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출입국·외국인청, 전쟁 후 입국한 고려인 동포에 취업·생계 지원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우크라이나 의학전문대 재학생인 이율랴(21) 씨는 올해 초 전쟁이 발발하면서 지난 4월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 입국했다. 17일 수원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고려인 동포인 이씨는 낯선 타지에서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기에 전공과 무관한 김 가공 공장에서 일해야 했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보다 전문적인 일을 하고 싶었던 그는 수원출입국·외국인청과 민간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사회통합지역협의회 도움을 받아 지난 16일부터 수원에 있는 윌스기념병원에서 근무하게 됐다.
© 제공: 연합뉴스수원 윌스기념병원에서 근무 중인 이율랴(가운데) 씨.
아직 한국어가 서툴러 병원에 있는 러시아 출신의 코디네이터와 이민자 통역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수술 장비를 정비하는 등 의료진을 돕는 역할이지만, 이씨는 이곳에서 자신의 꿈을 펼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비록 당장 의사로 일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도 제가 계속 꿈을 꿀 수 있게 도움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제가 받은 도움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 씨의 취업을 위해 수원 출입국·외국인청은 이 씨가 소지한 학위 증명서를 근거로 방문취업(H2) 비자를 취업이 더 자유롭고 체류 기간에 제약이 없는 재외동포(F4) 비자로 변경했으며, 사회통합지역협의회는 이 씨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직장을 연계했다. 역시 고려인 동포로, 지난 5월 한국 땅을 밟은 유빅토리아(22) 씨도 이달 8일부터 사회통합지역협의회 김춘호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위너스오토메이션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
© 제공: 연합뉴스중소업체인 위너스오토메이션에 취업한 유빅토리아(아래) 씨.
키이우 국립경제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과정을 우등생으로 졸업한 그는 전쟁이 나자 부모님과 동생이 있는 한국에 입국해 한국어를 배우던 중 수원출입국·외국인청의 도움을 받게 됐다. 유 씨는 "대학교에서 배운 전공을 살려 열심히 일하며 한국에서 제 꿈을 이루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원출입국·외국인청은 지난 6월 7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한국에 입국해 경기도 안성과 화성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 15가구 50여 명 면담한 뒤 사회통합지역협의회 및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운영 기관인 화성외국인복지센터 등과 함께 가구별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이율랴 씨와 유빅토리아 씨의 취업 연계 외에도 우크라이나 정부의 국가총동원령에 따라 남편과 떨어져 여동생·1세 자녀 등과 함께 한국에 입국한 김나탈리아(31) 씨 가족에게 수원출입국·외국인청 직원들이 모든 200만 원을 지원하거나, 주거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2가구에는 사회통합지역협의회 기금 1천만 원을 월세 보증금 명목으로 지원해주기로 했다.
© 제공: 연합뉴스박상욱 수원출입국·외국인청장이 우크라 고려인 동포에게 지원금을 전달하는 모습.
또 아동 대상 무상 치과 치료 및 아동복, 기저귀, 분유, 선풍기 등 지원과 한국어 통역 서비스,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할 방침이다. 박상욱 수원출입국·외국인청장은 "전쟁을 피해 입국한 동포들이 한국에서 꿈과 희망을 키우며 생활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young8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