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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마세요, 귀신입니다] 황다은
1. 골목길 / 밤
트럭 운전사의 시점으로 갑자기 뛰어드는 문기. 급브레이크 밟는다. 끼익! 쿵.
쓰러져 있는 문기. 그 옆으로 박살난 핸드폰.
2. 병원 / 낮
깨어나 있는 문기. 머리 쪽에 가벼운 외상의 흔적이 보인다.
의사 : 자! 이건 (손가락 두 개 펴며) 몇 개죠?
문기 : ..두 개요.
의사 : (손가락 다 피고)
문기 : 다섯이요.
의사 : 환자분 나이는요?
문기 : ... (멍하다)
의사 : 여긴 어디죠?
문기 : 병..원이요..
의사 : 환자분 집은 어디예요?
문기 : ...
의사 : (유심히 관찰하고) 자, 다시 한번 가 보죠. (소파 가리키며) 이건 뭐죠?
문기 : (표정 변화 없이) 소파.
의사 : (컵을 가리킨다) 이건요?
문기 : 컵.
의사 : 환자분 이름은요?
문기 : ... (생각 안난다. 비로소 어두워지는 표정)
3. 경찰서 안 / 낮
신원 확인을 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은 문기. 무표정하게 손바닥을 올려놓는다.
의사(E) : 기억 상실증입니다.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지만 본인 관련 기억에 문제가 있습니다. 경과를 지켜봐야겠네요.
지문 조회 과정에 맞춰 오프닝 크레딧 오르고,
연화(E) : 이문기.
조회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문기, 옆에 앉아 있는 여자(연화)를 돌아본다.
연화는 문기와 눈을 마주치고 말을 이어간다.
연화 : 32세. 가족은 따로 없고. 사는 곳은 구이동 821-3번지.
문기 : (의아해서 보면)
연화 : (문기 보며 싱긋 웃는)
소현 : (os) 이문기씨.
연화 : (문기에게 그쪽 부르는 거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문기 : (그제야 소현 쪽을 바라본다)
소현 : 성함이 이문기씨네요.
문기 : 이..문기..?
문기, 옆 자리를 다시 본다. 방금 전까지도 앉아 있던 연화가 안 보인다.
소현 : 네. 이문기씨. 32세. 가족은 따로 없으시고..
문기 : (놀라는)
소현 : 사는 곳은
문기 : (설마..) .. 구이동 821-3번지...?
소현 : 기억이 좀 나세요?
문기, 벌떡 일어나 사라진 연화를 찾아 경찰서 안을 둘러본다. 보이지 않는다.
문기 : 제 옆에 앉아 있던 분 못 보셨어요?
소현 : (곁눈질로 옆자리 보며) 누가 있었어요? (옆 경찰에게) 앞에 있었어요?
경찰, 문기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없었다고 얘기하고 소현도 이상하게 쳐다본다.
문기, 어리둥절해서 시선 돌리는데,
천정난간에서 이들을 지켜보고있는 연화. 메인 타이틀, <걱정 마세요, 귀신입니다>
4. 문기 집 안 / 낮-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문기. 남의 집에 온 것처럼 어색하게 서 있다.
잠만 자고 나가는 공간처럼 별다른 살림이 없는 휑한 방.
문기, 소파에 털썩 주저 앉는다.
문기 : ... 내가 여기 살았다..?
머리를 감싸 쥐고 집중해 본다. 아무런 기억도 떠오르지 않는다.
문기, 갑자기 일어나 자신에 대한 정보를 얻을 만한 것을 찾아 온 집안을 뒤지기 시작한다.
서랍에서 나오는 잡다한 물건들. 각종 고지서와 전단지. 거의 텅 빈 냉장고. 컴퓨터 안의 내용물들.
욕실 거울 앞에 아무렇게나 놓인 화장품들. 스킨 병 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아보다가 거울 속으로 자기 얼굴을 본다.
여러 가지 표정을 지어본다. 어떤 표정도 낯설고 어색하다.
(CUT) 밤.
잔뜩 어질러진 집 소파 위에 웅크린 채 잠들어 있는 문기. 악몽을 꾸는지 미간을 찡그린다.
5. 악몽 이미지 / 밤
어둠속에 덩그러니 서있는 문기,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앞에 누군가 서 있다. 어둠에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문기, 감히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내딛지 못한다.
앞쪽의 누군가가 다가온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선명해지는 얼굴, 문기다.
유령 같은 자신의 얼굴에 놀라는 문기!
6. 문기의 집 안 / 밤
문기, 눈을 부릅뜬다. 가쁜 숨을 몰아쉬려는데 또 다시 식겁한다.
보면, 문기 얼굴 바로 위에서 무표정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얼굴이 있다. 연화다.
문기 : 꿈인가?
연화 : (도리도리)
문기 : 그럼...?
연화 : (산뜻하게) 귀신.
문기 : 꿈이구나. (한숨을 쉬며 눈을 감는다)
연화 : 이봐요, 꿈 아니라니까.
문기 : (눈을 질끈 감은 채 주문을 왼다) 가위에 눌린 거야, 잠들자, 잠들자.
조용해진다. 가위가 풀렸기를 기대하며 눈을 천천히 떠보는데,
os : 남자 혼자 사는 집은 다들 이런가? 너무 썰렁하다.
보면, 연화가 본인 집을 거닐듯 자연스럽게 돌아다니고 있다.
문기, 미친 여자를 보듯 멍해서 보고 있는데.
연화 : (널려 있는 빨래 냄새 킁킁 맡더니) 이건 다시 빨아야겠다. 냄새나네.
문기 : 다.. 당신.. 뭐야.
연화, 스윽 돌아보더니 휙- 한순간에 문기 얼굴 앞으로 다가온다.
문기, 머리끝이 쭈뼛 선다. 눈 앞에 다가와 있는 연화 얼굴을 보고만 있는데.
연화 : 기억해 봐요.
문기 : (오싹하기만 할 뿐 아무 생각 없다)
연화 : (얼굴 더 들이밀며) 나 본 적 없어요?
문기 : (말 더듬는) 모..르는.. (문득 기억난다)
(인터컷) 경찰서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렸던 연화..
지금,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연화의 얼굴을 다시 보는 문기. 연화, 눈을 깜박여준다.
문기, 또 한번 머리 끝이 쭈뼛 선다.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일어나 옷을 챙겨들고 문쪽으로 걸어간다. 발끝이 달달 떨린다.
연화는 문기가 대체 뭘하나 지켜보고 있다.
연화 : 어디가요?
문기, 슬리퍼도 거꾸로 신고 허둥지둥 현관문을 열고 나간다.
7. 문기의 집 앞 / 밤
잽싸게 나와서 허겁지겁 현관문을 닫는 문기. 문이 열리지 않길 바라며 손잡이를 힘주어 잡고 있다.
os : 이 밤에 어디 가냐니깐..
잔뜩 얼어서 서서히 돌아보는 문기, 바로 뒤에 서 있는 연화가 생긋 웃어 보인다.
겁에 질려 계단을 두 세 개씩 뛰어 내려오는 문기. 식겁하며 멈춘다.
대문 앞에서 고개를 내미는 연화가 있다.
8. 문기의 동네 골목 / 새벽
쓰레기 수거차량이 새벽 일을 하고 있다.
쓰레기를 싣는 청소부의 시선으로, 골목길을 혼자 뛰어다니는 문기 보인다.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듯이 뛰다가 뒤돌아 보고, 뒷걸음질 치기도 하는 문기.
‘저리 가!’ 혼잣말을 하는 문기를 돌아보는 길 고양이,
9. 병원-진료실 / 낮
뇌 단층 사진이 여러 장 붙어 있다. 보고 있는 문기, 지쳐 있고 몹시 불안해 보인다.
의사 : 많이 답답하고 불안하시죠?
문기 : (뒤를 돌아본다. 아무도 없다)
의사 : (자꾸 허공을 보는 문기를 이상하게 본다) 환자분?
문기 : (한 박자 늦게) ..네?
의사 : (걱정스럽게 보는) 기억이 없다는 건 사막 한 가운데서 길을 잃은 것과 같죠. 가능한 일상생활을 유지하세요.
가족, 지인들에게 도움을..
문기 : (말 자르고)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의사 : 어떤...?
문기, 보이지 않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옆을 돌아본다. 연화가 방긋 웃어 보인다.
문기 : (좌절..) 자꾸 헛것이 보여요..
10. 버스 안 / 낮
의사(os) : 사고후유증이거나 극심한 피로가 부른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어요.
버스에 타는 문기. 문이 닫히기 직전 급하게 따라 타는 연화.
버스 뒤편으로 간다. 빈 자리 하나 있다. 문기 앉고 연화는 못 앉는다.
문기 앞에 서는 연화.
연화 : 레이디 퍼스트 몰라요?
문기 : (창밖만 본다)
마침, 문기 앞자리가 빈다. 냉큼 앉는 연화. 바로 뒤돌아 앉아 문기를 빤히 본다.
문기 : (시선 돌리며 무표정하게) 일시적인 현상이다..
연화 : (웃음이 난다)
문기 : (주문을 외듯) 곧 사라진다.. 없어진다.. 간다.. 가..
연화 : 가긴 어딜 가. 아저씨 옆에 딱 붙어 있을건데...
문기 : (깊은 한숨이 나온다)
연화 : 꽉 잡아요.
문기 : (돌아본다)
연화 : (방긋 웃으며) 이 버스~ 여기 사거리에서 꼭 급하게 우회전 하거든!
문기 : 무시하자.. (아예 눈을 감아버린다) 안 보인다..
버스 안 승객들, 사거리에 다가오자 다들 손잡이를 꽉 잡는다.
연화 : (주위 둘러보며 빙긋) 위험할텐데..
문기 : (귀까지 막는다) 안 들린다.. (쿵!)
버스가 급하게 우회전하는 바람에 창문에 머리를 세게 박는 문기.
한쪽으로 쏠리면서 불평하는 승객들. ‘여기 만날 이래’, ‘속도를 안 줄인다니까.’ 등등.
연화(os) : 그러게 꽉 잡으라니까.
문기 : (아픈 것도 잊고 이 여자 뭔가 싶어 본다)
연화 : (문기 얼굴 가까이 맞대고) 이 여자 대체 누구지? 정말 귀신 맞나?
문기 : (정말 문기 마음이다. 궁금해 미치겠다)
연화 : 알고 싶으면 따라 와요. (일어나 내리는 문 쪽으로 간다)
문기 : (따라 갈까 말까..)
열린 문으로 연화 내린다. 버스 문 닫히려는데 문기 급히 일어나 내리는 문 쪽으로.
문기 : 아저씨.. 내려요!~! 잠깐만요.
11. 병원 장례식장 안 / 낮
멍하니 서 있는 문기. 보면, 연화의 영정 사진 앞이다.
충격 받아 한 자리에 굳어 있는 문기에게 향을 전해주는 상주 가족.
문기, 얼떨결에 향을 받아들고 영정사진 앞으로 간다. 문기, 연화가 귀신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12. 장례식장 식당 / 낮
거의 차 있는 식당. 문기 연화 구석 자리에 앉아 있고, 앞으로 음식이 놓여진다.
