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이름 사전
우리말을 활용한 다채로운 이름 짓기의 세계
김슬옹․김불꾼․신연희 지음
아름다운 우리말의 고갱이들을 모아 엮었다!
개성 있고 다채로운 우리말 이름 짓는 법
이름이란 이 세상에 개인의 존재를 알리는 징표이자 인간으로서 자신의 참모습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이름은 그것을 매개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만들어진다는 측면에서 서로의 관계를 맺어주는 징검다리요 디딤돌이다. 그러하기에 이름은 부르기 좋고 듣기에도 좋아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두루 만족시켜주는 것이 바로 한글 이름이다.
아이의 이름을 짓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엄마 아빠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짓는 것이다. 물론 작명가 같은 전문가에게 의뢰해 사주팔자를 고려해 지으면 더 좋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사주와 같은 운명론적 요소가 아니라 엄마 아빠의 사랑이다. 『한글 이름 사전』은 이러한 용도에 걸맞게 누구나 의미 있고 좋은 이름을 지을 수 있는 훌륭한 안내서로 만들어졌다.
이 책은 첫째로 한글 이름과 관련된 이론적 설명을 실용적으로 다듬고 보완했다. 둘째로 사람 이름 풀이는 물론, 통신 이름을 풀이하고 분석했다. 셋째로는 한글 이름을 체계적으로 분류했다. 따라서 한글 이름의 짜임새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이름에 쓰인 토박이말에 따라 이름을 분류해봄으로써 한글 이름 짓기에 대한 과학적 분석력을 보여준다. 넷째로 국제화 시대에 맞춰 한글 이름의 폭을 넓혔다. 순우리말 중심의 한글 이름 짓기를 풍부하게 하되, 한글 이름 속에 녹아든 한글로 표기한 일상의 한자어까지 포용했다. 마지막으로 이름 짓는 데 도움 되는 자료들인 토박이말, 방언, 옛말 등을 풍부히 실었고, 여러 이름대회에서 상 받은 이름들도 정리해놓았다. 이 책의 다양하고 풍부한 한글 이름 자료들을 통해 창의적인 한글 이름 짓기 문화가 널리 퍼지길 바란다.
우리말 이름을 지어온 기나긴 역사
한글 이름의 역사는 곧 한민족의 역사다. 이름 변천사 속에 한민족 역사의 흔적이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름을 짓고 불러온 역사를 더듬어보면, 한자 문화가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전까지는 우리 글자가 없었기에 향찰 등의 차자 표기로 기록되어 전해지긴 하지만 계층과 무관하게 한글 이름을 지어 썼다. 하지만 신라 시대에 들어오면 지배 계층 사이에서 한자어로 이름을 바꾸는 문화가 퍼지기 시작한다.
고려 시대에는 주자학이나 과거제 등 중국의 학문과 문물이 유입되면서 지배 계층은 한자 이름, 여성을 포함한 피지배 계층은 한글 이름을 짓게 된다. 한자가 식자층의 언어로 자리 잡으며 피지배 계층을 차별하는 수단이 된 것처럼, 이름에서도 그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한글 이름 가치의 퇴보는 조선 시대로도 이어진다. 세종의 한글 창제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짓는 방식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다만 한글이 창제되면서 그 시대 이름을 좀 더 명확히 엿볼 수 있게 된 부분은 눈여겨볼 만하다.
일제강점기로 넘어오면 계층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이 한글 이름을 짓지 못했다. 일제는 1896년 ‘호구조사규칙급세칙’ 등을 거쳐 1910년 ‘민적부’를 작성하면서 성이 없이 이름만으로 부르던 많은 민중들에게 한자식 성을 부여하여 민적부에 올리는 작업을 했다. 이에 한자 이름이 급속히 확대되었다. 또한 1922년 조선총독부령으로 시행된 조선호적부에 의해 대부분의 여성 이름이 일본식으로 바뀌는 수난까지 겪게 되었다.
