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여행기(2005년5월25일~26일 1박2일)
세상 어느 땅보다 더 멀게만 느껴졌던 그곳은 지척에 있었다. 먼 것은 마음이지 땅이 아니었다. 분단의 아픔을 뒤로하고 생각만 해오던 북녘 땅에서 일박이일을 꿈같이 보냈다.
2005년 5월25일 강원도 고성 집결지(금강산콘도)에서 아침6시에 조반을 먹고 관광증을 받은 우리 일행은 7시에 고성을 출발하여 민통선을 지나 남측 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하였다. 출국 수속을 밟고 8시에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에 올라 그리운 금강산을 향하여 드디어 육로 관광은 시작 되었다.
이동 중에 버스 안에서 우리측 안내원(윤 조장)의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북한 사람들은 남과 북이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남측, 북측이란 용어를 써달라는 말과 이동 중 차안에서는 사진촬영을 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관광도로 옆으로 연두색 철책이 있는데 관광객과 북측 민간인들의 경계였다. 새들도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강물도 자유롭게 흐르지만 분단의 아픔은 자유를 구속하고 그 한계를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남과 북의 철로도 하나로 연결 되어있고 이 철로는 원산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개성, 백두산을 가는 날도 얼마남지 않았다고 예견하고 있다. 조금 가다가 철로 옆 기울어진 콘크리트 기둥을 가리키며 여기서부터는 북쪽 땅임을 알리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그때 시각이 8시17분 이었다.
북측 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온정리까지 가는대는 30~40분이 소요된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북쪽 시골 풍경은 허름한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과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옛날 영화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졌다. 벌거벗은 바위산, 들쑥날쑥 자란 보리밭, 넓고 넓은 들녘을 황무지처럼 버려둔 평야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벌거벗은 산은 해안가라서 군사목적으로 나무를 모두 베어내서 그렇다고 한다.
금강산을 향해서 가는 길목의 우측에 감호라는 넓은 호수가 보인다. 조금 지나 남강이라는 강가엔 배 한척이 한가로이 떠있고 손 떼 묻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남강의 일화를 안내원이 소개를 해준다.
방랑시인 김삿갓이 강을 건너려고 처녀 뱃사공이 노 젓는 배에 올라타서는 ‘여보, 마누라 저 강 건너까지 가구려’ 하는 말에 처녀 뱃사공이 깜짝 놀라면서 ‘어째서 내가 댁의 여보, 마누라란 말이요’ 김삿갓 하는 말 ‘당신 배에 올라탔으니 내 여보 마누라지‘ 묵묵히 노를 젓고 가던 처녀뱃사공이 강을 다 건너서 저만큼 가는 김삿갓에게 하는말 ’아들아~‘하며 부르는 소리에 김삿갓이 깜짝 놀라 가던 길을 멈추고 되돌아와서 처녀 뱃사공에게 ’내가 어찌 처녀의 아들이오‘ 물으니 처녀 뱃사공 왈 ’내 뱃속에서 나갔으니까 내 아들이잖소‘
눈앞엔 온정각이 보이고 뒤편에 닭알 바위라는 산을 시작으로 금강산의 봉우리들이 이어져있다. 드디어 온정각에 도착했다. 온정각은 금강산 관광지구의 센터 역할을 하는 곳이다. 식당 예약은 물론 문화예술관에서 공연하는 교예공연도 여기에 있으며 코스 관광을 위한 셔틀 버스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시간을 절약하기위하여 우리가 타고 온 차가 구룡연 코스까지 곧바로 향했다. 간단한 차림으로 차에서 내려 구룡연을 향하여 산행을 시작하였다. 숲과 나무가 하늘을 뒤덮어 날씨가 더운데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고 특히 금강산의 소나무는 미인송으로 불리는데 평균수령도 오륙백년 정도 된다고 한다. 미인송은 관상가치가 높고 국가 일급 보호자원으로 관리하고 있다 . 구룡연 코스는 완만한 경사로 금강문을 지나 옥류담, 연주담, 구룡폭포, 상팔담까지 왕복 네시간 소요되며 금강산 계곡의 아름다움을 맛 볼 수 있다.
우리 일행 중 몸이 불편하신 사장어른이 계시고 아버지와어머니도 연세가 많으셔서 구룡연 정상정복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만경다리에서 하산을 하여 온정각으로 내려와 산채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다음 코스는 선택 관광인데 우리 일행은 금강산 온천으로 이동하여 온천욕을 하며 산행의 피로를 풀었다. 노천탕도 좋았고 온천수가 너무 좋아 피부가 한결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우리는 셔틀 버스를 타고 온정각으로 내려와서 오후 4시30분부터 평양 모란봉 교예공연을 한 시간 반 동안 보았다. 공중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묘기는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고 자전거타기, 공재주, 철봉재주, 널뛰기재주 등을 관람하고 마지막 인사로 ‘다시 만납시다’ 노래 부르며 손을 흔들고 아쉬움을 뒤로 해야만 했다.
숙소인 금강산호텔에 왔다. 배낭을 내려놓고 2층 식당에서 북측 뷔페로 저녁을 먹었다.
접대원동무(여직원)들도 친절 하였고 음식도 맛있었다. 금강산호텔은 북측에서 운영하며 직원들도 북한 사람이다. 호텔 앞에는 포장마차가 있는데 술과 안주를 판매한다.