연화 : (애써 씩씩하게) 장례식장은 왜 만날 육개장인지 몰라..
문기 : (멍하니 앉아 있다)
연화 : 배 안 고파요? 난 고픈데.
문기 : (자기 앞의 밥과 탕을 연화 쪽으로 옮겨준다)
연화, 탕에 밥을 말아서 먹는다. 실제 밥과 탕은 변화가 없다. 보고 있는 문기.
문기 : 이름이나 알자.
연화 : 김연화.
문기 : 나이는? 어려 보이는데.
연화 : 스물 다섯.
문기 : (머뭇거리다) ...왜 나한테 온거냐?
연화, 뭔가 말하려고 하는데 한 무리 사람들이 몰려오더니 옆자리에 앉는다.
누군가 문기를 알아보고 말을 건다. 사십대 여자(경순)다.
경순 : 아휴, 이게 누구야. 바쁜데 와 줬네. 고마워요, 정말. (눈물 닦고)
문기 : 아.. 네.. (누군지 모르겠다)
경순 : (탕 그릇 보고) 왜 안먹었어? 다 식었네, 새로 갖다 줄께요. (간다)
문기 : (연화를 본다)
연화 : 나랑 같이 일하던 이모.
점점 늘어서 문기 주변 테이블까지 가득 채우고 앉는 문상객들.
문상객1 : 칼에 찔렸다면서?
문상객2 : 아휴, 끔찍해라.
문기, 놀라서 연화를 보는데 아무 일 없는 듯 꼿꼿이 앉아 있다.
문기, 혼란스러워 밖으로 나가버린다.
사람들 속에서 탐문 수사를 하던 소현, 문기를 알아본다.
13. 장례식장 입구 / 낮
급히 나가는 문기 뒷모습을 보고 있는 소현. 지나가는 경순을 붙잡고 묻는다.
소현 : 저 사람 아세요?
경순 : (문기 뒷모습 확인하고) 아, 문기씨요? 우리 꽃집 배달하는 퀵 총각이에요. 고맙게 여기까지 와줬네..
소현 : (문기 쪽 보며 뭔가 생각하는)
14. 장례식장 밖 / 낮
인적이 드문 곳에 문기와 연화가 서 있다. 문기, 묻고 싶은 말이 많다.
문기 : 그래서 나한테 온 거냐?
연화 : (보는)
문기 : 억울함을 풀어줘, 범인을 찾아줘, 내 대신 복수해줘, 이런 거냐구!
연화 : 해줄 수 있어? 그럼 완전 좋지.
문기 : (버럭) 그게 아니면, 날 찾아온 이유가 뭔데?
문기, 어떤 시선을 느끼고 돌아본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문기를 수상하게 보고 있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피해 간다.
문기, 다시 돌아보면, 바로 앞에 얼굴을 맞대고 다가와 있는 연화. 귀신 느낌 강하게 받는다.
문기, 압도되어 바라보는데..
연화 : (서늘하게 눈을 마주치고) 물론 이유가 있지. 죽은 사람이 산 사람 찾아올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니까.
문기 : (주눅 들어 보다가 소심히)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연화 : (또 생긋 웃으며) 그걸 내가 왜 가르쳐줘야 돼?
문기 : (이건 또 뭔 소리?)
연화 : 스스로 알아내세요. 기억 찾으시면서..
문기 : ..나는 왜 니 말을 따라야 하는데?
연화 : 평생 나랑 살구싶어?
문기 : (움찔)
15. 핸드폰 대리점 / 낮
새 핸드폰 개통하고 있는 문기, 표정이 어둡다. 연화는 무척 고무적이다.
연화 : 아저씨가 누구랑 친했는지, 뭐 하고 살았는지, 누굴 만났고 어딜 다녔는지 다 나올 거야.
요즘 웬만한 정보는 휴대폰 안에 있으니까.
문기 : (사람들 시선 의식해서 손으로 입 가리고 목소리 낮춰서) 신경 끄셔.
연화 : 아저씨나 신경 꺼. 당분간 찰싹 붙어 다닐 거니까.
문기, 못마땅하다. 뭔가 대꾸를 하려는데 직원이 와서 새로운 폰을 건넨다.
직원 : 고객님, 전에 쓰시던 기기가 파손이 심해서 데이터 복구가 안되네요.
문기 : (실망한다)
연화 : 휴대폰도 기억을 잃으셨네.
직원 : 새 폰은 바로 사용 가능하시구요. 첫 달 요금 내시고 난 뒤부터는 부가서비스 변경하시면 되구요, 요금제도 다시 신청을..
문기, 새 폰을 낯설게 만지작거리는데 바로 울리는 벨소리. 통화를 터치하면
(F) : 야, 이문기. 너 뭐하는 놈이야!
16. 퀵 배달 사무실 / 낮
사장, 문기 야단치고 있는데, 문기는 퀵 사무실을 둘러보는데 더 신경이 가 있다.
사장 : 전화도 계속 꺼놓고 말야. 퀵 배달이 우습냐!! 한 놈은 휴가에 또 한 놈은 무단결근. 아주 세트로들 놀구 있어.
(문기 째려보며) 진수 놈한테도 전해 휴가 접고 당장 복귀하라구!
문기 : 진..수? 저 사장님! 진수라니..
사장 전화가 오자 통화하며 분주하게 밖으로 나가고, 사무실 벽에 걸린 직원 조직도 앞에 서 있는 연화를 본 문기 다가간다.
문기 사진 옆에 붙은 진수의 사진 본다.
연화 : 이 사람이 진수야! 아저씨 동생같은 사람.
문기, 진수 사진 봐도 잘 모르겠다. 어느 새, 들어온 사장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사장 : 아, 뭐해! 당장 출발 안하고! (헬멧과 키를 넘긴다)
문기 : (얼떨결에 받아드는)
17. 퀵 사무실 앞 / 낮
오토바이 어색하게 타 있는 문기. 연화가 딱하게 보고 있다.
연화 : 오토바이 타는 것도 잊어버리셨구나..
문기 : .. (조작을 해보는데 시동이 안 걸린다)
연화 : 어디 이래서 먹고 살겠나? 쫄지 말고 다시 해봐.
문기 : (버럭) 쫌 조용히 좀 해봐.
사무실 앞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본다.
문기 쪽팔리고.. 시동 거는 손이 바빠진다.
문기 : 아.. 왜 이래..
연화 : 쫌 오래 잡고 있어봐!
문기 : (하라는대로 하면서) 그러면.. 뭐.! (시동 걸린다) 어?
연화 : (뒷자리에 낼름 타면서) 출발!
18. 거리 / 낮
오토바이 달린다. 뒷자리에 옆으로 앉아 있는 연화. 두 팔을 벌려 바람을 느낀다.
연화 : 아, 좀 밟아봐요!
문기, 못마땅하고 어이없다. 일부러 급히 속도를 높여본다. 빠르게 달리는 오토바이.
살짝 뒤를 돌아보다 연화의 위험한 행동을 본 문기.
문기 : (기겁하며) 야, 똑바로 앉아!
연화 : 운전이나 잘 하세요.
문기 : (연화 신경 쓰느라 살짝 휘청이다 균형을 잡는다)
연화 : (두 팔 벌리고 여유만만) 813-7번지는 이번 사거리에서 좌회전!
사거리에서 좌회전 하는 오토바이.
19. 몽타주 / 과거+현재
- 골목을 달리는 오토바이. 연화 ‘지름길 맞다니까’
- 어느 집 앞. 초인종 누르고 어색하게 ‘퀵입니다!’ 외치는 문기.
- 달리던 오토바이 횡단보도 앞에 멈춘다. ‘신호 대기 중일 때 버릇이 있는데’ 연화가 말하자, 옆으로 와서 멈추는 퀵 오토바이.
운전자의 손이 손잡이 위에서 까닥까닥 움직인다. 과거의 문기다. 신호 바뀌자 과거의 문기 출발한다.
현재의 문기가 뒤쫓아 간다.
- 식당 앞에 세워진 오토바이. 혼자 식사를 하고 나오는 과거의 문기가 보인다. 현재의 문기와 연화가 보고 있다.
연화 ‘메뉴는 항상 백반’
- 오토바이 달린다. 문기, 이제 오토바이 운전이 익숙한 느낌이다.
신호에 걸린다.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이 까닥까닥 움직이고 있다.
- 편의점 앞에 멈추는 오토바이. 연화 ‘아저씨가 항상 쉬어가던 편의점’
문기(E) : 다 내 얘기 맞아? 기억 못한다고 맘대로 각색하는 거 아니지?
20. 편의점 안 / 낮
편의점 안에 들어오는 문기와 연화.
문기,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것처럼 하면서 연화와의 대화를 이어간다.
연화 : 귀신이 그렇게 한가해 보여?
문기 : (머쓱) 아님 말구.
연화 : 그 핸드폰 좀 치우지.
문기 : 미친 놈 취급 받고 싶지 않거든. (핸드폰 각 바로 잡고 음료수를 만지작)
연화 : (특정 음료수를 가리키며) 아저씨가 즐겨 마시던 건 이거야.
문기 : (음료 보며) 내 취향 아닌데?
연화 : (그러세요? 보는)
문기 : (괜히 오기부리며) 기억은 안 나도 취향이란 건 있으니까.
(os) : 오셨네요?
보면, 편의점 알바생이 반갑게 인사를 건다. 문기도 어색하게나마 인사를 한다.
알바생 : 며칠 안 오셔서 궁금했는데. (연화가 가리킨 음료 꺼내며) 이거 맞죠? (계산대로 가서 바코드 찍는다)
맨날 같은 거만 드시면 질리지 않아요?
연화 : 아저씨나 맘대로 각색하지마.
문기 : (핸드폰 잡은 손 내린 채) 어떻게 나에 대해 그렇게 잘 알아?
연화, 대답 대신 길 건너편을 가리킨다. 편의점 길 건너편으로 꽃집이 보인다.
21. 꽃집 앞 / 낮
꽃집 앞에 서 있는 문기와 연화. 여전히 핸드폰 들고 있는 문기.
연화 : 여기가 내가 일하던 꽃집.
문기 : 내가 꽃집 단골이었다...?
연화 : 단골은 아니구 일주일에 한번 꽃바구니 배달하러 들렸어요.
문기 : (그랬구나.. 별 감흥 없다)
연화 : 뭐 생각나는 거 없어요?
문기 : (시큰둥) 별루.
연화 : (심술이 난다) 별 느낌이 없단 말이지? 내가 누군지도 생각 안나구!
문기 : 꽃집.. 주인이라며..!
연화 : (확 째려본다)
문기 : (쫄아서 움찔) .. 내가 뭐 잘 못 했어?
연화 : (맥 풀려서)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게 가장 큰 잘못이라는 것만 알아두세요.
문기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수신음이 들린다. 살았다는 듯이 문자 확인하는 문기.
(인서트) @@동 ***번지. ##빌라. 서류 배달
22. 골목-연화의 집 앞 / 낮
퀵 오토바이 타고 골목에 들어서는 문기.
