다 성질이 날라 그러네. 이거.
미 수 : (답답한) ....
씬 29미수의 사무실일각.
미수, 서서 답답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하는, 신호음 가지만 받지 않는.
씬 30인철의 별장.
인철, 수염이 까칠한 채 아무렇게나 소파에 누워 자는, 주변에 온통 널린 술병이 있는,
그때, 인철모 무심히 문열고 들어와, 그런 인철 보고, 안쓰러운,
한쪽에 놓인 모포 덮어주고, 인철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인철모 : 어떡하니, 너를...
씬 31고모의 욕실, 밤.
고모, 빨래를 하는.
엄 마 : (E) 할머니, 이리 내, 그거. 나 이제 가야돼. 어?
씬 32할머니의 방안.
할머니, 엄마 핸드폰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할머니 : 싫어, 나 더 갖고 놀 거야.
엄 마 : 안돼요, 나 줘. 이걸로 중요한 전화 많이 온단 말이야.
할머니 : 좀만 더 갖고 놀자.
엄 마 : 안돼. 할머니네 전화기 가지고 놀아.
(하고, 옆에 있는 무선전화기 주며) 이거, 이거 갖고 놀아요. 그리고 어서 그거 줘.
할머니 : 싫어.
엄 마 : 싫으면 어떡해, 나 가야되는데. 민이가 혼자 있다고 나 얼른 오랬단 말이에요..
할머니 : (핸드폰 안고) 이거 나 갖고 싶어.
엄 마 : 안되요. 다른 건 다 줘두 그거는. (손 내밀고) 줘요, 어서.
할머니 : 씨.. 나쁜 년. (하다가, 전화기를 옆에 있는 물그릇에 넣어버리는)
엄 마 : (놀란) 할머니.
할머니 : 그러게 내걸 왜 뺏을라 그래!
엄 마 : (속상한) 정말 내가..할머니 때문에 못산다. (하고, 그릇에 넣은, 핸드폰을 꺼내서 옷에 문지르며)
이거 비싼 건데, 이거 어떡해 이거.. (하는데, 재식의 사진이 핸드폰에서 떨어지는, 속상한)
이런.. (화내는) 할머니 정말 왜 이래!
할머니 : 망령한 년.
엄 마 : (속상해, 보는) ?!
할머니 : 남의 걸 지꺼라고 뺏고, 너 년아, 망령 났지?
엄 마 : (화나, 소리치는) 내가, 내가 왜 망령이 나요, 내가! 망령은 할머니가 났지, 내가 왜 나!
할머니 : 이년이, 진짜 망령이 났네, 어디서 에미한테 소릴 질러, 이년이! (하고, 엄마의 머리채를 잡는)
엄 마 : 놔요.
할머니 : 못논다, 이년.
엄 마 : (할머니 밀치며) 놔요, 좀!
할머니 : (옆으로 넘어지며, 소리치는) 이년이, 지금 누굴 쳐! 누굴!
그때, 고모 오며,
고 모 : 왜 그래, 어머니. (하고, 할머니 안아서, 앉히는)
할머니 : 야, 애기야, 저년이 날 쳤다, 저년이 날 쳤어!
고 모 : (엄마 보면)
엄 마 : (속상해, 소리치는) 거짓말쟁이! 할머니, 거짓말쟁이야!
고모, 할머니 : (황당하게 엄마 보면)
엄 마 : 내가 무슨 망령이 나! 할머니가 망령났지!
똥오줌도 못가리고 자식도 사돈도 못 알아보고, 망령은 할머니가 났지, 내가 왜 나?!
그때, 고모부 들어오며,
고모부 : 무슨 일이야? (하고, 엄마 할머니 번갈아 보는)
고모, 할머니 : (황당해, 엄마를 보는)
엄 마 : (아랑곳없이 소리치는) 미수가 사준 핸드폰도 망가뜨리고..
