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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마라톤은 미친 짓이다?(‘청남대울트라마라톤’을뛰고나서)
봄빛이 포근히 떠도는 어느 날,
창을 열고 바깥 공기를 들이 마신다
살랑살랑 봄의 바람이
다채로운 색깔을 만들어내며 흘러들어온다
촉촉하게 젖어있는 그 무엇..
두근두근 설레는 무엇..
기쁘고 수줍은 눈빛을 갖게 해줄 무엇이
간절해진다
가슴에서 꿈틀대고 있는
정체 모를 이 떨림은 무엇일까..
아마도..
접수 마감 하루를 앞둔 울트라 마라톤이
내 마음을 흔들고 있는 것일 게다
하프 한 번, 풀 한 번 뛴 상태에서
이런 생각(울트라 말톤 뛸 생각)을 갖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몇 번을 거듭 되 내 이지만 역시나 무모한 짓이다
허나,
자꾸만 용솟음치며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는
흔들림에 못 이겨
‘청남대 울트라 마라톤 대회’를 신청 하고 만다
사람들은 그런다.. 미친 거 아니냐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러던가..’
딱 나를 두고 하는 말인 거 같다
이제, 중년에 접어든 나..
그저 그런 삶보다는
단 하루를 살더라도 진정으로 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며 살고 싶다
그래서, 결정 했고, 후회는 없다
오히려, 가벼운 설레임이 온 몸을 휘 감는다
그새, 대회 10일 전
첫 풀인 ‘서울 국제 마라톤’을 치른지
열흘 밖에 지나지 않았다
몸은 풀린 상태니 대회전에
훈련을 준비해야 되는데..
마침, 주위에 도움을 주시는 분에 힘입어
40키로 훈련을 해 본다
힘들다..이래 가지고 어떻게 100키로를 뛴단 말인가..
며칠 텀을 두고 60키로에 돌입하지만
43키로에서 접고 만다
늦은 밤 시간에야 훈련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음날 출근도 문제고..
일단, 새벽녘은 너무 춥고, 아무도 없는 주로가 무섭다
동호회 회원님께서 대회 날 동반 주를 해주신다고 한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걸 혼자 감내 할 요량으로 신청한 만큼
그 분의 호의를 거절 한다
아마도 후회 할 것이다..
대회 전날..
짧지 않은 여정인 만큼 준비가 철저해야 함을 알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왕좌왕 머리만 아파온다
물론 함께 대회에 출전 하실 분들께서 언질을 주셨지만
막상 부피와 무게를 적게 해야만 하는 부분이 손놀림을 느리게 한다
그럭저럭 짐을 꾸리고 나서는, 주부가 1박2일 집을 비우려니
이것저것 걸리는 게 많다
밥도 해 놓고, 아이들과 남편에게 몇 가지 당부도 한다
벌써 시간이 꽤 지났으니 잠도 청해야 하는데
이젠 설레임 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대회 날..
막상 집을 나서려 하니, 아직은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한
초4, 6 학년인 애들이 눈에 밟힌다
엄마의 힘든 여정을 감지했는지 “엄마 화이팅” 외치며 달려드는
아이들이 더없이 사랑스럽다
‘우리들이 해야 할 일들을 잘 해 놓고, 응원하고 있을 테니 잘 다녀오란다’
애들이야 말로 내 가슴에 기쁨을 샘솟게 하는 원천인 듯하다
차창 밖의 봄꽃들도 무사완주를 기원 하는지
활짝 웃으며 반기니, 전쟁터로 떠나는 마음이 한결 가볍다
대회에 함께 참가 하시는 좋은 분들이 옆에 계시니
또한 즐겁기도 하다..
드디어 출발신호가 울린다
몸이 무겁다 아마 긴장 했을 탓이리라
날씨까지 을씨년스럽다
이 대회 만도 여덟 번째 참가 하시는 클럽 부회장님께서
동반 주 해 주신 단다
처음 도전하는 것이고, 고저가 심한데다, 어쩜, 여자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위험성을 염려 하셨으리라
20키로 정도 까지 오니까 무겁던 몸이 좀 풀리는 듯하다
내 페이스에 맞추어서 이끌어 주시니까 무리는 없다
선수들끼리의 간격이 점점 떨어지고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긴 코스여서 인가 이정표가 별로 없다
만약 나 혼자였으면 어찌 되었을까..
갑자기 안도감이 밀려오면서
함께 해주시는 부회장님이 고맙기만 하다
10키로 씩만 보면서 달리라 하신다
정말로 100키로를 목표로 삼으면
너무 힘든 여정일 듯싶다
30키로 지점..
신경성인지 배에서 자꾸만 신호가 온다
참아보기로 한다 민망하기도 하구..
말하지 않아도 숨소리까지 파악하시면서
내 페이스대로,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이끌어 주시는
부회장님은 역시 선수다.. 울트라 선수..
간식(떡)이 준비 되어 있는 곳이라 기대하고 왔건만
물만 남아있다.. 아휴 이를 어째?