문기 : (슬쩍슬쩍 뒤를 보면서) 생각 안 나는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연화 : 생각 안나는 건 잘못이 아니지! 의지가 없는 건 잘못이구!
문기 : (뒤를 보면서) 난 그게 아니라..
연화 : (황급히) 앞에 봐! 앞에!
다른 방향에서 오던 트럭과 부딪힐 뻔 한다. 겨우 피하고 급정거 한다.
(인터컷) 문기, 트럭에 부딪히는 순간.
문기, 멍해서 주변을 둘러본다. 저만치 문기가 쓰러졌던 곳에 사고 현장 표시가 되어 있다.
오토바이에서 내려 자신의 사고 지점에 와 보는 문기. 주변을 보자 뭔가 익숙한 길이다.
문기, 이끌리듯이 골목길을 걸어가다 행인과 어깨가 부딪힌다. 그 순간, 툭 떠오르는 기억.
(인터컷) 급박하게 달려오는 과거의 문기, 현재의 문기 어깨 툭 부딪히고 달려간다.
현재의 문기, 뒤를 돌아본다. 과거의 문기 보이지 않는다. 사방이 익숙한 느낌이다.
다시, 가던 방향으로 걸어간다. 골목 어귀가 보인다. 문기, 코너를 돌아간다.
(인터컷) 골목 코너를 돌고 있는 시점. 어떤 집을 향해 다가간다.
문기, 그 집을 향해 다가간다. 연화, 걱정스런 얼굴로 문기 뒤를 따라온다.
집 대문 앞엔 경찰이 지키고 있다. 문기, 불길함에 다시 집을 올려 본다.
(인터컷) 다세대 주택을 올려다 보는 시점.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강조된다.
문기. 문득 와 본 곳이라는 생각이 들자 경찰이 전화 받는 틈을 타 몰래 들어간다.
23. 연화의 집 앞 / 낮
계단을 올라선 문기, 폴리스 라인이 쳐 있는 문 앞에 와 선다. 분명 와 본 곳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잔뜩 긴장해서 바라보고 있는데, 옆에 연화가 와 선다.
문기 : (뭔가 짐작되는 게 있다) .. 여기 어디야?
연화 : ......내가 살던 집.
문기 : (연화의 집이구나. 사건 현장이구나) ...!
문을 열어본다. 문이 열리고 실내가 보이는 순간, 과거의 문기가 문을 열고 절박하게 뛰쳐 나온다.
멍해져서 다시 문 안쪽 연화의 집을 들여다 본다.
문기 : 나 여기 왔었어.
연화 : (걱정스런 얼굴로 문기를 본다)
문기, 몇 발자국 더 다가가 본다. 반쯤 열려 있던 문을 마저 다 열어보는 문기.
(인터컷) 열리는 현관문.
들어서는 사람의 시선으로 거울 속의 누군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생일 케익. 칼에 찔려 쓰러져 있는 연화.
문기, 기억들이 떠오른다. 문기 눈에 현관 가까이 떨어져 있는 생일 케익이 보인다.
연화 : 그날.. 내 생일이었거든.. (어두운 얼굴로 문기를 본다)
문기 : (심각하게) 너, 날 찾아온 진짜 이유가 뭐야...
연화 : (가만히 서 있다)
문기 : (연화 앞으로 와서) 내가 스스로 알아내야 할 게 뭐지? (불안하다) 대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냐구!!
연화 : 아저씨가 내 마지막 모습을 본 것 같아.
문기 : 뭐?
연화 : 그러니까.. (훅.. 숨 내쉬고) 아저씨가 내 사건의 목!격!자! 라구..
문기 정신이 어질어질해서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버린다. 숨을 훅 내 쉰다.
연화 : (옆에 앉으며) 너무 놀라지 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죽는 걸 본거니까.
문기 : .. 자세히 말해 봐..
연화 : (후..) 나도 몰라. 그때 상황 잘 기억 안나. 그래도 아저씨 얼굴은 기억나. 잠깐 의식이 들었을 때 아저씨를 봤어.
문기 : (불안이 짙어진다)
연화 : 아저씨.. 많이 놀란 표정이었어.
(인터컷)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고 하얗게 질려 있는 문기. 집밖으로 뛰쳐나간다.
연화 : (걱정스럽다) 괜찮아요?
문기 : ..여기..또 다른 사람이 있었어..
연화 : (놀라서 문기를 보는데)
문기 : 그 사람이.. 범인일지도 몰라.!!!
연화 : (쿵)
(os) : 거기서 뭐 하세요?
문기, 돌아보면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소현과 경찰이 보인다.
문기, 놀라서 굳어 있다.
사건 현장 앞에 홀로 앉아있는 문기를 수상하게 바라보는 소현.
24. 경찰서 안 / 낮
소현과 마주 앉아 있는 문기. 문기 옆에 앉아 있는 연화.
소현 : (목격자 진술서 양식을 창에 열어놓고) 자, 다시 정리해 보죠. 뭔가 기억이 나서 가 보니 사건 현장이었다구요.
문기 : 네. 배달을 하러 갔다가 제가 사고 난 곳을 봤고.. 그 집까지..
소현 : 정확히 뭘 보신 거죠?
문기 : 쓰러져 있는 여자가 있고.. (옆에 있는 연화를 본다)
소현 : 그게 김연화씨였고 또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문기 : (연화를 보고) 네..
소현 : (자꾸 다른 데 보는 문기를 보며) 범인이라고 생각하세요?
문기 : 아마도요.. 쫓기던 기억이 있어요.
소현 : 인상착의는요?
문기 : 모르겠어요.. 기억 안나요..
소현 : 김연화씨 집엔 무슨 일로 가셨죠?
문기 : (머뭇머뭇, 연화는 알까 싶어 보는)
연화 : (문기를 빤히 보기만)
문기 : 그게.. 아마도 배달을.. 제가 퀵 배달을 하거든요.
소현 : 무슨 배달이었나요?
문기 : (당황하는) .. 잘 모르겠어요. 기억이 안나요.
소현 : (후..작성을 멈추고) 이대로는 진술서 작성하기가 어렵네요. 기억이 확실해지면 연락주세요. 저희도 더 조사 해볼께요.
경찰서 나가는 문기 뒷모습. 바라보던 소현 동료 경찰에게,
소현 : 이문기씨 주변 조사 좀 해보지! 저사람.. 뭔가 있는 것 같아..
25. 경찰서 앞 / 낮
경찰서에서 나오는 문기와 연화.. 문기를 바라보는 어떤 시선. 보면, 모자를 푹 눌러 쓴 남자.
순찰차 옆에 세워 놓은 퀵 오토바이에 올라 출발하는 문기를 계속 쳐다보는 남자.. 사진에 있던 진수다.
26. 퀵 사무실 안 / 낮
문기, 연화 근무 기록 일지를 확인하고 있다... 오후 근무기록이 없다.
문기 : 사장님. 제 근무 기록, 빠진 것 같은데요?
사장 : (와서 확인하고) 아닌데? 자네 그날 조퇴했잖아.
27. 거리-육교 위 / 저녁
육교 위를 걸어가고 있는 문기와 연화. 문기는 머리가 복잡하다.
문기 : 조퇴를 했다는 건 배달을 안 갔다는건데.. 이상하잖아. 거기 왜 갔을까.
연화 : (진지한 문기 보고 있는)
문기 : 기억이 아예 안 나는 것도 아니고 정확히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정말 미치겠다.
연화 : 걱정마. 아저씨는 사건과 무관해. 단순 목격자일 뿐이야.
문기 : 넌 다 알고 있지. 내가 너희 집에 왜 갔어? 그냥 말해주면 안돼?
연화 : (고민한다) 정말 알고 싶어?
문기 : (진심으로 끄덕인다)
연화 : 할 수 없네. 따라와!
문기 : ...???
28. 한강변 / 저녁
문기, 뒷걸음질 치고 있다. 뒤로는 한강물이 넘실넘실.
연화가 자꾸만 다가온다. 문기, 설마 하면서 뒷걸음친다. 이제 한 걸음만 더 뒤로 가면 위험하다.
연화 : 입수!
문기 : 뭐 하자는 건데?
연화 : 기억하고 싶다며.
문기 : 다른 방법 찾아보자. 일단 다른 데 가서..
연화 : 꼭 여기라야 해. 이 방법 밖에 없어. 입수.
문기 : 야!... (비굴하게) 살려줘.
연화 : 사람 쉽게 안 죽어.
문기 : 그걸 격려라고 하냐. 신뢰도 떨어지는 거 알지?
멍해 있는 문기를 발로 차는 연화, 문기 그 발길을 피한다는 것이 한강물로 풍덩 빠진다.
한강변 노숙자의 시선으로, 혼자서 한강물로 빠지는 문기가 보인다.
노숙자, 별로 놀라지도 않고 무심히 보다가 다시 잠을 청한다.
29. 한강 물 속 / 저녁
물에 빠진 문기. 허우적거리는데 불안감이 확 밀려 온다.
문기 : (소리 지르며) 나.. 수영 (어푸) 못하는..
연화 : (말 자르며 물끄러미) 아저씨 수영 할 줄 알아!
문기 : (꼬르륵)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연화 : 전에 이렇게 빠진 적이 있었으니까.
문기 : (뭔가 떠오르는데)
(인터컷) 물에 빠져 있는 과거의 문기. 깊이 가라앉아 간다.
어떤 여자(여고생 연화)가 풍덩 물 속으로 들어온다. 힘없이 가라앉고 있는 문기 쪽으로 수영을 해 온다.
물 속에서 혼자 허우적대고 있는 문기. 숨이 차다. 가까스로 수면을 향해 헤엄쳐 올라간다.
물 위에서 물 속을 들여다 보고 있는 연화의 얼굴이 보인다.
연화 : (조심스럽게) 뭐 생각나는 거 있어?
문기 : (숨이 차다) 수영.. 할.. 줄 아네.
연화 : (실망하는데)
문기 : 너 말야. (연화 보며) 너도 수영 할 줄 알더라?
연화 : (반색하는) 생각.. 났구나!!
30. 회상 / 한강변 / 낮
흰 국화 한 송이를 들고 있는 여고생 연화.
연화 : 아빠, 비겁하게 혼자 가니까 좋니? (눈물 그렁한 채로 미소 짓는다)
한강 물 위로 흰 국화를 띄운다. 강물 위에 떠 가는 흰 국화를 바라보는 연화.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진다.
보면, 국화가 떠 가는 강물 위로 몸을 던지는 남자. 문기다.
31. 회상 / 물 속 / 낮
물속에 빠져 가라앉는 문기.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대로 전신의 힘을 빼고 있다. 숨이 차오는데..
풍덩 물 속으로 들어오는 여고생 연화. 문기를 향해 헤엄쳐 와서는 문기의 손을 덥썩 잡는다.
문기의 손을 잡고 물 위로 올라가려는데 꿈쩍도 안하는 문기. 연화의 입으로 물이 들어간다.
32. 회상 / 한강변 / 낮
물 밖에 나와 누워있는 연화. 물을 토하며 눈을 뜬다. 정신 차리고 옆을 보면 문기가 쓰러져 있다.
