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책’과 ‘좋은 책’이
같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자연과학 관련 책들이 대부분 좋은 책들이지만
억지로 글을 짜냈다거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책들도 제법 많은데
그런 책들은 ‘재미있는 책’에도, ‘좋은 책’에도 넣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만난 Richard P. Feynman의 이 책은
‘참으로 좋은’ 훌륭한 책이었습니다.
책이 나온지 오래 되어 신선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이 책을 통해 ‘위대한 인물 파인만’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일이었고
배우고 얻은 것도 적지 않았습니다.
감히 파인만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고
더욱이 내 입장에서 이런 엄청난 인물에 대해서라면
말을 아껴야 하는 것이 옳지만
그럼에도 이 인물에 대해 한 마디 꼭 한다면
“‘과학지성’이라고 하는 세계에서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위대한 인물’”이었다는 말을 하는 것은
그리 결례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쉬운 것은,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늦게 나왔다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파인만과 그가 밝혀낸 양자 세계가
여전히 영롱한 것을 보면
양자역학이라는 분야에서 그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쉽게 가늠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가 이 세상에 와서 큰 발자국 하나를 남기고 가고도
한참이 더 지난 뒤에서야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늦게라도 그의 그림자라도 볼 수 있었던 기쁨,
그리고 ‘과학지성’이라고 하는 불꽃이
어떻게 지금까지 타오르고 있는지를 헤아리는 즐거움은
싸구려 불꽃놀이와는 견줄 수 없는 ‘휘황함’이라는 것 때문입니다.
본래 불꽃놀이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이제는 아예 그런 것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것은
파인만의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과학지성의 횃불’을 확인했기 때문이고,
앞으로도 이 불꽃을 계속해서 가까이 두면서
그 불꽃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동시에
내 몸이 식지 않도록 불을 쬐는 것까지,
내가 살면서 누려야 할 것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