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는 것'과 '거짓말'은 다르다.
우리 집 가훈은 '정직(正直)'이다. 마음에 꾸밈이나 거짓이 없으며 바르고 곧음을 의미한다. 그렇게 우리는 실천하려 애쓰고 살아간다. 아들 장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담임선생님께서 가훈을 적어오라 하셨단다. 이를테면 '숙제'인데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그때까지 구체적으로 설정을 해 놓지 않았었다. 남편은 부드럽고 온유하지만, 난 딱 부러지는 성격의 의리파라고나 할까. 이런 두 사람의 좋은 점만을 골고루 닮았으면 해서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선정한 가훈이다.
다행히 아들은 정말 꾸밈없이 맑고 순수하게 자라줬다. 남을 속이거나 기만하지도 않았다. (다 알 수는 없지만) 정의로우나 따스한 마음을 가진 온유한 성격을 지녔다. 게다가 '멋'을 아는 감각도 갖추고 있으니 더 바랄 게 없을 정도다.
어느 날, 장호의 글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게 되었다. '속이는 것'과 '거짓말'은 다르다는 주장이었다. 그렇다! 일상을 살면서 가훈을 두려워할 줄 아는 아이였다. 부모에게도 선의의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고 고백하면서 말이다. 아들 덕분에 곰곰 되새겨 볼 시간을 갖게 되어 기뻤다.
'속이는 것' 속에는 의도적인 불신이 존재하고 있다. 반면 '거짓말'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한 도피가 될 수 있고. 그래서 '거짓말'은 용서가 되지만 '속이는 것'은 용서를 피할 수가 없는 거다. 우리, 살면서 상대를 속이지는 말자. 대신, 피치 못할 처지가 다가오면 선의의 거짓말 정도는 눈 감아 주자. 그렇다고 거짓말로 일상을 도배한다면 그건 나쁜 버릇이나 습관이 되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게 될 터이니 주의하며 살아야 할 일이다.
2009.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