문기의 뺨을 두드려 보고, 가슴에 귀를 기울이고 숨을 쉬는지 확인하는 연화. 다행히 살아 있다.
연화, 휙- 떨어져 앉으며,
연화 : 아저씨, 지금 쪽팔려서 그러고 있는 거 다 알아요! 그러니까 쪽팔릴 짓을 왜 해요! 나이 심심해서 먹어요?
그리고, 한강은 무슨 죄에요? 일 년에 191명, 이틀에 한명 꼴로 투신하는 거 알아요? 한강이 뭐 쓰레기 투척 장소도
아니고 말야! (아빠 생각에 살짝 울컥한다) 어쨌든! 나한테 목숨 빚진 거니 까 앞으론 아저씨 맘대로 죽지 마세요.
똑바로 살란 말이에요!
젖은 교복 치마를 손으로 쥐어 짜고 탈탈 털고 일어나는 연화. 성큼성큼 간다.
걸어가다가 돌아보는 연화. 남자는 그 자리 그대로 누워있다.
연화(E) : 그 아저씨 잘 살고 있는지 가끔 궁금했는데. 다행히 잘 살아 있더라구.
33. 회상 / 편의점 안 / 낮
편의점 안으로 들어오는 연화, 한 송이씩 포장된 꽃들을 안고 있다. 카운터에 서 있는 점원에게 꽃 한 송이를 건넨다.
연화 : 건너편에 꽃집 오픈했어요. 잘 좀 부탁드려요!
점원 : (유리 문 너머로 건너편 꽃집 확인하고) 네. 대박 나세요.
연화, 편의점을 나가려는데 편의점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는 퀵맨을 본다. 핼맷을 벗자 드러나는 문기의 얼굴.
연화는 문기를 알아보고 환한 웃음을 짓는다.
문기가 편의점 안으로 들어온다. 문기, 음료수 진열대 앞으로 가더니 항상 마시던 음료를 꺼낸다.
그 앞으로 전해지는 꽃 한 송이. 어리둥절해서 보면 꽃을 내밀고 있는 연화.
연화 : 안녕하세요. 꽃집 오픈 기념으로 전해드리고 있어요.
문기 : (덥썩 받지 않고) 아.. 네..
연화 : 꽃 안 좋아하세요? (더 가까이 꽃을 내민다)
문기, 멍해서 보고 있는데 연화가 문기가 들고 있는 헬맷 안에 꽃송이를 넣는다.
연화 : 그래도 받으세요. 기념이니까.
문기 : 네?
연화 : (피식. 못 알아보는구나) 꽃집 오픈 기념.
환하게 웃고는 인사도 없이 돌아서 가는 연화.
문기, 헬맷에서 꽃을 집어 들고 멍해서 본다. 창밖으로 길 건너 꽃집으로 달려가는 연화가 보인다.
연화, 문득 뒤를 돌아본다. 문기, 당황해서 핼멧을 급히 쓴다. 핼멧을 쓰고 보면, 가고 없는 연화.
연화(E) : 어떻게 날 못 알아볼 수가 있어요? 난 첫 눈에 알아봤는데.
34. 한강변 / 현재 / 저녁
연화, 문기와 눈을 맞추고 똘망똘망하게 보고 있다.
연화 : (과장되게) 좀 미안하죠? 많이 미안해야 돼. 어떻게 나를 못 알아볼 수가 있어? 내가 목숨까지 살려줬는데!
문기, 피식 웃는다. 입 꼬리가 올라간다.
연화, 그 웃음을 설레게 바라본다.
문기 : (보는데)
연화 : 더.
문기, 어떤 기억이 떠오른다.
(인터컷) 생글생글 웃는 연화의 얼굴이 말하고 있다. ‘더. 더. 더 웃어봐.’
문기, 찰나의 기억에 멍해서 연화를 보는데..
연화 : 더 웃을 줄 몰라요? 나처럼 해봐라, 이렇게~ (여러가지 표정을 짓는다)
문기 : (살짝 웃음이 나온다)
연화 : 더 웃어봐. 왜 맨날 거기까지야? 더 환하게 웃어봐요. 웃고 싶은 대로, 맘대로 좀 웃어봐.
문기 : (웃는다. 이번에도 입 꼬리가 올라갈 뿐이다)
(인터컷) 설레는 표정의 연화가 말한다. ‘그게 좋았어. 딱 그만큼만..’
현재, 눈 앞의 연화가 문기를 설레게 보고 있다.
연화 : 딱 그만큼만 웃는 게 좋았어. 이뻤어.
문기 : (쿵.. 심장이 뛴다)
설레는 얼굴로 문기를 보던 연화, 눈에 물기가 돌 것 같자 시선을 돌린다.
연화의 옆 얼굴 바라보는 문기, 마음 속에서 뭔가가 출렁인다.
연화 : 아저씨, 우리집에 왜 왔는지 궁금하다고 했죠? 내 초대 받고 왔어요.
문기 : 뭐?
연화 : (외면하며) 그날 내 생일이었거든.
문기 : (놀라서) 나를... 왜...?
연화 : (씁쓸하게 웃으며) 내가 아저씨.. 좋아했으니까..
문기, 갑자기 멍해진다. 연화를 바라보는데, 어색함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문기 : (머쓱!) ... 처음부터 얘기해 주지 그랬어.
연화 : ..내가 말하기 전에 날..기억해 주길 바랬어. 알아줬으면 했어.
문기 : (듣고 보니 참 미안하다)
문기, 이전의 연화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연화를 바라본다. 나를 좋아했었던 여자라니..
문기, 연화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당황한다.
35. 버스 안 / 저녁
문기와 연화 버스에 오른다. 빈 자리를 찾아 뒤쪽으로 온다. 한 자리 보인다.
문기, 연화에게 자리를 내준다. ‘레이디 퍼스트’ 연화, 기분 좋게 웃으면서 앉는다.
앉아 있던 아줌마가 옆에 서 있는 문기를 올려 본다.
아줌마 : (옆에 빈 자리 보이며) 앉아요, 총각.
문기 : 아니요. 괜찮습니다.
아줌마는 문기가 옷이 젖어 그냥 서 있는 거라 생각하고 더 권하지 않는다.
아줌마 옆에 앉아 있는 연화, 문기를 보고 웃는다. 그렇게 둘 만의 세계를 공유한다.
36. 문기의 집 안 / 밤
연화와 한 집에 같이 있는 게 남다른 기분인 문기, 자꾸만 연화를 의식하게 된다.
젖은 옷을 입은 채 어정쩡하게 서 있는 문기. 연화가 의아하게 바라본다.
연화 : 옷 안 갈아입어?
문기 : 어? 어.. 다 말랐어.
연화, 시선 아래로 옮기면 문기 바지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문기, 황급히 양말로 바닥에 물을 스윽 닦는다.
그런 문기 모습이 귀여워 보이는 연화, 씨익 웃더니,
연화 : (문기 얼굴 가까이 다가와서) 아저씨, 우리 연애할래?
문기 : (당황한다. 얼굴 빨개진다) 왜.. 이래, 무섭게.
연화 : 나 괜찮은 여자야. 아저씨한테만 보이니까 바람 필 걱정도 없고.
문기 : (심장이 뛴다) 저기.. 집에 물 없다.. 물 좀 사올게. (밖으로 나가면)
연화 : (싱긋 웃고)
37. 문기의 집 앞 / 밤
현관문을 닫고 문에 등을 기대는 문기. 두근두근.. 아직도 심장이 뛴다.
문기 : 진정하자.. 귀신한테 홀리면 안돼.. 이건 사고 후유증이야..
여전히 두근두근.. 현관문에 등을 기댄 채 머물러 본다. 눈을 가만히 감아 본다. 입꼬리가 올라간다. 미소가 지어진다.
38. 악몽-연화의 집 / 저녁
문기, 눈을 뜨면 어딘가에 덩그러니 서 있다. 갑자기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리고 소리가 난 방향을 보면, 어떤 여자가 쓰러져 있다.
문기, 겁에 질려 소리조차 안 나온다. 복면을 쓴 남자와 눈이 마주치는 문기. 숨이 턱 막힌다.
39. 문기의 집 / 아침
꿈에서 깨어나는 문기. 위에서 연화가 내려 보고 있다.
문기, 놀래기 보다는 이제는 안도가 되고 위안이 된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문기 : 꿈인가?
연화 : (씨익 웃고는) 아닐걸요?
문기 : 꿈이구나. (눈을 감는다)
연화 : 나쁜 꿈은 아니지?
문기 따뜻하게 연화를 바라보다 몸을 일으켜 앉는다.
문기 : 처음엔 나쁜 꿈이라고 생각했어. 귀신이란 거 믿을 수 없었거든. 근데 넌 나보다 더 사람 같은 걸.
연화 : (보는)
문기 : 보고 싶은 사람도 있고 하고 싶은 일도 있고 할 얘기도 많고 잘 웃고.. (연화 마주 보고) 네가 오고서 사람 사는 집 같아졌어.
문기와 연화, 두 사람 마음 속에 따뜻한 물결이 인다.
(E) 초인종 소리.
40. 문기집 현관 / 아침
소현, 문 앞에 서 있다. 현관문을 조금만 열고 고개를 내미는 문기.
소현 : 안녕하세요. 너무 이른 시간은 아니죠?
문기 : 아.. 네.. (문을 조금만 열고 황급히 닫고 나온다)
소현 : (의심스럽게) 누가 와 계세요?
문기 : 아.. 아니요. 근데.. 무슨 일로..
소현 : 몇 가지 사실 확인 차 들렸어요.
문기 : 예?
소현 : 그날 배달가신 게 아니구 조퇴를 하셨더라구요. 그럼, 그 집엔 무슨일로..
문기 : 그게..생일 초대를 받았어요.
소현 : (보는) 김연화씨한테서요? 지난 번엔 분명 배달가셨다고 하셨잖아요.
문기 : 이제야 기억이 조금씩 나고 있어서..
소현 : (날카롭게 관찰하며) 두 분, 연인관계였나요?
문기 : 아니..요...(멋쩍게) 그날 처음으로 초대를 받았어요.
소현 : (문기를 물끄러미 보다가) 이문기씨 혹시 다른 기억은 안나세요? 친한 친구라거나 친척들 같은.
문기 : (보는) ...?
소현 : 왜 김연화씨를 제외한 다른 기억은 전혀 안나시는 걸까요? 딱히 특별한 사이도 아니시라면서..
문기 : (쿵!)
소현 : (의미심장하게) 꽤 이상하잖아요? 어쨌든 빨리 기억이 돌아오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소현, 가고 문기는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설마 설마 또 기억해 내야 할 정말 중요한 일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41. 문기의 집 안 / 낮
연화,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문기는 연화를 아프게 바라본다.
연화 : (스트레칭에 열중하며) 무슨 얘길 그렇게 오래 했어? 할 얘기 있으면 경찰서로 오라지, 남자 혼자 사는 집까지 왜 왔대?