광복 이후 계층에 관계없이 한글 이름이 보급되긴 했지만, 일제강점기에 권력을 가졌던 이들이 다시금 사회 전반의 권력을 장악하였기에 언어의 모순이 제대로 바로잡힐 리 없었다. 또한 일제 치하에서 일제의 문화 침략 논리에 의도적으로 또는 무지 때문에 말려들었던 지식인들에 의해 국한문혼용 등의 모순이 거의 그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다행히 한글운동 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모순을 바로잡으려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단체는 서울대 국어운동학생회를 비롯한 대학생 국어운동학생회들과 한글 이름 펴기 모임 등이다. 서울대 국어운동학생회는 1966년부터 해마다 5월경에 ‘고운 이름 자랑하기 대회’를 열어 한글 이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높였다. 이 대회에서 입상한 사람을 중심으로 1976년 ‘고운이름후원회’가 결성되었고, 이 모임은 1976년 한글날에 ‘백만 사람 한글 이름 갖기’ 운동을 벌였다. 또한 이러한 운동 역량을 바탕으로 1977년에는 모임 이름을 ‘한글 이름 펴기 모임’으로 바꾸고 본격적인 사회운동을 벌이게 되었다. 한편 광복 후 최초로 한글 이름으로 호적에 오른 사람은 음악가인 ‘금난새(뛰어난 새, 나는 새)’인데 그분의 아버지인 금수현에 의해 1947년 9월 25일 호적에 올랐다. 그리고 한글 이름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재판을 통해 한자 이름을 한글 이름으로 바꾸어 호적을 바로잡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글 이름을 짓는 다채로운 방법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새로운 영혼을 불어넣는 신나고도 엄숙한 일이다. 막 지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어려워할 일도 아니다.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명심할 것은 고유명사이므로 개성(독창성)도 살려야 하고, 남들이 부르기 좋은 일반성도 지녀야 한다. 너무 길어서 지나치게 독창적인 이름도, 또 너무 단순해서 흔한 이름도 고유명사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므로 피해야 한다.
한글로 이름을 짓는 네 가지 방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편하게 이름 짓기
가장 편하게 짓는 방법은 사전에 있는 낱말을 그대로 갖다 이름으로 삼는 것이다. 쉽게 지을 수 있는 좋은 점이 있지만 흔한 이름이 될 수도 있다. 편하게 이름 짓기에는 표준글말에서 가져와 삼아 짓기, 입말에서 가져와 삼아 짓기, 방언에서 가져와 삼아 짓기, 옛말에서 가져와 삼아 짓기, 접사에서 가져와 삼아 짓기, 어절에서 가져와 삼아 짓기가 있다.
2) 일반 말만들기(조어) 방식으로 이름 짓기
일반 낱말 만드는 방식은 크게 접사(접두사, 접미사)를 붙여 만드는 파생법, 어근(뿌리)끼리 합치는 합성법이 있다. 일반 말만들기 방식으로 이름 짓기에는 접두사 붙여 짓기, 접미사 붙여 짓기, 낱말 그대로 붙여 짓기, 낱말 앞만 따와 붙여 짓기(준말 방식)가 있다.
3) 창의적으로 이름 짓기
창의적으로 이름 짓기는 수많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특정 낱말에서 앞 따와 짓기, 특정 낱말에서 뒤 따와 짓기, 가운데나 앞뒤 따와 짓기, 소리만 살려 짓기, 낱말 앞뒤에서 따와 짓기, 중간 부분과 끝 부분을 따와 짓기, 첫 부분과 앞뒤를 동시에 따와 짓기, 부분 따와 합쳐 짓기와 이 여덟 가지를 서로 결합하여 더 많은 방법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조금 길다 싶으면 무엇이든 줄여 부른다. ‘즐감(즐겁게 감상하세요.)’, ‘무도(무한도전)’ 등 텔레비전 프로그램 외에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말들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이런 현상을 무조건 좋다 할 수는 없지만 이런 방식도 수용해야 다양하고 창의적인 이름을 지을 수 있다.
