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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싶은 여자] 12
1. 준호 오피스텔 / 새벽
창문으로 푸르스름한 새벽빛 들어온다.
준호와 순애, 잠들어 있다.
2. 신영네 부엌 / 이른 아침
신영, 기분좋다. 흥얼거리며 죽을 끓이고 주먹밥을 만들고.... 주먹밥 위에 까만깨를 묻히고.....
도시락을 예쁘게 만들고 있다.
희숙, 하품하며 나온다.
희숙 : 어머! 벌써 일어났어?
신영 : 올케언니 굿모닝!
희숙 : 이렇게 일찍 뭐하는거야? (냄비보며) 어머.... 잣죽이네?
신영 : 응.... 영어학원 가기전에 준호한테 좀 들를려구...
희숙 : 준호한테는 왜?
신영 : 아픈가봐. 객지에 나와서 혼자 아프면 얼마나 외롭겠어.
희숙 : 근데 뭐 이렇게 많이 해.
신영 : 하나는 순애아버지 드릴꺼. 준호 출근하는 편에 보낼려구.
희숙 : 천사났네, 이신영....
신영 : 응, (긁으며) 어깨죽지가 근질거려 죽겠어, 날개가 솟나봐.
희숙 : 준호랑은 잘돼고 있는거야?
3. 준호 오피스텔 / 아침
준호 부스스 눈뜨고 일어난다.
준호 : 아으 머리야..... 아흐. . . .
어지러진 방안을 둘러보다 문득 뒤에 느껴지는 감촉.....
옷을 벗은 순애 이불덮은 채 잠들어있다.
준호 : 헉! 이게 어떻게 된거야. . .
준호, 이불 가린채 놀라 앉아있는데 순애가 뒤척이며 이불을 끌어간다.
준호, 팬티만 남은 알몸이 드러난다.
준호 : 흣! (몸을 가리고)
준호, 살그머니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티셔츠와 바지 주워입는다.
사방을 둘러본다. 순애의 티셔츠, 바지, 스타킹..... 바닥에 떨어져 있는게 보인다.
준호 : 어후. . . (난감한 듯 시선을 돌리며 뭔가 생각해 내려는)
소주를 둘이 서 네병째 비운 것까진 생각나는데. . . . 그 다음은. . . .
(자고 있는 순애를 돌아본다) 설마. . . 내가 아무리 술이 취해도 그런 실수를 할 사람은 아냐......
아닌가? 아니지!
4. 준호 오피스텔 근처거리 / 아침
보온도시락통과 찬합이 든 가방들고 발걸음도 가볍게 걸어오는 신영.
5. 준호 오피스텔 앞 / 아침
넥타이는 손에 든채 대충 셔츠와 양복자켓만 걸친 준호, 메모를 쓰고 있다.
순애가 자고 있나 살피면서
준호(E) : 먼저 출근합니다. 어젯밤엔 우리 둘 다 술이 과했네요.
전 필름이 끓겼는데 제가 추태는 안떨었겠죠? ^^: 나가실 때 키는 경비실에 맡겨주세요.
준호, 침대에서 잘보이도록 책꽂이에 메모를 붙이고 소리죽여 후다닥 나간다.
6. 준호 오피스텔 앞 / 아침
보온도시락과 찬합통을 든 신영, 콧노래 부르면서 걸어간다.
저만치에 준호가 넥타이 들고 셔츠 단추도 제대로 못 채운채 걸어나오는게 보인다.
신영 : 준호야!
준호, 못듣고 마음이 급한 듯 얼른 차에 타고.
신영 ‘야 신준호.... 준탱아!’ 뛰어가며 부르는데
준호, 신영을 보지못하고 휭 떠나버린다.
신영 : 갑자기 응급수술이 걸렸나. . .(들고 온 도시락을 한번 내려다보고)
7. 준호네 경비실 / 아침
경비에게 사정하는 신영.
신영 : 아저씨 저 모르세요? 802호에 이것만 딱 놓고 갈께요.
이거 갖다주러 왔는데 친구가 지금 막 출근해버렸어요.
경비 : . . .. 곤란한데....
신영 : 저 얼굴 기억하시쟎아요. 좀 열어주세요. 이거 도시락 폭탄 아니예요오.
8. 준호 오피스텔 / 아침
순애, 자고 있다.
잠시후 신영, 문 열고 들어오다 방 어지러진 것 보고 놀라
신영 : 뭐야. . .아프다더니 술을 이렇게 마신거야?
신영, 도시락을 테이블에 놓고 둘러보며
신영 : 난장판이 따로 없네 . . . 이신영, 지금부터 우렁이 각시로 변신!
신영, 주섬주섬 빈병을 집어들다가 깜짝놀란다. 침대엔 벗은 채 돌아누워있는 여자의 뒷 모습.
흡! 신영, 깜짝 놀라 입을 막는다.
신영 : . . .(보고 있는걸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막고 계속 그 여자 등만 바라보고 있는데)
누워있는 여자, 뒤척이며 돌아눕는다. 순애다!
신영, 헉! 다리가 푹 꺾이는데....
입을 꼭 막고 간신히 테이블 잡고 비틀거리며 나오다가 한번 넘어진다. 꽈당...
순애, 눈 부스스 뜨고.
신영, 얼른 문닫고 달아난다. 문소리 쾅!
순애, 일어나 앉는다. 하품하고 눈비비며 둘러본다.... 낯설다.... 집이 아니다....
순애 : (경악) 헉!! (보면 옷을 벗고 있다. 정신없다) 어떻게 된거지. . . 내가 왜 여기서 잔거야. . . . .
9. 오피스텔 계단 / 아침
미친 듯이 달려 내려오는 신영. 계단 한쪽에 털썩 주저앉는다. 눈을 비비며
신영 : . . .잘못 본거겠지. . . 내가 요즘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잘못 본거 같아....
응, 잘못 본거야. . . .
10. 준호 오피스텔 / 아침
대충 옷을 걸친 순애, 불안한 얼굴로 일어나 둘러본다.
책꽂이에 쪽지 보인다. 떼내서 읽어본다.
준호(E) : 먼저 출근합니다. 어젯밤엔 우리 둘 다 술이 과했네요.
전 필름이 끓겼는데 제가 추태는 안떨었겠죠? ^^: 나가실 때 키는 경비실에 맡겨주세요.
순애 : . . . .(머리를 잡는다) 아흐... 머리야..... 소주를 네 병인가 다섯병 마신 것까진 기억나는데.....
(애써 기억해내보려) 내가 준호씨랑 신영이 사이를 방해할려고 했었다 미안하다....
그 얘기를 하고......... 소주를 더 사오겠다고 나갔는데.... 그 다음부턴.... 생각이 안나네....
아흐... 속쓰려. . . 아흐. . . .
순애, 테이블로 걸어온다.
생수통을 열어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데 도시락과 찬합놓인걸 본다.
순애 : 어머.... 도시락을 사다놓고 갔네?
순애, 도시락을 연다.
예쁜 주먹밥과 오밀조밀 담은 콩자반과 김치, 단무지가 나오고.
보온 도시락을 열자 잣죽이 나온다. 향을 맡아보며
순애 : 음. . . . 이런 잣죽을 어디서 사온거지. . . 속 쓰린건 멈추겠다. (앉아서 먹기 시작한다)
11. 오피스텔 계단 / 아침
멍한 표정으로 계속 앉아있는 신영. 버튼을 누른다.
순애와 이름과 번호뜬다.
통화버튼을 누르다 멈춘다. 가만히 앉아있다.
12. 준호 진찰실 / 아침
준호 거울보고 전기면도기로 수염깎다가
준호 : . . . 아니 순애씨는 왜 내 옆에서 자고 있는거야?
(고개 흔들며) 아무리 취했어도 내가 신영이 친구한테 실수 할 놈은 절대 아냐. . . .
(하다가 깜짝) 가만! 나야 그렇다치구 순애씨가 혹시 내가 잠든 사이에.....
13. 준호 오피스텔 / 아침
설거지 하는 순애. 손놀림 바지런하다.
마음이 조급해보인다. 청소도 하고.....
도시락과 잣죽이 담긴 밀폐용기는 냉장고에 넣어둔다.
순애, 메모를 쓴다.
순애(E) : 사다주신 도시락 잘먹었어요 준호씨. 어젯밤에 다 못한 얘기는 다시 만나서 해요.
냉장고에 메모를 붙이고 가방을 챙기는 순애.
소파 한쪽 구석에 핸드폰 떨어져있는 것 못보고 나간다.
14. 오피스텔 일각 / 아침
한쪽에 숨어서 입구를 바라보고 있는 신영.
잠시후 순애가 걸어나온다.