호텔 안에 민속 주점이라는 곳이 있는데 가라오케와 비슷하다. 기념품점도 있고 나이트클럽은 새벽2시까지 영업을 한다. 커피숍에서 잠간동안 쉬다가 저녁9시부터 10시까지 금강산예술단의 가무공연을 관람하였다. 5인조 여성그룹이 악기를 연주하고 인민 배우들이 노래 부르며 춤을 추는데 우리들도 같이 노래 부르고 하나가 되어 끝날 때는 잘 가세요 손을 흔들며 다시 만나자는 노래 소리에 한 민족의 가슴 찡한 감동을 받았다. 숙소에 돌아와서 북측 안내원과 가져온 음식을 나눠먹고 얘기도 나누고 했다.
적대감 같은 것은 조금도 없었으며 현대그룹에 대해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5월26일, 아침6시에 일어나 짐을 챙기고 아침 식사를 하였다. 남측 음식과 비슷하여 부담은 없었으며 감자전도 맛있었다.
호텔 옆 공원에 걸린 프랜카드에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살아 간다‘ 라는 글귀가 새삼스럽기도 하면서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은 해금강과 삼일포코스로 관광을 해야 하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미리 준비해온 우산도 챙기고 우비도 사오고 한다. 조금 있으니까 비가 그쳤다. 온정각을 출발하여 1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해금강에 도착하였다.
해금강은 금강산을 축소하여 바다위에 옮겨 놓은 것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바닷가에 핀 해당화가 처량하면서 아름답게 보였다. 배를 타고 고기 잡으러 나간 남편을 향로를 피워 놓고 기다렸다는 향로봉이 우뚝 솟아있고 기암들은 석순, 석주같이 생긴 모양을 하고 있었다. 바닷속은 오염이 안 되어 미역도 자라고 있는 것이 보이고 말미잘, 따개비와 조개들도 보인다. 버스는 다음코스 삼일포를 향해서 들판을 지나 오솔길을 달리고 있었다.
삼일포는 예로부터 관동 팔경의 하나로 이름났고, 옛날 한 왕이 삼일포에 왔다가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삼일 동안 머물렀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였다. 삼일포의 단풍관에서 강냉이 막걸리에 감자전으로 한 잔 하는데 그 맛이 입에 착 달라붙는다. 북한 막걸리는 먹을 때는 맛있는데 독해서 많이 먹으면 취한다. 주변경관을 두루두루 구경하며 북측 접대원동무의 설명과 즉석에서 부르는 북한노래가 여행의 흥을 한층 돋구어주었다. 한 가지 눈에 거슬리는 것은 바위에 김일성, 김정숙, 김정일을 찬양하는 글들을 새겨놓아 그것이 자연을 훼손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보고 느낀 것은 농번기라서 전당, 전국, 전민이 동원령으로 사회주의 협동벌이 모내기로 동원되고 주민 들은 관광지에서 한 사람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농번기가 끝나면 북측 사람들도 관광도하고 삼일포에서 술도 한 잔하며 배를 타고 즐긴다고 한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들은 쓰러질 듯한 나무 전봇대에 매달린 전기선은 북한의 전력난을 실감케 했으며 그것 마져도 그 전력의 공급처는 해안가의 전기철책과 연결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학교 운동장엔 초라한 철봉대가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하고 농구 골대가 없어서 나무에다가 그물을 달아 놓은 모습이 애처롭게만 보인다. 학생들은 한사람도 보이질 않고 교실내부에는 백열등이 어두컴컴한 내부를 비추고 있었다. 길목마다 부동자세로 서 있는 인민군도 보이고 민가들은 집단 거주를 하고 있었으며 집들은 초라하고 원색 그대로였으며 자동차는 아예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점심때 온정각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쇼핑을 하다가 오후3시 30분에 남측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 여행의 아쉬운 여운을 남기고 금강산여행을 무사히 다녀왔다.
그들 말대로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 이제는 자유롭게 다시 만나지기를 희망하면서 아름다운금강산여행기를 간단하나마 적어보았다. 다시 갈 기회가 생긴다면 휴대폰은 아예 못가지고 가니까 시계는 꼭 챙기고 북한 노래도 한 두곡 정도는 배워서 가면 좋을 듯싶다.
끝으로 부모님과 사장어른 내외분을 모시고 3박4일 동안 여행을 하면서 장거리이동시에도 불편하단 말 한마디 없으시고 음식도 잘 드시고 하여 감사하고 앞으로 시간을 내어서 더 많은 구경도 시켜드리고 싶다.
2005년 5월 29일 금강산을 다녀와서 씀
첫댓글 지금은 그 때보다 많이 변했겠지만 개인적으로 1박2일코스로 구룡연코스와 만물상코스를 가을에 산행하는 스케줄을 잡으면 좋을 듯 싶습니다. 올릴 글도 없고 옛날 끌쩍거려 놓으게 있길래 혹시 가실분은 참조 하시라꼬...^^
비록 몇년전의 여행기이나 부모님과 사장님 내외를 모시고 다녀온 뜻깊은 여행기를 올려줌에 감사하네.. 말로만 듣고있는 금강산 관광을 나도 다녀온 듯하네..늘 그렇게 열심히 살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다복하고 화목한 가정 이끄시고 늘 친구들에게 다정 다감 하시고 기타 등등.. 언제나 멋있는 친구이시게나... 이 정도면 꼬리글로 멋지제???? 울산사는 금게 25회 동기들 홧~~~띵!!
뭐~ 이런걸 다~ㅋㅋㅋ
금강산은 늘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선배님의 후기로 먼저 가보네요...나중에 갈때 꼭 참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