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변덕스럽다. 소비자의 기호, 소비패턴 등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이 변화에 따라 시장을 지배하는 게임의 법칙과 경쟁의 형태도 함께 변한다. 소비자는 스스로 변하기도 하지만 이들을 둘러싼 제반 환경이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소비자와 시장환경의 변화는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 책「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는 이러한 변화를 궁금해 하는 독자를 위한 책이다.
일단 제목만으로도 독자의 궁금증과 흥미를 일으키는데 성공하고 있는 이 책은 향후 시장변화의 트렌드를 8개의 핵심 키워드로 정리하고 있다. 저자는 ‘디지털 네트워크’라는 토양 아래서 자라고 있는 ‘개인화’에 초점을 맞춰, 향후 4~5년간 마케팅 분야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개념으로 시간점유율, 엔터테인먼트, 입소문, UCC, 스토리텔링, 에고노미(Egonomy), 브랜드 전도사(Evangelist), 컨텍스트(Context)라는 8가지를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첫 번째 키워드는 바로 고객 ‘시간점유율(Time Share)’이다. 나이키의 상대가 닌텐도라는 제목에 대한 궁금증은 이 장의 첫 부분에서 바로 해결된다. 나이키의 주 소비자 타깃인 청소년들이 닌텐도 게임에 정신이 팔려 집밖에서 운동을 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운동화의 매출이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이처럼 이제는 스포츠 업체와 게임 업체 등 이종업체간에 누가 고객의 시간을 더 많이 차지하는가를 놓고 경쟁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의 치열한 경쟁이 주로 같은 업종내의 업체들간에 특정 제품에 관한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을 높이기 위해서였다면, 업종간의 장벽이 붕괴되고 있는 오늘날의 시장환경 하에서는 고객의 시간점유율(Time share)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보다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기세 좋게 성장하던 싸이월드의 성장을 정체시킨 주범으로 카트라이더 게임을 꼽고 있는 저자는 고객의 시간과 신뢰를 더 차지하기 위해 이종업체들간에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음을 주목하며 ‘경쟁사보다 고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시간점유율 경쟁의 핵심통찰력이라고 말한다. 결국 기업의 수익은 고객의 시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고객의 시간 점유율을 제고하는 방법으로 시간 연장, 시간 단축, 적시 대응, 시간 창출이라는 네 가지 방안을 제시하는데, 그것은 즉, 고객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고, 고객의 불필요한 시간을 줄여 주며, 고객이 필요할 때 적시적소에 대응하고, 고객에게 의미있는 시간을 기념하게 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엔터테인먼트 요소(E-factor)’가 갖는 중요성의 부상이다. 저자는 ‘재미있다’의 반대말은 재미없다가 아니라 “안팔린다”라고 강변한다. 앞으로는 단순한 상품, 서비스가 아니라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체험을 끼워 파는 사업이 각광을 받게 될 것이며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모든 제품에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찾는 소비자들의 성향에 따라 그런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결합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정보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인포테인먼트, 교육과 결합된 에듀테인먼트, 그 밖에 컬처테인먼트(문화), 스포테인먼트(스포츠), 이터테인먼트(음식), 애드버테인먼트(광고) 등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한다. 예컨대 과자류의 매출 감소로 고민하던 P&G가 2004년 출시한 신제품 프링글스 프린츠의 감자칩 표면에 “사람의 심장이 하루에 뿜어내는 피는 몇 갤런인가?”와 같은 퀴즈나 유머를 인쇄함으로써 출시 6개월만에 1천만 달러를 기록하고, 그 해 미국 제과시장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등극하게 된 사례는 과자에 정보와 재미를 곁들임으로써 성공을 거둔 인포테인먼트, 혹은 이터테인먼트의 좋은 사례이다. 저자는 주장한다. “재미가 없다면 고객도 없다”.
