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을 “어린양”이라 부릅니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영성체 전에 바치는 이 기도문에도 똑같은 어린양이 등장합니다. 유다인들은 이집트를 탈출할 때 어린양의 예식을 치렀습니다. 마지막 재앙에서 살아남고자 그렇게 하였습니다. 그들은 어린양의 피를 대문간에 뿌리며 숨을 죽였습니다.
그날 밤 천사는 어린양의 피가 뿌려진 집은 그냥 지나갑니다. 그렇지만 양의 피가 없는 집에서는 맏아들이 죽는 참변이 일어납니다. 어린양의 피가 구원의 표시였던 셈입니다. 이것이 파스카의 유래입니다.
하느님의 어린양은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입니다. 어떤 세상이겠습니까? 우리가 속한 세상입니다. 우리에게 맡겨졌고, 우리가 책임져야 할 세상입니다. 불안과 걱정이 산처럼 쌓여 가는 우리 몫의 세상입니다. 그 세상의 죄를 없애 주신다고 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스라엘 백성처럼 어린양의 의식을 치르는 일입니다. 그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올 한 해를 어린양의 정신으로 사는 일입니다. ‘왜 내가 희생해야 하는가? 왜 내가 억울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 이러한 생각에 너무 매달려서는 안 됩니다. 세월이 흐르면 깨닫게 됩니다. 그 희생과 억울함이 있었기에 얼마나 많은 보호와 축복이 우리 곁에 머물고 있었는지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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