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검버섯 같은 것이 있어서 늘 손이 갔다. 어느 때는 근지럽기도 하여 성가신 것이었다. 경주고 재직할 때에는 교문 앞 인왕이발소에 가면 주인이 성냥불로 불침을 만들어 점을 빼 주기도 했는데 거기서 여러 번 머릿속 검버섯을 제거한 일도 있었다. 머릿속 검버섯과 얼굴의 점과 잡티들은 아마도 평소 로션을 바르지 않고 또 젊은 시절 등반을 즐겨하면서 늘 모자 없이 강한 햇볕에 노출시켜서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언제 한번 피부과에 가서 치료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음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중학교 교사시절 내가 담임을 했던 경주고 37회 최태식 군이 울산에서 피부과를 한다고 해서 찾아가 보려고 했는데, 마침 지난 여름에 뉴욕주립대 최환식 교수를 만나니 포항에 경주고 42회 동기 이형일이한테 가서 점을 빼고 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최환식 교수는 고2때 내가 담임을 했고 이형일 원장은 내가 고1, 2학년 때 담임을 했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포항 이형일이가 운영하는 두호동 미라클피부과에 한번 가보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침 코로나사태로 늘 집에 있어야 하는 이 기회에 이형일 군한테 연락을 하고 포항으로 갔다. 공교롭게도 병원 1층의 약국이 경주고 42회 최규환이가 운영한다고 하면서 치료 후 같이 식사를 하자고 했다. 최규환이를 난 잘 기억한다. 내가 고3담임을 했는데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와 누나들한테서 자란 친구로 공부를 곧 잘 해서 육군사관학교에 보냈다. 사관학교 훈련 때문에 고교졸업식에는 못 오고 아버지가 오셔서 졸업장과 우등상을 대신 받아 가셨다. 그때 아버지가 교실에서 아들 대신 상장을 받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친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최규환이는 무슨 사연인지 육사를 중간에 퇴교하고 다시 약대를 간 것으로 안다. 육사를 보냈더니 약사가 되어서 나타난 것이다. 하긴 ‘육사’나 ‘약사’나 말은 비슷하다.
이형일이가 운영하는 포항 두호동 미라클피부과는 경주의 피부과와는 조금 다르게 시설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보였다. 나는 머릿속 검버섯을 제거하러 갔는데 내 얼굴을 보더니 오신 김에 다 하고 가라면서 검버섯, 물사마귀, 새젓, 지방질돌출부, 점, 잡티 등 모든 것을 전부 시술해 줬다. 눈가에 보기 싫게 나 있던 새젓(?)들, 머릿속 근질거리던 검버섯들을 제거해서 매우 기분이 상쾌했다. 시술이 끝난 뒤 최규환이도 와서 셋이서 한정식 집으로 가서 오랜만에 제자들과 즐거운 식사를 했다. 최규환의 멋진 벤즈 승용차를 타고 가니 기분이 넉넉해 졌다. 내가 젊은 날, 좋은 직장을 버리고 어머님 암투병 때문에 고향에 내려와 교직에 들었는 것을 살아오면서 한번씩 후회하곤 했는데, 모교 교장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없어졌고, 오늘 특히 두 제자들과 같이 덕담을 하며 식사를 하니 교직에 대한 뭔가 뿌듯함을 느꼈다. 내가 제자들한테 크게 좋은 스승은 아니었는지 모르지만 교직의 보람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 얼굴이 시술로 열이 나서 따끈거렸지만 기분만은 한층 좋아져서 기분 좋게 경주로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