저자가 세 번째로 주목하는 키워드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 임금에게 올린 음식이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음식의 모양새나 맛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음식이 담고 있는 스토리가 공감과 감동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그 드라마에 등장하는 음식들이 소위 ‘스토리 푸드’였기 때문에 한국인 뿐만 아니라 중국인, 일본인들에게까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시장경쟁의 무게중심이 점차 솔루션에서 서비스로, 그리고 스토리로 이동 중이라고 주장한다. 예들 들어, 인터넷 ‘맞고’가 처음 시장에 등장했을 때는 맞고 프로그램이라는 솔루션 자체가 경쟁우위를 제공하는 강력한 무기였다. 그러나 여러 경쟁자들이 비슷한 솔루션을 들고 시장에 진입하자 기업들은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강화한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서비스조차 상호모방 등을 통해 차별화 우위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면서, 김제동이나 강호동의 목소리와 같은 사운드, 그리고 스토리가 소비자들이 상품을 선택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토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저자는 새롭게 창작된 스토리보다는 기존의 사실을 발견하고 윤색하는 것이 고객에게 더 큰 공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CEO의 성공신화, 직원의 개발비화, 소비자의 감동 스토리 등 실화를 모티브로 한 스토리들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로 제시된 핵심 키워드는 ‘입소문(Word of Mouth)’이다. 수많은 제품, 또 이에 관한 광고들이 넘쳐 나고 있는 오늘날, 이미 입소문은 소비의 강력한 나침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할 때 인터넷으로 가격비교 사이트, 브랜드 커뮤니티, 관련 정보제공 사이트 등에 접속해 각종 정보와 구매 후기 등을 참고하는 것은 일상적인 절차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와 같은 온라인의 영향력 강화는 입소문 마케팅의 효과를 더욱 배가시킬 것이다. 1999년 미국에서 개봉되어 2억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리는 데 성공한 영화 ‘블레어 위치’의 성공요인이 바로 “인터넷을 통한 입소문 마케팅”이다. 영화 속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은 블레어 위치에 대한 상세한 사건 일지들이 개봉 몇 달 전부터 인터넷에 올라와 있었고, 실명의 배우들이 실종, 살해된 것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포장되어 네티즌들의 궁금증을 자아냄으로써 이들이 영화관을 찾게 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일부 기업들이 시도하고 있는 의도적인 입소문 마케팅이 허위, 과장 등을 기반으로 잘못 시행될 경우 오히려 안티팬을 빠르게 양산할 수 있음을 사례를 통해 경고한다. 입소문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저자는《상품의 우수한 품질, 핵심고객의 파악, 그리고 중장기적인 접근》등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다섯 번째 키워드는 ‘UCC’, 즉 사용자 제작 컨텐츠이다. 지난 2006년은 UCC가 우리 나라에서 안팎에서 이미 그 영향력을 보여 준 한 해이다. 이제 개인들은 콘텐츠의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회원 수 110만 명의 판도라 TV, 500개의 방송이 동시에 진행되는 아프리카 등 여러 개의 국내 UCC 포털들이 생겨났고, 이러한 채널을 통해 소개된 동영상으로 인해 평범한 개인에서 세계적인 유명인사로 변신한 사람들도 있었다. 구글이 거액을 투자해 UCC 웹사이트인 유튜브사를 인수한 것도 그 시장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지식iN’ 서비스에는 2006년 9월 현재 약 5천만개의 질문과 답이 축적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UCC는 기업의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국내의 옥션이나 G마켓 등 오픈 마켓을 마케팅에 UCC를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 최근 다른 사람의 소비경험을 참고해 구매하는 트위슈머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인해 제품의 사용과 관련되어 좋은 댓글들이 올라오면 자연스럽게 매출이 증가한다. 따라서 이 기업들이 상품평, 댓글을 성실하게 적어 준 고객들에게 보상을 함으로써 콘텐츠 생산을 장려하고, 이에 따른 매출증대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섯 번째로 저자가 제시하는 미래시장 핵심 키워드는 ‘자기중심경제(Egonomy)’이다. 과거에는 전화, TV, 오디오 등 많은 기기들이 가족과 함께 공유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점차 사유화, 개인화 되고 있다. 휴대폰의 대중화로 집 전화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심지어 TV와 오디오도 휴대폰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모두들 ‘내 것’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라이프 스타일도 점차 개인주의화 되어가고 있다. 생활과 소비의 중심이 바로 나 자신이 된 것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개인화, 차별화를 추구하는 가운데에도 소비자들이 ‘동질화’를 희구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통해 한편으로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발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타인과의 공유, 공감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저자에 따르면 열린 개인주의 시대의 브랜드는 개인의 총체적 경험을 고양하면서도, 이들 개인간의 네트워크에 기반한 관계의 진화를 모색해야 한다. 즉, 유행과 개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라는 것이다.
