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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 픽션모음. |
작성일 : 2009-01-6 |
조회수 : 786 | |
리멤버 1996(피습1)
1996년 평양,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어느날…
평양 중심 시가지에서 6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한적한 거리이다. 대동강변을 끼고 공원이 조성된 조선노동당 고위 간부들이 살고있는 아파트 단지에 한 소녀가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학교를 파한지 한참이나 지난 시각이어서 같은반 친구도 없이 혼자였다. 운전수가 딸린 차를 탈 수 있는 신분의 집안 아이였지만 아이는 차 타기를 한사코 싫어했다. 차를 타고 학교를 다니면 ‘친구들이 같이 놀아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 아이가 도로를 휭단하려고 할때는 5시경이었다. 보통 이 시간 평양시민들은 이른 저녁식사를 막 시작하려 할 그런 시간대였다. 사고를 일으킨 그 차의 모습은 소녀의 눈에 띠지 않았다. 그만큼 갑자기, 그리고 급커브 길 도로에서 아이에게로 차가 접근했다. 다른 보행자도 전혀 없었고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아차! 했을땐 이미 늦었다. 자동차 타이어가 끼익 하고 가뿐 숨을 토해 내며 핸들을 꺾었다. 아이는 다행히 승용차 문짝에 슬쩍 떠밀려서 넘어졌다. 타박상을 입었을 뿐 크게 다치진 않았다. 차는 그대로 달아났다.
여자 아이가 병원으로 운반된 그날 초저녁, 병원은 몹시 부산을 떨었다. 정신이 멀쩡한 아이는 울지도 않고 이름과 학교와 집 전화번호를 또박또박 간호사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의 집으로 전화를 건 병원 관계자들이 도리어 크게 놀랐다. 그들은 서둘러 공동병실에서 크고 깨끗한 개인 병실로 아이를 옮겼다. 또한 병실 침대 머리쪽에 꽃병까지 도 준비해 꽃들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퇴근한 의사들을 비상소집 해 급히 병원으로 불러 들였다.
이 시각 인민 무력부장실, 늦은 시각까지 집무실에 있던 인민 무력부장 최광(崔光)은 자택에 머물고 있는, 자택 비서로부터 급히 연락을 받은 것이 7시쯤 이였다. 그는 작년에 자동차 사고로 아들을 잃었다. 그래서 귀여운 손녀와 며느리를 위해 대동강변에 아파트 한채를 마련해 준 후 그들을 무척이나 챙겼다.
비서가 걸어온 전화를 귀기울여 듣고 있던 최광은 “알았어.” 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침착하게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내가 직접 병원으로 가겠다고 병원장에게 연락 해주게… 뭐라고? 그럴 필욘 없어. 지금 곧 그리로 가겠네.”
아직 초가을 인데도 그날 밤, 최광은 한기를 느꼈다. 초저녁, 평양 고등병원으로 통하는 뒷길은 사람의 그림자 조차 보이질 않았다. 두대의 까만 벤츠가 어둠을 뚫고 달려 열려진 병원 후문 앞에 멈추어섰다. 병원이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계단식 후문은 차량 출입이 불가능했다. 인민 무력부장 최광은 가능한 조용히 행동하고 싶었다. 그래서 후문쪽을 택한것이다.
평양 시가지 전력이 부족해 후문쪽은 가로등 조차 도 없었다. 한발 앞서 차에서 내린 경호원과 부관이 차문을 열어 그를 안내했다. 차문이 열려 있는 동안 불빛이 잠시 도로에 비췄으나 문이 다시 꽝 하고 닫히고 나니 보도는 일시에 어둠이 쌓였다.
4명의 경호원들이 털코트를 입은 그의 모습을 보자 양편으로 갈라져 그를 둘러쌌다. 순간 사람들 그림자에 뒤섞여서 누가 인민 무력부장인지 분간하기가 힘들어졌다.
저격용 라이플 PSG-1의 독특한 총성, 명중시의 둔탁한 충격음, 그리고 경호원의 비명이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연속적으로 어둠속에 울려 퍼졌다. 캄캄한 밤, 건너편 숲속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저격자들은 그들도 처음으로 사용해 본 라이플의 야간 조준경 ‘스타라이트 스코프’의 성능에 혀를 내 둘렀다.
바닥에 쓰러지려는 인민 무력부장을 수석 경호관 임경웅 대좌가 재빨리 부축하여 승용차 뒷좌석으로 밀어 넣었다. 차문이 닫히기도 전에 대좌는 당황해 하는 운전병에게 소리쳤다. “빨리. 빨리.” 운전병은 힘껏 악셀레이터를 밟았다. 자동차 급발진에서 오는 끼익~하는 소리가 밤하늘에 길게 울려 퍼졌다.
승용차 안에서 대좌는 뭉클뭉클 피가 뿜어져 나오는 최광(崔光)의 머리를 무릎위에 받히고 망연해 있었다. 그러면서 대좌는 재빨리 사후 처리 문제를 생각했다. 이 같은 거물이 참사를 당했을 경우 육군 병원으로 연락해야 하는지가 우선 문제였지만 부장은 이미 절명 했다.
이제 자초지종을 어디로 보고해야 하는지를 그는 잘 알았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차가 큰길로 나섰을 때 대좌는 룸 라이트를 켰다. 그리고 보스의 용태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는 경험으로 미루어 인민 무력부장이 즉사 했다는 것을 알았다. 현재 인원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라도 알려지면 안될 일이었다. ‘비밀유지’는 평소 그의 몸에 배어진 기본 업무였다.
미처 생각치 못한 일을 갑자기 당했을 때, 평소부터 그의 머리속에 계획되어온 조치방법을 그는 신속히 이행하여야 했다. 그가 젊은 나이에 승진을 거듭하여 오늘의 지위에 오른 것이 우연일 수는 없었다.
