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무엇인가
며칠째 제법 쌀쌀한 바람으로 서늘한 기운의 가을날이 겨울을 재촉하는 하는 듯
하여 어깨를 많이 움추리게 하고 연일 고공 행진을 계속하는 오일 달러는 나의
마음까지 쓸쓸하게 만들어 놓으면서 쓸쓸한 가을을 보내야 하는 슬픈 마음 이었는데
오늘은 맑고 높은 가을 하늘이 참 아름답다 구름은 느릿느릿 흘러가고 바람은 산들산들
다가온다. 따사로운 햇살이 살갗에 와 닿으면서 나는 가을향기에 흠뻑 젖는다.
날씨만큼이나 많은 친구들이 부인들과 함께 모였다. 이제는 중년의 여인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옷고르는 감각들이 탁월한가 보다.아줌마들의 옷차림새에서도 화려한 가을색이 묻어난다.
이런저런 이유로 두달씩이나 산행에 불참하였던지라 참으로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요즈음 작은농장을 꾸려 흙을 일구어가면서 행복도 함께 일구어 가고 계시는 도영님의
얼굴에서는 가난한 농부의 풍성한 마음이 읽어진다. 손수가꾼 무공해 상추,깻잎이라면서
많은양을 들고 오셨다. 소방소장으로 계시는 남편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오늘도 바쁜근무로
함께 하지 못하는데 남편몫까지 대신해야 한다면서 기꺼이 참석해주신 도영님께 박수를 보낸다.
후일에 아름답게 가꾸어놓은 그녀의 농장에서 그녀의 살가운정과 행복에 겨운 삶의 이야기에
듬쁙취하고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하여본다.
반가운만남들과 따사로운 햇살과 산들산들 바람이 함께 하니 오늘 산행은 파티가 있는
가을속으로 아주 특별한 외출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부산에서 영철이가 아내와 함께 달려왔다. 시원시원하게 웃는 모습들이 들고온 시원소주
보다 더 시원하다.그냥와도 반가운데 시원소주 한박스까지 들고 오니 몇몇 애주가들의
마음은 벌써부터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혓바닥에 감치는 짜릿함을 미리 맛보는듯 한다.
비구니스님들이 계시는 절집 내원사가 있고 지눌스님의 고속철도 터널통과반대을 위한
100일 단식농성으로 더욱더 유명해진 천성산이다.성불암 성불계곡과 내원사 내원계곡
그리고 천성의 공룡능선과 화엄벌의가을억새들이 작은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사계가
아름다운 곳이다. 천성산의 공룡능선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바라 보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종교적신비의 마법에 걸려 버리고 만다.
성불계곡입구로 들머리를 잡는다. 길목의 떡갈나무숲들이 장관을 이루고 코끝에 걸리는
냄새도 상큼하다.떨어지는 낙엽이 얼굴을 간지르고 붉게 물든 단풍은 바람에 살랑살랑이면서
맑은햇살에 하늘 거리는 모습이 수줍은 새색시의 몸놀림을 닮은 듯 하다.
경애씨의 몸짓도 많이 가벼워보인다. 맨 선두로 나서면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가을속으로 깊게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 18세 소녀의 홍안처럼 붉어진다.
이렇게 우리들은 서로에게 사랑하는 사람이되고 고마운 사람이 되면서 예쁜추억을
엮어가기 시작한다.올망졸망한 고스락을 오르내리기도 하면서 편안하고 느긋한
산행길이 이어지더니 제법 숨이 차오르는 된비알에서는 더이상 오르지 못하게 길을 막아선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자고 하면서 몫좋은 곳에 자리를 펴고 묵사발을 내어 놓는다.
간장양념에 버물러진 묵은 게눈 감추듯 없어진다. 묵한점에 소주까지 한잔 때린다.
그래 맞다 묵은 쳐서 먹는 것이니 쳐서먹는 묵을 안주로 먹는 소주는 당연히 때리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고 혼자 생각 해 본다.
다들 묵 맛에 즐거운 웃음을 그으면서 기분 좋아한다.
가파른 산길은 갈지자로 늘어지면서 이내 짚북재에 도착한다.
임진왜란때 이곳에서 원효대사가 2만 대군에게 불법을 설파 하였다고 한다.
2만대군이 들어서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낙엽이 쌓인 너른 분지는
배낭을 풀어 헤치게 만들기에 충분한 자리다. 함께 둘러앉아 점심을 먹는다.