문기 : (연화를 보고만 있다)
연화 : (갑자기 문기를 돌아보고) 혹시, 제복 입은 여자한테 약해?
문기 : (웃지 않고 아프게 보고 있다)
연화 : (예상과 다른 반응에 진지하게 본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문기 : 그런 기분 알아? 기억은 없는데 꼭 기억해야 할 건 있다는 느낌..
연화 : (안쓰럽게 바라본다)
(E) 핸드폰 벨 소리.
42. 꽃집 안 / 낮 / 현재+과거
문기, 연화의 꽃집을 둘러본다. 꽃 작품들이 찍힌 폴라로이드 사진들이 걸려 있다.
연화 : (아이 대하듯 꽃에 뽀뽀를 하며) 내 새끼들.. 얼마나 보고 싶었다구.
문기 : (연화를 보고 있는데)
경순 : (문기 앞에 찻잔 놓고 마주 앉는다) 이것 좀 전해달라고 불렀어요.
테이블에 놓여있던 꽃바구니를 문기 쪽으로 놓는다. 문기, 본다. 연화도 본다.
경순 : 가게 정리하는 중이거든요. 장례 치른다고 정신없다가 이제야 봤어요.
문기 : 네..
경순 : 그날은 왜 안 왔어요?
문기 : (보는)
경순 : 오는 길이라고 통화까지 해놓고. 문 닫을 때까지 기다렸는데.
문기 : 제가요? 언제요?
연화 : (보면)
경순 : 그게.. 연화 그렇게 된 날.. 저녁 땐데.. 뭐, 급한 일이라도 있었어요?
문기 : (급한 일..? 기억이 안난다)
경순 : 어쨌거나 좀 전해줘요. 일년간 한주도 안 빼먹고 주문해 주셨는데..
약간 시들긴 했지만 그래도 보내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문기 : 아.. 네..
경순 : 단골이시니까.. 우리 연화 사연도 좀 전해주세요.. 마지막 작품이라고..
경순, 죽은 연화 생각에 눈물이 나려하자 자리를 피한다.
혼자 남아 연화의 꽃바구니를 보는 문기. 연화도 자신의 마지막 작품을 보고 있다.
연화 : 이 분..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43. 경로당 안 / 낮
할머니들이 꽃바구니를 들고 소녀처럼 웃고 있는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
문기, 연화 꽃바구니 든 채로 사진 보고 있는데 할머니들이 반긴다.
할머니1 : 왜 이제 와. (꽃바구니 챙겨 들며) 자식들보다 더 기다리는데.
문기 : (웃음이 난다) 여쭤볼 게 있습니다.
할머니1 : 나이 말고 다 물어봐.
문기 : (웃고) 이 꽃 보내주시는 분이 누구신지..
할머니2 : 총각이잖아.
문기 : (당황하고) 아니, 주문하시는 분이요. 저는 배달이고.
연화 : (문기 흘기고, 투덜) 그렇게 정색할건 뭐야..
할머니1 : 우리도 모르지. 누군지 우리도 한번 보고 싶어. 그 양반 아니면 늙은이들이 누구한테 꽃을 받아 보겠어.
문기 : 네.. (연화 표정 살핀다)
연화 : 더 궁금해지네. 그 분이나 찾아볼 걸. 왜 아저씨 같은 사람 좋아했나 몰라.
벽에 걸린 꽃 사진들을 보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연화.
내내 아무 말 없이 꽃만 보고 있던 할머니3 문기를 보고 해사하게 웃는다.
할머니3 : (문기 귀에 대고) 꽃집 아가씨 이쁘지?
문기 : 예? (보는)
할머니3 : 총각! 꽃집 아가씨 좋아하지?
문기 : ...
할머니3 : 원래 러브레터는 쓴 사람보다 러브레터를 전달하는 우편배달부와 사랑에 빠지는 거야. 그게 진짜 러브스토리라고.
문기 : ..!!
할머니3 : 우리 남편이 나중에 고백하던 걸? 편지 쓴 사람도 본인이라고.
문기 : (쿵...!!!)
문기, 저만치 서있는 연화를 바라본다. 연화가 문기를 돌아본다.
문기, 두근두근...!!!
44. 문기의 집 안 / 낮
노트북 창이 열려 있다. 즐겨 찾기 목록에서 꽃집 주소를 클릭한다.
연화의 꽃집 전경이 바탕화면에 깔린다. 로그인 창에 아이디가 저장되어 있다.
그 밑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기 위해 몇 가지 키워드를 시도하는 문기. 비밀번호가 틀리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문기, 고심하다가 혹시나 싶어 ‘김연화’라고 말하며 키보드를 눌러본다. ‘rladusghk’ 로그인에 성공한다.
주문내역을 클릭하는 손,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주 단위로 정리된 주문내역.
문기, 심장이 쿵! 꽃을 주문한 사람이 자신이었음을 확인한다. 오랜 동안 연화를 좋아해 왔다는 것을 확인한다.
(인터컷) 꽃바구니(마지막 작품)를 만들고 있는 연화를 몰래 바라보고 있는 문기.
문기, 맨 위의 주문서를 클릭하면 ‘가장 좋아하는 꽃으로 만들어주세요’라는 메시지.
(인터컷) 꽃바구니를 만들며 경순과 얘기 나누고 있는 연화.
‘꽃집 주인의 비극이 뭔지 알아요? 꽃을 제일 좋아하는데 꽃 선물은 못 받는 거!’
문기, 울컥 눈물이 고이고 웃음도 난다. 그날의 꽃 주문이 연화를 위한 선물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이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다.
45. 문기의 집 앞 / 낮
계단을 내려오는 문기, 밖에서 혼자서 기다리고 있는 연화가 보인다.
화단 턱으로 콩콩 오르고 내리고 있는 연화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 속에 존재감 없이 있는 연화를 바라보는 문기의 마음이 아프다.
연화, 문기를 보자 환하게 웃으며 아이처럼 뛰어온다.
문기 : (애써 웃으며) 가자.
연화 : 응! 서둘러야지. 한참 지각이잖아.
문기 : 사무실에 전화 했어. 당분간 쉴 거야.
연화 : 왜? 어디 안 좋아요? 갑자기 왜?
문기 : 그냥.. 예전의 나랑 좀 달라져 볼까 해서.
46. 영화관 안 / 낮
문기와 연화, 나란히 앉아 있다. 연화, 웃음이 쿡 나온다.
문기, 보면.
연화 : 귀신한테 공포 영화가 뭐냐?
문기 : (입 모양만) 니가 골랐잖아.
연화 : 좀 으스스하지 않아? 여기 나만 있는 거 아냐.
문기, 겁에 질려 주위를 둘러본다. 연화, 장난스런 웃음이 터진다.
이때, 옆 자리에 와 앉는 여자, 연화가 앉은 자리에 가방을 놓으려 한다.
문기, 가방이 연화 몸을 통과하기 전에 잡는다. 여자가 놀라서 문기를 본다.
여자 : 빈 자리 아니에요?
문기 : 일행 있어요. (티켓 두장을 보여준다)
여자 : 일행 분 오시면 옮길께요...(가방을 다시 연화 자리에 놓으려는데)
문기 : (가방을 잡아 여자 품에 안기며) 가방이 돈 냈습니까? 전 돈 냈습니다.
여자, 완전 황당해하며 가방 치우고는 일행인 친구와 쑥덕거린다. ‘보아하니 바람 맞은 것 같은데..’, ‘뭐야, 재수 없어’ 등등.
연화 : 난 괜찮은데.
문기 : 내가 안 괜찮아. 가방이랑 영화 볼 일 있어?
연화 : (웃는다)
영화가 시작된다. 공포 영화 속 화면에 귀신이 급작스럽게 튀어나올 때마다 연화가 움찔 놀라며 눈을 감곤 한다.
문기 : 뭔 귀신이 그렇게 겁이 많냐? (웃음이 난다)
연화 : 나도 사람이거든? 죽었을 뿐이야.
문기 : (짠해서 보는데)
연화 : 아저씨는 산 사람. 나는 죽은 사람.
옆 자리에 앉은 여자, 자꾸만 빈 자리를 쳐다보며 혼잣말을 하는 문기가 무섭다.
47. 마트 / 낮
카트를 밀고 식품 코너를 돌고 있는 문기. 연화도 이것저것 고르며 군침 흘린다.
연화 : 냉동 피자 하나 사자. 스파게티는 어때? 아, 라면도 먹고 싶다.
문기 : (무시하고 다른 식품들만 고른다)
연화, 입을 삐죽이며 따라 간다.
문기, 과일 코너로 간다. 연화, 복숭아를 집는다.
문기 : 털 있는 과일은 안 좋다던데..
연화 : (한입 물려던 복숭아를 내려 놓는다) 그런 상식은 누가 정해? 평소 식성대로 먹는 거지.
(왠지 몸이 가려운 것 같다. 긁적긁적)
계산대 위에 놓인 식품들, 제사 상차림에 필요한 것들이다.
직원 : 오늘 제사시구나.
문기 : 아.. 예..
연화 : 아, 왜? 육개장도 사지? (궁시렁) 먹고 싶다는 건 하나도 안 사주고.
48. 문기의 집 / 낮-밤
문기, 쩔쩔 매며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생선을 찐다. 고기를 삶는다. 전을 부친다.
옆에서 ‘뒤집어라, 탄다, 모양이 그게 뭐냐, 지금 몇 시간째냐. 오늘 내로 먹을 수 있냐’ 잔소리 하는 연화.
(CUT) 불을 밝히고 있는 생일 케익. 그 주위로 놓여진 음식들, 제사 음식들이다.
문기 : (생선 접시 들고 진지하게) 생선이 동쪽인가? 동쪽이면 오른쪽? 왼쪽?
연화 : 그냥 좋아하는 음식을 가까이. (멀리 있는 과일을 손으로 가리킨다)
문기 : (과일들을 죄다 연화 앞으로 당긴다)
연화 : (뭉클하다) 고마워요.
문기 : 촛불 다 탄다.
연화, 촛불을 향해 후- 입김을 분다. 촛불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문기 : (마음 아프지만 일부러) 약한 척 하지 말고, 다시 해 봐.
연화, 다시 후- 입김을 불고 문기도 동시에 후- 불어준다. 촛불 꺼진다.
문기 : 생일 축하해. 너무 늦어 미안하다. (아프게 바라본다)
연화 :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다) 너무 잘 해주지마.
문기 : (보는)
연화 : 자꾸 기대하게 되잖아.
문기 : (보는)
연화 : 그날.. 그냥.. 온 거 맞지..? 나.. 사실.. 그게 궁금했어. 아저씨 마음.
문기 : (마음이 저민다)
연화 : 기억도 없는데.. 그것까진 ..욕심이지?
연화, 눈물이 날 것 같자 고개를 숙이고 상에 있는 음식들을 열심히 먹는다.
문기 : ..기억상실.. 그거 무서운 병인것 같다.
연화 : (문기를 본다)
문기 : 기억 못하면 없던 일이 되잖아. 지난 시간도.. 사람도..
연화 : ...
문기 : 모두 다..
연화 : ....
