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주차
서사, 인물과 사건을 쓰자
2. 백석의 동화시
백석은 1957년 북한에서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를 출간하였습니다. 그 책에는 「집게네 네 형제」, 「쫓기달래」, 「오징어와 검복」, 「개구리네 한솥밥」, 「귀머거리 너구리」, 「산골 총각」, 「어리석은 메기」, 「가재미와 넙치」, 「나무 동무 일곱 동무」, 「말똥구리」, 「배꾼과 새 세마리」, 「준치가시」 등의 동화시를 싣고 있습니다. 동화시는 재미있는 동화를 시의 형식으로 쓴 것을 말합니다. 백석의 동화시는 쉽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내용으로 읽는 이에게 즐거움을 줍니다. 그의 시에서 우리는 정겹고 소박한 사투리와 함께 부드러운 교훈과 소박하고 신선한 표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백석은 1956년 「동화문학의 발전을 위하여」를 비롯한 아동문학에 대한 글을 발표하기 시작하여, 1957년 동시 「멧돼지」외 동시 3편을 발표하여 아동문학 논쟁을 촉발시키고, 「아동문학의 협소화를 반대하는 위치에서」를 발표하여 본격적인 논쟁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는 「아동문학의 발전을 위하여」에서 동화를 정의하였는데, 아동들에게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며, 무엇이 아름답고 무엇이 아름답지 않은가, 무엇이 참되며 무엇이 참되지 않은가를 가르쳐 주고, 세계를 인식하게 하고 신비를 규명하며, 사람의 창조적 의지를 환기하고, 그 시대의 꿈과 이상과 염원을 표현하고, 인간의 실재적이고 부단히 성장하는 위력에 대한 동경과 이상을 표현하고, 사람들 “속에 있는 긍정적 자질들을 한 주인공에게 부여함으로써 영웅을 형상화하기 위하여 모든 자연과 동물(바람, 해, 달, 물, 추위, 더위, 꽃, 열매, 범, 승냥이, 토끼 등)그리고 인간의 손으로 창조된 모든 사물을 인격화하여 그것들을 실재물처럼 생존하게 하면서, 환상적 형상 속에 사고하고 행동하게 하는 문학의 장르가 곧 동화이다.”¹⁴⁰⁾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동화의 생명을 시와 철학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시정(詩情), 즉 시적 정서와 철학적 일반화를 동반한 동화를 좋은 동화로 꼽았으며, 시적 정서로 충일되지 못한 동화는 감동을 주지 못하며, 철학의 일반화가 결여된 동화는 심각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동화에 있어서 시적 정서라 함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감동적 태도이며, 철학의 일반화라 함은 심각한 사상의 집약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일상적이며 실재적인 현상들에 비상한 특징들과 자질들을 부여하는 동화의 특질 속에도 생명 없는 것에 대해 생명을 주입하고, 감동 없는 세계에 감동을 부여하는 특질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특질들은 곧 과장과 환상의 두 요소로 요약된다고 하였습니다. 동화가 동화로서의 경지에 이르자면 이 두 요소를 무시할 수 없으며, 이 두 요소 없이는 그 어떤 공상도, 지향도, 미래에의 투시도 성립될 수 없고 모든 좋은 동화에는 반드시 이 두 가지 요소가 존재한다고 하였습니다.
백석은 동화창작에서 시적 언어를 중요시하였습니다. 언어를 고의적으로 쓰는 것은 언어를 인공적으로 만들며, 생명이 없는 것으로 만들고, 이러한 것은 동화에서 배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시적 언어의 모범은 무엇일까? 그것은 인민의 언어이다. 푸슈킨이 일찍 가장 본질적인 언어를 인민의 언어에서 찾으라고 절규한 것은 우리들에게 큰 교훈으로 된다.”¹⁴¹⁾고
백석은 동화작품에서 찬란하고 호화로운 많은 조사들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언어는 소박하지 못하고, 형상력이 약한 것들로서, 그 대부분이 수식을 위한 언어로써 동화의 시적 정서와 피로 통하는 언어는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소박하고 투명하고 명확하고 간소한 언어야말로 아동 독자들의 창조적 환상을 풍부히 할 수 있으며, 그들에게 작품세계를 선명하게 인식시킬 수 있으며, 사회의 도덕윤리적 법칙을 옳게 가르칠 수 있”¹⁴²⁾ 다는 것입니다.
여러분께 소개하려는 「집게네 네 형제」는 플래시 동화로도 만들어져 있는데요, 1957년 4월에 발표된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에 실린 12편 중 하나입니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자기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을 발견하지 않고 화려하게 보이는 남의 것을 흉내 내는 어리석음을 일깨우며 주체성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내용의 동화시입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자신이 가진 모습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낭독하기에도 좋고 쉽고 즐겁게 읽히는 이 동화시를 읽다 보면 어느덧 자신의 참된 모습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키워질 것입니다.
어느 바닷가
물웅덩이에
깊지도 얕지도 않은
물웅덩이에
집게네 네 형제가
살고 있었네.
