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종 보석 진위 감정 기본 - 국가공인 자격증 연령제한 없어 - 취득 후 최소 2~3년 경험 필요 - GIA 자격증 최고로 인정 - 흔들림없는 마음·신뢰 덕목
# 보석디자이너
- 드로잉 실력이 기본이자 핵심 - 미술 1~2년 정도 공부해야 - 자연·고객서 영감 얻는 자세를 - 부산지역 신라대 교육과정 두각
꽃들이 만발하고 새 잎들은 짙어지는 완연한 봄입니다. 하지만 꽃들은 영원하지는 않지요. 그런 꽃들을 흙이 피워내는 것이라면 암석이 피워내는 영원한 꽃은 보석입니다. 그 중에서도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는 다이아몬드는 결혼식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입니다. 결혼반지와 동일시 되는 보석이 다이아몬드니까요. 이래서 보석의 왕이라 부른답니다. 다이아몬드와 대적 할만한 보석의 여왕은 진주랍니다. 진주 자체의 색이 가진 고상함 때문이지요. 요즘 예물의 트렌드도 다이아몬드와 진주랍니다.
이런 보석들의 진가를 발견해내고, 그 보석들의 아름다움을 엮어내는 직업이 있습니다. 보석감정사와 보석디자이너입니다. 항상 아름답고 반짝이는 보석들과 함께 하는 직업이니 화려하게 보는 시선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만나 본 보석감정사와 보석디자이너들은 좀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말없는 존재들이 걸어오는 말을 잘 들어야 하는 사람'이랍니다.
보석을 값비싼 사치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보석 자체가 지층 속에서 오랜 시간 고온과 고압을 견뎌야 만들어 지는 결정체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터키석은 상온과 보통의 압력하에서 결정이 서로 달라붙으면서 생깁니다. 보통 구리광산 옆에서 생긴다더군요. 진주는 다들 아시다시피 조개 속에서 자라납니다. 소나무의 송진이 오랜세월 굳혀지고 화석화돼 호박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로 자연에서 생겨나는 돌들입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돌들은 희귀하다보니 몸값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인공합성품들이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경우들이 생깁니다. 특히 해외여행에서 구입하는 보석 원석은 대부분 그 값어치를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위 짝퉁의 낮은 가격에 속아 구입하게 되는 거지요. 감정사 분들은 일반인들이 외국에서 보석 원석을 구입하시지 말기를 강력하게 권했습니다. 주얼리숍을 하시는 분들도 가짜를 사는 경우가 있으니 일반인은 말할 필요가 없다는 거였습니다.
진짜 보석을 골라내고, 누가 더 아름다운지를 판정하는 보석감정사와 이 보석들을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보석 디자이너를 만났습니다. 이들의 손을 거치면 딱딱하고 차가운 돌이 이야기를 가진 화려한 보석으로 탈바꿈합니다. 보석들과 일상을 같이 하는 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보석 못지않게 아름다웠습니다.
■보석감정사
예물전문 주얼리샵 트리샤의 홍성복 대표가 다이아몬드를 루페(확대경)로 들여다 보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보석감정사가 되려면 자격증이 우선이다. 국가공인 자격증인 보석감정사는 108종의 보석의 진위 여부를 감정할 수 있어야 한다. 1년에 두 차례 필기·실기시험이 있고 이를 통과하면 된다. 하지만 자격증을 갓 취득한 상태에서 현장에서 일할 수는 없다. 적어도 2~3년 이상 감정원에서 경험을 쌓아야 감정사 활동이 가능하다.
현업에서는 국제보석감정사 자격증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국제적으로 가장 인정받는 보석감정사는 미국보석학회공인 (GIA:Ge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으로 미국에서 발행하는 보석감정사 자격증이다. 서울에 GIA 코리아가 있어 미국까지 가지 않고도 자격증은 취득할 수 있지만 전체 자격증 취득에 2000만 원 가량의 큰 돈이 든다. 하지만 보석감정사나 보석디자이너가 되려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인기있는 자격증이다.
부산에서 국내보석감정사 과정을 운영하는 곳은 대학과 함께 직업전문학교가 있다. GIK보석·디자인전문직업학교 김정숙 학교장은 "현재 200여 종의 원석 2000여 점을 보유해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보석디자인 등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많이 공부하러 온다"고 했다.
GIK보석·디자인 직업전문학교 김정숙 학교장이 현미경을 이용해 원석을 감정하고 있다.