키를 종이로 곱게 싸 그 위에 ‘준호씨’라 적었다. 경비에게 맡기고 오피스텔 건물을 나간다.
신영 멍하니.
15. 준호 오피스텔 / 아침
문 열리고. 천천히 들어서는 신영.
깨끗하게 정리 돼있고 도시락도 설거지 돼 거꾸로 세워져있다.
냉장고에 붙은 메모를 본다.
신영 : . . .사다주신 도시락 잘먹었어요 준호씨. 어젯밤에 다 못한 얘기는 다시 만나서해요.
신영, 믿을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의자에 털썩 앉는데 이때 갑자기 핸드폰 벨이 울린다.
가방을 보면 신영의 핸드폰 잠잠하고... 소리 따라가보면 소파에 놓여있는 순애 핸드폰.
발신창에 ‘장승리’라 뜬다.
신영 : (순간적으로 플립을 열어 귀에 댄다)
16. 승리 아파트 / 아침
식탁에 쥬스와 토스트 차리며 승리 바락바락 전화하는...
승리 : 넌 어떻게 된거야. 집에 안들어올꺼면 전화라도 해줘야지. 밤새 전화도 꺼져있고 . . .
뭐야. 병원에서 밤샘거야? . . .아 왜 말이 없어.
17. 준호 오피스텔 / 아침
신영, 플립을 탁 닫고 소파에 털썩 앉는다. 혼란......
18. 오피스텔 입구 / 아침
순애 뛰어들어온다. 경비에게
순애 : 아저씨 아까 맡긴 열쇠 좀 다시 주실래요? 휴대폰을 두고 나왔어요.
19. 준호 오피스텔 / 아침
신영, 앉아있는데 문 열리는 소리난다. 신영 깜짝 놀라고. . .
잠시후 순애 들어선다. 이리저리 찾는다. 소파위에 놓인 핸드폰을 찾아든다.
전화벨이 울린다.
순애 : 응, 승리야.
승리(F) : 넌 어떻게 된거야. 밤새 전화도 꺼져있구 전화하면 뚝 끓어버리구.... 너 지금 어디야.
순애 : 나 지금 준호씨 오피스텔.
승리(F) : 뭐어?
순애 : 가서 얘기할게.
순애, 나간다.
잠시 후 침대 밑에서 신영, 기어나온다. 얼빠지고 침울한 얼굴.
신영 : . . . .뭐야. . .다들 나만 바보로 만든거야. . . . ?
20. 승리 아파트 / 아침
자신의 미니홈피 보고 있는 승리. 화려한 옷 입고 찍은 사진들 떠있다.
승리 : 대박이야 대박. . . .리플만 달재도 한나절이 다가네....
문소리 나고 순애가 들어온다.
승리 : 넌 어떻게 된거야? 아침 댓바람부터 준호네 집엔 왜 갔어?
순애 : (식탁으로 가 물 따라마시고)
승리 : 어젠 병원에서 밤샜니? 핸드폰도 꺼져있구. . . 병원에서 밤을 새면 전화 한통 해줘야할꺼 아냐.
니가 좋아하는 카레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순애 : 승리야.
승리 : 왜?
순애 : 나 어젯밤에 준호씨네서 잤어.
승리 : 뭐!
21. 준호 진찰실 / 아침
준호, 전화벨 울려서 보면 신영이다. 선뜻 전화를 받지 못하겠고....
한참 울린후에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준호 : . . . .어! 신영이냐.
22. 준호 오피스텔 / 아침
신영, 순애가 쓴 쪽지를 바라보며 통화중.
신영 : 넌 어때, 준호야?
23. 준호 진찰실 / 아침
준호 : (괜히 뜨끔). . . 뭐가?
신영 : 너 아픈건 좀 어때. 몸살기운 있었쟎아 어제.
준호 : 응... 괜챦아.
신영 : . . . . . .
준호 : . . . .여보세요?
신영 : 점심때 바쁘니? 나랑 같이 점심먹을래?
준호 : 어떡하지.... 오늘은 우리 과장님이랑 약속이 있는데.
신영 :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
준호 : . . . .응. . . . (전화끓고 가슴을 만지며) 아흐... 죄진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가슴이 뛰지...
24. 피트니스 센터 / 아침
운동복입고 러닝머신 위에서 걷고 있는 신영. 이마에 땀이 맺힌채 생각에 빠져있다.
플래쉬백들 섬광처럼 번쩍거리며 스쳐간다.
6부 펜션으로 여행, 게임때 입술이 부딪힌 순왜와 준호.
8부 신영방, 나 버렸어 다신 안봐. 그럼 내가 갖는다. 가져라.....
10부 니가 신준호를 좋아해서 그런게 아니구? 순애, 솔직히 말해? 아냐 절대 아냐......
11부 어린이대공원의 준호, 니 생일날 여자들끼리만 할 얘기가 있대놓고... 그날 왜 김지훈을 부른거야?
순애씨가 전화해서 그러더라. 니 생일은 여자끼리 할 얘기가 있으니까
다른 날 만났으면 좋겠다구.............
신영, 러닝머신의 속도를 높혀 뛰기 시작한다.
25. 승리 아파트 / 아침
소파에 앉아있는 승리.
순애 왔다갔다 정신없다.
승리 : 정말 기억이 없어? 완전히 블랙아웃이야?
순애 : 응, 나 미쳤지? 내가 미쳤지?
승리 : 아 정신없어! 좀 앉아.
순애 : 내가 왜 그랬지... 왜 그렇게 술을 마셨지.
승리 : 맨 정신으로 얘기못할 것 같음 딱 얘기할만큼만 취해야지. 그 선을 넘어버리면 어떡허냐.
순애 : 내가 준호씨한테 마음이 끌려서 신영이랑 김지훈을 엮어줄려고 꿍수를 좀 썼다.
정말 내가 미쳤었다 미안하다..... 거기까지 얘기한 거는 같거든?
승리 : 그 다음은?
순애 : 술이 떨어져서 내가 술을 사러나갔어... 그 다음부턴 필름 아웃!
승리 : 술사가지고 들어오면서 우리집으로 착각을 했고 거기서 그냥 뻗은거 아냐?
순애 : 내가 돌았지.... 이게 무슨 망신이야...
승리 : 아침에 깨보니까 너 옷은 제대로 입고 있었니?
순애 : 아니.... 자면서 더웠는지 내가 좀 벗고 있더라구.
승리 : (등짝을 때리며) 미쳤어 얘가 미쳤어!
순애 : 그래두 가릴건 다 가리고 있었지.
승리 : 니들.... 아무일 없었던거지?
순애 : (펄쩍) 일이 있긴 뭐가 있어.
승리 : 남자들은 몰라. 술만 마시면 인간의 탈을 약간 벗어던지거든.
순애 : 끔찍한 소리 좀 하지마. 준호씨도 필름끓어졌다는걸
보니까 술취해서 비슷한 시간에 뻗은 것 같아.
승리 : 아무 일이 없었다쳐두.... 신영이한텐 얘기하지말자. 괜히 기분나쁘쟎아. 오해를 할 수도있구.
순애 : 당연하지 신영이는 절대 알면 안돼지.
26. 대형 오락실 / 낮
때리고 치는 게임에 몰두해있는 신영. 열심히 치고 패고.....
신영 : 떨꺼 없어 이신영.... 니가 왜 떠냐.... 신준호가 니 남편도 아니구 니 친구랑 . . .
뭐 그렇다고 해서 니가 왜 떨어. 떨지마, 이신영.
27. 지훈 사무실 / 낮
지훈, 전화를 건다.
지훈 : 신영씨? 지금 어딘데 그렇게 시끄러워요? 안 바쁘면 점심이나 같이 합시다.
친군데 점심정도는 같이 먹을수 있쟎아요?
28. 회전초밥집 / 낮
돌아가는 초밥중에 맛있어 보이는 것들만 골라서 테이블에 놔주는 영훈.
지훈 : 참치 뱃살로 만든거 드셔보세요. 아주 맛있어요. 아, 이 메로구이두요. 피부에 좋대요.
신영 : 네. . .(먹는둥 마는둥)
지훈 : 밥 맛이 없어요?
신영 : 아뇨....
지훈 :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요..
신영 : 뭘. . .요?
지훈 : 신영씨 긴장하네.... 내가 또 무슨 말로 만나자고 조를까 겁나죠?
신영 : ........
지훈 : 생각을 해봤는데요. 신영씨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면 어때요?
기획, 취재, 촬영 전부 혼자하면서요.
신영(E) : . . . . . 그래 나한텐 일이 있었어!
