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집에 있는 쓸 만한 것은 전당포에 거의 다 들어가고,
이제는 잡힐 것도 없을텐데,
에이! 엄마가 어떻게 하겠지 뭐,
난 하늘이 제일 좋다.
변하지 않고 항상 저기에 있으니까,
아! 하늘은 끝이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끝이 있다면 그 하늘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끝이 없다는 것은 무엇이지?
어릴 때부터 궁금해도 풀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미국 사람은 다 잘산다는데, 나는 왜 가난한 나라에서 났을까?
다시 이발소에 들어갈까?
돈은 당장은 못 받지만 기술만 배우면 그래도 요즘 직업으로는 멋있는데,
월급이 많은 중국집에 들어갈까?
배달통을 들고 음식 배달을 할지라도 나는 배불리 먹는데,
엄마와 동생들은 너무 고생하고 있으면서 내 월급만으로는 잘 먹지도 못해,
안 되겠어.
아냐! 그래도 조금만 고생하면 아버지가 성공해서 오지 않을까?
그렇게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지금 있는 평양 냉면집에서 음식 기술이나 배워 이다바(주방장)나 될까?
몇 년이나 해야 기술을 배워서 그렇게 될까?
에이 젠장!
송탄 비행장에 막일하러 다니면 좋지만 나이가 어리다고 써 주지 않고,
그렇다고 고아같이 구두닦이를 할 수도 없고,
이놈의 쑥 고개는 여자라야 살 수 있는 동네라니까,
여자라도 할 일이야 양갈보 아니면 똥갈보 노릇이지만,
멀리 인천이나 부산쯤 가면,
거기는 공장도 많고 항구의 부두에서 할 일이 많다던데,
한 오 년 고생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지 않을까?
최 동구같이 밤중에 남의 집에 들어가서 도둑질이나 할까?
걔 하고 같이 하면 안 걸릴 것 같기도 하고,
동구가 같이 하자고도 하는데,
걔네 집은 돈도 잘 쓰고 집에 없는 것이 없어,
에이! 아무리 그래도 우리 씨가,
양반 중에 양반이요, 정승 판서가 여러 명이라던데 그럴 수 없지,
그러다 걸리면 콩 밥 먹어야 하고,
콩 밥은 질색인걸,
어! 지나 쳤네!
정신 차려야지 나도 참.
무슨 생각을 시작하면 끝없이 빠져드니 이러다가 냉면 집에서 쫓겨나지,
하루 온 종일 이런 저런
되지도 않는 생각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게 있다고.’
“아저씨 안녕하세요? 냉면 저기 놓으면 되지요.”
“그래 수고했다 거기 놓고 이것 좀 먹어라, 밤고구마라 맛있다.”
“예 고맙습니다, 한 개만 먹을 게요.”
“아니 한 개 더 먹어도 돼, 여기 돈 미리 줄게 받아라.”
“너무 맛있어요, 잘 먹었습니다. 한 개는 가면서 먹을 게요.”
“너 동생 주려고 그러는구나.
자 두 개 더 갖고 가라. 신문지에 싸서 식지 않게 가져가.”
“아저씨 정말 고맙습니다.”
“그래! 네가 정말 고생이 많다. 정길아 너는 효자라서 나중에 복을
많이 받을 거야 힘내라.”
“잡수시고 그릇은 밖에 내 놓으세요. 이따가 갖고 가겠습니다.”
‘빨리 가야지 오늘 토요일이라, 친구 애 들한테 걸리겠다.
그런데 만봉이는 상점에 취직시켜준다더니 소식이 없네.
거기서 장사를 배우면 다른 직업보다 몸도 편 하고 돈 벌기가 쉽다는데,
자전거를 타고 배달하니 재미도 있어 보이고,
월급도 날이 갈수록 많이 준다고 하고,
아버지는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기에 우리 식구가
이렇게 고생하는데도 소식이 없지?
옷도 연장도, 도구 같은 것이 전부 집에 있을텐데,
참 쇠붙이는 고물상에 다 팔았지!