나는 할머니처럼 망령 나면 혀 깨물고 죽을 거야! 절대로 할머니처럼 오래 안살 거라고!
고 모 : 언니.. 그만해, 왜 그래, 핸드폰이 문제면 내가 사줄게. 내가 어?
엄 마 : (아랑곳없이) 내가 자식들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그렇게 도와주는 재미로 사는데,
할머니처럼 되면 아무것도 못해주고 짐만 되는데.. 나는 그런 거 싫어!
나는 자식한테 짐 되는 거 정말정말 싫어!
고 모 : 언니, 우리어머니 치매 걸린 사람이야, 그런 사람 말을 듣고 왜 그렇게 성을 내.
엄 마 : 할머니 치매 때문에 저러는 거 아냐!
고 모 : (황당하고)
고모부 : 처남댁 고정하세요.
엄 마 : (할머니에게) 할머니 괜히저러는 거야. 아주나뻐. 맨날 괜히 망령난척해가지고, 업어달라그러고,
밥 먹여달라 그러고, 자식 괴롭히고, 며느리 괴롭히고, 성질이 보통 못되지 않았어.
나는 할머니, 다른 병은 다 걸려도 할머니같이 망령은 안날거야. 절대 안날거야!
호두 많이 먹어 가지고 절대절대 그병 안날거야!
할머니 : (덤덤하게) 호두 비싸, 년아.
엄 마 : 비싸도 우리 미옥이 미수, 재수한테 사달랠 거에요!
내 자식들은 아무리 비싼 것도 내가 사달라면 다 사줘요, 알지도 못하면서! (하고, 나가는)
할머니 : 야, 전화기 주고 가.
고모부 : 아유, 처남댁이 많이 화가 나셨나보네.
고 모 : 별일이네, 저렇게 화내는 성질이 아닌데... 미옥이 나가는 거 땜에 속이 많이 상한가.
씬 33거리.
엄마, 속상해 씩씩대며 걸어가다가 멈춰서서, 핸드폰에 재식의 사진을 붙이려고 하는, 잘 안되는,
속상한, 다시 주머니에 핸드폰 넣고 가는.
씬 34엄마의 집안.
민이, 텔레비전보고,
미옥, 영민 얘기하는.
미 옥 : (고마운, 눈물 닦는)
영 민 : 왜 그래요, 미옥씨.
미 옥 : 영민씨한테 너무 고마워. 집에다 말하기 어려웠을텐데..
영 민 : 실은 말 꺼내기가 조금 어렵긴 했는데, 아버지가 의외로 쉽게 생각하시드라구요.
그렇게되면 돈도 많이 모으겠다그러시면서. 우리집 식구들이 꽉 막힌거 같아도 실리적이거든요.
그리고 나두 어머니 너무 좋고. 사실 사위도 자식인데, 며느린 시부모 모시고 사는 거 당연히
여기면서, 사위는 재쳐 두는, 우리나라 풍토 나 정말 싫었거든요.
미 옥 : (고맙게 보고, 맘짠해져) 정말 고마워요, 영민씨. 실은 나 말로는 집 떠나고 싶다, 떠나고 싶다고
했으면서도 자신이 없었거든요. 엄마가, 걱정두 되고. 다른 아줌마들은 모여서들 화투치는 것도
재밌어하는데, 울엄만 그런 것도 안하고, 뭐하고 놀까싶은 게..
영 민 : (보는)
미 옥 : 전번날 엄마한테 엄만 왜 그런 취미도 못만들었냐고 화를 냈는데.. 그렇게 화를 내다보니까,
내 자신이 참 어이없고, 염치없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엄마 이렇게 외톨박이 된 거
다 우리 자식들 때문인데. 나랑 동생들 학교 끝나고, 일 끝나고 집에 와서 엄마 없음
되게 화냈거든요. 그냥 옆집에만 가 있어두... 그렇게 우리가 필요할 땐 어디도 못가게 잡아놓고,
이제 와서 왜 그러냐고.. 왜 우릴 밝히냐고, 귀찮다고..