지훈 : 아님 시사주간지 같은데서 자유기고가로 뛰어보거나. 태근 형이랑 제가 이리저리 알아보면
자리는 어렵지 않게 날 것 같은데....
신영 : 기자가 되기엔 능력부족같아요. 다른 일에도 한번 도전해 보고싶어요, 이제.
지훈 : . . . (신영 물끄러미 보는) 신영씨 오늘 얼굴이 어둡네요. 무슨 일 있어요?
신영 : 참! 저보다 인생에 대해서 많이 아는척 하시니까 제가 뭐 하나 여쭤볼께요.
지훈 : 뭔데요?
29. 노천 카페 / 낮
지훈, 커피마시며 가만히 앉아있다.
신영, 오렌지 쥬스 마시며
신영 : 쥬스가 (잔의 반 정도가리키며) 여기 올때까진 대답을 해주세요.
지훈 : (쥬스를 본다)
신영 : (빨리 쭉 마셔 그 선에 맞춘다)
지훈 : 어떡하면 마음의 평화를 얻겠습니까... 여쭤봤더니 절 마당에서 뛰노는 강아지를 보시고 .....
신영 : 초여름날 대낮, 절 마당에서 삽살개가 뛰어놉니다..... 이러시곤 가버렸어요.
지훈 : 신영씨 해석이 맞는 것 같은데요. .... 개소리 하지 말아라...
신영 :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지훈 : 어리석게 살지말라는 뜻이죠. 신영씨 멍청하단 소립니다.
신영 : 어떻게요?
지훈 : 직장은 왜 짤렸을까 마흔살까지 이러구있음 어쩌나.... 걱정된다고 징징댔다면서요.
신영 : 네.
지훈 : 왜 지나간 과거와,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미리 걱정하면서 마음을 태우느냐.
지금 현재를 봐라. 당신 옆 마당에서 삽살개가 뛰어노는 지금 현재를 봐라. 앞서 걱정하지마라. . .
신영 : 말 돼네....
지훈 : 괴로움의 대부분이요. 지나간 과거의 일이나, 미래에 대한 두려운 상상이라쟎아요.
거기서 벗어나면 마음의 평화가 오죠.
신영 : (고개 끄덕) 그런 것 같기도하구.....
지훈 : 아님 말구요.
30. 카페 앞 / 낮
지훈, 신영 차앞으로 오며
지훈 : 타요, 편한 데까지 데려다줄께요.
신영 : 괜챦아요 좀 걷고싶어요.
지훈 : 아까 말한거 생각있음 연락줘요. 태근 형이랑 나랑 백방으로 알아볼께요.
신영씨는 일하고 뛰어다녀야 행복한 사람이쟎아요.
신영 : ..... 일단은 다른 일도 좀 찾아보구요.
지훈 : 지금 신영씨 이쁘고, 나처럼 좋은 친구도 있고, 위기는 곧 기회고, 충분히 행복할 수 있어요.
괜히 앞서 걱정하기 없깁니다.
신영 : 네.
지훈 : 절 마당 삽살개를 기억하세요.
신영 : 네.
지훈의 차 멀어진다.
신영 : . . . . . (좋은 사람 같긴해)......
31. 승리 아파트 / 낮
승리, 칼라복사를 한 종이를 한 묶음 들고 들어온다.
“어린이를 위한 파티전문. Kids Party Planner 장승리” ‘행복한 날을 더 행복하게!’
예쁜 그림도 들어가있고 색상도 고운 파티홍보용전단이다.
승리, 인쇄가 잘나왔는지 살펴보다가....
승리 : 그러구보니 이신영 전화가 오늘 한 통두 없네.... (의아)....혹시.... 에이 설마. . . .
32 신영네 외경 / 밤
33. 신영네 거실 / 밤
신영, 현관에서 들어온다. 부엌에서 싸우는 소리 들린다.
희숙(E) : 당신땜에 못살아 내가 정말. 당신이랑 결혼한거 후회막급이야.
원영(E) : 결혼은 내가 하쟀나? 내가 하쟀어.
찬영과 미나 TV앞에 앉아서 귀막고 있다.
찬영 : 그만 좀 싸워라. 시끄러워서 텔레비전 소리가 안들리쟎아.
미나 : 삼촌, 그냥 냅둬. 저렇게 싸우면서 정드는거래.
신영 : (다가와) 저 팀 왜 저래?
찬영 : 오늘 가게로 형수네 대학동창들이 왔었대나봐. 다들 빵빵한 친구들만.
신영 : 그런데?
찬영 : 친구 한사람이 형수 속을 긁어놨대요. 어머 학교도 졸업안하고 시집가더니 모야모야....
생긴건 식당 아줌마로 안보이는데.... 역시 사람은 겉만보고 모르나봐. 호호호...
34. 신영네 부엌 / 밤
원영과 희숙 싸우고 있다.
희숙 : 당신이 멀쩡하게 다니는 회사만 안때려치고 나왔어도 오늘같은 일이 왜 생겨.
원영 : 왜 자꾸 지난 일을 들추고 그래. 사람이 왜 그렇게 못났어.
희숙 : 여자팔자 뒤웅박 팔자라더니 당신 때문에 나도 주가 폭락이야.
원영 : 여자들은 그게 틀렸어. 왜 그렇게 남자한테 의지할려고 하지? 자기 힘으로 할 생각은 왜 못해?
희숙 : (밖에다) 미나야 넌 시집가지말구 너 혼자 하고싶은거 다하고 누릴 꺼 다 누리면서 살아라.
이 엄마처럼 지지리궁상으로 살지마.
원영 : 잘하는 짓이다.
희숙 : 여자라고 출세 못하는 세상이 아니야 지금은. 공부도 하고싶은 만큼하고 돈도 많이 벌고
전세계 다 돌아다니고 연애도 마음대로하고 자유롭게 살어!
엄마처럼 이렇게 후진 인생 살지마, 너는.
신영 : (들어서며) 그러면서 나더런 왜 시집가래?
희숙 : . . . . . 언제...왔어?
35. 준호 오피스텔 / 밤
어두운 방. 준호, 문열고 들어온다. 조심스레 불을 켠다.
아무도 없고 깨끗하게 치워져있는 방.
준호 : (이리저리 둘러본다)
냉장고에 붙은 메모를 발견, 떼어본다.
순애(E) : 사다주신 도시락 잘먹었어요 준호씨. 어젯밤에 다 못한 얘기는 다시 만나서 해요.
준호 : 어젯밤에 무슨 얘기를 했다고 이러지?
준호, 곰곰이 생각하는...... 술 마시던 테이블을 바라본다.
++어젯밤 재연.
앉아있는 순애와 준호. 소주를 마시고 있다.
빈 소줏병 세 개. 마시는 한 병도 거의 비었다.
안주는 오징어와 참치캔, 소세지 볶음.....
두 사람 많이 취해있다.
순애 : (혀 꼬부라지는) 저요, 이제부터 인생 새롭게 살기로 다짐했걸랑요.
그런데 자꾸 태클이 들어와, 제기랄.
준호 : (역시 취한) 네! 제기랄 한표 나왔습니다.
순애 : (깔깔 큰소리로 웃으며) 그런데 나요, 지지 않을꺼예요.
더 이상 불쌍한 소녀가장 진순애로 살지 않겠다 이거예요.
준호 : 순애씨 파이팅! 자, 이쯤에서 또 건배!
두 사람 건배하고 마신다.
빈 잔에 따르려는데 반잔 나오다 말고.
준호 : 어? 술 다 떨어졌네. 우리가 네병을 마셨어요 지금?
순애 : 야개야개! (약해약해) 한병 더합시다.
준호 : 콜!
순애 : 내가 가져올께요.
순애, 일어나서 냉장고로 가는데 비틀거리다 다리가 꼬여 엎어진다.
준호 : 뭐야 순애씨.... 다 큰 사람이 왜 엎어지고 그래....
순애 : 나는 가만있는데 방바닥이 확 솟아오르쟎아요.
준호 : (방바닥에 쾅쾅 발구르며) 보증금이 싼 집이라 방바닥도 말썽이야.
순애 : (냉장고로) 어? 뭐 이래. 맥주캔 두개밖에 없네?
준호 : 가져와요 그냥.
순애 : (맥주캔 들고 와 따고) 건배!
준호 : 맥주보니까 얼마전에 신영이가 맥주 꼴깍꼴깍마시면서 나한테 톡톡 쏘던 생각이 나네...
아니 그 놈은 바보 아니야? 내가 그 고집세고 나이많고 얼굴만 좀 이쁠까말까한 자기한테
마음이 끌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 어떻게 김지훈이랑...... 어으. . .열받어! 열내니까 덥네.