일곱 번째로 저자는 ‘브랜드 전도사(Evangelist)’를 꼽고 있다. 할리 데이비슨, 나이키와 같이 브랜드들은 자신의 비즈니스에 자유, 평등, 박애, 환경 등의 혼을 불어 넣는데 성공했다. 5년마다 회사 창립 기념행사를 펼치는 할리 데이비슨의 95주년 행사의 캐치프레이즈는 “집으로 찾아오라”였다. 본사가 있는 밀워키 주변의 호텔들은 이미 1년 전에 예약이 끝났으며 행사 당일에는 할리 데이비슨 소유자 12만 5천명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할리 데이비슨은 소유자(H.O.G)들에게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라 제품에 대한 이들의 열정과 신념을 보여 주는 상징이다. 기존에 컬트 브랜드는 주류에서 벗어나 있으면서 이를 거의 종교처럼 받드는 소수의 열성 팬을 보유한 브랜드를 지칭했지만,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중요한 일부로 정착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지칭하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가 컬트 브랜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충성고객이 아니라 열정고객이라는 점 때문이라고 말한다. 열정고객은 경쟁사의 온갖 유혹에도 절대 배반하지 않을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컬수머’라고 불리는 이들은 브랜드를 통해 자기를 표현하기도 하고 타인들과 사용경험을 공유하는 데 적극적이다. 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포교에 참여한다.
마지막 여덟 번째 키워드는 ‘컨텍스트(Context)’이다. 세상은 십인십색(十人十色)에서 일인십색(一人十色)의 시대로 변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순간순간 맞닥뜨리는 다양한 상황에 맞는 마케팅 활동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2001년 도큐전철, 피아, 오무론 등 3사가 제휴해 실시한 구파스(goopas)는 TPO(Time, Place, Occasion)에 따른 마케팅의 좋은 사례이다. 예컨대, 전철 정기권을 가진 소비자가 특정 역의 자동 개찰구를 통과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구파스로부터 그 역 근처 미용실의 상황이나 할인쿠폰, 인근 상점들의 할인정보 등을 담은 휴대폰 메일이 날아온다. 이와 같은 시간, 장소, 상황에 입각한 마케팅 전략은 기존의 무작위 노출 지하철 광고에 비해 훨씬 효과가 크다. 컨텍스트 마케팅은 유비쿼터스 기술의 발전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앞으로의 마케팅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가 누구인지, 그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 지를 적시에 파악, 대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미래 마케팅 트렌드와 관련된 8가지 핵심개념의 내용을 설명하고, 이러한 개념들이 우리 실생활에서 어떤 모습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보여 주기 위해 수 많은 사례를 동원하고 있다. 해외의 유명기업 사례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친숙한 국내의 기업사례, 드라마, 영화와 같은 문화상품 사례 등을 통해 시장변화와 마케팅 트렌드를 피부로 느끼고 실감할 수 있도록 해준다. 거기에 더해, 각 장의 후반부에는 해당 개념과 관련된 사례연구와 각 핵심개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7대 성공요인을 덧붙임으로써 보다 풍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이 책이 소개하는 8가지 트렌드들이 다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미래의 소비자를 잡기 위해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이러한 트렌드들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주제에 관심있는 이들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