영 민 : 자식이 다 그렇죠, 뭐.
미 옥 : (눈가 닦고, 작게 웃으며) 영민씨, 우리 신혼여행 하루만 어디 갔다가 아버님 댁에 가요.
영 민 : (작게 웃으며) 그래두 되겠어요?
미 옥 : 영민씨, 모르죠? 나 아버님좋아해요. 난 울아버지가 평생 자식들 안챙기기고 자기만 알고사셔서,
자식들 위해 사는 어른들 보면, 정말 존경스럽거든요.
영 민 : 미옥씨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참 기분 좋다. 내 칭찬해주는 것보다, 더 좋네요. 신난다.
미 옥 : (민이 안듣게, 작게) 근데, 여기 살면 우리 신혼 재민 없겠다, 그죠?
영 민 : (작게 웃고, 작게 말하는) 눈치껏 하면 되죠, 뭐?
그때, 엄마 들어오는,
민 이 : 할머니 어디 갔다왔어?
엄 마 : (퉁명스레) 어디 갔다 왔음, 니가 어쩌게?
미 옥 : 애한테 엄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엄 마 : (민이 보며) 할머니가 없어도 너 혼자 잘 놀잖어. 할머니 찾지도 않고.
영 민 : (일어나, 웃으며) 어머니가 민이가 할머니 안찾아서, 서운하셨나보다. 그래요, 어머니?
미 옥 : (엄마 어이없이 보고, 웃고) 밥은?
엄 마 : (덤덤하게) 안 먹어. 차리지마. (하고, 방으로 들어가는)
미 옥 : 왜 저래, 정말.
영 민 : 우리 일 때문에 그러실 거예요. 내가 들어가 볼게요. (하고, 들어가는)
미 옥 : (웃으며) 내가 참 엄마 때문에 화가 나다, 웃음이 나다 그런다. (민이보고) 그지, 민이야?
민 이 : (웃으며) 몰라.
미 옥 : (민이 볼 잡으며) 에구, 넌 뭘 맨날 몰라. 뭘, 에구, 이뻐라.
씬 35엄마의 방안.
엄마, 앉아서 양말을 벗는,
영민, 그런 엄마 옆에 무릎 꿇고 앉아, 웃으며,
영 민 : 어머니, 저녁진지 왜 안드세요?
엄 마 : (심드렁한) 배 안고파.
영 민 : 배가 왜 안고프세요? 군것질 하셨어요?
엄 마 : 난 군것질 잘 안해. 돈 쓰니까.
영 민 : 그러시구나. 참 근데 요, 어머니, 저 부탁 좀 드릴게 있는데..
엄 마 : (보면) ?
영 민 : 저 한 삼년만 어머니 집에서 신세질게요. 데릴사위 삼아주세요.
엄 마 : ?...
영 민 : 제가 다음학기부터는 잘하면 전임강사 자리가 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러면 지금보다 형편이 좀 나아질테고 돈도 더 벌 수 있으니까.. 그때까지만.
엄 마 : (좋은, 입 조금 벌어지는) ..
영 민 : 삼년을 다 안채우더라도 재수 결혼하면, 나가겠습니다.
엄 마 : (기분 좋은) 재수 결혼하면 난 시골 가 살 거야.
그러면 재수 작은집 얻어주고, 미옥이랑 자네랑 여기 살어두 돼.
미 옥 : (들어오며, 웃으며, 농담처럼 비아냥대는) 어우 사람이 왜 저래.
엄마, 영민 : (미옥 보면)
미 옥 : 재수가 엄마 모시면서 혹시라도 고생할까봐, 걔 결혼하면 시골가 산다고? 나는, 그럼?
영 민 : 미옥씨 왜 그래요, 우리가 어머닐 모시는 게 아니고, 어머니가 우릴 덱고 사시는 건데.
미 옥 : 엄마 그러는 거 아냐. 맨날 재수, 미수만 위하고, 나는 찬밥 취급하고.