아으 열나.... (준호 티셔츠를 벗는다. 런닝샤츠가 나온다)
순애 : 저요.... 신영이랑 준호씨한테 잘못한거 있어요. 이제 얘기할래요.
준호 : 해보세요.
순애 : 돈도 없이 궁상스럽게 혼자 늙어갈 내 모습이 너무 두려웠어요.
나두 좋은 남자를 잡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욕심을 냈었구요.
준호 : 그게 뭐가 잘못이예요? 당연한거지.... 그래서 욕심나서 어떻게 됐는데요?
순애 : 잠깐 내가 정신이 나갔었어요, 친구고 뭐고 안보이더라구요.
일단 내 살길부터 찾아야겠다 싶어서 내가 . . .
준호 : 내가....?
순애 : . . . . .준호씨, 나 소주 딱 한잔만 더 마시면 다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애. 내가 술사올께요.
준호 : 내가 사올께요.
순애 : 아니예요.... 열도 식힐겸 내가 나갔다올께요. (일어서는데)
준호 : (바지주머니 뒤져 2만원꺼내며) 자요, 이걸루 사와요.
순애 : 나 돈 있어요.
준호 : 순애씨는 돈 쓰지말라니까 글쎄..... 순애씨 사정 내가 모르면 누가 아냐. (테이블에 푹 엎어진다)
순애 : . . . .이러니까 내가 준호씨한테 마음이 끌렸던거예요.
나를 다 이해해주고 내 사정 아는 사람같으니까. 그래서 신영이가 김지훈이랑 잘되면
나는 준호씨랑 잘될 줄 알고 내가 두 사람을..... 준호씨, 자요? 내 말듣고 있어요?
준호 : (옆으로 엎드린채 홍알홍알) 방바닥이 이번엔 뱅뱅도네.... 내일 당장 관리실에 말할꺼야....
월세를 깎아주던지 방바닥을 고쳐주던지. (다시 눈감고 쿨~)
순애 : . . . .(흔들어 깨우며) 준호씨, 내 얘기 들었어요?
준호 : ..... 어? 순애씨 벌써 갔다왔어요?
순애 : 술 사갖고 와서 다시 얘기할께요.
순애, 나간다.
준호, 테이블에 엎어져서 한참 있다가 목도 긁고 배를 긁으며 일어선다.
런닝벗어 던지며 침대로 가 엎어진다. . . .필름 치지직 치지직.......
++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준호 : .....기억이 가물가물해.... (머리 절레절레하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헉! 잠깐......
(메모를 다시본다) 사다주신 도시락 잘먹었어요? 이게 무슨 소리야?
준호, 싱크대를 본다. 설거지 된 보온도시락 놓여있다.
냉장고를 열어본다. 주먹밥 든 찬합통과 잣죽이 든 밀폐용기세트.....
준호 : . . . . !!!
36. 오피스텔 입구 / 밤
준호, 경비카운터로 후다닥 뛰어내려간다.
준호 : 아저씨! 저 출근하고 제 집에 누구 왔다갔죠?
경비 : 잘모르겠는데.
준호 : 잘 좀 생각해보세요. 누가 802호에 뭘 좀 갖다놓겠다고 한 사람없었냐구요.
경비 : 아 802호.... 생각난다. 왜 얼굴 요만하니 주먹만하고, 귀엽고 까부는 아가씨 있쟎아.
준호 : 키는 이만하고 머리는 이만큼 오고 약간 삐치게 하고....
경비 : 맞어 맞어. 아침에 뭘 잔뜩 싸갖고 와선 문열어 달라고 보채싸서....
준호 : . . . . !!!!!
경비 : 아 그리고 그 아가씨 들어가고나서 좀 있다
또 다른 아가씨가 열쇠 맡기고 나갔다가. . . .또 들어왔지 아마. 핸드폰 빠뜨리고 갔다구.
준호 : . . . . .??
경비 : (준호 툭 치며) 젊어서 너무 무리하지 마. 내 꼴 나.
준호 : . . . . .
37. 준호 오피스텔 / 밤
창가에 앉아 혼자 추리중인 준호.
준호 : 내가 출근을 하자마자 신영이가 도시락을 들고 왔다..... 그리고 순애씨가 그걸 먹었다.....
준호, 문 쪽을 바라본다.
상상.......
도시락을 갖고 온 신영, 잠자고 있는 순애를 보고 놀라 소리친다. ‘으악....’
자고 있던 순애 놀라서 깨어난다.
신영, 달려가 순애의 머리채를 잡는다. 두 사람 침대에서 뒹굴며 싸운다.
신영, 한쪽에 앉아서 엉엉울고 있고
순애는 아무렇지 않다는듯 산발을 한 머리로 식탁에 앉아 잣죽을 퍼먹고 있다.
순애 : 야, 김치는 안 싸왔냐?
준호, 도리도리. . . . .
준호 : 아냐 아냐..... (메모를 보며) 내가 사다준 도시락으로 착각하고 있는데...
38. 신영 방 / 밤
신영, 컴퓨터 앞에 앉아 일기쓰는중.
신영 : 이신영 최악의 시나리오. 순애랑 준호가 결혼한다. 나는 계속 실업자로 남는다....
마흔살 너머까지 취직도 안돼고 그 어떤 남자도 만나지 못해 노처녀로 지내다가....
지훈(E) : 절 마당 삽살개를 기억하세요.
신영 : (도리도리) 미리 앞서 걱정하지말자. (썼던 글 다 지워버리고)
신영, 핸드폰 울려서 보면 준호다. 밧데리 빼버리고 받지 않는다.
잠시후 집 전화벨이 밖에서 울리는 소리.
찬영 : (집 무선전화 가져오며) 준호형이야.
신영 : (받아 무뚝뚝) 여보세요.
39. 공원 / 밤
준호, 도시락통을 신영에게 내밀며
준호 : 이거 니가 싸온거니?
신영 : 아니!
준호 : .......
신영 : 왜? 누가 너한테 도시락을 싸다줬어?
준호 : 너 맞지? 아플 때 잣죽 만들어주는거 너희 어머니가 그러시쟎아.
옛날에 나 감기걸려 결석했을때도 니가 우리집에 잣죽 갖다줬쟎아.
신영 : 죽쑤는 소리 그만하고, 이리 내놔. 설겆인 잘해온거겠지? 니가 직접했니? 아님 딴 사람이 했나.
준호 : 신영아!
신영 : 잘 가. (돌아서는데)
준호 : (잡는다) 너 뭘 어디까지 보고 얼마만큼 오해하고 있는거야?
신영 : 오해하는거 없어.
준호 : 신영아..... 얘기 좀 해봐.
신영 : . . . . 설사 무슨 일이 있었대도 난 상관없어.
준호 : 상관있어야지 상관없음 어떡해.
신영 : 왜 상관있어야하는데?
준호 : . . . .내가 널 좋아하니까.
신영 : . . . .
준호 : 니가 나만 좋아해줬음 좋겠구 내가 딴 여자쳐다보면 질투내고 나한테 잔소리 했음 좋겠어.
신영 : . . . .그러면서... 어떻게 순애랑......
준호 : 사실대로 말할게 니가 김지훈이랑 나랑 비교하고 저울질하는 것 같아서 속상했어.
순애씨한테 나 그 집가서 술한잔해도 되냐고 하니까 우리집으로 오겠대.
그래서 너 때문에 속상하단말 하면서 술마셨어.
술이 떡이돼서 잠들었고 깨보니까 순애씨도 자고있었어.
신영 : 듣기 싫어 기분 안좋아.
준호 : 나 정말 결백해. 아무 일도 없었어, 아무일도.
신영 : 순애가 옷을 안입은채 자고 있었어.
준호 : 술 취해서 더우니까 벗고 잤을 수도 있지. 자기 방으로 착각하고.
그랬을꺼야. 순애씨도 술깨고 챙피하니까 오늘 나한테 전화 한통 없어.
신영 : 순애가 널 좋아하나봐.
준호 : 나는 너를 좋아해 신영아.
신영 : 난 니가 바라는 여자가 아니야, 준호야. 나이도 많고, 고집도 쎄고, 돈도 없어.
준호 : 그래도 좋으니까 진짜 사랑하는거지.
신영 : .....
준호 : 어떡하냐.... 골치아프다. 내가 널 사랑하는 것 같아. 너같은 사고뭉치를.....
신영 : . . . .
준호 : 이젠 시골로 전학갈 일도 없고.... 신영아, 우리 이젠 떨어지지말자.
두 사람, 껴안고..... 따뜻하게 마주보다 키스한다.
신영(E) : 사랑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끝을 모르고 떨어지던 낭떠러지 맨 밑바닥에,
푹신한 실크쿳션이 깔려있을지도 모르는게 인생입니다.