경호원들이 탄 차가 뒤에서 필사적으로 따라 붙는 것을 그는 룸 밀러로 확인했다. 그는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인민무력부 분실로 직행하라고 운전병에게 큰 소리로 명령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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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 피션모음. |
작성일 : 2009-01-7 |
조회수 : 791 | |
리멤버1996(피습2)
대좌는 자동차에 비치된 전화기를 집어 들고 인민무력부 분실장에게 조용히 지시 했다. 커튼을 내린 무력부장 전용차가 보도 옆에 급히 정차하자 미리 연락을 받아 대기중이던 무장 병력이 재빨리 차를 둘러쌌다.
피에 물든 코트를 벗고 차에서 내린 대좌는 부동자세로 경례를 올려 붙이는 분실장의 인사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의 집무실로 직행했다. 그는 방문을 닫아 잠근 후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주석궁 직통 전화선을 연결하라고 교환대에 소리쳤다.
곧 주석궁 비서실이 연결되자 그는, 즉각 관등 성명을 대고 긴급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께 보고드릴 사건이 발생했다고 침착하게 말했다. 심상치 않은 사태라는 것을 직감한 담당 비서가 기다리라고 했다.
곧 저쪽에서 “뉘시오?”라는 예의 특이한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들려왔다. 걸죽한 김정일의 목소리였다. 대좌는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이 김정일을 지근에서 보아 왔지만, 김정일과 직접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는 꿀꺽 소리나게 침을 삼키고 재빠르게 혀로 입술을 적셨다. 그리고는 단숨에 숨도 쉬지 않고 경과보고를 했다. 전화기 저쪽에서는 대좌의 보고를 듣고 짧게 몇마디의 질문을 했다. 그리고 역시 간단한 몇마디의 명령을 내린 후 소리나게 수화기를 내려놨다.
김정일은 옆에서 걱정스런 얼굴로 대기하고 있는 비서를 향해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죽었어? 최광이…...” 라고, 믿기지 않는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건물 창 밖 김일성 광장 시계탑에서는 시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평양의 밤은 이렇게 깊어만 갔다.
인민 무력부는 명목상 당 정치국 소속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석궁 관장하에 있었다. 인민 무력부의 일상활동, 인사, 훈련, 조직체계 등을 주석궁에서 관장하여 이들을 통해 북한의 권력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권력의 감시자라고는 하지만 이들 역시도 또 다른 감시의 눈길에서 전혀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기관인들 김정일의 손에서 벗어나 혼자 행동할 수는 없는 그런 독특한 권력체계를 갖춘 것이 북한이다. 권력 핵심 인물중 한명인 인민 무력부장 암살이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한 김정일은 잠시 낙담했다. 그러나 은폐공작을 실제로 지휘한 것은 육군 사령관 김일철이었다.
김 사령관은 자정이 넘은 시각에 김정일의 연락을 받았다. 그 연락을 받은 후, 그는 인민 무력부장 경호실장인 임경웅 대좌에게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즉, 사망한 인민 무력부장 시체는 평양 육군 묘지에 비밀히 장사 지내고 경호원 4명과 운전병을 근무태만 죄로 체포해 주석궁 특별 수사대로 이첩 시키라는 명령이었다. 경호원들과 운전병은 영문도 모른채 끌려갔다.
임경웅 대좌만이 간신히 체포를 면하고 인민군 사령관실로 출두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대좌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러나 희망을 얻었다. 김일철 사령관이 직접 그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은폐공작의 실무를 맏꼈기 때문이다.
그는 신속히 움직였다. 우선 평양 육군병원 한동을 통체로 비우게 한 후 봉쇄토록 명령했다. 그리고 인민 무력부 직할 요원들을 차출해 엄중하게 경비했다. 아울러 군의관 두명도 데려 오게 하여 비어 있는 병동의 유령환자를 돌보게 했다.
즉, 부상당한(실은 이미 묘지에 묻힌) 최광을 치료토록 했다. 그는 군의관들에게 이 은폐 공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역설했다. 또한 경애하는 수령 동지의 특별 명령이라고 말 했다. 그날 이후로 2명의 군의관들은 경애하는 수령 김정일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그 병동으로 유령환자 치료에 필요한 약재와 최신 의료 기구들이 속속 들어왔다. 그러나 군의관들은 20년에 이르는 군의관 생활에서… 의사로서, 일찍이 느껴보지 못했던 강한 충격을 받았다.
그로부터 넉달 후, 그로부터 약 4개월 후인 1997년2월22일자 북한<조선 중앙통신>은 다음과 같은 짤막한 보도를 외신으로 내보냈다. <우리 인민의 위대한 혁명 전사인 최광(崔光) 인민 무력부장이 78세를 일기로 급서했다. 평양 육군 병원측에 따르면 사망 원인을‘심근 경색증’이라 발표했다.>이상. -이글의 저작권은 외교통상부에 있습니다. 글쓴이 김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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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부(軍관련) 홈페이지에 연재한... 제 글 중에서... 남자 회원님들이 좋아 할 픽션물을 골라 보았습니다. 김건.
아그런 픽션의 글이 어떻게 대단 합니다 청솔 회원들을 위해 호주에서 인기리에 실려진 를 실감할것 같습니다 해주지 못할까봐 조금 걱정도 됨니다 감사합니다 김건 작가님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호주교포사회에서 인지도 높은 김건씨
그렇게 애쓰시는것 만큼 이카페가 호
열정으로 의
Q님이,보시다시피 위와같은 글은... 장막속에 가린... 북한 권력자들의 한 단면을 들어내는 글인데
저는 한때 이런류의 글을써서 인기(?)도 얻고... 밥먹고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