엄 마 : (웃으며) 에이 그건 아니다, 야. 엄만 니가 그동안도 고생했는데 또 고생할까봐 그러지.
엄마가 밥해주고 청소만 해줘도 니가 일하기 편하잖어.
미 옥 : (말꼬리 자르며) 어우, 어우, 고양이 쥐 생각하세요.
엄 마 : (웃으며) 갑자기 나 배고프다. 밥 차려야지. 미옥아, 넌 좀 쉬어, 밥 엄마가 차려먹을게.
(하고, 나가는)
영 민 : 어머니 진짜 귀여우세요.
미 옥 : 근데 자꾸 애기 같아지셔서 큰일이에요.
영 민 : 그래서 세상은 공평한 거래요. 애기가 부모 되고 부모가 애기 되고 그래서..
미 옥 : (웃으며) 그런가.
씬 36엄마의 부엌.
엄마, 서서 기분 좋게 밥을 말아먹는, 민이 오며.
민 이 : 할머니 밥 안먹는다고 하고 왜 밥 먹어?
엄 마 : (웃음 띤) 어.. 그게 이제 배가 고파져 갖고.. 민이도 밥 한술 줄까?
민 이 : 어.
엄 마 : (민이 밥 떠주며) 꼭꼭 씹어먹어?
민 이 : (웃으며) 어, 할머니도.
엄 마 : (밥 먹으며) 그래, 할머니도 꼭꼭곡 씹을게. 이렇게 이렇게. (하고, 밥을 씹는)
씬 37민박집 가는 길.
제인, 진우 걸어가며,
진 우 : 재수랑 지니씬 얘기 잘할까.
제 인 : 잘하겠죠.
진 우 : 술을 먹어 그런가 몸이 으슬으슬하네.
제 인 : 오빠, 우리 민박집 가서 삼육구 할래요?
(몸을 흔들며) 삼육구, 삼육구하다보면 몸에 땀나고 좋잖아.
진 우 : (웃으며) 그래, 그러자.
제 인 : 벌칙은 걸릴 때마다 뺨다귀 맞기, 어때?
진 우 : (멈춰서는) 뺨다귀?
제 인 : (웃으며) 에이구, 순진하게 곧이곧대로 믿고 겁에 질리긴. 손목 맞기해, 손목 맞기.
진 우 : 그래, 손목맞기 하자. 뺨다귄 너무 살벌하다 야.
제 인 : 근데 오빠 우린 애인하지 말고, 그냥 오빠동생으로 지내자, 난 그게 좋은 거 같은데, 오빤 어때?
진 우 : 그게 좋을 거 같으면 그렇게 해.
제 인 : 그래두 돼?
진 우 : 야, 제인아. 나는 솔직히 우린 애인사이, 우린 친구사이 그렇게 말하는 애들 우습드라.
그냥 좋으면 보는 거지, 그런 게 뭐 중요하냐? 안그래? (하며, 가는)
제 인 : (가는 진우 보며) 내가 청개구리띤가
저 오빠가 저렇게 나오니까, 갑자기 확 저 오빠가 좋아져 버리네.
(하며, 웃으며, 가며) 내가 생각해도 난 참 별난 애야, 진짜.
씬 38바닷가.
재수, 지니 모닥불을 보고 있는.
재 수 : (불만 보는)
지 니 : (재수의 팔짱을 끼고, 재수의 어깨에 기대앉은) 불이 참 이쁘다.
재 수 : (불만 보며, 편안하게) 나.. 너 떠나면 바로 삐끼질 관둘거다.
지 니 : (고개 들어, 재수 보고) 생각 잘했다.
재 수 : 새로운 일자리 찾을 거야. 아직 뭘 해야 좋을지 정하진 못했지만.
지 니 : 넌 맘만 먹음 뭐든 잘할 거야, 믿어.