사랑이 찾아왔습니다. 행복합니다. 하지만 지금 난 일을 찾아야합니다.
일을 찾으면 또 사랑이 떠날까요.... 아뇨아뇨 앞서 걱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고 따뜻한 이신영입니다.
두 사람 손잡고 준호, 도시락 가방 들고 걸어가는 모습....
손잡고 투스텝도하고.
40. 병원 입원실/ 아침
인턴들과 함께 회진중인 준호.
엎드려 있는 환자를 보고
준호 : 어이구.... 붓기도 다 내리고..... 쑤시는 통증도 이제 없으시죠? 치료를 아주 잘 참아주셨어요.
저까지 기분이 좋네요...하하하..
밝은 표정의 준호, 인턴들과 기분좋게 웃는다.
41. 외국어 학원 / 아침
중국어 강사의 발음 따라하면서 열심인 신영. 얼굴에 활기가 돈다.
신영 : (눈 깜빡깜빡하며) 워 아이니...
42. 서울 옥션하우스 / 낮
승리, 귀부인처럼 차리고 앉아있다.
경매가 진행중이다. 경매사, 요란한 색상으로 찍찍 그려진 추상화 한점을 놓고 서서 설명한다.
승리, 아리송한 추상화를 보며 저 그림이 좋은건가.... 갸우뚱...
다른 사람들 표정도 살피면서 앉아있다.
경매사 : 서양화가 김지욱 선생의 작품입니다. 파리 유학시절 추상으로 진로를 바꾼 후 그리기 시작한,
초기 작품 가운데 하나인데요. 선과 색이 아름답게 살아있습니다.
승리 : (옆으로도 보고). . .거꾸로 든건 아니겠지? 사두면 돈 좀 될려나...
경매사 : 뉴욕 월드하우스 갤러리에서 열렸던 아시아 작가전에 출품됐던 작품입니다.
외로운 날에 말걸기란 작품제목처럼 ...(화려한 색감과 함께 어우러진 이 여백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해외평단에서도 극찬을 받은 바 있습니다)...........
승리 : (혼잣말) 저게 외로운 날 말거는거야? 외로운날 그냥 물감통 쏟은 것 같구만.
경매사 : 경매 시작가 천만원입니다. 호가폭은 백만원으로 하겠습니다. 자, 경매시작하겠습니다.
사람들, 패들을 들기 시작한다.
경매사 : 네, 42번 천백! 19번 천 이백! 67번 천 삼백!
승리 : (이리저리 사람들 둘러보고 눈치보고) 이 주걱같은건 언제 들어야 좋은거야. . . .
사람들, 패들을 들고 경매사는 번호를 부르고. 네, 1번. 33번. . . .
승리 : 으씨. . .한번은 들어줘야 체면이 설텐데.... 에라 모르겠다. (패들을 든다)
경매사 : (승리를 보며) 네, 28번! 더 이상 안계십니까?
사람들 : (조용). . . .
경매사 : 현재 경매가 2천 7백만원 나왔습니다.
승리 : 헉! 2천 7백?
경매사 : 2천 8백 안계십니까? 2천 8백!
승리 : (사람들에게) 아 왜 안들어요? 나 그냥 한번 들어본건데... 가려워서 긁느라고 팔이 올라간거예요.
빨리 더 드세요!
사람들 : (조용). . . .
(E) : 핸드폰 벨
승리 : (전화열며) 죄송해요, 저 그 작품 못삽니다. 다음에 다시 올께요. (나오면서 전화에) 하이, 신영!
43. 카 페 / 낮
머핀이나 샌드위치를 차와 함께 먹는 신영 승리.
신영 : 넌 사업을 같이 하재놓고 연락도 없냐 기집애야.
승리 : 난 니가 바쁜가보다 했지.
신영 : 경매에서 작품 좀 샀어?
승리 : 사업자금 좀 만들어볼까했는데 아직 실력부족이야.
신영 : 내가 좀 보탤게.
승리 : 너 정말 같이할래?
신영 : 해보자. 까짓꺼.
승리 : 나 그러다 신준호한테 혼나는거 아냐.
신영 : 나 준호랑 진지하게 만나기 시작했다.
승리 : (놀라) 뭐?
신영 : 뭐 당장 결혼을 하겠단건 아니구.......
승리 : 준호가 그러재? 진지하게 사귀어보재?
신영 : (미소로 끄덕끄덕)
44. 병원 일각 / 낮
준호, 통화하면서 걸어간다.
준호 : 나는 회진 돌았지. 내가 수술한 환자 말짱해져서 너무 기분좋아 지금.
지훈, 지나가다 준호와 마주친다.
준호, 가벼운 목례만하고 통화계속하며 지나간다.
준호 : 이신영 베이비! 점심 먹었어? 맛있는거 먹어라. 알았지?그래.. (끓고)
지훈 : . . . . . .
준호, 휘파람 불며 걸어가는데 문자도착음.
준호 : 짜식. . . .그새를 못참고..... (미소로 핸드폰을 보면)
순애(E) : 준호씨, 오늘 저녁에 잠깐 만나요.
준호 : . . . . .
45. 병원 일각 / 밤
순애, 앉아있다.
준호, 캔 음료를 두 개 들고 아무렇지도 않은 밝은 얼굴로 걸어온다.
준호 : 순애씨!
순애 : (미소)
준호 : (음료주며) 자요! 아버님 수술 다음주에 하신다면서요.
심장쪽 수술로는 우리나라 최고 명의가 하시니까 걱정 꽉 붙들어 매세요.
순애 : 네....
준호 : 그날은 잘 들어갔어요? 아... 우리 그날 왜 그렇게 퍼마신거야...
다음날 저녁까지도 어지러워서 죽는 줄 알았네.... 순애씨는 괜챦았어요?
순애 : 저도 장난아니었죠.
준호 : 다음부턴 우리 살살마십시다.
순애 : 준호씨. . . .그날 어디까지 기억나요?
준호 : 순애씨도 필름 끓겼어요?
순애 : 네. 제가 술사러 나간 것까지만 기억나요.
준호 : 나도 그 근처에서 지지직이예요. 순애씨가 나한테 뭐라뭐라하고 나간건 같은데
그 다음부턴 기억이 없어요.
순애 : 저두 술 사러 나간 것까진 기억나는데 내가 왜 준호씨네 집에서 아침까지 자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아요.
준호 : 저두 아침에 얼마나 놀랬는지 아세요?
순애 : 우리.... 그날. . . .
준호 : . . . . .
순애 : 아무 일 없었던거 맞죠?
준호 : (펄쩍) 일이요? 무슨 일이요?
순애 : (말하기 난처한) 그러니까 그런. . . .
준호 : 떽! 사람을 뭘로 아는거예요. ....순애씨가 나를 덮칠 그런 사람으로 자기자신을 알고 있는거예요?
순애 : 우리 그날 아무 일 없었던거 맞죠? 그쵸?
준호 : 아무일도 없었습니다. 아무일도!
순애 : (시원한 듯 밝게 웃는다)
46. 승리 아파트 / 밤
신영과 승리, 파티용 모자와 일회용 꽃접시 챙기며 얘기하고 있다.
승리 : 영어과외하는 애 생일잔친데, 걔네 엄마가 쥬스랑 야채 다 유기농으로 준비해달라는거 있지.
짜증나게.
신영 : 그냥 해줘. 남의 돈벌기가 어디 쉬운가...
승리 : 천하의 장승리, 빅토리 장! 성질 많이 죽었다.
문소리나고 순애, 들어온다.
신영이 와 있는걸 보고 잠시 멈칫... 이내 밝게
순애 : 신영이 왔구나. 저녁은 먹었니?
신영 : 승리가 김밥 말아줘서 먹었어.
순애 : 너 요새 외국어학원 어디로 다녀?
신영 : 왜?
순애 : 우리 가게 수석제빵사 선생님이 빠리에서 공부하고 오신분이거든.
나한테 막 가르쳐 줄려고하시구, 책도 가져다보라는데 다 불어로 돼 있으니 읽을 수가 있어야지.
불어공부 시작할려구.
신영 : 우와.... 진순애 짱!
순애 : 내가 말했쟎아. 내 인생 제 2막을 열겠다구.
신영 : 니들 같은 친구가 있으니까 나도 절대 주저앉을 수 없지용.
순애 : 알지? 변신!
승리.신영 : 변신!
순애 : 신영아. . . . (껴안으며) 내가 미안했어.... 니가 나한테 어떤 친군데.... 내가 너한테....
신영 : . . . 지지배... 뭔소리 하는거야.....
