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집 초상났어, 머루가 가시려나봐.”
아들이 출근하면서 전화를 했다.
언제부터인가 비척거리며 걸음도 못 걷고
뒷처리도 잘 못하는 강아지를 안고. 병원엘 갔더니 담석이 있어
소변을 못보니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만만치 않은 수술비가 부담스러워 식구들과 의논해 보겠다고 하고 돌아왔단다.
그런대 갑자기 어제 밤에 쓰러져 병원에선 입원시키라고 하기에 응급처치 만 하고
링거를 꼽고 왔는데 강아지가 안쓰러워 바라만 보고 어찌해야 할지 두 모녀가
며느리는 주방에서 손녀딸은 자기방에서 울기만 하고 있단다.
나는 가슴이 뜨끔했다.
혹시 내가 고기에 밥 준 탓은 아닐까, 지은 죄가 있어서...
일주일만 봐달라고 맡긴 머루에게 사료만 주라고 부탁한 것을. 고기에 생선에
밥을 주어 뚱순이를 만들어 놓은 잘못과. 아무 곳에나 뒤를 보기에 몇 차례
쥐어박은 것이 마음에 걸려 속이 상하고 편치 않았다.
죽으면 안 되는데 머루를 만나 참회할 기회를 주어야 하는데. 그 후로는 아들이
강아지를 맡기는 일이 없어 머루를 볼 수가 없었다.
입맛도 없고 잠도 오지 않고 눈앞에 머루 모습이 알짱거렸다.
몇 주가 지났는데도 조용하다 나는
“머루는 잘 있냐.”
조심스럽게 안부를 물었다.
아들은 며느리가 누워 색색대는 머루 배를 살살 문지르며
오줌통을 꼭꼭 눌러 주었더니 담석이 서너 개 소변으로 나오면서
걷기도 하고 밥도 먹는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안도의 숨을 몰아쉬며 참으로 다행이다 라며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감사 합니다 머루를 살려주셔서’
방통중학교 동창 미영이를 만났다.
18년 키우던 강아지 초상을 치루고 왔다고 한다.
치매에 걸려 심장마비로 죽은 강아지를 화장터가 있는 광주에 가서.
화장터 문에 들어서니 가수 강원래씨의 강아지 생존에 함께 했던 모습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이 영상으로 화면에 나오고
떠나 보네는 마음이 너무 슬펐다고 했다.
우리 집에도 10년이 다 된 강아지가 있기에 궁금하여 꼬치꼬치 물었다.
화장터를 갔더니 넥타이에 정장한 세 사람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목욕을 시킨 다음. 수의를 입히고 마디를 묶고 가족 한 사람씩
사랑하며 함께 했던 떠나는 강아지에게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시키고
관에 넣어 화장을 한 뒤, 시간이 가면 썩어
흔적도 없다는 유골함에 넣어 주더라는 것이다.
아쉬움에 그냥 보낼수없어
하룻밤을 집에서 재우고 아파트 고목나무 밑에 묻어 수목장으로 했다고한다.
유골함 13만원에 수의 등...
총 비용은 130만원 들었다고 했다.
듣도 보도 못한 강아지 장례식. 요즘 강아지는 세월을 잘 타고나 팔자가 느러졌다.
또. 우리가 죽어 저승에 가면 키웠던 강아지가 뛰어 나와 반갑게 반긴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나는 우리 집 머루 생각이 났다.
“머루님. 나 보다 먼저 떠나실 때는 제발 먹은 맘 없이 용서해 주고 가세요.
고기에다 밥 준 것은 미워서가 아니라 할머니가 밥 먹을 때 턱을 쳐들고 빤히 바라보니.
귀엽기도 하고 빈집에 쓸쓸하게 혼자 있을 생각을 하니.
측은하기도 하여 준 것이고 사료 외 음식이 독이 된다는 것은 그 후에 알았습니다.
또 아무 곳에나 뒤를 보셔서 쥐어박은 것도 용서하시고 말 못하는
동물의 세계를 모르니 머루님의 심정을 알 수 없는 이 할머니.
저승에서 만나면 깨물려고 달려들까 봐 두렵습니다.
우리 먹은 맘 없이 화해하고 좋은 마음으로 만납시다. 머루. 강아지님“
속죄하는 마음으로 부탁의 기도를 했다.
2020 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