옷하고 패물은 전당포에 맡겼고,
집에 있을 때도 늘 밖에서 살았으니, 우리를 아예 잊은 건가?
내가 어릴 때 그런 것처럼 또
다른 여자하고 사시는 건가? 아니면 거지가 됐나?
이 냉면집 사장은 그래도 아버지와
한 고향 사람이라 나에게 잘해주기는 하는데,
방도 하나 나보고 쓰라고 하고, 월급도 좀 많이 주면 더 좋잖아!
내일이 월급날이니 엄마가 또 오겠지,
내가 타서 갖다 준다는 데도 창피하게 왜 오는 거야?
내가 일한 만큼 받는 것인데, 엄마는 필요 없이 왜 굽실거리는 거야!
아아! 정말 싫어.
정말 목표도 없이 이렇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평양옥이 20M 앞에 있건만,
정길의 하늘을 쳐다보았다가 땅을 내려 보며 한숨을 쉬는
그의 발걸음은 마냥 거북이 걸음이었다.
마침 평양 옥에서 배달통을 들고 나오던
짱구의 눈에 띄고 말았다.
그 역시 나이는 많아도 기술이 없어 배달 군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정길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이 곧 한 대 쥐어박을 태세다.
정길이 겁도 내지않고 덤덤히 바라본다.
“야 임 마! 빨리 좀 다녀라. 배달이 밀렸잖아,
웬 녀석이 걸어 다니면서 생각이 그렇게 많은 거냐?
아예 넋을 놓고 다니는지, 행동은 빠른 놈이 왜 그렇게 느린 거야.
이 애 늙은이야.”
“알았어! 형 몇 탕이나 더 뛴 건데 그러는 거야?”
“너, 도장방에 가고 나서 내가 세 번 더 갔다 왔다 임 마.”
“형 어제 밤에 옥분이 누나하고 만나지 못해서 그러는 거지?
알았어! 오늘은 틀림없이 얘기해서 만나게 해 줄게 그만 좀 해라.
형 볼 때마다 잔소리가 너무 많아.”
“너 정말이지? 이번에도 아니면 너 진짜 맞는다? 꼭이다 알았지?
오늘밤에 먼저 얘기 했던 그 장소에서 기다릴게. 어딘지 알고 있지?
진짜 만나게 해주면 내가 나중에 한 턱 쓸게.”
‘어휴! 저 인간, 스물세 살이나 먹고 군대도 갔다 왔으면서,
겨우 냉면 배달이나 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그러는지,
하기는 내가 남의 걱정 할 때가 아니지만,
어째 저 형은 나이 값을 못하는지 몰라.
옥분이 누나가 스물여섯이니
형보다 세 살이나 더 먹었고,
애기가 없어 이혼하고 언니네 집에 와있는데, 뭘 노리는 거지?
엉큼하게 생겨 보기도 싫은 형인데,
아! 그래 저 인간 누나가 예뻐서! 저러는 거야.
누나가 예쁘기는 확실히 예쁘지만,
아니면 사장이 형부니까 누나와 결혼하면 냉면집에서
공짜로 기술을 배울까 싶어서 저러는 건가?
아니면 한 번 잠자고 싶어서 그러는거야?
에이! 나도 모르겠다.
한 번만 만나게 해주지 뭐,
누나도 눈이 있으니까,
저런멍청한 형하고 사귀거나 결혼할 생각은 않겠지. 아 저기 있네.’
“누나 할 얘기가 있는데 시간 좀 주라.”
“왜 그러는데? 뭐 급한 거야? 아니면 이따 저녁에 잘 때 말 하지.”
“그 때 내가 애기 했었지? 짱구 형이 만나게 해달라는, 그 것 때문에.”
“그 놈 참 웃기네!
나이도 어린 녀석이 어른을 만나서 뭘 어쩌려고! 지하고
나하고 연애 걸자는 거야 뭐야.”
“하여간 한 번만 만나줘 봐. 날 너무 괴롭힌 다니까, 응! 누나 부탁이야 제발.”
“알았다. 어디야? 걔가 만나자는 곳이,
가서 맛있는 거 얻어먹고 군밤이나 줘야지.”