순애 : 너한테 고백할꺼 있어. 신영아 나 준호한테 마음 끌렸었어.
볼꺼 하나없는 처량한 노처녀로 늙어갈게 너무너무 무서워서 괜챦은 남자를 하나 잡고 싶었어.
신영 : 그런 얘기 안해도 돼 순애야.
순애 : 아냐 할래. 너는 결혼보다 일이 중요하다고 그러구 김지훈같이 멋진 남자가 너한테 목매고.....
그래서 난 준호를 내가 좋아해도 되지않나. 내 남자로 만들어도 되지않나 싶었어....
(눈물) 그래서 니 생일날 준호 못 오게 내가 거짓말 했었어.
승리 : 준호네 집에 가서 술먹은 것두 방금 이 얘기할려구 갔었던거래.
맨정신으론 힘들어서 술김에 할려구 마시다가 얘기도 못하구 뻗어 버렸다지 뭐니.
순애 : 신영아 나 미쳤었지? 니가 나한테 어떤 친군데...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하고 너를 속였어......
신영 : (순애 껴안으며) 순애야....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내 옆에서도 너도 힘들었겠다.
순애 : 너무 미안하구, 나 너희들 너무 사랑해....
승리 : 으이그 이쁜년들. . . .(껴안고)
세 사람 껴안고 있다 마주보고 낄낄 웃고. 간지럼 태우고 뒹굴고....
신영 : 야! 빨리 준호 불러. 얘 지금 울다 웃었다.
세사람 깔깔..... 다정하다.
47. 외국어 학원 / 아침
불어 초급 클래스를 수강중인 순애. 프랑스인 강사에게 기초적인 표현들을 배우고 있다.
순애 : 봉쥬! . .. .봉수아! . . . 께스크 쎄?
48. 순애 카페 / 낮
경쾌한 샹송이 흐른다. 열심히 활기차게 일하는 순애 모습.
손님들 안내하고 주문받고. 종업원들에게 뭔가 씩씩하게 지시하고.
흰색 요리복으로 갈아입고 제빵사에게 빵 반죽 배우는 순애. 신나게 반죽하고 계란을 휘젓고......
49. 승리 아파트 / 낮
축하풍선과 카드 가득. 꼬마들 여서 일곱명으로 가득한 거실.
신영과 승리, 음식을 나르느라 정신없다.
신영, 사진찍어주고 웃지만... 웬지 허탈한 표정 언듯언듯 스친다.
50. 파티용품점 / 낮
물건을 고르고 전화통화중인 신영.
신영 : 어 승리야..... 이번엔 또 뭔데? 발레콩쿨 1등 축하? 알았어!
벽에다 토슈즈도 몇 개 걸어놓음 좋겠다. 내가 도매점가서 몇 개 사갈게.
그럼 알지. 기자생활 5년에 내가 서울 어디에 뭐있는지는 다 꿰고 있단거 아니니.
전화끓는데 웬지 씁쓸하다....
51. 거리 / 낮
무용용품 잔뜩 들고 걸어오다 멈춰서는 신영.
거리에 만든 커다란 화분에 꽃들 말라죽거나 누가 파간 듯 구멍이 뻥뻥 나있는 모습....
신영 후다닥 다가가 살펴본다. 다른 화단도.....
52. 보도국
전화벨이 울린다. 뉴스원고 들고 지나가던 명석. 전화받는다.
명석 : 네 UBN 사회붑니다. . . . 여보세요?
53. 거 리 / 낮
신영, 명석의 목소리에 멈칫......
이내 한쪽 코를 막고 말하는
신영 : 네, 저는 UBN뉴스 시청잔데요.... 제보를 좀 하려구요.
명석(F) : 네 말씀하십시오.
신영 : 요즘 거리에 꾸며놓은 화단들이요 관리를 안해서 다 말라죽고 누가 꽃만 뽑아가고
그랬더라구요.... 구청에서 너무 관리소홀인 것 같은데 이걸 좀 짚어주세요.
(자기도 모르게 흥분하는) 외국관광객이라도 보면 무슨 망신입니까.
말 뿐인 거리미화 안하니만 못하죠.
명석(F) : 예, 제보 감사합니다. 제보하신 분의 성함과 연락처를 좀 주시겠습니까?
신영 : (전화를 끓는다). . . .
54. 보도국 / 낮
전화 끓으며 ‘이상하네’. . .갸우뚱하는.....
앵커 지나가다가 명석을 보고
앵커 : 왜 그래?
명석 : 방금 제보전화를 한통 받았는데요... 목소리가 이신영이 비슷해요.
조목조목 따지는 말투하며..... 흡사 이신영이야.
앵커 : 나도 얼마전에 이신영 비슷한 목소리의 제보전화를 받았는데...
학교앞 소음 공해를 지적하더라구.
태근 : 저도 받았는데..... 공짜 효도관광이라고 광고해서 노인들을 울리는 사기단을 알려주던데요.
종로 5가에서 목요일마다 버스가 떠난다구요. 코막은 소린데 이신영 같았어요.
종규 : 저도 어제 받았어요. 혹시 신영 선배 아니예요? 그러니까 아니라고 전화를 탁 끓던데요.
네 사람 모두 마주본다..... 이신영이 맞구나....
우스우면서도 애잔한......
55. 지훈 사무실 / 밤
지훈, 책상에서 서류들 보고 있다.
태근 들어온다.
지훈 : 인터뷰는 다 하셨어요?
태근 : 수술이 이제 끝나서 지금까지 기다리다 간신히 땄어.
지훈 : 올해가 이 병원 10주년 되는 핸거 아시죠? 다음달에 조촐하게 기념식을 할까하는데
형도 꼭 오세요.
태근 : 기자가 다음달 스케줄을 어떻게 알아. 그날 취재가 없으면 오는거구.
지훈 : 형! 시사주간지나 다큐채널에 신영씨 일자리 좀 알아봅시다.
태근 : 나도 생각중이었다. 맨날 제보전화나 할땐 그 속이 얼마나 답답했겠어?
지훈 : 제보전화요?
태근 : 맨날 보도국으로 코 막고 전화해. 신영이가.
지훈 : 신영씨답네요.
태근 : 부장님도 당장 다시 불러들이고 싶은 눈친데 모양새라는게 또 있쟎니.
다른데서 경력 하나라도 더 얹어갖고 오는게 좋지.
지훈 : 참 신영씨한테 오빠가 있던데.... 오빠는 뭘하시나요?
56. 승리 아파트 / 밤
챠이코프스키 ‘백조의 호수’ 흐른다. 벽에는 토슈즈와 발레리나 사진과 그림 붙어있고.
축하풍선으로 가득한 승리네 거실.
초등학교 6학년의 한 여학생, 일어서서 춤을 추고 있다. 예비 발레리나.
같이 있는 친구들 모두 머리를 틀어올린 발레전공 여학생들이다.
신영과 승리, 식탁께에 서서 춤을 바라보고 승리는 따라해본다.
여학생, 인사하면 모두 박수쳐주고.
신영 : 얘들아 아무리 발레도 좋지만 좀 먹어라.
학생들 : 안돼요오.....
승리 : 칼로리 낮은걸로만 준비했으니까 걱정말고 먹어.
신영 : 먹고나서 몸무게 달아보고 가. 체중계 저쪽에 준비했거든.
승리 : 아님 빼면서 먹던가.
승리, 댄스곡을 틀어 분위기 바꿔준다. 여핵생들 모두 일어나 춤을 춘다.
학생들 신영의 손을 잡고 춤추고.... 신영도 같이 추고..... 승리 전화벨이 울린다.
승리 춤추며 전화받는
승리 : 여보세요? 네.... 키즈파티 플래너 장승리 맞습니다....와우! 과학경시대회 1등을 먹었다구요?
아이구 축하드립니다.... (수첩펴며) 잔치는 언제로 하실래요?
57. 와인 바 / 밤
건배하는 두 사람.
승리 : 짜잔. . . .(봉투를 내민다)
신영 : 뭐야?
승리 : 중간계산. (통장도 보여주며) 자, 돈 들어온거에서 재료비빼고 너랑 나랑 똑같이 나눈거다.
신영 : (봉투 안을 본다) 헉! 이렇게 많아?
승리 : 다음달에도 벌써 잡힌 것만 일곱 개야.
신영 : 우와. . . .
승리 : 시작에 불과해. 미니홈피를 이용해서 지금 패션쪽으로도 어떻게 사업을 시작해볼까
머리굴리고 있어.
신영 : 넌 정말 돈벌 궁리하는건 부지런하구나.
승리 : 다음달엔 아마 너 UBN에서 받던 월급보다 더 많이 가져갈 수 있을꺼야. 좋지? 좋지?
