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가 묻고 교무가 답하다] 아이 아빠와 아이가 친해졌으면 좋겠어요
김도준 교무
Q. 남편이 교당생활로 집에서 생활을 오래 하지 못하다 보니 아이와 아빠가 어색한 사이가 돼가는 것 같아요. 관계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볼 수 있을까요?
A. 2006년부터 KBS 개그콘서트에서 2년간 방영됐던 코너 ‘대화가 필요해’가 있습니다. 아빠와 엄마, 아들이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고, 해당 코너는 숨이 막힐 듯한 어색함 속에서 “밥묵자”라는 대사로 시작되는 코너입니다. 가족간에 대화가 없어서 오해하거나 실수하는 모습을 개그로 풀어내며 당시 큰 인기를 끌었지요. 그 안에 존재하는 서먹함은 가족이 단순히 한 공간에 산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서로 관심을 갖고 서로의 역할을 도리에 맞게 할 때 화목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가정에서 특히 아빠와 자녀 사이의 어색함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엄마는 아이와 탯줄로 연결되어 열 달 동안 숨을 같이 쉬고, 먹는 것도 같이 먹으며, 태동도 직접 느끼지만 아빠는 엄마보다 한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엄마가 알려주는 정보를 수용하며 아이의 존재를 알아갑니다. 그래서 ‘아빠가 된다’는 것은 ‘엄마가 된다’는 것과는 분명 다른 점이 있습니다.
엄마라는 역할은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면서 자연스레 모유가 나와 아이를 먹이는 일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아빠는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한참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히려 ‘나는 헌신적으로 하고, 잘 해주는 것 같은데 왠지 가족으로부터 겉도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으레 ‘아빠’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로 가정을 책임지고, 많은 것을 해주려고 하고, 기계적으로 책임을 부여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빠들 역시 스스로 ‘아빠가 되어가는 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물론, 이것은 누가 시킨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억지로 하다 보면 탈이 날 수도 있고, 아이에게 너무 갑작스럽게 다가가다 보면 익숙하지 않은 거리감에 오히려 더 서먹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피하면 안 되고 서서히 공통분모를 늘려가는 노력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져야 합니다. 그런다면 막역한 관계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법문을 통해 “부처님의 자비로운 마음이 마치 모든 생명이 기대어 쉴 수 있는 커다란 산과 같다”고 했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기쁨에 함께 웃고, 때로는 그릇된 선택에 함께 아파하며 온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은 바로 그와 같을 것입니다.
자녀를 향한 마음이 부처님의 마음에 닿아, 아이가 올바른 길을 걸을 때 기뻐하고 잘못된 길에 들어설 때 따스하게 보듬어 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교정원 정보전산실
[2024년 11월 0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