문기 : 미안하다.. 네가 죽었는데 난.. 얼만큼 슬퍼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어.
연화 : (가슴이 아프다) 이제부터 기억하면 되잖아 차근차근.
문기 : (짠하고 먹먹해서) 그래... 그래..
둘 다 말없이 서로 바라만 보고 있는데.. 자꾸만 저릿저릿 마음 깊은 곳이 아프다.
49. 문기의 집 옥상 / 밤
문기와 연화, 동네 밤 풍경을 보고 있다. 두 사람의 손, 닿을 듯 말듯 가까이에 있다.
문기, 연화의 손을 의식한다. 연화, 문기의 손을 의식한다.
연화 : 우리 살아서도 이런 시간 가질 수 있었을까?
문기 : (보는)
연화 : 아저씨 도망 갈까봐 먼저 고백 못하고 뜸들인 건데.
문기 : 내가 뭐라고..
연화 : 내가 처음으로 살려 준 사람.
문기 : (고맙게 보는)
연화 : 아저씨가 잘 살아있어서 좋았어. 계속 잘 살아서 자주 웃었으면 했어.
문기 :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연화 : 그래. 딱 그만큼에서 조금만 더, 더, 더.. 언젠가는 활짝 웃게 하고 싶었어.
문기 : (감동해서 보는)
연화 : (시선 돌리고 야경을 보다가 담담히) 아저씨한테 난 뭐였을까?
문기 : (먹먹해서 바라보다가) 날 처음으로 야단쳐 준 사람.
연화 : (돌아본다) ...?
50. 회상 / 한강 / 낮
한강 물을 응시하고 있는 문기.
문기(E) : 그런 기분 알아? 쓸쓸하고 막막해서 무슨 일이든 일어나줬으면 하는.. 그날 문득 사라지고 싶었어.
어차피 아무도 모를텐데. 별 일 아닐텐데.
문기가 응시하던 지점으로 떠내려 오는 국화 한 송이.
마치 그걸 잡으려는 듯 손을 뻗으며 서서히 몸이 기우는 문기. 그대로 균형을 잃고 물 속으로 빠진다.
51. 회상 / 물 속 / 낮
물 속 깊이 가라앉아 눈을 감고 있는 문기. 풍덩 소리에 놀라 눈을 뜬다.
여고생 연화가 헤엄치며 다가온다. 무작정 문기의 손을 잡는 연화. 놀라서 입으로 물을 삼키는 문기.
끌어당기는 연화와 버티는 문기. 둘 다 숨이 모자르다.
연화가 고통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절박하게 문기의 손을 놓지 않는다.
연화, 문기의 손을 잡아당기다가 힘이 빠진다. 문기의 손을 놓치고 고통스러워 한다.
문기가 이번에는 연화 손을 잡는다. 연화를 끌고 수면 위로 헤엄쳐 올라가는 문기.
52. 회상 / 한강 변 / 낮
기절한 연화를 잔디 위에 눕히고 옆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문기.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연화 가슴 부위에 손을 올리고 흉부 압박을 한다.
그래도 숨이 돌아오지 않자 바로 인공호흡을 하려고 다가가는데 왈칵! 물을 토하며 숨을 쉬는 연화.
문기, 얼굴에 물을 뒤집어 쓴 채로 옆으로 쓰러져 눕는다. 의식을 잃은 척 한다.
연화,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본다. 옆에 쓰러져 있는 문기를 향해 다가온다.
연화 : 아저씨! 아저씨! 정신 좀 차려봐요. (문기 뺨을 두드린다)
문기 : (의식 없는 척 한다)
연화 : (문기의 코에 손가락을 대어 보고, 가슴에 귀를 기울인 뒤 안도한다) 아저씨, 쪽팔려서 누워 있는 거 다 알아요.
어른이 말야, 그러면 못 써요. 솔직히 한강 물이 무슨 죄야?......
슬며시 눈을 뜨는 문기. 일장 연설을 하고 있는 연화가 보인다. 웃음이 난다.
연화 목소리가 안 들려서 가만히 눈을 떠보는 문기. 저만치 걸어가는 연화가 보인다. 교복 물을 짜면서 걸어가는 뒷모습이 귀엽다.
문기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53. 문기의 집 옥상 / 밤
연화, 기뻐서 얼굴 가득 함박웃음이다. 문기는 자꾸만 마음이 먹먹해진다.
연화 : 아저씨도 그날 일 다 기억하고 있었구나! (일부러 우긴다) 근데, 분명 내가 살린 거 맞는데?
문기 : 그래. 니가 살린거 맞다. 안그랬음 죽었을 테니까.
연화 : (안쓰럽게 문기를 본다)
문기 : (연화 보며) 넌 무슨 애가 겁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냐.
연화 : 그날 아빠가 돌아가신 날이었어.
문기 : (보는)
연화 : 빚더미 짊어지고 물속으로 가라앉아 버렸어. 비겁하게, 누구든 맘대로 죽게 놔둘 수가 없었어.
사람이라면 살아갈 의무가 있어.
문기 : (쿵..)
연화 : 살아줘서 고마워. 기억해줘서 고마워.
문기 : (먹먹해서 본다)
연화 : (먹먹해서 본다)
문기 : 나.. 너한테 줄 게 있어.
54. 경로당 앞 / 밤
문기에게 꽃바구니를 건네는 할머니3. 꽃바구니를 받아들고 돌아서는 문기.
55. 한강변 / 밤
꽃바구니를 들고 뛰어 가는 문기. 저만치 혼자 서 있는 연화가 보인다.
문기(E) : 잘 살지.. 살아있지. 난.. 살게 해 놓고. 어떻게 널 잊어버릴 수가 있었을까.
문기, 눈물이 날 것 같다. 어서 연화에게 달려가고 싶다.
발걸음을 떼는데, 어떤 그림자가 문기의 그림자와 겹친다. 문기,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다.
뒤에서 다가오는 남자를 제압하는 문기! 바닥으로 구르는 꽃바구니.
문기와 남자 땅 바닥에 뒹군다. 남자를 바닥에 눕혀 제압하는 문기. 모자를 벗겨 범인의 얼굴을 확인하려는데..
(os) : 형.
문기, 멍해서 남자의 얼굴을 쳐다 본다. 비로소 확인 되는 남자의 얼굴, 진수다!
진수 : 형.. 대체 왜 이래. 나야, 진수.
문기 : (형..? 진수..?) 진.. 수..?
(인터컷) 퀵 사무실 조직도에 있던 진수의 사진.
진수,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문기, 멍해서 일어난다. 진수를 낯설게 보는데.
진수 : (불안하게 주위를 살피며) 또 짭새들 깔아 놓은 건 아니지?
문기 : (상황 파악이 어렵다)
진수 : 대체 무슨 속셈이야. 왜 자꾸 짭새들하고 붙어 다니고, 난 또 왜 피해?
문기 : 저기.. 휴가 중 아닌가?
진수 : 뭔 소리야. 형, 대체 왜 이래.
문기 :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진수 : (급하게 말을 쏟아낸다) 며칠 동안 형한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진 모르지만 이거 하난 정확히 알아둬.
나 안 그래도 절도범으로 쫓기고 있다고.
문기 : (놀라서 보는)
진수 : 이번 사건까지 더해지면 나 끝장이야. 그날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 알지? 형하고 나만 아는 비밀이라고. 형만 입 다물면 돼.
문기 : (멈칫)
진수 : 우리 이번만 버티면 사람답게 살 수 있어, 형! 알아듣지?
문기 : (우리..? 우리...? 혼란스럽다)
진수 : (멱살을 잡아 쥐고) 뭐라고 말 좀 해봐, 형!
저만치서 순찰 돌던 순찰차,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온다.
진수 : (문기 귀에 대고) 엉뚱한 짓하면 우리 둘 다 죽어!
진수, 문기의 멱살 놓고 달아난다.
순찰차 다가 와서 문기 앞에 멈춰 차창을 내린다. 얼이 빠져 있는 문기 보고는 ‘괜찮냐’고 묻는 경찰.
멍해 있는 문기, 바닥에 떨어져 엉망이 된 꽃바구니가 눈에 들어온다.
56. 문기의 집 / 밤
연화 잠들어 있고, 문기, 조심조심 서랍을 뒤지고 있다. 진수와 관련된 것이 있나 우편물이나 수첩들을 꼼꼼히 보고 있다.
사진 한 장이 나온다. 고아원 입구에서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아이들 속에 문기와 진수가 있다.
복잡한 심정의 문기, 잠들어 있는 연화를 바라본다.
문기 : 그날.. 세 사람이 있었어. 피해자, 목격자.. 그리고 범인. 녀석과 난 무슨 약속을 한 걸까. 난 대체 어떻게 살아온 걸까..
어느 덧 날이 샌다. 문기, 밤새 같은 자리에서 연화를 보고 있다.
문기(E) : 네가 모르는 내가 있는 것 같아. 그걸 먼저 찾아야 할 것 같다..
문기, 나간다. 자고 있는 줄 알았던 연화, 가만히 눈을 뜬다.
57. 고아원 원장실 / 낮
창밖으로 꼬마들이 뛰어 놓고 있다.
(인터컷) 어린 문기와 진수가 뛰어놀고 있다.
벽에 걸린 사진 속에 어린 시절의 문기와 진수가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을 보며 복잡한 심정이 되는 문기.
(os) : 마침 잘 왔어.
찻잔을 사이에 두고 원장과 마주 앉아 있는 문기.
원장 : 안 그래도 전화하려고 했는데.
문기 : (보는)
원장 : 진수가 다녀갔어. 굉장히 불안해 보이더라.
문기 : (짐작이 간다) 다른 말은 없었구요..?
원장 : (문기 보고) 진수.. 무슨 사고 친 거 맞지?
문기 : (긴장해서 보는)
원장 : 사채업자들한테 쫓기고 있다고 들었어. 나쁜 일은 아니어야 할텐데.
문기 : ...
원장 : 언제나 맘 잡고 살런지.. 니가 고생이다. 그래도 니가 잘 감싸줘.
문기 : ...
원장 : 무슨 일이 있어도 진수 품어줘야 돼. 니 덕분에 그나마 살아지는 놈이잖아.
피만 나눠야 형제니, 너희 둘 유일한 가족이잖아.
문기 : ...!!
58. 연화의 집 앞 / 낮
문기, 연화의 집 폴리스 라인 앞에 서 있다. 단호한 표정으로 폴리스 라인을 건너가 문을 연다.
문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이 떨고 있다. 열린 문으로 성큼 들어간다.
59. 연화의 집 안 / 낮
문기, 조심스럽게 둘러보며,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움직이다가 아래 쪽을 내려다 보면, 피해자가 쓰러져 있던 장소 표시.
문기, 놀라서 뒷걸음질 친다.
(인터컷)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연화.
문기의 심장이 쿵쿵 뛴다. 긴장해서 다시 실내를 둘러보다가 문득 시선이 멈추면,
문기 뒤에 생경하게 서 있는 전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 낯설게 보인다.
거울 속으로 복면을 쓴 남자가 언뜻 보인다. 문기, 심장이 멎을 것 같다.
