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독서토론 수업을 지도하다보면 참으로 많은 어머니들께서 일기에 대해 물어보십니다. 어떻게 하면 일기를 잘 쓸 수 있냐고 하시면서 아이 일기장을 보여주시기도 합니다. 주로 저학년 아이들이죠. 초등 고학년쯤 되면 일기를 잘 보여주지도 않으니까요.
초등 저학년들 일기장 보면 내용이 아주 단순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 일기를 자세하게 살펴 보세요. 아래에서 다시 활용할 것입니다 ^^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학교에 갔다. 친구하고 닌텐도하고 놀다가 선생님께 혼났다. 집에와서 밥 먹고 학원에 갔다. 학원에서 올라오는 길에 돌멩이를 잘못 밟아 넘어져 멍이 들었다. 엄마는 오늘도 야근하신다. 발 씻고 그냥 잤다.
일기 종류는 다양합니다. 테마일기, 제목일기, 여행일기, 그림일기, 자유일기, 독서일기, 생활일기 등등. 그중에서 가장 흔하게 쓰는 경우가 생활일기지요.
일기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그날 있었던 일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에 남는 일 중심으로 쓰되 느낀점을 같이 써야한다고 우리는 배웠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느낀 점을 잘 살리지 못하고 ‘단순 행동’ 위주로 간단하게 기술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죠.
일기, 단순한 자기 기록, 반성 아닌 글쓰기와 연계돼 있다
그런데 어머니들은 왜 자녀들이 일기를 잘 쓰기를 바랄까요? 글쓰기 학습과 연계해 생각을 하시기 때문입니다. 일기의 본래 취지인 하루하루의 일과를 정리하면서 자기 반성과 앞으로의 다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기를 통해 글쓰는 학습효과를 보고 싶어 하십니다. 물론 자기 반성과 앞으로의 다짐에 해당하는 일기는 고학년이나 중학생 이상은 가능하겠지요.
초등 저학년부터 일기쓰기에 취미를 붙이고 생활화하면 중,고학년에 올라가서 논리적인 글쓰기와 사고를 확장해 더 큰 생각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어떤 주제로 어떤 방향으로 접근할까 연구하면서 글을 꾸준히 쓰면 필력이 늘어나는 것처럼 일기도 마찬가지 입니다.
글이 짧다고, 내용이 없다고, 너무 단순하다고, 쓸 말이 그렇게 없냐고? 하면서 아이를 윽박지르거나 기를 죽이고 짜증이나 화를 내시면 절대 안 됩니다.
대화, 질문 통해 쓸감을 깊게 생각하게 하라-마인드 맵
아이가 풍성한 일기를 쓸 수 있도록 팁(Tip)을 주시는 것도 하나의 하나입니다. 생각을 많이 깊게 해야 일기내용이 풍성하게 나올 수 있고 글쓰기 연계해서도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그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
밤 시간, 엄마 혹은 아빠가 초등생 아이와 마주 앉아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주 자연스럽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아이 이름을 “두솔이”라고 가정해봅시다.
두솔아, 엄마하고 오늘 하루 정리해볼까요? 오늘 무슨 일이 있었지? 수업시간에 친구하고 닌텐도 하다가 선생님한테 혼났지? 그런데 왜 수업시간에 닌텐도를 하게 된 걸까? 선생님한테 혼나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혼나서 나서 그 친구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오늘도 학원 가느라 힘들었구나. 돌멩이 밟고 넘어져서 아팠지? 그런데 왜 그 돌멩이가 보도블럭위에 있게 된 걸까? 엄마는 잘 모르겠네. 엄마가 야근해서 늦게 오니까 싫지? 엄마도 일찍 오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구나!
엄마(아빠)가 아이와 대화 나누는 장면을 가상 내용으로 설정해봤습니다. 아이가 대답을 했겠죠. 다만 내용이 길어질 것 같아 아이의 대답은 글에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엄마의 질문만을 실어봤습니다. 아이와 이런 대화를 나눈 후 아이의 그날 일기는 어떻게 변해있을까요?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학교에 갔다. 어제 산 닌텐도를 친구에게 자랑하고 싶어 수업시간에 몰래 하다가 선생님께 혼났다. 수업 끝나고 그 친구가 나 때문에 혼났다고 불평했다. 친구한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닌텐도는 꼭 쉬는 시간이나 집에서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학교 끝나고 학원 다녀 오다가 보도블록 위에 있는 작은 돌멩이를 잘못 밟고 넘어져서 멍이 들었다. 왜 이 돌멩이가 이곳에 있는 거지? 누가 장난으로 버린걸까 아니면 공사 트럭이 떨어트린 것일까? 오토바이 배달하는 분도 많고 친구들도 많이 지나다니는 길인데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엄마는 야근하신다. 학원 끝나고 집에 왔을 때 엄마가 없으면 허전하다. 그래도 우리를 위해 밤늦게까지 일하시는 엄마를 보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때도 많다.
부모가 노력하면 아이는 달라질 수 있다
방법만 묻지 말고 실천하는 부모님이 되기를..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난 후 아이의 일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행동과 느낌이라는 내용적 측면이 충실해지고 생각을 더 깊게 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문제에 대에 원인을 생각한 대목도 있습니다. ‘돌멩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서 그 원인을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거죠. 일기를 통해 사고확장을 꾀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러한 가상의 예시문이 정말 가능하냐구요? 물론 가능합니다. 부모님이 아이에게 어떤 팁을 어떻게 제공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는 것이죠. 질문을 통해 아이가 쓸 거리(행동과 느낀점)를 머릿속에 정리하게 하는 일종의 마인드 맵을 활용하는 것인데요 무턱대고 질문만 던지시면 안됩니다.
어떤 문제에 대한 원인이 무엇이며 그 결과는 어떨까? 인과관계에 대해 따져볼 수 있도록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시면 아이는 쓸 감을 더 많이 생각할 수 있음과 동시에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생각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생각이 나오게끔 의도적으로 질문을 해야합니다.
초등 저학년은 어떻게 보면 아직 아기입니다 ^^ 1차적이고 단순한 면이 많죠. 그것이 단순하게 글에서 나타나는 것이고요. 하지만 부모님들께서 질문을 통해 마인드맵을 형성해 일기쓰기를 한다면 풍성하고 구성력 있는 일기쓰기가 되겠지요?
이렇게 몇차례 마인드 맵 형성해주는 훈련으로 일기쓰기를 유도하다보면 아이는 어느 순간 스스로 생각하고 확장된 사고와 감성을 갖고 때로는 문제제기도 하면서 어떻게 풀어갈까 하는 방법 제시까지 일기에 쓸 날이 올 것입니다.
아이의 학습상태에 따라 그 틀을 잡아주는 기간이 달라지겠지만 평균 3~4개월은 지속해야 어느정도 만족할만한, 긍정적인 변화가 올 것입니다.
오늘부터 한번 제가 조언해드린대로 일기쓰기 지도해보시기 바랍니다 ^^
머지 않아 효과가 쑥쑥 나타날 것입니다 ^^ 제가 지도해본 경험에 의하면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