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구두
The Angel’s Shoes
하느님의 종 쥬세피나 베레토니Giuseppina Berettoni(1875-1927)는 대부분의 삶을 로마에서 보냈다. “거물”들의 회개를 위해 열렬히 기도하는 깊은 신심을 지닌 그녀는 사제들을 위해 보속하는 영혼이었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사도직을 불굴의 정신으로 수행했다. 로마의 가난한 사람들 대부분이 그녀의 도움을 받았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필품마저도 취하지 않았다.
믿음이 깊고 마음이 착했던 마리아 보르첼리와 데레사 보르첼리 자매는 이런 모든 사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로마의 이 두 여인은 비아 리페타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스물일곱 살의 쥬세피나 베레토니를 자신들의 집으로 극진하게 모셔갔다. 쥬세피나가 온 1902년 첫날부터 1907년까지 도움을 청하려는 누군가가 그들의 집을 두드리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었다.
1년 내내 그런 날이 너무나 많아졌다. 그들은 쥬세피나는 일터에서 그들을 돕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아들과 집 없는 사람들을 도우며 여가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또한 본당에서 첫영성체를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병자들과 죄수들과 임종을 앞둔 사람들을 방문했다.
1906년이었다. 보르첼리 자매의 집 초인종이 또다시 울렸다. 가난하고 늙은 여인이 수줍은 모습으로 문간에 서 있었다. 쥬세피나는 시내로 나가려던 참이었지만 늘상 그렇듯이 늙고 병든 방문객의 애처로운 이야기를 참을성 있게 들어주었다. 그러면서 쥬세피나의 눈은 그 늙은 여인의 다 해지고 넝마가 된 신발 안에서 빨갛게 부풀어 오른발을 놓치지 않았다.
하느님의 종 쥬세피나 베레토니
그 순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쥬세피나는 자신의 구두를 벗어 공손하게 그 가난한 여인에게 내밀면서 자기에겐 신발이 또 있다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늙은 여인이 고마워하면서 떠난 후, 한없이 너그럽기만 한 쥬세피나에게 화가 난 마리아 보르첼리를 진정시키면서 쥬세피나는 확신했다.
“난 새 구두를 살 필요가 없을 거예요. 하늘에 계시는 내 님께서 분명 내가 맨발로 다니게 하시진 않을 테니까요.”
“그때”가 언제일지는 눈에 보이는 어떤 표징이 없기에, 쥬세피나는 몇 가지 심부름을 하러 시내를 가려고 슬리퍼를 신었다. 바로 그때, 또 다른 방문객이 초인종을 울렸다. 두 자매 중 더 마음이 넓고 어린 데레사가 문을 열었다. 옷을 잘 차려입은 젊은 남자가 서 있었다. 그가 고운 비단으로 싼 꾸러미를 그녀에게 전해주었다. 거기엔 우아한 손글씨로 “보르첼리 자매 댁 쥬세피나 베레토니 양”이라고 적혀있었다. 쥬세피나가 말했다.
“나는 주문한 게 없어요.”
젊은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구두입니다. 당신이 돈을 지불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주문하지 않았고 선물을 받을 일이 없는 걸요.”
하지만 그 낯선 남자는 차분하고도 분명하게 말했다.
“이것은 주문이 필요 없는 곳에서 당신에게 보낸 것입니다.”
이 말에 어리둥절해진 쥬세피나는 그랬다.
“이 신발은 분명 내 발에 맞지 않을 거예요. 일단 신어볼 게요.”
그때 그 젊은 남자의 응답은 빠르고도 결정적이었다.
“이 신발을 보낸 분은 당신에 관한 모든 걸 아십니다. 당신의 발 사이즈도 당연히!”
이 말을 마지막으로 그 이상한 심부름꾼은 바람처럼 재빨리 계단을 내려갔다.
쥬세피나가 상자를 열어보니, 단추달린 장식끈이 발등에 놓이는 밝은 갈색의 가죽신발 한 켤레가 들어있었다. 아주 최상급 장인의 솜씨였다!
쥬세피나가 그 구두를 신는 것을 거들던 데레사가 마음을 억제하지 못하고 소리쳤다.
“하늘에서 보내주신 게 분명해!”
구두는 쥬세피나의 말에 꼭 맞았다. 쥬세피나는 더 이상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그런 놀라운 하늘의 섭리는 그녀의 삶에 여러 번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수수한 모습에 비해 그 구두는 너무 우아했을 수도 있다!
그날 저녁, 그녀는 영적 지도자인 알베르토 블라트 신부를 찾아갔다. 알르트 신부는 그녀의 걱정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하지만 당신은 신발이 필요해요. 그러니 그 신발을 그냥 신고 다녀요. 소임을 할 때든 다른 일을 할 때든!”
도미니칸 신부는 아주 진지한 모습으로 한마디 덧붙였다.
“때로 주님께서도 당신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는 당신의 신부를 꾸며주고 싶지 않으실까요?”
<Triumph of the Heart No. 87>에서
이선영 옮김
(마리아지 2019년 9•10월호 통권 217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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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하느님 뜻 안에서 감사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아니고
하느님은 모든 것이옵니다.
하느님 뜻 안에서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하느님 뜻안에서 감사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