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살표 표시는 갈림길이 왼쪽이나 오른쪽 방향 표시일 뿐 특정지점 등로 방향을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숲에 들면 나무만 보이고, 산에 들면 정작 그 산의 전모를 보기는 어려운 법이다. 살짝 떨어져 볼 때 산의 참모습이 더 잘 드러난다. 큰 산일수록 그 거리는 더 멀어지기 마련이다. 지리산도 마찬가지다. 지리산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정상인 천왕봉이 아니다. 오히려 동서남북 지리산을 둘러싼 주변의 낮은 산에서 전체적인 형상을 또렷이 볼 수 있다. 그런 전망대로 이름난 곳이 하동의 삼신봉이나 광양의 백운산, 함양의 삼정산이다.
이번에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답사한 경남 산청군 시천면의 구곡산(九谷山·961m)은 지리산 동쪽에서 천왕봉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구곡산과 천왕봉 사이엔 가리는 높은 봉우리가 없어 우뚝 솟은 천왕봉과 거기서 촛대봉까지 뻗은 주능선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다. 게다가 천왕봉을 오르는 수고의 절반 정도면 정상에서 천왕봉을 감상할 수 있으니 이만한 전망대도 드물다. 정작 취재팀은 아쉽게도 답사하던 날 구름이 짙게 끼고 눈까지 세차게 날려 천왕봉 조망을 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 동쪽에서 지리산 천왕봉 조망하는 명소
근교산 취재팀이 구곡산 와룡폭포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도솔암을 지나면 곧 와룡폭포와 와룡바위를 만난다. 한겨울인데도 계곡엔 제법 많은 물이 흐르고 있다.
흔히 덕산으로 불리는 시천면은 곶감으로 유명하다. 낮에는 따사롭고 밤이면 기온이 뚝 떨어지는 곳이라 일교차가 커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맛있는 곶감을 생산한다. 유명세답게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흔하게 곶감을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덕천서원을 출발해 원리 마을을 지나가면 곳곳에 곶감이 주렁주렁 달린 창고가 있어 이곳의 곶감 생산량을 짐작할 수 있다.
구곡산 산행은 산청군 시천면 덕천서원 앞을 출발해 원리마을을 지나 도솔암~삼거리~와룡폭포·와룡바위~능선 위 삼거리~헬기장(922m봉)~덕산관광휴양지 갈림길~구곡산 정상~국수봉·도솔암 갈림길~능선 삼거리~범바위를 거쳐 도솔암에서 길을 되짚어 덕천서원까지 돌아간다. 전체 산행거리는 10.5㎞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3시간 30분~4시간, 휴식을 포함하면 5시간 안팎 걸린다.
덕산 버스정류장에 내려 앞쪽으로 100m 정도 가면 덕천강을 가로지르는 원리교를 건넌다. 정면으로 멀리 구곡산 정상과 좌우로 이어지는 능선이 바라다보인다. 다리 건너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덕산중·고교를 지나 덕천서원이 나온다. 산행은 덕천서원에서 시작한다. 서원 왼쪽 도로 입구에 원리1반 표지석과 '구곡산 등산로 5.02㎞' 이정표가 서 있다.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곧 마을을 벗어나 덕산중·고교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다. '구곡산 등산로 4.57㎞'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간다. 콘크리트 길을 조금만 가면 이번에는 왼쪽에서 오는 2차로 아스팔트 도로와 만난다. 길가에 '도솔암 2㎞' 안내판이 서 있다. 직진해서 올라간다. 100m 정도 올라가 시천정수장을 지나면 다시 좁아지며 콘크리트 길로 바뀐다.
◇ 덕천서원에서 도솔암 사이는 콘크리트 포장도로
취재팀이 도솔릉으로 올라가고 있다. 능선 가까이 올라가면 제법 많은 눈이 쌓여 있다.
10분 정도 올라가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면 왼쪽으로 흙길 임도가 갈라지지만 무시하고 계속 콘크리트 길로 오른다. 다시 10분 정도면 구곡사 가는 길이 오른쪽으로 갈라진다. 길은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오른다. 잠시 뒤 도솔암교를 건너 계곡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곧 도솔암 입구에서 산길이 시작된다. 길가에 등산 안내도와 이정표(구곡산 정상 2.62㎞)가 있다. 여기서 올라온 길을 뒤돌아보면 골짜기 사이로 살짝 덕산이 보인다. 산길로 접어들면 초반엔 널찍한 흙길이다. 계곡과 바짝 붙어 올라가는 완만한 길이다. 정면에 구곡산 정상이 한층 가까워 보인다. 한겨울인데도 계곡의 수량이 풍부하다. 5분 정도면 등산 안내도가 서 있다. 여기서 바위를 돌아가면 이정표가 선 삼거리다. 이번 산행에서는 왼쪽으로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온다.
답사로는 계곡을 건너 왼쪽 길로 접어든다. 이정표를 지나 산죽이 둘러싼 완만한 돌길을 오른다. 곧 경사가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10분 정도 가파른 흙길을 오르면 길 왼쪽 아래에 얼어붙은 와룡폭포가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폭 20m, 높이 10m 정도의 폭포는 대부분이 얼어 있고 한쪽으로 제법 많은 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폭포 위 와룡바위 옆에는 벤치가 있는 쉼터다. 폭포를 출발해 곧 울창한 대나무 숲을 지나면 계곡과 멀어진다. 점점 가팔라지는 길에는 잔설이 얼어붙어 미끄럽다. 10여 분 더 걸으면 해발 600m대를 넘어서는데 눈이 제법 깊어진다. 능선까지는 갈림길이 없어 길을 벗어날 염려는 없다. 한참을 올라 급경사에 통나무 계단이 설치된 길을 오르면 도솔릉 능선 위 안부 삼거리에 올라선다. 와룡폭포에서 능선까지는 40분 정도 걸린다.