재 수 : 나 옷 사는 거 참 좋아하는데, 이제부턴 반드시 필요한 옷 아님 안살 거다.
지 니 : (보는) ...
재 수 : 영화도 좋아하지만, 한달에 한편이상은 안볼거야. 카페도 되도록 안갈거구. 술도 줄일 거야.
지 니 : (재수 보며, 안쓰런) 왜?
재 수 : (눈가 붉은 채, 지니 보고, 웃으며) 그래야 돈 모으니까, 나 돈 많이 많이 벌 거다.
그래서 너 보고싶을 때 언제든 달려갈거야.
지 니 : (눈가 붉어져, 재수 보며) 고맙긴 한데, 니가 하고싶은 거 너무 한꺼번에 다 그만 두면,
스트레스 안받을까?
재 수 : (지니 보고, 눈가 그렁해 애써 웃으며) 야, 지니야, 나 진짜 멋지지 않냐?
지 니 : (눈가 그렁해 보면)
재 수 : (맘 아프지만, 짐짓 밝게) 너 딴 남자들은 지가 좋아하는 여자 떠나 보낼 때
되게 구질스럽고 칙칙하게 그런다. 이렇게 나처럼 깔끔하고 멋지게 잘 갔다와, 그렇게 안해?
지 니 : 알어.
재 수 : 근데 나는 왜 그러냐, 너를 너무 좋아하니까. 그리고 나는, 원래가 멋진 놈이니까.
지 니 : (맘 아픈, 재수 안는)
재 수 : ..(그대로) 지니야, 나 솔직히 지금 조금 울고 싶은데, 절대 안울거야.
지 니 : (보면)
재 수 : (지니 보며) 떠나는 너한테 웃는 모습 보여주고 싶거든.
(하고, 지니이마에 살짝 입맞추고, 씩 웃는) 지금 내 이 모습만 기억하고 가라.
지 니 : ...(눈가 그렁해, 고개 끄덕이는)
재 수 : (애써 웃으며) 불 보자. 불 정말 이쁘다.
지니, 재수 : (불 보는)
씬 39커다란 대형 마트, 낮.
1, 가전제품 코너.
엄마와 고모, 미옥, 가전제품을 보고 다니는.
고모, 냉장고를 열어보며 미옥에게 뭔가를 설명하고,
미옥, 고민하다가 안산다고하고 가는,
고모, 미옥을 잡으며 사라고 하는.
미옥, 싫다고 집에 꺼 쓰면 된다고 하고,
엄마, 한쪽에서 두사람 상관없이 다른 냉장고를 구경하는.
2, 이불코너.
미옥, 이불을 보고,
고모, 엄마 이불을 보며, 이쁘다고 하는.
미옥, 수첩 보며 예산을 맞춰보고, 주인에게 조금만 싼 거를 달라고 하는.
고모, 엄마 그런 미옥이 답답하고.
3, 그릇가게.
엄마, 고모 그릇들을 보며 좋아라하고,
미옥, 엄마를 끌며 ‘안사도 돼, 나가자’ 하며 끌고 나가는.
엄마, ‘이것만 사자’ 고 하고 안끌려 나가려 애쓰고,
미옥은 굳이 굳이 엄마를 끌고 나가는. 고모, 그런 두사람 보며 답답하고.
씬 40고모의 가게 밖.
고모부 : (E) 그래서 혼술 뭘 산 거야?
씬 41고모의 가게 안.
고모, 자리에 앉으며,
고 모 : 이불 두 채, 그릇 셋트 두 개, 두 사람 잠옷 그리고 땡이야.
고모부 : 뭐?
고 모 : 침대랑 냉장고라도 사재니까, 있는 거 쓴다고 죽어도 싫다네, 기집애가.
고모부 : 그래도 새 술은 새 부대라고 하든데.
고 모 : 말했지, 그랬더니 미옥이 하는 말이, 그건 술 얘기래.
고모부 : (어이없게, 웃으며) 참내... 시댁 예단은, 소 사주고, 혼수는 없고.. 그러네, 정말.
