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山은 나를보고
懶翁禪師와 그의 禪詩
요즘 ‘德山禪師’라는 月岳山 도사님으로부터 매일 오전 10시에서 12시까지 기공특별수련을 받고 있는데, 수련효과가 아주 좋아서 얼마나 마음이 행복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깊은 마음 속에 잠입하여 선정에 들면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과 고요함, 그리고 형용할 수 없이 크고 깊은 자유를 느낍니다. 도사님도 다른 道伴들도, 심지어 나 자신도 깜짝 놀랄 정도랍니다.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이 일찍이 말했지요.
“소름 끼치는 자유….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사람이 얼마나 자유스러운지를 아는 것은 무섭고 신비스러운 일이다.”
좀 주제 넘게 말하자면 바로 그 ‘소름 끼치는 自由’를 경험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큰 자유는 새로운 심신을 만들어 주는 걸까요? 몸과 정신에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어쩌면 퇴임 이후 그토록 갈망했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작은 變化'로부터 새로운 人生이 始作된다고 합니다. 30분 일찍 일어나기, 30분 일찍 출근하기, 하루 30분 이상 책 읽기, 30분 이상 걷거나 달리기, 물 많이 마시기, 많이 웃기 등등…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너무 상투적이고 작의적인 감이 들지 않습니까?
좀 더 질적으로 뛰어나고 자연스러운 ‘작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에머슨이 적절하게 표현한 ‘소름 끼치는 자유’ 정도라면 제대로 된 작은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지요. 아니 그것은 작은 변화가 아니라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매우 크고 광활한’ 변화일지도 모릅니다.
어제는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나옹화상의 선시를 각색해서 부른 노래를 듣게 되었습니다. 심진스님이라는 분이 부른 노래인데, 나옹선사의 선시 만큼이나 ‘처절한 자유’를 연상케 해줍니다. 새로운 주가 시작되는 오늘, 그 자유를 감상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사랑도 부질없어
미움도 부질없어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버려
성냄도 벗어버려
하늘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사랑도 훨훨, 미움도 훨훨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탐욕도 훨훨, 성냄도 훨훨훨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강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사랑도 훨훨, 미움도 훨훨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탐욕도 훨훨, 성냄도 훨훨훨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강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나옹 혜근(懶翁 慧勤) 스님은 고려 말기의 선승이자 茶人이었고 공민왕의 王師이기도 했습니다. 혜근이 법명이고 나옹은 호이지요.
20세 때 친구의 죽음을 보고, 출가해 공덕산 妙寂庵의 了然禪師에게서 得道했다고 합니다. 1348년(충목왕 4) 원나라에 가서 연경(燕京)의 고려사찰인 법원사(法源寺)에서 인도 승려 지공(指空)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선사는 견문을 더욱 넓히기 위해 중국 각지를 편력하며, 특히 평산 처림(平山處林)과 천암 원장 (千巖元長)에게서 달마(達磨)로부터 내려오는 선(禪)의 요체를 배워 체득했습니다, 다음은 나옹 화상(懶翁 和尙)의 대표적인 선시입니다.
蒼空兮要我以無垢
聊無愛而無惜兮
如水如風而終我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짧게 살다가는 한 평생, 사람사는 세상은 말도 많습니다. 이유, 변명뿐 아니라, 남의 탓도 많고, 자기 자랑 또한 많습니다.
청산처럼 푸르고 듬직하게 불평없이 살라는 나옹(懶翁)의 가르침이 마음에 와 닿는 이유입니다. 청산(靑山)이란 넓은 의미에서 뼈를 묻는 산 즉, 분묘(墳墓)의 땅이란 뜻도 있어서 이 낱말을 대하는 마음엔 친근감과 함께 숙연함까지 느끼게 합니다.
나옹은 창공(蒼空)처럼 티없이 맑게 살라고 가르칩니다. 티없이 산다는 것은 몸과 마음을 깨끗이 가꾸라는 뜻일겁니다.
푸른 하늘에는 은하수도 흐르거니와 그 곳엔 절대적인 조물주의 권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옛 선인들은 하늘에 맹세를 하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산다고 詩로도 읊었지요.
푸른 하늘처럼 티없이 살라하나 범인인 우리로서야 그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탐욕은 나의 것에 집착하는 인간의 영악함과 어리석음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성냄은 자기의 뜻에 거슬리는 모든 것에 대한 역작용이며 미움, 분노나 증오와 상통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탐욕과 성냄을 벗으라는 것은 결국 집착하는 마음을 경계하고 순리대로 순응하며 물과 바람같이 살라는 뜻일 겁니다. 그리하여 대자유(大自由)를 터득하라는 말일 겁니다...^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