◇ 얼어붙은 와룡폭포 장관… 능선까지는 급경사
정상에서 하산하는 길에 침목 계단이 깔려 있다.
안부 삼거리에서는 오른쪽으로 꺾어 능선을 따라간다. 능선 좌우는 급경사 사면이다. 20분가량 완만한 길을 오르내리다가 통나무 계단을 올라가면 헬기장이 있는 922m봉이다. 이정표(정상 0.75㎞)가 서 있다. 직진하면 살짝 내려섰다가 완만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잠시 뒤 삼거리에서는 왼쪽으로 덕산관광휴양지 내려가는 길을 지나 직진한다. 산불 무인감시시스템을 지나 10분 정도면 바위투성이인 구곡산 정상이다. 키 작은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지만, 서쪽으로는 가리는 게 없다. 답사 때는 눈이 날려 시계가 짧아 천왕봉을 볼 수 없었지만 보통 때는 정상석 뒤로 우뚝한 천왕봉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하산 길은 이정표의 천잠능·국수봉 방향으로 직진한다.
위태로운 바윗길을 지나면 바로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서 능선이 갈라진다. 왼쪽 능선은 국수봉을 거쳐 내원사로 연결되고 하산로는 오른쪽 도솔암 방향 급경사 길이다. 이어 완만한 길을 잠시 내려가면 '국립공원'이라고 새겨진 작은 시멘트 기둥을 지나며 다시 급경사다. 왼쪽으로 국수봉 가는 능선의 북사면이 눈에 덮여 하얀 모습을 볼 수 있다. 통나무 계단이 설치된 급경사를 내려가면 능선 길은 대체로 완만해진다. 20여 분간 급경사와 완만한 길을 번갈아 내려가면 이정표가 선 삼거리다. 직진하면 능선을 따라 계속 내려가 원리마을에 닿는다. 이 길은 희미하고 산죽이 우거져 있다.
하산로는 오른쪽 도솔암 방향이다. 가파른 내리막엔 통나무 계단이 설치돼 있는데 오래돼 군데군데 부서진 곳이 있어 조심해서 발을 디뎌야 한다. 10분 정도면 계곡과 만나며 왼쪽으로 꺾어 내려간다. 이정표(도솔암 0.9㎞)가 서 있다. 계곡을 따라 지루한 돌길을 10분 정도 내려가면 산죽이 무성한 흙길이 이어진다. 다시 10분 정도면 작은 폭포가 있는 거대한 바위 쉼터로 범바위로 불린다. 범바위골이란 골짜기 이름도 이 바위에서 유래했다. 여기서 작은 폭포와 소를 지나면 곧 올라갈 때 길이 갈라졌던 삼거리다. 왼쪽으로 꺾으면 곧 도솔암 입구이고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내려가 30분 정도면 덕천서원에 도착한다.
# 떠나기 전에
- 남명 조식 선생 기리는 덕천서원 꼭 둘러보길
이번 산행의 출발지이자 도착지인 덕천서원(德川書院)은 조선 중기 대표적 유학자인 남명 조식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1576년 처음 세울 때는 덕산서원으로 부르다가 이후 덕천서원으로 바꿨다. 임진왜란 때 불탔다가 1602년 중건했지만, 흥선대원군 집권기에 철폐된 뒤 1930년대 복원됐다. 1974년 경남유형문화재 제89호로 지정됐고 1983년에는 국가문화재 사적 제305호로 지정됐다.
남명학파의 본산 역할을 했던 덕천서원은 중산리로 들어가는 도로 가에 있어 꼭 구곡산 산행이 아니더라도 오가며 들러볼 만한 곳이다. 이번 산행은 산행시간이 그리 길지 않으므로 산행 전후에 잠시 짬을 내 서원을 둘러봐도 큰 부담이 없다. 도로에 접한 입구에는 수령 40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당당하게 서 있다. 시정문을 들어서면 정면에 '덕천서원'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강당 건물 경의당이 있고 그 앞쪽 좌우로 유생들이 거처하던 아담한 동재와 서재가 들어서 있다. 경의당 뒤로 들어서면 조식과 제자인 최영경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 숭덕사가 있다. 이곳에서는 봄 가을에 제사를 올리고 8월에는 남명 선생의 탄생을 기념하는 남명제가 열린다.
# 교통편
- 진주에서 중산리·대원사 가는 버스 타고 덕산 하차
경남 산청군 시천면 덕산에 가려면 일단 진주로 가서 차를 갈아타야 한다. 진주까지는 동래나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수시로 출발한다.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덕산을 거쳐 중산리나 대원사로 가는 버스가 오전 8시, 8시 35분, 9시 5분, 9시 30분에 출발한다. 부산(서부터미널)에서 진주를 거쳐 덕산 가는 버스는 오전 6시 10분, 8시 20분에 있다. 덕산에서 진주로 들어가는 버스는 오후 8시(막차)까지 30~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이 가운데 오후 6시 15분과 8시 버스는 진주를 거쳐 부산까지 간다.
이번 코스는 원점회귀라 승용차를 이용해도 편리하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분기점에서 통영대전고속도로로 바꿔 탄 뒤 대전 방향으로 가다가 단성IC에서 내린다. IC를 빠져나온 뒤 20번 국도를 만나면 우회전해 중산리 방향으로 가다가 사리 교차로에서 오른쪽 길로 가면 곧 덕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