(인터컷) 쓰러져 있는 연화 옆에 놓인 피 묻은 칼. 가까이로 다가오는 발. 올려보면 복면을 쓴 남자. 칼을 집어 든다.
누군가를 향해 입을 연다. ‘형..’ 진수 목소리다.
현재의 문기와 기억 속의 진수(복면 쓴)가 마주하고 있다.
진수 : 형..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 형은 아무 것도 모르는 거야. 그럴 수 있지?!!
문기 : (심장이 쿵쿵 뛴다. 얼어붙어 있다)
60. 버스 안 / 낮-밤
버스에 혼자 앉아 있는 문기, 심각한 표정이다.
내가 본 범인이 유일한 가족인 진수였다니.. 이 사실을 연화에게 말해야 하나.. 왜 이런 인연이 되어버린 건지.
진수(E) : 우리 이번만 버티면 사람답게 살 수 있어, 형! 알아듣지?
(인터컷) 한강변. 문기의 멱살 잡고 절박하게 속삭이는 진수. ‘엉뚱한 짓하면 우리 둘 다 죽어!’
문기, 혼란스럽다.
(DIS) 문기가 기대 있는 창 밖 풍경이 어둡다.
61. 문기의 집 앞 / 밤
문기, 힘없이 걸어오는데 문 앞에 연화가 기다리고 있다.
연화 : 하루 종일.. 어디 갔었어.
문기 : 계속.. 기다렸어..?
연화 : 무슨 일.. 있는 거지..?
문기 : (후..) 너 죽인 범인 알아냈어. 범인.. 내가 아는 사람 같다..
연화 : ...!
문기 : 미안하다.. 이제야 기억해내서..
62. 동네 일각 / 밤
반짝이는 도심 야경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문기와 연화.
연화 : 살아있을 땐 왜 몰랐을까. 이렇게 이쁜데. 이렇게 눈부신데.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감사한데..
문기 : (연화의 모습을 눈부시게, 아프게 바라본다)
연화 : 이제 떠날 수 있을 것 같아..
문기 : (쿵.. 심장이 내려 앉는다)
연화 : 가야 할 것 같아..
문기 : ...
연화 : 그냥.. 조금만 머물고 싶었는데... 날 기억해줬으면 했는데.. 좋은 기억만 나누고 싶었는데..
문기 : ... (심장이 저릿하다)
연화 : 내 욕심 같아.
문기 : 아니. 나 너 이렇게 만든 놈 꼭 내 손으로 잡을 거야.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야. 너한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야..
연화 : 아니.. 벌써 많은 걸 해줬어.. 이걸로 됐어..
문기, 연화를 아프게 바라본다. 한 동안 침묵이 이어진다.
문기 : ...가지마.
연화 : (눈빛이 흔들린다)
문기 : 아직 가지마..
연화 : ...!
문기 : 나 아직 너 몰라. 이제 겨우 알아봤어...
연화 : ...!!
문기 : 다른 건 몰라도.. 나..너는 다 기억해 내고 싶어.
연화 : (눈물이 왈칵 흐른다)
문기 눈에도 물기가 고인다. 심장이 아프게 뛴다. 연화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
문기, 연화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는다. 감히 만지지 못하고 연화의 뺨 앞에서 그대로 멈춰지는 손.
그렇게 닿을 수 없는 채 그저 바라보는 두 사람. (F.O)
63. 문기의 집 안 / 낮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는 문기. 연화의 얼굴이 내려 보고 있기를 기대하지만 없다. 벌떡 일어나 연화를 찾는다. 보이지 않는다.
불안이 짙어지는데.. 핸드폰 울린다.
문기 : (핸드폰 받는다) 네. (눈으로는 연화를 찾는다) 네.. (긴장해서 통화에 집중 하는) 네, 곧 가겠습니다.
연화 : 누구? 여자?
문기 : (깜짝 놀라 본다. 안도하고) 어디 갔었어!
연화 : 계속 여기 있었는데? 근데, 누구랑 통화한 거냐고! 여자 목소리 맞던데.
문기 : 용의자 얼굴 확인하러 와 달래. 금방 다녀올테니까, 꼼짝 말고 집에 있어.
연화 : 나도 같이 갈래.
문기 : (다정하게) 나쁜 기억 더해주고 싶지 않다. 나 혼자 해결하고 올게.
64. 경찰서 안 / 낮
CCTV 화면에 찍힌 모자 쓴 남자의 모습. 확대된 이미지를 통해 모자 밑 진수의 얼굴이 확인된다.
문기, 보고 있다. 소현, 문기를 꼼꼼이 살핀다.
소현 : 다른 절도 사건 용의자였는데, 김연화씨 집에서 사라진 수표 추적 결과 연관성이 발견됐어요.
문기 : ...
소현 : 직장 동료였고 같은 고아원 출신이던데.. 뭐 기억 나는 거 없어요?
문기 : (긴장한다)
소현 : 범인 얼굴, 아직도 기억 안나요?
문기 : (고민 끝에 단호히 입을 연다) 이 놈 맞아요. 맞는 것 같아요..
문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보면, 기둥 뒤에 숨어서 몰래 지켜보고 있는 연화.
65. 유흥가 골목 / 밤
소현과 다른 경찰 잠복해 있다. 근처에 오가는 모자 쓴 남자, 문기다.
경찰 : 저 친구 괜찮겠어?
소현 : 본인 손으로 잡고 싶대요.
경찰 : 도와주시면 우리야 고맙지만..
소현 : 근데 좀 춥지 않아요? (에어컨 조작 버튼 살피며 뒤돌아 본다)
보면, 뒷자리에 연화가 앉아 있다. 연화를 보지 못하는 소현.
경찰 : 떴다!
소현, 돌아본다. 주점 입구에서 나오는 모자 쓴 진수가 보인다.
소현과 다른 경찰 최대한 자연스럽게 차에서 내린다. 연화도 어느 새 차에 내려있다.
진수 걸어가다가 모자 쓴 문기를 발견한다. ‘형..’ 부르다가
뒤쪽에서 다가오는 경찰 보고 ‘제길!’ 욕지기를 내뱉고 문기를 밀치고 달아난다.
문기, 쫓아간다. 걱정스레 문기 보는 연화.
66. 인근 골목 / 밤
문기, 소현과 경찰, 진수를 쫓아 달린다.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각자 다른 방향으로 달린다.
문기가 간 방향으로 도망가는 진수가 보인다. 문기, 혼신의 힘을 다해 뛴다. 진수가 잡힐 듯 가깝다.
문기, 진수의 뒷덜미를 낚아챈다.
진수 : 아씨... 놔!
문기 : (진수를 벽에 밀쳐 멱살을 움켜쥔다)
진수 : 설마 다 불었냐? 대체 무슨 생각 (문기의 주먹이 날아든다)
문기 : 너 대체 뭐 하는 놈이야!! 왜 그랬어!
진수 : 형, 왜 이래!
소현과 다른 경찰들이 달려온다. 연화도 나타나 있다. 걱정과 두려움을 안고 본다.
문기 : 니가 무슨 짓을 한 줄 알아? (때린다) 니가 무슨 미친 짓을 한줄 알아?
진수 : (몸부림치며) 이거 놔!
문기 : 너만 아니었어도.. (주먹 파르르 떨리며) 나도 행복할 수 있었어. 우리 시작할 수 있었어.
진수 : (버둥거리며) 형 미쳤어?
문기 : 니가.. 감히 니가!!! 다 망쳐놨어. (울컥한다) 왜 그랬어, 왜 죽여야만 했어, 왜!!
진수 : 뭐?
문기 : (울먹인다) 착한 여자였잖아. 내가 좋아하는 여자였잖아!
진수 : (문기가 이상함을 느낀다) 뭔 개 소리야!
문기 : (더 필사적으로 멱살을 쥔다) 니가 죽였잖아!!
진수 : (거의 동시에) 니가 죽였잖아.
문기 : (불길함을 느끼고 본다)
진수 : 죽인 건 너라구!!
문기 : (쿵!!!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진수 : 형이 다 망쳐놨어, 알아? 칼까지 숨겨 줬는데 어디서 죄를 뒤집어 씌워!
소리 지르는 진수의 손에 수갑을 채우는 경찰. 동시에, 소현, 문기의 손목에 덜컥 수갑을 채운다.
문기, 그 이물감에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쿵 내려앉는 심장 소리만 들리는 것 같다.
수갑을 찬 문기와 밀랍처럼 창백해진 연화만 골목에 남겨진다. 억겁의 침묵 속에서 그렇게 마주 보는 두 사람.
그 침묵 위로,
소현 : 이문기씨, 김진수씨를 김연화씨 강도 살인 용의자로 체포합니다.
문기의 눈에 수갑이 채워진 채 끌려가는 진수가 보인다. 문기, 순간 휘청한다.
소현, 문기의 팔을 잡는다. 또 한명의 경찰이 문기의 다른 팔을 잡는다.
경찰에 의해 연화쪽으로 끌려 가는 문기. 그 자리에 얼어 붙어 멍하니 문기를 바라보고 있는 연화.
문기를 바라보는 연화, 연화를 바라보는 문기.. 그대로 끌려 가며 연화를 통과해 지나간다...(F.O)
67. 연화의 집 안 / 낮
경찰들의 통제 하에 현장검증이 진행되고 있다.
얼어 있는 문기에게 칼 모형을 쥐어 주는 경찰. 문기, 차마 칼 모형을 잡지 못하고 떨어뜨린다.
소현, 다가와서 칼 모형 집어 다시 문기의 손에 쥐어준다.
소현 : 현장 검증 왜 하는지 알아요? 생각과 말은 꾸밀 수가 있지만 몸은 거짓말 못해요.
문기, 칼 모형을 잡고 있는 자신의 손을 본다. 떨고 있다.
문기의 시선으로, 칼 모형이 실제 칼로 변한다. 밑을 보면 더미가 아닌 연화가 쓰러져 있다.
얼어붙는 문기. 시간이 멈춘 듯 그렇게 멈춰 있다. 일제히 소음이 사라지고 경찰과 구경하는 사람들도 사라진다.
칼을 쥐고 겁에 질려 있는 문기. 덜덜덜 떨며 돌아보면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다.
바로, 칼을 들고 있는 과거의 문기, 거울 속에 들어 있다!!!
68. 플래쉬 백 / 낮
- 꽃집. 이제 막 출발하려는 문기 앞을 가로 막는 연화. 문기, 깜짝 놀라 멈춘다.
연화 : 내일 뭐해요?
문기 : ...
연화 : 퇴근하고 우리 집에 올래요? 내일 내 생일이거든요.
문기 : 저요...? 왜.. 저를..?
연화 : (생긋 웃으며) 혹시 알아요? 내가 아저씨 좋아할지.
연화, 쪽지를 건네주고 문기, 멍하니 쪽지를 열어보면. 집 주소가 적혀 있다.
- 퀵 사무실을 나오는 문기, 사복차림이다.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다.
경순(F) : 문기씨? 꽃바구니 언제 가져 갈 거야?
문기 : 네, 지금 가는 길이에요.
