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 2025.01.01 03:30 먹황새
▲ 먹황새는 이름처럼 먹같이 어두운 색 깃털로 덮여 있어요. 어릴 땐 부리와 다리가 녹회색·녹황색이지만, 어른이 되면 붉은색으로 변한답니다. /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이 1968년을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서식하지 않는 먹황새를 복원하는 작업을 시작한대요. 우리나라에 겨울을 나러 왔다가 굶주려 탈진한 상태로 2012년 구조된 먹황새 한 마리와 올해 일본에서 들여온 여섯 마리를 통해 점차 개체를 증식시키겠다는 거죠. 먹황새는 말 그대로 먹처럼 검은 색을 한 황새예요.
먹황새는 온몸이 어두컴컴한 색깔일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화려한 구석도 있답니다. 우선 목덜미와 등쪽의 깃털을 보면 자주색과 초록색 광택으로 빛난답니다. 눈 주위와 부리, 그리고 두 발은 선명한 붉은색을 띠고 있고요. 배 부분은 눈처럼 흰 깃털로 덮여 있어요. 그래서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붉은 부리와 다리, 검은 날개, 하얀 배가 한눈에 들어온답니다.
어린 새의 경우에는 눈 주위와 부리는 녹회색이고 다리는 녹황색이에요. 그러니까 빨강은 먹황새에게 어른을 상징하는 색이죠. 먹황새의 몸길이는 95~100㎝로 황새보다는 조금 작아요. 하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몸의 대부분이 흰색 깃털인 황새와 아주 가까운 친척뻘이에요. 하지만 황새보다 더 경계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인적이 드물고 우거진 숲속, 절벽, 물가 등에 주로 살고 있답니다. 수심이 30㎝ 정도로 얕은 물에서 물고기·개구리·곤충 등을 사냥하는데, 황새나 왜가리와 마찬가지로 목을 단숨에 쭉 뻗어 먹잇감을 잡은 다음 꿀꺽 삼켜버리죠. 물속에서 마땅한 먹잇감을 찾지 못할 경우 작은 포유동물이나 새를 사냥하기도 해요. 먹황새는 자연에서는 천적이 거의 없는 하천 생태계 최고의 포식자랍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수난을 겪었어요. 먹황새는 원래는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는 텃새예요. 주로 경상북도 일대에 많이 살았어요. 15~18세기 조선시대에 쓰인 여러 문헌에는 검은 학이라는 뜻의 현학(玄鶴) 또는 푸른 학이라는 의미의 청학(靑鶴)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죠. 하지만 급격한 도시화에 따라 녹지가 사라지고 수질이 오염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점차 숫자가 줄어들었어요. 벌목 과정에서 둥지가 훼손되는 일도 잇따랐고요. 특히 경북 안동 도산면 가송리에 있던 절벽에서 1938년부터 1968년까지 번식해 왔으나 서식지 절벽이 무너진 뒤 자취를 감췄어요.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번식을 한 뒤 겨울에 이따금씩 우리나라에 잠깐 들르는 모습이 발견될 뿐이었죠.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새들을 다시 볼 수 있도록 과학자들과 정부·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모아 복원에 나서는 사례는 먹황새가 처음은 아니에요. 황새의 경우 1971년 텃새로 남아 있던 마지막 한 쌍 중 수컷이 밀렵꾼에게 희생되고 홀로 남은 암컷은 1994년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죽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는데요. 이후 충북 청주에 황새복원연구원이 만들어지고 외국에서 새와 알을 들여오며 번식 작업이 시작돼 지금은 황새들을 꾸준히 야생으로 방사하고 있답니다.
정지섭 기자 도움말=국립생태원 복원연구실 최진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