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에 할애비 (콩트)
백화 문상희
경상북도 상주 하고도 모동 땅이 있었다.
백화산 상상봉 아래 500고지 용호리 산간마을
열 가구도 채 안되는 탑골 마을이었다.
1960년 9월 일요일 어느 날이었다.
국민학교 3학년 상희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종조할베 집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상희는 종조할아버지께 공손하게 인사를 드렸다.
"그래 상희 왔구나,
놀다가 점심 먹고 가거라!"
"예, 민이 아재는 어디 있나요?"
"저기 뒷마당에 있나 보다 찾아보거라!"
"예, 할아버지!"
"아재야~~~!"
목소리 우렁찬 상희가 나팔 형태로 손을 모아 부른다.
다섯 살 아래 학민이 아재는 반색을 한다.
종조할아버지 댁 막내 민이 아재는 언제나 상희를
형으로 부른다
"어, 형아 왔네!
형아 우리 가재잡으로 가자!"
"그래 주전자는 어디 있냐?"
"엉, 두지(헛간)에 있을 거라!"
찌그러진 주전자 한 개씩을 들고
둘이는 형제처럼 손을 잡고 동요를 부른다
"무궁~ 화 무궁~ 화 우리나라 꽃,,
도랑이 가까운 곳이라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개울에 다다랐다.
천혜적인 산간마을이라
피라미 튀김을 먹고 싶을 땐 족대질을 하면 되었고
송사라 피라미를 두 시간이면 한주전자 가득이었다.
고소한 메뚜기볶음을 먹고 싶을 땐 빈 소주병을
들고 한나절이면 한 병 가득 잡는다.
오늘은 민이 아재가 가재를 잡자고 해서 나온것이다.
가재를 둘이서 잡을 땐 같이 있으면 절대로 안된다.
가재는 돌덩이 아래에 숨어있어서
돌을 들추면 흙탕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학민아 너는 여기서 가재를 잡아~!
나는 저 아래 가서 잡을 테니!"
"응, 알았어 형아!"
상희는 열두 살, 민이 아재는 이제 일곱 살이다.
그러니 당연지사 상희가 많이 잡을 수밖에 없다.
두어 시간 만에 상희는 거의 한 주전자를 잡았다.
그 시점에 민이 아재가 상희에게로 왔다.
"형아, 가재가 너무 빨라서 못 잡겠어~!
나 조금만 주라!"
"안돼,
나는 엄마에게 같다 드릴 거야!"
조금만 더 잡으면 한 주전자다 ! 히히히"
"형아, 배고프다 집에 가자!"
"그래, 나도 이제 갈 거다!"
상희는 모래에 홈을 파서 가재를 가둬놓고
조금 떨어진 곳에 주전자를 가지로 갔다.
아니, 그런데 주전자에 가재가 절반밖에 없었다.
민이 아재 주전자 뚜껑을 열어보니 가재가
가득이었다.
"학민아~!
내가 잡은 가재 훔쳐갔잖아!"
"히이잉,
나는 세 마리밖에 못 잡아서 조금 덜어갔어!"
"안돼, 이리 줘!"
상희와 민이 아재는 실랑이를 하다가 주전자가
도랑에 엎질러졌다.
"임마, 왜 내 가재를 훔쳐가~!"
상희는 화가 나서 꿀밤을 몇 대 쥐어박았다.
"엉 엉 엉!"
민이 아재는 할아버지 댁에 도착할 때까지
울음보가 터졌다.
"아버지~!
형아가 가재 가져갔다고 때렸어 엉 엉 엉 !"
"상희 네이놈~!
감히 아재비를 때려?
이런 천하에 못된놈,
니 애비에게 말해서 단단히 교육을 시켜야겠다.
야 이놈아,
뱃속에 할애비도 있는데 감히 아재비를 때려?
"학민아!"
"예, 아버지!"
"야, 이놈아 예전에 내가 가르쳐 줬잖아!
상희가 나이가 더 많아도 조카라고 불러야지!
형이라고 부르면 내가 상희를 애비더냐?"
잠시 후 진정을 하신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이놈들아 내 말 잘 알아 들었느냐?
친척간에도 촌수가 있는 법이다.
니 아비와 나는 사촌간이고
학민이는 나이가 적어도 너의 오촌 당숙이다.
이다음부터는 꼭 아재와 조카 이렇게 부르거라!"
"예 할아버지 잘 알겠습니다."
상희는 집에 돌아와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지만
돌아온것은 무릎 꿇고 또 따끔한 훈계를 들었다.
어머니는 상희에게 조용히 말씀하셨다.
"배고프지 상희야!"
어머니는 그렇게 늦은 점심을 차려주셨다.
그날 이후로 촌수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았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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