고 모 : 예단으로 소를 사주다니?
고모부 : 영민네 아버지가 소 사서 기분 좋다고 전화왔드라구.
고 모 : 웬일이니? 어쩐지 예단은 살 생각도 않드라.
고모부 : 야? 나도 소 좋아하는데, 우리 시골 가서 소 키울래?
그래서 나중에 며느리한테 예단으로 소 받으면 좋잖어.
고 모 : 무슨 그런 말을 해, 나는 우식이 잘 키워서, 떨떠르한 집안에 장가보낼거야, 왜 이래, 이거.
고모부 : 야, 떨떠르한 집에 장가보낼라면 우리도 떨떠르하게 해줘야 되는데, 우리가 그럴 주제가 되냐?
제발 애저녁에 그런 꿈 버려라, 어?
고 모 : 당신이나 버려. 난 절대 안버릴테니까. 난 예단 왕창왕창 받을거야!
고모부 : (빵을 고모 입에 넣어주며) 에고, 이거나 왕창 먹어라. 이거나.
고 모 : (빵 물고, 고모부 보고)
씬 42엄마의 거실.
엄마, 속상하게 고개 숙이고 앉아있고, 미옥, 그런 엄마 걱정스레 보며,
미 옥 : (눈치보며) 엄마 왜 그래?
엄 마 : ...
미 옥 : 왜 그래? 말도 안하고 화난 사람처럼, 어?
엄 마 : 미옥아, 혼수 더 사자. 엄마 돈 있어. 많이는 없어도, 너 갖고 싶은 거 하나 정도는 사줄 돈 있어.
미 옥 : (작게 웃으며) 엄마가 돈이 어딧어? 내가 준 생활비 꼬불쳐논 거?
엄 마 : (보면)
미 옥 : (엄마 손잡으며, 따뜻하게) 엄마, 그건 그냥 엄마가 가지고 있다가
엄마 먹고 싶은 거 있음 사먹어, 어? 나한테 쓸라고 말고, 어?
엄 마 : 엄마 먹고 싶은 거 없어.
미 옥 : 지금은 없어도 나중에,
엄 마 : (맘 아픈, 말꼬리 끊으며) 미옥아,
미 옥 : ...
엄 마 : 엄마도 너한테 뭐 하나 해주고 싶다, 야.
미 옥 : ...(안쓰레 보면)
엄 마 : 니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시집가면서, 이불 두 채 가지고 가는 거 엄마 싫어.
미 옥 : (맘 짠해져 보는)
엄 마 : (눈가 붉어져) 오늘 너랑 혼수 보러 다니는데, 엄마 속상하드라. 첨으로 엄마가 일 안하고
집구석에만 있었던 게 잘못했다 싶은 게.. 전에 니 말대로 다른 엄마들은 집장사도 하고,
일두 해서, 자식들 결혼할 때 집이며 뭐며 이것저것 많이들 사주는데, 나는, 이게 뭔가 싶고.
(눈가 닦는)
미 옥 : (눈가 붉어져) 왜 그래, 엄마가 나한테 해준 게 얼마나 많은데..
여지껏 내 못된 성질 다 받아줬잖아. 민이도 키워주고, 밥해주고 설거지해주고, 방 치워주고.
엄 마 : (못보고, 미안한) 에미가 돼서 그것도 안하는 에미가 어딧어.
미 옥 : 엄마가 몰라서 그렇지, 많어.
엄 마 : (보면)
미 옥 : 사실 엄마가 민이 봐주고 집안일 해주고 하는 거, 내가 돈으로 쳐서갚자고 들면,
엄마한테 억만금을 줘도 모자른다, 알어.
엄 마 : (작게 웃으며) 정말.. 그렇게 생각해?
미 옥 : 그럼. 사실 억만금도 뭐 약하다고 들면 약하지. 억억억만금이면 모를까.
