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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오래된 건물로 흉물처럼 방치됐던 서귀포시 도심 이중섭거리의 옛 서귀포관광극장이 시민들의 열린 무대로 새로운 부활을 꿈꾸고 있다. 사진=서귀포시 제공
도심 흉물 이미지 벗고 시민에 열린 무대로
누군가 시를 읊었다. 누군가는 기타를 치며 집시의 감성을 실어날랐다. 귀에 익은 노래도 빠지지 않았다.
지난 16일 오후 옛 서귀포관광극장. 매달 이중섭거리에 있는 한 찻집에서 시낭송회를 열어온 '숨비소리 시낭송회'가 5월엔 이곳에서 서른 여섯번째 행사를 펼쳤다. 시멘트를 바른 돌담과 초록 덩굴식물이 어우러진 지붕없는 무대에 오른 이들은 저마다 주인공이 되어 서귀포시 도심을 시와 음악으로 물들였다.
1963년 '서귀포 지역 최초 극장'으로 개관한 이래 영화 상영관, 학예회장, 대중집회 장소 등으로 널리 쓰였던 서귀포관광극장이 다시 서귀포 시민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극장 이름을 여러차례 바꾸며 명맥을 이어오다 끝내 문을 닫았던 곳이다. 쓸모를 잃은 채 이중섭미술관 인근에 오래도록 흉물처럼 자리했던 공간이지만 서귀포시가 임대해 지역주민협의회에 운영을 맡기며 새로운 부활을 꿈꾸고 있다.
관광도시로 빠르게 변모해온 서귀포시는 그 과정에서 옛 서귀포시청사 등 도심 건축유산이 적지 않게 사라졌다. 서귀포시민의 기억을 안은 낡고 오래된 건축물이나 옛길이 품은 가치에 미처 눈길을 돌리지 못한 탓이다.
서귀포관광극장은 세찬 변화 속에서 서귀포시내에 드물게 남아있는 추억어린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높다. 건물 안전진단과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달 말부터 외부에 개방하고 있다. 내부 설치 작품을 보완해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고 주말엔 열린 무대가 이어진다. 공연에 참여하려면 매월 20일까지 지역주민협의회 (seogwinet@naver.com)로 신청하면 된다.
숨비소리 시낭송회에서 만난 서귀포의 한기팔 시인은 "하늘을 볼 수 있게 탁트인 무대여서 도심이지만 자연 안에서 공연을 즐기는 기분"이라며 "서귀포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커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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