막내 동생 하나를
내어놓은
집게네 세 형제
그 누구나
집게로 태어난 것
부끄러웠네.
남들같이
굳은 껍질 쓰고
남들같이
고운 껍질 쓰고
뽐내며 사는 것이
부러웠네.
그래서
맏형은
굳고 굳은
강달소라껍질 쓰고
강달소라 꼴을 하고
강달소라 짓을 했네.
그래서
둘째 동생은
곱고 고운
배꼽조개 껍질 쓰고
배꼽조개 꼴을 하고
배꼽조개 짓을 했네.
그래서
셋째 동생은
곱고도 굳은
우렁이 껍질 쓰고
우렁이 꼴을 하고
우렁이 짓을 했네.
그러나
막내동생은
아무것도 아니 쓰고
아무 꼴도 아니 하고
아무것도 아니하고
집게로 태어난 것
부끄러워 아니 했네.
그런데
어느 하루
밀물이 많이 밀어
물웅덩이 밀물에
잠겨 버렸네.
이때에 그만이야
강달소라 먹고 사는
이빨 센 오뎅이가
밀물 따라
떠들어 와
강달소라 보더니만
우두둑 우두둑
깨물었네.
강달소라 껍질 쓰고
강달소라 꼴을 하고
강달소라 짓을 하던
맏형 집게는
이렇게 죽고 말았네.
그런데
어느 하루
난데없는 낚시질꾼
주춤주춤 오더니
물웅덩이 기웃했네.
이때에 그만이야
망둥이 미끼 하는
배꼽조개 보더니만
낚시질꾼 얼른 주워
돌에 놓고 돌로 쳐서
오지끈 오지끈 부서졌네.
배꼽조개 껍질 쓰고
배꼽조개 꼴을 하고
배꼽조개 짓을 하던
둘째 동생 집게는
이렇게 죽고 말았네.
그런데 어느 하루
부리 굳은 황새가
진창 묻은 발 씻으러
물웅덩이 찾아 왔네.
이때에 그만이야
황새가 좋아하는
우렁이 하나
기어가자
황새는 굳은 부리
우렁이 등에 쿡 박고
오싹바싹
쪼박냈네.
우렁이 껍질 쓰고
우렁이 꼴을 하고
우렁이 짓을 하던
셋째 동생 집게는
이렇게 죽고 말았네.
그러나
막내동생
아무것도 아니 쓰고
아무 꼴도 아니 하고
아무 짓도 아니 해서
오뎅이가 떠와도
겁 안나고
낚시질꾼 기웃해도
겁 안나고
황새가 찾아와도
겁 안 났네.
집게로 태어난 것
부끄러워 아니하는
막내동생 집게는
평안하게 잘 살았네.
- 백석, 「집게네 네 형제」¹⁴³⁾ 전문
모두 18연 112의 시입니다. 이 시를 서사 흐름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어느 바닷가에 집게 네 형제가 살고 있었다는 도입부 시간은 정하지 않고 장소만 설명(1연)→ 그런데 네 형제 중 막내동생만 제외하고 모두 집게로 태어난 것을 부끄러워했다고 함. 서사의 내적 갈등(2)→ 갈등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표현, 남들이 굳고 고운 껍질을 쓰고 뽐내며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함(3연) - 맏형이 먼저 강달소라 껍질을 쓰는 사건을 발단시킴(4연)→ 둘째동생이 배꼽조개 껍질을 쓰는 사건을 발단시킴 (5연)→ 셋째동생이 우렁이 껍질을 쓰고 사건을 발단시킴(6연) 그러나 막내동생만 아무것도 아니하고 집게로 태어난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다고 함. 주인공의 성격 창조(7연)→ 사건을 일으키기 위한 환경이 바뀜(8연). 강달소라를 먹는 오뎅이가 나타나 우두둑 깨물음. 첫째 사건 발생 (9) 맏형 죽음에 따른 첫째 사건 완료(10연)→ 낚시꾼 나타남. 사건 발생 암시(11연)→ 낚시꾼이 배꼽조개를 보고 부숴버림. 사건발생(12연)→ 둘째동생 집게 죽음. 둘째 사건완료(13연)→황새가 나타남. 사건 발생 암시(14) → 황새가 우렁이를 쪼박냄. 사건 발생 (15) 셋째동생 죽음. 셋째 사건 완료(16)주인공인 막내동생 등장. 남의 흉내 안 내고 주체적으로 살았다고 함(17연)→ 결말, 막내동생 집게가 평안하게 살았다고 함(18연)
이렇게 동화시 전체 구조를 사건의 암시와 발생, 완료를 거듭하면서 서사를 끌어가고 있습니다. 백석의 다른 장편 동화시들을 찾아 분석적으로 읽어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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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김재용 엮음, 『백석전집』, 실천문학사, 1997,381쪽.
141) 김재용 엮음, 앞의 책, 399쪽.
142) 김재용, 위의 책, 400쪽.
143) 김재용 엮음, 백석 전집』, 실천문학사, 1997.
공광규 『이야기가 있는 시 창작 수업』
2024. 5. 9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