“응, 남일 극장 옆에 백조 다방에서 아홉 시에.”
“알았다. 정길아, 그런데 너 목간통에 들어 간 것이 언제지?”
“지난달에 노는 날 목욕탕에 갔으니 십오 일 쯤 됐을걸요. 왜요?”
“얘 너를 안고 잘려니까 네 몸에서 냄새가 나서 그래.
오늘 저녁에 안 씻고 오면 나하고 같이 못 잔 다.
내 젖도 만지지 못하게 할 거야.
일 끝나면 주방에서 물 데워 깨끗하게 씻어.”
“알았어요! 알았어! 짱구 형에게 젖은 절대 못 만지게 해요.
누나의 이 젖들은 내 꺼야 알았지?”
“목소리 좀 죽여라. 내가 네 방에 들어가서 자는 것은
절대 비밀이야 아무도 모르게 해.”
일본 식당을 약간 손을 본 이 평양냉면 집은, 일본식 다다미방이다.
특실 두 개와 일반실 다섯 개가 있고,
특실은 손님 외에 사용하지 못 게 해서 종업원들은
일반실만 숙소로 사용하며,
일반실은 방과 방 사이에 미닫이가 있는데,
밀면 방 끼리 서로 통하며, 종업원들이 일이 끝나고 나면,
방 하나 씩을 맡아서 청소하고 나서, 일반실을 잠자리로 쓰는데,
둘이 같이 쓰거나 정길이나 옥분이 같이 혼자 자기도 한다.
일반실 방을 숙소로 쓰는 순서는 이렇다.
옥분이의 방은 맨 끝이고, 그 다음이 정길이 방,
세 번째 방은 일반실 중, 제일 큰 방이라 비워 놓고,
다음 두 방은, 주방장과 보조가쓰고, 종업원들이 쓰는 방이다.
사장의 내실은 두 칸으로 건너편 주방과 붙어있어
주방과 홀을 함께 볼 수가 있게 되어있다.
음식 값 계산도 영업 시에는 방문을 늘
반쯤 열어 놓고 여기서 한다.
이쪽은 작은 창고와 주방과 내실, 특별실이 하나 있고
가운데가 홀, 한쪽이 특별실 하나와 손님들의 방이다.
전체 내부 면적이 120평정도로 제법 큰 식당이다.
평양냉면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 거의가 단골손님이다.
정길이 옥분이에게 짱구의 말을 전한 후,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 자기에게 손해가 생길 것 같다는,
막연히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게 무언가 생각해 보니, 옥분과 정길이 다른 사람들 몰래
같이 잠자며 하는 야릇한 일 때문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언제인가 옥분이 종업원 들의 회식 때에 술에 만취가 되어
정길이 혼자 쓰는 바로 옆방으로 건너와
그 옆에 누워서는 잠든 자신을 더듬던 생각이 났다.
손님이 많은 식당이라 고단해서, 끝나고
나면 홀과 방을 청소하고, 대충 씻자마자 바로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아침에는 다른 식당에 비해 조금 늦게 열기에 푹 잘 수 있었다.
‘누나가 처음 내가 잠자는 방에 들어 왔을 때는 술이 많이 취해있는 상태였어.
깊이 잠들었는데 어디선가 엄마의 냄새가 나며,
내 배를 쓰다듬고 있는 손을 느끼고는 눈을 슬며시 떠 보니,
누나가 잠이 든 채 입에서는 약한 정종 냄새가 향긋하게 나며,
가슴을 풀어 놓은 채 옆으로 누워 있었지.
가슴 한 쪽이 브래지어 밖으로 나와 있는데,
너무 충격이었어, 처음 봤으니까.
그 때 처음으로 여자의
젖을(엄마 외에,) 보는 데
글쎄! 자위도 알기 전인데도, 왜 그것이 커지면서,
그 젖이 만지고 싶은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지.
에 라! 모르겠다, 나도 자는 체 하며 주물락! 조물락!
거리다가는 저 쪽도 만지고 싶어서 슬그머니 브래지어를 위로 올리고 만지작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