엄 마 : 그 말 들으니까, 엄마가 부자 같다, 야.
미 옥 : (엄마 안쓰럽게 보며, 웃고)
엄 마 : 그래두 미옥아, 침대 하난 사자, 어? 그러자, 침대 딱 하나만.. 어?
미 옥 : (고개 끄덕이며) 그래야 맘이 편하겠어?
엄 마 : 어.
미 옥 : 좋아, 그래서 엄마가 맘 편하면 그렇게 해. 근데 싱글은 안된다, 더블로 사줘야 한다?
엄 마 : (밝아지며) 어. 그럴게.
미 옥 : 얼굴이 환해졌네. 그렇게 좋아? 나 뭐 사주는 게?
엄 마 : 니가 몰라서 그러는데, 받는 거보다 주는 게 훨씬 좋다, 뭐.
미 옥 : (작게 웃고, 엄마 머리 귀 뒤로 넘겨주며) 에우, 착한 엄마.
엄 마 : (미옥이 머리 귀 뒤로 넘겨주며) 니가 착하지..
미 옥 : ..재수 밥 줘요. 나 마트 갈게.
엄 마 : 그래, 어서 나가.
미 옥 : (나가는)
엄 마 : (가는 미옥 보고, 눈가 닦고, 방으로 들어가는)
씬 43엄마의 방안.
재수, 누워있는,
엄마, 방에 들어와, 자는 재수 보며,
엄 마 : (밝게, 재수 머리 만져주며) 아들 밥 먹자, 그만 인나.
재 수 : (짜증스레) 건들지마.
엄 마 : (머리 만지며) 에이, 왜 그래, 인나자. 어, 재수야, 인나, 어?
재 수 : (벌떡 일어나며) 귀찮게 하지말고, 나가! 다음주면 지니 떠나, 그럼 지금 내 맘이 어떻겠냐!
엄 마 : ...
재 수 : 부탁이야, 나 좀 놔둬. 나 좀 놔두라고, 귀찮게 말라고, 어?! (하고, 눕는)
엄 마 : 어려선.. 그렇게 엄마 엄마하며 나를 밝히더니.. 이젠 귀찮다네.
재 수 : (누워서 보면)
엄 마 : 못됐다, 정말.
재 수 : (일어나 엄마 안고, 누우며) 에으, 정말, 누워, 누워서 자자 자, 그딴 소리말고, 어서, 자, 자.
엄 마 : (좋은) 그래, 자자. 자자, 같이 자자.
재 수 : 너무 붙지 말어, 간지러.
엄 마 : 에이, 붙어서 자자.
재 수 : 에헤, 정말 왜 이럴까.
엄 마 : (흉내내는) 에헤, 정말 왜 이럴까.
재 수 : 어허.
엄 마 : 어허.
재 수 : 어허. 왜 이럴까...
엄 마 : (웃다가, 벌떡 일어나) 참 재수야, 엄마 핸드폰 못쓰게 됐다.
재 수 : (보며) 왜?
엄 마 : (주머니에서 핸드폰과 사진 꺼내며) 할머니가 물에 집어넣가지고.. 형 사진도 띠어졌어.
재 수 : 이런이런이런.. (하고, 핸드폰 눌러보지만 안되는) 완전히 맛이 갔네, 이거.
엄 마 : 사진도 망가졌어. 봐봐. (하고, 사진(조금 긁힌) 주는)
재 수 : (사진 보며) 그러네. 근데 사진은 또 있으니까, 너무 속상해마, 엄마.
(하고, 사진 엄마 주고 핸드폰 보며) 아, 그나저나 핸드폰이 문제네, 이거.
(하고, 핸드폰 이리저리 작동해 보는)
엄 마 : (재수 보다가, 사진 보며) 난 핸드폰보다 사진이 문젠데.
씬 44달리는 미수의 차.
씬 45차안.
미수, 초조한 마음으로 운전해 가는.
인 철 : (E) 미수야, 나야, 인철이. 나 지금 별장에 있다. 올 수 있니?