경순(F) : 그래요. 기다리고 있을께요.
- 거리. 설레는 마음으로 걸어오는 문기. 그 앞을 가로막는 진수.
문기 : (의아해서) 휴가 간 거 아냐?
진수 : 먼저 해결할 일이 좀 있어서 며칠 미뤘어. 형은 어디 가? 조퇴까지 하고?
문기 : 이젠 좀 다르게 살아볼까 하고.
진수 : 반갑네. 나도 좀 다르게 살아볼까 하는데. 형 도움이 좀 필요해.
문기 : 다음에 하자.
진수 : 잠깐이면 돼. 같이 가주기만 해.
문기 : 알았으니까 다음에. 지금은 약속이 있어.
진수 : 잠깐이면 된다니까. 혼자 가기가 용기가 안나서 그래. 같이 좀 가주라.
형한테 하는 마지막 부탁이야. 나도 이제 형 앞길 그만 막을 거야.
문기 : (맘 약해져서, 시계 한번 보고) 잠깐이면 되는 거 맞지?
- 연화의 집. 문을 열고 들어서는 진수. 문기도 뒤따라 들어온다.
문기 : 누구 집이야? 아무도 없는데?
진수 : 괜찮아. 들어와. 문 걸어 잠그고.
문기, 안으로 문 잠그고 거실로 들어선다. 진수는 마치 자신의 집인 양 서랍을 열며 뭔가를 찾고 있다.
문기, 서랍을 뒤지고 있는 진수를 돌려 세운다.
문기 : (단호하게) 뭐 하는 거야, 지금.
진수 : (긴장해 있으면서도 애써 웃으며) 괜찮다니까. 찾을 게 있어서 그래.
문기 : 뭘 찾는데. 여긴 어딘데? 누구 집이냐구? (버럭) 똑바로 말 못 해?
진수 : (눈빛 변하며) 누구 집? 부모 잘 만나서 어린 나이에 자기 가게 갖고 한가하게 꽃이나 키우는 여자 집?
열쇠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있을 걸?
문기 : (불길해져서 보는)
진수 : (다시 서랍 뒤지면서) 잠깐 빌리는 거야. 돈 벌면 돌려줄 거야.
집 안을 둘러보는 문기, 꽃 장식품들 사이로 연화의 사진 액자가 보인다. 문기, 쿵! 심장이 내려 앉는다.
주머니에 든 쪽지를 꺼내 본다. 적힌 주소와 일치한다..
진수 : (돈뭉치와 통장 꺼내며) 빙고! 역시 형은 내 행운의 부적이라니까.
문기 : (진수 멱살 잡고 문 쪽으로 끌고 간다) 나와.
진수 : 아, 놔! (빠져 나오면)
문기 : 나랑 연 끊기 싫으면 당장 내려 놓고 나오라니까!
진수 : (사진 액자 속의 연화 보고 나서) 왜, 자주 보던 얼굴이라 딱해? 난 저 여자가 재수 없어. 너무 잘 웃어. 너무 밝게 웃어.
괜히 주눅 들게 만들어. (이죽거리며 웃더니) 아마 돈 좀 잃어버려도 인생 비관하지 않고 또 열심히 살아갈 거야. 걱정마.
(퍽- 문기의 주먹이 날아든다)
문기 : 한마디만 더 떠들어. (또 한 주먹 날릴 태세인데)
진수 : 형 미쳤어? 지금 나 친 거야?
문기 : (손에 든 돈뭉치와 통장 뺏으려는데)
진수 : (칼을꺼내 문기를 위협한다) 다가오지마. 나 이 돈 꼭 필요해.. 형이나 닥쳐.
진수, 칼로 문기를 견제하며 뒷걸음질로 문 쪽을 향해 가는데.. 계단 올라오는 구두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진수와 문기, 머리가 쭈뼛 선다. 진수, 준비해 온 복면을 급히 꺼내 쓴다.
열쇠 돌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금이 풀린다. 문기, 문 뒤에 숨는다.
문이 열리고 연화 들어온다. 문기, 급히 팔로 얼굴을 가린다.
연화, 복면을 쓴 진수를 보고 ‘당신 누구야..!’ 연화, 핸드폰 꺼내든다. 진수, 탁 쳐낸다.
연화, 소리를 지르려 하자 진수가 연화의 입을 막고 칼로 위협한다.
문 뒤쪽에서 얼어붙은 듯 지켜만 보고 있던 문기, 반사적으로 진수에게 덤벼들어 칼을 빼앗으려 몸싸움을 벌인다.
힘들게 진수 손에서 칼을 빼앗아들면서 넘어지는 문기.
놀란 연화, 진수의 손을 물고 빠져나가려 하자 진수, 화가 나서 연화의 뺨을 때리고 거칠게 밀친다.
진수에 의해 밀쳐진 연화가 문기 쪽으로 넘어진다. 문기 손에 든 칼이 연화의 배에 꽂힌다.
얼어 붙은 문기와 죽어가는 연화의 눈이 마주친다.
연화, 쓰러진다. 눈 감는 연화 얼굴 확인하는 문기 눈물이 난다. 덜덜덜 떨면서 쓰러진 연화를 내려 본다.
죽어가던 연화, 남아 있는 힘을 모아 눈을 뜬다. 문기의 얼굴이 보인다. 연화, 슬픈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는다.
문기, 패닉 상태가 된다.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거울 속의 자신이다! (F.O)
69. 유치장 / 밤
구금되어 있는 문기와 진수. 진수는 코를 골며 잠들어 있고 문기는 잠을 못 이루고 있다.
마치, 죽은 자의 얼굴처럼 넋이 나가 있다. 고통과 회한이 파고 든다.
(인터컷) 한강. 젖은 옷을 탈탈 털면서 걸어가고 있는 여고생 연화를 바라보는 문기.
연화가 멀어진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던 문기, 연화가 있던 자리에 떨어져 있는 학생증을 발견한다.
학생증에 적힌 이름을 발음해 본다. '김.. 연. 화.'
(인터컷) 고등학교. 중국집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온 문기. 수위 아저씨에게 학생증을 전해 준다.
다시 오토바이 시동 걸고 가는데, 누군가를 발견하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보면, 운동장에서 환하게 웃으며 뛰고 있는 여고생 연화가 보인다.
(인터컷) 꽃집 오픈 날. 문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연화를 설레는 표정으로 몰래 바라보고 있다.
여러 송이의 꽃을 들고 나오는 연화를 보며 몸을 숨기는 문기. 편의점으로 들어가는 연화가 보인다.
문기, 퀵 오토바이를 몰아 편의점 앞으로 간다. 연화를 의식하며 짐짓 무심한 척 편의점 안으로 들어간다.
음료수를 고르며 계속 연화를 의식한다. 연화가 가까이 다가올 수록 심장이 뛴다.
마침내 연화가 다가와 꽃을 내밀며, 꽃보다 더 예쁘게 웃어보이자 문기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문기, 멈추고 싶어도 자꾸만 떠오르는 기억들로 미쳐 버릴 것 같다. 고개를 푹 숙이는데..
유치장 철창 앞으로 연화의 발이 보인다..
연화 : (힘겹게 입을 연다) 그 사람 따라가지 말지..
문기 : ...!!
연화 : 그냥.. 나한테 오지..
문기 : ...!!!
연화 : 이럴 줄.. 알았으면.. 오지.. 말걸..
문기 : (눈물이 고인다) ...
연화 : 이젠 날.. 잊어..줘..
눈물 흘리며 보고 있던 연화, 가만히 뒤돌아 간다.
문기, 절박함에 고개를 든다. 눈물이 툭 떨어진다. 연화, 멀어져서 점점 희미해진다.
문기, 숨이 멎을 것만 같다. ‘가지마..’ 차마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는다.
옅어지던 연화, 결국 사라진다. 이제는 없다. 문기, 무너진다. 오열한다. 꺼이꺼이 운다. (F.O)
70. 정신 병원 / 낮
폐쇄적인 공간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는 문기.
창문 안으로 소현과 의사가 지켜보고 있다. 의사가 소견을 들려준다.
의사 : 여전히, 실제로 고인을 봤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소현 : 그러니까.. 귀신 말이죠..
71. 플래쉬 백 / 낮
- 망연자실 걷다가 달려오는 트럭을 보고 트럭에 뛰어드는 문기.
의사(E) : 그 분을 무척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는 기억을 스스로 지우고 싶을 만큼..
- 장례식장. 연화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문기.
소현(E) : 하지만 왜 다시 기억을 해내려 했을까요.
- 혼자 한강 물을 내려 보고 있는 문기, 물 속으로 풍덩 빠진다.
의사(E) : 지우고 싶지만 김연화씨만은 끝내 지울 수 없었던 거겠죠.
- 문기의 집. 제사 음식으로 차려진 상 앞에 혼자 앉아, 촛불을 끄는 문기.
소현(E) : 그럼.. 이문기씨가 본 것은 정확히 뭡니까.
- 한강 변. 꽃바구니를 앞에 두고 주저 앉아 있는 문기.
의사(E) : 아마도 형상화된 기억이겠죠! 하지만 귀신이건 기억이건 망상이건, 이문기씨는 김연화씨를 보낼 수 없었던 겁니다.
- 도심 일각. 밤 풍경을 내려 보고 있는 문기. 혼잣말을 하고 있다. 가만히 들어보면 연화의 말들이다.. (F.O)
72. 정신병원 / 낮
수감되어 있는 문기. 수척해져 있지만 차라리 평안해진 모습이다.
문기(E) : 기억하는 일이.. 이렇게 아프고 무서운 건지 몰랐다.. 연화야.. 아직 너 거기 있니..? (눈물이 고인다)
한번만.. 단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다.. (눈물 주르륵 흐른다)
카메라 뒤로 빠지면, 문기 뒤에서 문기를 지켜보고 있는 연화가 보인다.
문기는 연화를 의식하지도 보지도 못한다.
문기(E) : 잘.. 있는 거지..?
연화(E) : ..걱정 말아요, 귀신인 걸요.
연화, 눈물 그렁한 채 미소 짓는다.
문기, 마치 연화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가만히 미소 짓는다. 연화가 좋아하던 딱 그만큼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처음으로 조금 더 웃음이 피어난다. 눈물이 그렁한 채 환하게 웃는 문기의 얼굴에서. (F.O)
73. 에필로그 / 꽃집+편의점 / 낮
꽃바구니를 만들며 유리창 너머로 편의점을 바라보는 연화의 시선으로,
편의점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가는 문기 보인다.
편의점 안에서 언제나처럼 같은 음료수를 마시며 유리창 너머로 꽃집을 바라보는 문기의 시점으로,
꽃집 앞에서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 연화가 보인다.
부릉- 시동 거는 소리에 돌아보는 연화. 오토바이 타 있는 문기도 연화를 본다.
길을 가운데 두고 서로 마주 보고 환하게 웃는 문기와 연화의 싱그러운 모습에서 엔딩.
첫댓글 과제 때문에 잘 보고 갑니다^^ 큰 도움이 되었어요 감사해요~!
너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볼께요~^^
이거 정말재밌게본 건데 잘읽을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