신영 : (미소)
승리 : 자 건배! Let's make big money!
58. 거 리 / 밤
신영 승리 걸어간다.
승리 : 돈은 곧 파워야. 하하하... 몸이 막 붕붕 뜨는 것 같다니까. 너도 그렇지?
신영 : (한 쪽으로 가 쭈그리고 앉는다)
승리 : 너 왜 그래? 어지러워? 많이 마시지도 않았쟎아.
신영 : 승리야.... 나 안행복해.
승리 : 왜?
신영 : UBN다닐때보다 돈을 더 많이 벌게 돼두..... 난 그때가 그리워.... 하나도 안 행복해.....
(고개 숙이고 눈물). . . .
승리 : 너는 참 피곤한 피를 타고 났구나.... 돈으로도 행복해 질 수가 없다니. . . .
신영 : 아까 걔들 봤지? 먹고 싶은거 맘껏 못먹으면서도 춤에 미쳐있쟎아. 그렇게 어린 애들인데두.
승리 : 그래서 너는?
신영 : 나 다시 특별취재팀에서 일하고 싶어....
부장한테 깨지구 맨날 물먹구 산에서 구르고 개한데 쫓기고 . . .나 그렇게 뛰어다니고 싶어....
승리 : . . .. 니가 그렇게 원하면 길이 어딘가 있겠지.
신영 : 어디있는데 그 길? 안보여.
승리 : 안보이면 니가 길을 내야지.
신영 : 어떻게?
승리 : 잘!
59. 지훈 사무실 / 낮
원영과 마주 앉아있는 지훈.
지훈 : 제가 찾아뵜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원영 : 아닙니다. 일전에 저희 어머니 때문에 맘상하셨을텐데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지훈 : 아닙니다. 어머님이 그러시는거 당연하죠.
원영 : 그런데 오늘 저를 보자고 하신 이유가....
지훈 : 경영학을 전공하시고 대기업에 계셨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병원 강북분원을 오픈할려고 하는데
믿을 수 있는 좋은 인재와 식구가 필요해서요. 대우는 대기업 수준 못지않게 해드릴겁니다.
의향있으심 말씀해주세요.
원영 : . . . .
60. 신영네 부엌 / 낮
식사중인 원영 금순 희숙.
원영 : 어머니....저 괜챦은 취직자리가 하나 들어왔는데요....
금순 : 뭔데?
원영 : 대우나 여건 모두 대기업 수준 이상이구요.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곳이구요.
희숙 : 어머 어머 그럼 당장 가야지.
금순 : 그래 좋은데 있으면 당장 들어가. 내가 말은 안했지만 너 우리 가게에서 일하는거
나도 마음이 안좋았다 사실. 멀쩡한 좋은 회사 다니다가
괜히 사업은 한다고 나와서 망해먹구서는....
희숙 : 여보! 거기가 어딘데?
원영 : 하늘병원에서 강북분원을 짓는대. 그래서....
금순 : 하늘병원이면 혹시 그때 그 신영이 보러 온 사람이 너한테 연락을 한거야? 김지훈이가?
원영 : ......네.
희숙 : 잘됐다. 병원장 아들이 직접 연락을 한건데 보수나 대우나 확실하게 해주겠네 잘됐다 여보.
금순 : .....
61. 거 리 / 낮
신영, 영어 중국어 책들고 바쁜 걸음으로 걷고 있다.
걸어가는데 와장창하는 큰소리 들린다. 여러명의 남자들 각목을 들고 와
비딱하니 골목을 막고 세워져있던 차 2대 유리창을 두들겨 깨부순다.
신영 : (놀라) 헉! 왜 저래? (달려가고)
신영, 달려간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멈춰서 구경하고.
신영 : 왜 그러시는겁니까? 이보세요! 왜 주차돼 있는 남의 차를 부숴요? 아 말씀을 좀 해보세요!
UBN보도차량 와서 서고 종규와 다른 기자가 내린다.
유리창 박살이 난 차 서있다.
신영 : 방금 무슨 일이 있었냐면 네명의 20대 장정들이 갑자기 각목을 들고 나타나서 차를 다 깨부셨어.
이유가 뭐냐면 주차난 때문이었어.
기자 : 인터뷰 딸만한 목격자 없을까요?
신영 : (돌아보는) 응, 저기 저분. 아까부터 서서 구경했다.
기자, 다가가려하자 목격자로 지목받은 사람 안하겠다고 손내저으며 도망간다.
신영 : 아니 목격자들이 다 도망가버림 어떡해.
종규 : (신영 가리키며) 여기 한 사람있네.
신영 : ???
62. 편집실 / 낮
신영의 뒷모습 찍힌 테잎보고 있는 종규 신영.
음성변조로 나온다.
신영 : 갑자기 달려들어서 차를 부수더라구요. 연락처도 없이 차가 가로막고 있어서
공장에 물건을 못넣었대요. 골목 주차난이 결국 이웃간의 소송까지 불러올 판이라니까요.
종규 : 됐지?
신영 : 이름도 다른 걸로 넣어줘. (일어서며) 수고해라!
종규 : 선배 오늘 고마워! 민재선배가 언제 술 사겠대.
신영, 걸어나온다.
터벅터벅 걸어가다 문득 멈추고 서는.
63. 보도국 스튜디오 / 낮
신영, 유리부스를 통해 보이는 스튜디오를 바라본다. 불켜진채 비어있는 스튜디오.
기분좋아 벅찬 목소리로 나누는 이야기,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신영(E) : 부장님, 저 취재 성공했어요! 오늘 뉴스에 낼 수 있습니다.
앵커(E) : 어 그래 이신영! 수고했어! 고맙다.
태근(E) : 야 우리 영새 대단한데. 역시 근성있어!
명석(E) : 너는 전생에 마당쇠였냐 지칠 줄을 모르냐 애가....
종규(E) : 선배! TCN은 물먹었다. 우리 단독보도야!
신영, 눈물이 핑글돈다.
그 시절 너무 그립고. . . .주먹을 꽉 쥐어본다.
64. 회사 일각/ 낮
태근과 마주앉아있는 신영.
태근 : 주간시사지에서 객원기자 형식으로 글을 쓰는건데
니가 기획을 가져오고 그게 데스크에서 통과되면 취재를 하는걸루.
신영 : 좋아요. 자신있어요.
태근 : 여기 있을때보다 취재하기가 배는 힘들꺼야. 완전히 백의종군 아니냐.
신영 : 선배 나 몰라요? 열정의 돌쇠! 저요, 다시 한번 멋지게 뛰어볼랍니다.
65. 찜질방 / 낮
뒤굴거리며 누워있는 신영. 아줌마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수첩에 메모하고 있다.
아줌마1 : 대치동 족집게 선생인데 알고봤더니 가짜 박사였대.
아줌마2 : 나도 들었어. 그런데 그런 가짜가 또 하나 있다던데...
아줌마1 : 무슨 과목인지는 알어?
신영 : (적으며) 대치동 가짜 족집게 강사.......
미역국 먹으며 옆의 아줌마들 화투치는 것 구경하는 신영.
아줌마3 : 쌌다 또 쌌어!
아줌마4 : 자긴 오늘밤에 오지마라. 일진이 꽝이다.
아줌마5 : 지난판에 역삼동 최여사가 석장해갔다며.
아줌마4 : 석장이 뭐야. 일곱장. 7천.
신영 : 흡!!
아줌마5 : 누가 식혜 좀 사라. 나 목말라 주겠다.
신영, 만원짜리를 아줌마들 테이블에 턱 놓는다.
신영 : 하우스가 어디래요?
66. 주부 도박 하우스 / 밤
일반 가정집 넓은 거실이다. 각 방마다 화투판이 벌어지고 있고.
신영, 아줌마 가발쓰고 아줌마 블라우스에
코밑에 점도 하나찍고 악어백을 옆에 끼고 껌 짝짝 씹으며 들어선다.
한쪽에서 손톱손질을 받고있던 건장한 체격의 아줌마 오야(도리짓고 땡 게임시 딜러역할을 하는 여자)
신영을 위아래로 수상하게 바라본다.
신영 : 오늘은 판이 좀 큰가....
오야 : 어떻게 왔어요?
신영 : 역삼동 최여사님 소개로 왔어요. 어디 (엄지 검지 말아쥐고) 이것 좀 흔들어볼까....
여자들 다섯명 둘러 앉아있다. 도리짓고 땡하는중.
오야 앞에 쌓여있는 수북한 돈다발... 모두 화투 5개씩을 잡고 패를 쬐고 있다.
신영도 심각한 표정으로 패를 보는척...
여자1 : (패를 까며) 5,7,8 짓고 일곱!