씬 46별장 앞.
미수, 차 와서 멈추고, 차에서 내려, 별장으로 들어가는.
씬 47별장 안.
미수, 문 열고 들어서서 주변을 보면,
인철, 주방 쪽에 앉아있는,
미수, 답답하고 어이없는, 그 자리에 서서 인철을 보고 있는,
인철, 천천히 고개 돌려 미수를 보는(면도는 한 상태).
미 수 : (옆에 와서, 앉으며, 심호흡하고, 인철 보며, 짐짓 담담하려 애쓰는) 십분 줄게. 설명해봐.
열흘동안 뭘 했는지, 나한텐 왜 연락안했는지, 여기 이렇게 있는 이유가 뭔지, 다 설명해.
인 철 : (서글프게 미수만 보는, 담담하게) 설명할 게 없어.
미 수 : (속상하고, 어이없는, 눈가 붉어지며) 설명할 게 없어?
인 철 : ...
미 수 : 내가 그동안 자기 때문에 얼마나 속 끓였는 줄 알어? 무슨 큰사고가 난 건 아닌가,
살았을까, 죽었을까, 내가 싫어졌나, 미워졌나, 한국에 있긴 한 건가? 아닌가?
인 철 : (미수의 입을 맞추는)
미 수 : (거칠게 떼내며, 눈가 그렁해) 그만해. 이런 식으로 아무런 설명 없이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거...
딱 질색이야. 설명해봐. 내가 납득할 수 있게, 전부.
인 철 : 그냥 이러고 싶었어.
미 수 : 그냥?
인 철 : 이해해주라.
미 수 : (어이없고, 맘 아픈, 인철을 물끄러미 보며) 못하겠어.
인 철 : ......
미 수 : 갈래, 나. (하고, 나가는)
인 철 : ...(가만있는)
씬 48별장 앞.
미수, 화나 차로 와서 차 문 열다가, 멈춰 서서 생각하는, 다시 별장안으로 들어가는.
씬 49별장 안.
인철, 처음자세로 가만있는,
미수, 화나 가방으로 인철을 치는,
미 수 : 잡지도 않니? 잡지도 않어!
인 철 : (앉은 자세로, 미수의 허리를 안는)
미 수 : (힘든, 가방 떨어뜨리고, 인철을 안고, 맘 아프게 눈감는)
인 철 : (천천히, 가라앉은) 보고 싶었어.
미 수 : (가라앉은) 어떤 말을 들어도 지금은 화나. 그냥 있어.
인 철 : (눈감고, 미수를 안고 있는)
씬 50별장 침실, 밤.
인철, 미수 침대에 있는, 스탠드 불빛만 켜진.
미수, 인철의 팔베개를 하고 누운,
미 수 : 다신 안보려고 했어, 너무 화나서.
인 철 : (천장만 보며, 서글픈) 미안해.
미 수 : 근데 정말.. 왜 연락 안했니, 나 너무 궁금하다.
인 철 : (눈감은 채) ...미수야.. 나 졸리다, 자자.
미 수 : (작게 한숨쉬고) 나 긴말하는 거 싫어하는 성격인 줄 알지? 짧게 얘기할게.
다신 이러지마. 그게 어떤 이유든.
인 철 : 어.
미 수 : 믿는다?
인 철 : 어.
미 수 : 정말 용서하기 싫은데, 너무 사랑해서 용서해 주는 거야. 잘 자. (인철의 목을 안고, 눈감고)
인 철 : (천천히 눈뜨는, 눈가 그렁해, 천장을 보며, 막막한)
그런 두사람의 모습에 나레이션 흐르며 엔딩.
미 옥 : (N) 그날 미수는 인철을 용서하지 말았어야 했다.
사랑하면 모든 걸 용서할 수 있다고 스스로 과신하지 말았어야 했다.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우매하게 만들 수 있는지, 그때 미수는 알지 못했다.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