4) 전통 방식으로 이름 짓기
전통 방식으로는 성과 어울리게 짓기와 형제 사이에 돌림자로 짓기가 있다. 우리나라 이름은 성과 이름이 합쳐져 하나의 어절을 이룬다. 따라서 성과 어울리게 지으면 좀 더 개성 있는 이름을 얻을 수 있다. 또 얼굴이 닮지 않아도 누가 누구의 형제자매인지 쉽게 알 수 있었는데, 바로 돌림자 때문이다. 원래 한자 이름에서의 돌림자는 대개 가부장적 항렬 제도에 의한 것으로 남성만을 위한 제도다. 그러나 한글 이름에서의 돌림은 형제간의 다정한 관계를 북돋우기 위해 남녀 가리지 않고 쓸 수 있는 재미있는 방법이다.
이 중 편하게 이름 짓기는 편한 대신에 창의성이 약하고, 일반 말만들기 방식은 학교에서 배운 문법 지식을 활용할 수 있어 좋지만 역시 창의성에는 약할 수 있다. 또 창의적으로 짓기는 창의성은 좋으나 일반 말만들기와는 달라 부담이 될 수 있고 전통 방식대로 짓기는 전통 문화를 이어가는 대신에 개성이 약할 수 있다.
|필자 소개|
김슬옹 tomulto@hanmail.net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상명대에서 훈민정음학으로 박사 학위를, 동국대에서 국어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2 한글주간 책임연구위원을 지냈으며, 태평양화학(주) 순우리말 상품이름 공모에서 ‘비치예라’라는 이름으로 으뜸상을, 한글 발전 공로 문화체육부장관상을 받았다. 현재 또물또세종한말글연구소 대표로 일하고 있으며, 한글학회 연구위원, 세종대 겸임교수, 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조선시대 훈민정음 발달사』, 『맥락으로 통합되는 국어교육의 길찾기』, 『세종대왕과 훈민정음학』, 『조선시대 언문의 제도적 사용 연구』 등이 있다.
김불꾼 bulkkun@naver.com
건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전국우리말운동대학생연합모임 한말글문화협회 운영위원, 한글날 큰잔치 조직위원회 집행위원, 한글학회 『우리말 큰사전』 편찬 연구원, 한국경제신문사 연구원 등을 지냈다. 부산여대 한글이름짓기 대회에서 ‘빛보라’라는 이름으로 으뜸상을, 태평양화학(주) 순우리말 상품이름 공모에서 ‘꽃결’이라는 이름으로 딸림상을 받았다. 현재 교육과 나눔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뜻 깊은 큰 소리 한글이름』(공저),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2』(공저) 등이 있다.
신연희 yeonhee918@daum.net
건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책을 통해 아이들과 교류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뜻 깊은 큰 소리 한글이름』(공저),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2』(공저) 등이 있다.
|차례|
책을 펴내며
제1부 한글 이름으로 여는 세상
첫째 마당 한글 이름에 대한 바른 생각 열기
1. 한글 이름 짓기의 뜻과 가치
2. 한글 이름의 역사
둘째 마당 한글 이름을 짓는 다채로운 길
1. 편하게 이름 짓기
2. 일반 말만들기 방식으로 이름 짓기
3. 창의적으로 이름 짓기
4. 전통 방식으로 이름 짓기
5. 한글 이름 짓기에 대한 오해와 편견
셋째 마당 다채로운 한글 통신 이름(닉네임)
1. 통신 이름이란 무엇인가
2. 통신 이름 짓기의 특징
3. 한글 통신 이름 짓기
제2부 풀이편
첫째 마당 사람 이름 풀이
둘째 마당 통신 이름 풀이
제3부 이름 짓는 데 도움 되는 자료
첫째 마당 이름 짓는 데 필요한 어휘 자료
1. 토박이말
2. 방언
3. 옛말
4. 북한의 이름 짓기
둘째 마당 이름대회에서 상 받은 이름들
1. 서울대 ‘고운이름 자랑하기’ 대회
2. 한글학회 ‘한글 이름 한마당’ 대회
3. 연세대 ‘한글 물결 한글 이름 온누리에’ 대회
4. 한글누리(주) ‘온라인 한글 이름 짓기’ 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