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 이선종(충북공고 2)]
눈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신해
눈은 변신의 귀재다.
눈은 사진기자다.
사람들이 지나가면 플래시를 터트리며
무수히 많은 사진을 찍는다.
눈은 뜨거운 것을 싫어한다.
여름에는 천사의 바구니 속에 들어가
겨울이 되면 나온다.
눈은 겨울에만 나타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슈퍼스타다.
l해설l
비유는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 힘든 것을 이미 아는 익숙한 개념이나 이미지로 연결시켜 줌으로써 이해를 돕는 방법입니다. 유추, 추리, 비유에 익숙한 사람들의 사고방법을 응용한 원리입니다.
눈이 여러 가지로 바뀌어 나타났습니다. 변신의 귀재, 사진기자, 슈퍼스타로 바뀌어 나타났습니다. 사물을 보는 시각이 참 신선합니다. 2연을 보면 눈이 의인화되었습니다. 눈 쌓인 곳을 지나다 보면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나지요. 그 소리가 마치 플래시 터지는 소리로 들립니다. 사람들의 발자국이 무수히 눈밭에 남죠. 그런 상황을 표현한 것입니다. 정말 눈은 사진기자 같습니다.
3연을 보면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습니다. 천사의 바구니 속으로 들어갔다가 겨울에 나온다니! 참, 천사를 보는 아름다운 마음씨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표현입니다. 천사는 하늘나라에 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머물고 있음을 이런 시인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시는 맑은 마음이 만들어내는 기적입니다. 놀이공원에 아이들만 가는 것이 아니듯이, 시 또한 아이들만 쓰는 것이 아닙니다. 시를 쓰는 아이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은 나이를 먹은 어른들의 눈 속에서도 살아있어 언제든지 표현을 합니다. 그렇게 나타난 것들이 시입니다.
시는 순수한 마음이 쓰는 갈래입니다. 어른들이 시를 잘 쓰지 못하는 것은 그런 마음을 점차 잃어가기 때문입니다.
정진명 '우리 시 이야기' 중에서
맹태영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