보석감정사 자격증 취득에 학력이나 연령 제한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감정사로 활동하기 위해서 보다는 전공 공부의 기초를 닦기 위해서 보석감정사 자격증을 딴다. 학생들이 아니면 직접 주얼리샵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나 관심있는 사람들이 나머지다.
김 학교장은 중학교 가정 교사로 재직하다 육아로 그만둔 뒤 보석감정쪽으로 선회했다. 그는 "남들은 비싸고 귀해서 보석을 좋아하지만, 나는 보석이 가진 과학적 역사에 더 마음이 끌린다"고 했다. 보석의 생성 과정 자체가 학문적으로 재미있어서 현재 보석감정사로 교육까지 하게 된 것. 그는 "비파괴형식으로 현미경으로만 그 보석의 가치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도 무척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지역의 예물전문 주얼리샵 트리샤의 홍성복(56)대표는 미국보석학회공인 보석감정전문가(GIA-GG), 미국보석학회공인 진주감정사, 국제가치평가사를 보유한 감정전문가다. 홍 대표는 "감정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른 마음이다. 정신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감정을 했다가는 신뢰성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부산대 철학과 졸업 후 주얼리 업계쪽에 계속 몸담아왔다. 그는 "보석의 왕인 다이아몬드를 가장 좋아한다. 가장 자주 감정하는 보석도 다이아몬드다. 보면 볼수록 더욱 아름다운 보석"이라고 했다.
홍 대표는 "다이아몬드 감정에선 잘 알려져 있는 4C(컬러, 투명도, 무게, 연마)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그 중에서도 컷과 우수한 감정서를 빼놓을 수 없다. 숙련된 장인에 의해 좋은 비율로 컷된 다이아몬드의 광채가 가장 화려하며 가치도 높아지므로 감정사로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라고 했다.
트리샤는 2010 G20에서 미국 대통령 오바마의 영부인 미셸 오바마의 브로치를 만들어 더욱 유명해졌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디자인대상 경영부문 대통령상도 수상해 지역내에서는 선두에 있다. 이미 지역내에선 예물 브랜드 중 가장 선호도가 높다.
■보석디자이너
주얼리샵 트리샤의 디자인연구소 김경영 소장이 커플링 산토리니의 스케치를 손질하고 있다.
지역의 예물전문 주얼리샵 트리샤의 디자인연구소 김경영(35) 소장을 지난 20일 부산진구 범일동 트리샤 범일점에서 만났다. 김 소장은 신라대 출신으로 현재의 트리샤 디자인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트리샤는 자사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며 디자인에 가장 큰 투자를 하고 있기도 하다.
김 소장은 주얼리 디자인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드로잉 실력이라고 했다. 이 점은 신라대 귀금속·보석디자인학과 정은현 교수도 동감했다. 자신의 머리 속 아이디어를 실제로 잘 그려내지 못하면 디자인을 구체화 시킬 수가 없다. 스케치가 가능해야 작품의 수정이나 발전방향 등도 논의할 수 있어 제작을 할 수 있다. 정 교수는 "미술을 1~2년 정도 공부해야 과제에 무리가 없다. 디자인의 기본 중의 기본이니 탄탄히 해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 소장은 "어릴적부터 만들기에 무척 소질이 있었고 초등학교 때도 만들기 숙제를 밤새도록 하곤 했다. 대학 졸업 후 토니 주얼리(당시 거북사)에 취업해 5년간 일한 뒤 트리샤로 옮겼다. 디자인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기업 분위기가 명품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디자인을 만들겠다는 내 비전과 딱 들어맞아 현재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졸업하자마자 얻은 첫 직장에선 세공사분들과 작업실을 같이 썼어야 했다. 당시는 주얼리 디자이너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던 터라 옆 가게에서 구경오시는 분들도 많았다. 환경은 힘들었지만 내 디자인으로 상품이 제작되는 즐거움이 훨씬 컸다"고 떠올렸다.
김 소장은 "디자인의 영감은 주로 자연에서 많이 얻는다. 때로는 고객과의 만남에서 얻기도 한다"고 했다. 김 소장은 "트리샤의 결혼 반지 중 '눈의 여왕'은 피부가 아주 희고 이목구비가 아주 아름다웠던 예비 신부를 보고 그 이미지로 디자인했다. 그 분의 깨끗한 이미지와 다이아몬드, 화이트골드의 영롱함을 엮어내고 싶었다"고 했다. 이 작품은 매직 세팅 기법으로 사용해 실제보다 다이아몬드가 더 커보이는 장점이 있어 신부들이 무척 선호한다고. 수많은 보석을 디자인 하는 김 소장이 가장 좋아하는 보석은 진주였다. 조개가 만들어내는 보석이라 광채와 색상이 아주 오묘해서란다. 당일도 진주 귀걸이와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었다.