나무들 속에서 수근거리는 낙엽소리 들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 꽃피우면서
먹는 점심은 식도락(食道樂)이다.머리에 깨가 서말 이라고 하는 가을 전어회를
왼쪽으로 비비고 오른쪽으로 비비고 손수 가꾼 느타리버섯이며 싱싱한 상추쌈과
멍게젓갈의 속깊은 맛까지 배가 부른 줄도 모르면서 젓가락이 계속해서 바쁘게 움직인다.
점심후 시간을 확인해 보니 1시30분이다. 이곳 짚북재는 사거리 갈림길이다.
노전암쪽 계곡,성불암계곡 ,그리고 공룡능선과 천성산정상 쪽으로 갈라지는 곳이다.
애초 계획은 천성산제2봉으로 해서 내원사 계곡으로 하산할 예정이었는데
이곳까지 와서 좀 힘이 들고 위험하다고 공룡능선을 버리면 언제다시 공룡능선에 오를 수 있을까
심각한 고민에 빠지지만 이내 원망을 들어좋으니 공룡능선을 택하기로하면서 고민을 덜어버린다.
늑장을 부리면서 올랐다가 내려서도 시간은 넉넉 할 것 같았다.
갈림길 초입부터 심하게 이어지는 된비알은 거친 숨소리로 헉헉거린다.
맛있어 배부른줄도 모르고 먹어놓은 밥이 오름길을 더욱 힘들게 만들면서
행렬은 다시 길게 늘어진다. 길게 늘어지는 행렬을 바라보니 우리들은 무슨 인연인지를
묻는다. 구름은 하늘을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습니다. 물고기는 물을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습니다. 그림자는 주인을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만남의 인연들이 있습니다. 우리들은 '포항고25회' 라는인연을 떠나고 싶어도
결코 떠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들 훌쩍 중년이라는 세월에 와 있습니다.
우리서로에게 부담없이 서늘한 가을바람 가을하늘 같은 사람들이 되기로 합시다.
남은세월 가장편안하고 아름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my best friends 기대합니다.
공룡능선에 올라섰다. 멀리 영남알프스의 산군들이 스카이라인을 만들고 은은한 파스텔조의
단풍계곡은 소리라도 지르고 싶게 놀랍고 신선한 충격이다.된비알의 원망들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모두 철학자가되고 시인이 되어 버린다.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한 중년의 부부들은
색깔의 마술에 이미 나이마저 잊은듯 연인이 되어 꼭잡은 손을 놓지 못한다.
아름다운 풍경앞에서느 모두가 사랑하게 되는 모양이다.
잠시 눈을 감고 아름다운 풍경을 머리속에 그려보면서 . 푸른창공을 날으는 한마리 새가
되어 멋지게 하늘을 날아 본다. 어찌 감탄사를 아낄 수 있는가 영롱한 빛 대자연의 신비함을
느끼게 하는 단풍명화들을 넋을 놓고 바라보면 심연으로 빨려드는 블랙홀이다.
힘들게 바윗길 돌고 돌아 돌아서면 또다른 풍광이 있으니 우리들 인생길 같이 느껴진다.
계곡에 발을 담구어 본다, 서늘한 기운이 발바닥 깊숙히 스며들면서 발이 아프도록 바윗길을
오르내리고 밧줄에 절벽에 매달리며 조마조마 했던 일조차도 행복해 지기 시작한다.
라면을 끓이고 먹다남은 반찬들을 모조리 집어넣으니 훌륭한 부대찌게가 되니
이보다 더 맛있는 술 안주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사십대 중반의 나이에 앞치마를 두른
술집주인과부의 생김새처럼 깔끔하고 개운했다.병조가 그맛에 소주를 연거퍼 마시니
화색이 달아 올랐다.맑게 웃는 모습이 참 편안하다.
회장님께서 좋은기분에 따로 술상을 마련하여 즐거운 파티가 흥겹게 이어지고
우리들의 화려한 가을축제의 예쁜추억이 고운단풍이 되어 우리들 인생의 책갈피에
끼워진다. 삶이란 무엇입니까 떠나고 싶을때 떠날 수 없고 머물고 싶을때 머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또 늘 떠나고 싶고 또 늘 머물고 싶어지는 것이 우리들 삶이라 합니다.
당신들은 세상의 멋진선물 영원한 친구들입니다.남은세월 함께 떠나고 함께 머물면서
아름다운 친구처럼 미쳐봅시다. 미친(美親)이란 아름답게친하다라는 말이기도 하지요
우리함께 미친삶을 살아갑시다.사랑합니다.포이오 사랑합시다 포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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