여자2 : (패 던지며) 쎄칠구(3,7,9) 짓고.... 에라 망퉁이다.
여자3 : (신나서 패내던지며) 심심새(3,3,4) 짓고 아싸 이땅이다!
신영 : . . . . .(어리버리). . . .
오야 : 어이! 까!
신영 : (던진다) 에라...
오야 : .......(신영을 빤히보는)
신영 : (화투 흐트려뜨리며) 아.... 오늘 안풀리네... 나 다음판은 좀 쉴라요.
신영, 이판저판 기웃거리며 친한척 얘기도 걸고....
‘언니 미용실 어디다녀? 머리 너무 이쁘다...
여긴 오늘 몇 번째 와? 맨날 이만큼의 사람이 모이는거야? 오늘은 좀 적은 편이야? .....
신영, 한쪽에 앉아 패를 띠고 있는 아줌마에게 다가간다. 음료 하나 건네며
신영 : 안 끼세요?
여자4 : 벌써 큰거 한 장 나갔어.
신영 : 언제부터 여기 나오셨어요?
여자4 : 아들 대학가고부터.
신영 : 바깥 어른이 아세요?
여자4 : 애인끼고 자빠졌지 알게 뭐야 그 인간이.
신영 : . . . . 속상하시겠다.
여자4 : 남편은 그 모냥이고 딸도 시집가서 시댁땜에 속썩이고 살고, 아들놈은 연애하느라 바쁘고....
(화투짝 열심히 던져가며) 이 재미 아님 내가 뭘로 살아.... 아이구 오늘 술마실 쾌가 나오네.
신영 : . . . .(측은하게 보는).....
신영, 화장실 가는척하면서 몰래 핸드폰 카메라로 여기 저기 찍는데 누군가 신영의 목덜미를 잡는다.
가발을 확 벗긴다.
오야 : 너 아까부터 수상했어....
67. 동 네 / 밤
맨발로 열심히 달아나는 신영. 오야와 그 일당 따라온다.
신영, 막다른 골목으로 꺾어들어 재활용품 수거라 쓰여있는 커다란 고무통으로 들어가 두껑을 덮는다.
아줌마들 우르르 그냥 지나치고..... 한참후 고무통 옆으로 쓰러지고 문 열린다.
커다랗고 때묻은 곰인형과 함께 나오는 신영....
68. 거 리 / 밤
준호의 큰 구두 덜걱거리며 걸어오는 신영.
준호는 집에서 자다가 뛰어나온 듯 하품하고.....
신영 : 차라리 맨발로 걷는게 낫겠다.
준호 : 야 내 집에 여자신발이 있을게 뭐야. 있음 더 이상한거지. 이시간에 문 연 신발가게도 없고.
신영 : 고마워.... 준호야..... 여기까지 와주구. . .
준호 : 주부도박단 어때? 다 깡패같은 여자들만 있지?
신영 : 외로운 사람들만 있더라.... 기사도 그런쪽으로 쓸꺼야.
도박하는 주부들을 나쁘다고만 몰아세울게 아니라 왜 도박에 빠지게 됐는가도 생각해봐야한다.....
준호 : 어때? 오랜만에 뛰어보니까.
신영 : 시원하고 너무좋아. 체증이 싹 풀려.
준호 : 너도 편하게 살긴 틀렸다.
신영 : .......그러게.
준호 : 너 결혼은 언제할꺼니?
신영 : .......
준호 : 안할꺼야?
신영 : 음. . . 한 3년은 일 좀 더 하고. 서른 다섯쯤.
준호 : 서른 다섯?
신영 : 난 지금 일이 더 중요해. 뭔가 나도 자리를 잡아야 할꺼 아냐.
준호 : 내가 진짜 너 때문에 우리나라 노처녀들을 다시본다니까. 욕심많고 자기만 알아.
내 일, 내 공부 좀만 더하다가자, 이 놈말고 좀 더 나은 놈이 나타나면 그때잡자. . . .
욕심많고 이기적이니까 노처녀가 되는거지. 결혼하자고 들면 왜 못해, 세상의 반이 남잔데.
신영 : 근데 언제 결혼할건지는 왜 물어봐쪄?
준호 : 몰라.
신영 : (준호 손잡으며) 에이. . .대답해봐아. . .
준호 : 몰라.....
두 사람 티격태격 손잡고 걸어가고.
69. 승리 아파트 / 밤
승리, 계산기 두드리며 노트에 지출금 내역 적고 있다.
승리 : 떡값이 3만원, 케잌이 2만 5천원.....
순애, 소화가 안되는 듯 가슴을 턱턱치며 방에서 나온다.
순애 : 승리야.... 소화제 있니?
승리 : 냉장고 옆에 상자 봐봐. 왜, 체했니?
순애 : 몰라 요새 소화가 잘안되네.... 몸도 으슬으슬 춥고... 자꾸 졸리고...
승리 : 너 요새 너무 무리해서 그래. 새벽부터 불어학원다니고 가게에서두 근무시간 늘리고....
순애 : 약 먹고 푹 자면 괜챦겠지. (액 상자로 가 약꺼내다가) 참, 오늘이 며칠이지?
승리 : 오늘? 26일인가 7일인가.
순애 : (뭔가 생각하는. . . .갸우뚱). . . . .
F.O.
70. 호텔 연회장 (병원 로비)/ 밤
5명정도의 댄서들, 신나게 탭댄스를 추고 있다. 신나는 음악, 일사불란한 발놀림....
“하늘병원 개원 10주년”이라 쓰인 플래카드.
간단한 과일과 음료가 준비된 테이블.
지훈과 사람들 서로 인사하고 악수하고... 젊은 의사군들도 많이 보인다.
승리, 이리저리 쳐다보며 남자들을 살피고 ‘저 모르세요? 낯이 익는데...’ 작업걸고...
순애를 끌고 와 ‘혹시 그럼 얘는 아세요? ’
한쪽에선 준호도 신영과 탭댄스 따라하며 웃고....
준호 : 기사는 다 썼니?
신영 : 응, 다음주 시사위크지에 날꺼야. 객원기자 이신영으루.
준호 : (신영 손을 잡으며) 축하! 너 다음주말에 시간 돼?
신영 : 아직까진 별 약속없어.
준호 : 나랑 같이 우리집에 내려가자. 우리 엄마 환갑이셔.
신영 : 그러셔?
준호 : 어머니도 좋아하실꺼야. 환갑에 너 데리고 온거 보시면.
신영 : . . . . (미소)
춤 끝나 사람들 박수치고... 지훈과 승리 다가온다.
지훈 : 우린 이쯤에서 나가죠.
신영 : 밥은 안먹어요? 옆 방에서 밥준다는데.
지훈 : 제가 나가서 더 좋은걸로 대접할께요.
71. 레스토랑 / 밤
둘러앉은 신영 순애 승리 준호 지훈.
승리 : 이렇게 다섯명이 다 같이 밥먹어보긴 또 처음이죠?
지훈 : 우리 이렇게 평생가는 친목모임하나 만들까요?
순애 : 찬성! 이름은 뭘로 지음 좋을까요?
지훈 : 독수리 5형제 어때요?
승리 : 댁같이 생긴 독수리가 어딨습니까? 참새한테도 쫓기겠네.
지훈 : 승리씨를 보면 난 타조같더라.
승리 : 오예! 댁은 뭐같은지 알아요? 내가 그동안 상처받을까봐 말안하고 있었는데 오늘 확 불어버린다.
신영 : 그만! 어떻게 두 사람이 만나면 항상 천둥이 치는 것 같아.
지훈 : 이해하세요, 원래 타조들이 좀 시끄러워요.
승리 : (웨이터에게 소리친다) 아저씨 잠깐 여기 불 좀 꺼주세요.
신영 : 그만 그만! 밥 좀 벅자.
준호 : 이 모임에서 커플이 탄생해도 계속 가는거죠? (신영보고 미소)
승리 : 커플요? 준호씨랑 지훈씨 그럼 서로 사귀시나요?
준호 : (여자처럼 머리 귀뒤로 넘기며) 눈치도 빠르셔라.
지훈 : 순애씨 어디 아파요? 안색이 안좋네요.
순애 : 괜챦아요.
네 사람 밥먹는데
순애 : (헛구역질) 우욱!
일동 : . . . .(순애에게 시선). . . .
순애 : . . . ..(좀 더 심하게) 욱....욱. . . (그러다 혹시...하는 눈빛으로 준호를 본다)
지훈, 승리..... 그리고 신영도 순애에게서 준호로 시선을 돌린다.
준호 : !!!!! (경악. 말없이 순애를 보는 놀란 눈에서)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