신라대 귀금속·보석디자인학과 학생들이 주얼리 디자인을 위한 스케치 작업 중이다. 신라대 제공
지역 내에선 신라대 귀금속·보석디자인학과가 디자이너 배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 소장의 모교 이기도 하다. 오영민 교수는 "중국 청도에선 한국보석디자이너가 신라대 출신만 있는 줄 안다"며 자랑섞인 농담을 했다.
실제 청도 내 수많은 주얼리 제작업체들에 많은 신라대생들이 디자이너로 포진해 있다. 신라대는 졸업생들의 취업을 위해 중국쪽을 개척한지 10년이 좀 넘었다. 청도의 대형 백화점 내 신라대 디자인센터를 두고 지속적으로 해외진출에 힘써 왔다. 매년 30명의 학생을 중국에 취업시키는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오 교수는 "중국에서 커리어를 쌓으면 미국이나 유럽 쪽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올해도 학생 2명이 미국내 주얼리 기업의 러브콜을 받고 다음달 미국으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 보석 관리법
# 다이아몬드
- 다이아몬드끼리 멀리하라
# 진주
- 열·땀 변색의 원인 - 귤·오렌지 깔땐 빼둬라
# 오팔
- 숨 쉬는 유기질 - 비닐 보관 안돼
■다이아몬드
바니귀걸이(왼쪽), 징코펄 귀걸이
다이아몬드라고 해서 깨지지 않는다는 생각은 오산. 다이아몬드는 하나의 결정으로 이뤄진 단결정체다. 이것을 연마 해서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팔각 모양으로 깎아내 사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깎아낸 외곽에 따라 결이 있다. 이런 결에 강력한 충격이 주어진다면 깨어져 떨어져 나갈 수 도 있다. 이런 성질을 벽개성이라고 한다. 마치 마른 장작을 세워놓고 도끼로 찍으면 쩍 소리가 나면서 세로 결대로 갈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에 다이아몬드에 약간의 흠집이 있는 경우에 그 흠집에 발물림 장식을 하는 등의 실수가 있다면 깨질 수도 있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볼링을 친다든가 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실제로 볼링공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낀 손가락을 넣고 경기를 하다가 반지가 깨지는 경우도 있다. 다이아몬드 제품끼리 맞닿는 일도 없어야 한다. 서로 닿으면 긁힌 상처를 내게 된다.
■진주
모든 연령대의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진주는 특히 보관에 유의해야 한다. 수분과 열에 약하므로 끼고 목욕탕에 들어가서는 안된다. 특히 온천의 경우 유황성분이 있는 곳이라면 대번에 색깔이 변한다. 땀에 닿는 것도 삼가야 한다. 땀에는 염분과 수분이 많으므로 변색의 원인이 된다. 산에도 무척 약해 귤이나 오렌지 등의 껍질을 벗길 때도 진주 반지라면 빼놓아야 한다. 과일 껍질에서 산성분이 튀면 진주의 색이 누렇게 된다. 경도도 약하므로 단단한 물건과 접촉하게 되는 일도 삼가야 한다. GIK보석·디자인전문직업학교 김정숙 학교장은 "진주는 공주병에 걸린 보석이다. 그런만큼 공주처럼 대접해 줘야 한다"고 재밌게 빗대어 말했다.
■사파이어, 루비
산토리니(왼쪽), 징코펄
유색보석들 중 가장 경도가 강한 편이다. 두 보석이 같은 경도를 갖고 있으므로 한 곳에 두면 서로 긁힐 수 있다. 따라서 보석 하나씩 공간을 차지할 수 있는 보석함이나 끼워서 서로 닿지 않도록 만들어진 곳에 보관해야 한다.
■오팔
오팔은 아주 얇은 여러개의 층으로 이뤄져있다. 그 층들이 오팔 특유의 다양한 색감과 반짝임을 만든다. 보관할 때 비닐에 싸서 보관하면 안된다. 유기질 보석이므로 그 자체가 숨을 쉴 수 있게 해야 한다. 햇볕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변색을 막을 수 있다.
■호박
호박은 경도가 낮은 광물이므로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뾰족한 물질에 긁히기도 쉽다. 세척할 때 초음파 세척기를 이용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