무거울 가봐 먹을 것을 많이 담지 않아 큰일이다
생각 했던 거 보다 칼로리 소모가 많음을 느낀다
낭패다..
40키로 지점..
먼저 출발한 두 분 회원께서 앉아계신다
여의치 않은 표정이다
47키로 지점..
역시나 한 분은 몸 상태가 안 좋은 관계로 뛰지 못 하신단다
안타깝지만 포기도 용기라 하였던가..
마침 슈퍼가 있긴 하다,. 근데, 쌈지 돈이 필요할 줄이야..
준비를 못했다.. 끄응..
젖지 않게 비닐에 담은 돈을 우아하게 꺼내시는 부회장님..
완전 짱이다..
신세만 지는 거 같아 죄송한 마음이다
55키로 지점..
가도 가도 그 자리인 것만 같다
최고로 힘든 상태다
체크 포인트 지점에 가기에 시간이 촉박하다
마음만 앞선 난 서두르지만, 옆에 계신 든든한 보디가드님은
신중하기만 하다.. 서두르는 대신 보디가드님 왈, ‘축지법’이란 걸
쓰신단다(인코스 아웃코스를 방향에 맞추어 조정하는 것)
현명하신 처사다.. 속으로 감탄 하면서 열심히 따라간다
62.5키로 고지가 보이기 시작 한다
살짝 떨려온다..오버하지 않으면서도 시간 안에 당도 한다
62.5키로 지점..
드디어 도착..
제한시간 내에 체크 포인트 완료..
‘하이 파이브..’
기쁘다.. 그리고 몹시 배고프다
밥이 있다.. 너무 반갑다.. 맛있다..
여기서 잠깐^^
체크 포인트 까지 부상 없이 올 수 있었던 비법을 공개 한다
바로, 보디가드님(부회장님)표 작전..
‘오르락 모드’...언덕 올라갈 때의 자세로, 상체는 약간 굽히고
다리는 조금 더 올린 자세로 팔을 더 흔들어 주는 것
‘내리막 모드’...언덕 내려갈 때의 자세로, 상체는 약간 뒤로 제치고
다리는 살짝 앞으로 구부리며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게 하는..
‘평지 모드’...보통 마라톤 하는 자세다
한 번도 빼먹지 않으시고 고저에 따라
“오르막 모드, 내리막 모드, 평지 모드” 외쳐주신다
잊었다가도 아차 하면서, 싸부님의 말씀을 잘 따르는 제자가 된다^^
간간히 스트레칭도 잊지 않으신다..
꼼꼼하시다..
85키로 지점..
두 번 째 체크 포인트 제한 시간 안에 완료..
내 페이스에 맞추시다 보니 싸부님께 탈이 났나 보다
무릎이 아프시단다.. 큰일이다
간식 지점인지라 오뎅으로 허기를 달래본다
울 싸부님(부회장님).. 무릎 통증으로,
우리 까지 행여 늦어 지실까봐 먼저 출발 하신단다
잠시 후에 나도 출발하지만, 처음부터 제일로 걱정되었던
공원묘지를 지날 차례다
가로등이 있지만 불이 꺼져있다..양 옆으로 빼곡이 묘지가 있다
더군다나 무슨 소리까지 들려온다
등골이 오싹 해진다 무섭다..정말 무섭다..
달리고 또 달리니 싸부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휴..안심이다
갈림길에서 혹여 길을 헷갈릴까봐 기다리셨단다
자상하시기도 하다.. 역시나 준비 된 러너시다..
90키로 지점..
이제부턴 걸어가도 제한시간 안에 들어 갈 수 있단다
한시름 놓고 마음의 여유를 가져본다
남은 먹을거리도 다 해 치우고, 신선한 아침 공기와
향긋한 꽃내음에 취해본다
좋다..말 할 수 없이 좋다..
드뎌, 골인 점..
함께 손을 잡고 레드카펫을 통과 한다
기쁘다..말 할 수 없이 기쁘다..
그리고, 감사드린다
100키로를 제한시간 내에 부상이 전혀 없이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분들이 계셨기에 가능 했으리라 생각한다
마라톤에 입문해서 지금까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끊임없이 불어 넣어 주신 박준성님..
울트라주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하고 안전하게
먹을거리 챙겨주시면서, 동반 주 해 주신 강창규 부회장님..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을 연상케 할 만큼 상식이 풍부하시고
마라톤도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도움 말씀 해주신 송봉연님..
가벼워서 달고 달리기에 편한, 헤드 렌턴을 선뜻 건네주시면서
힘을 복돋어 주신 김응태님..
편안한 차로 가고오고 이동을 용이하게 도와주시고
앞질러 가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이 뛰신 진규식님..
손도 까닥하기 싫을 정도로 제일 힘든 지점에서
식사 하는데 도움 주신 김명환님..
의정부 최고의 마라톤 동호회인 ‘의정부 달리마 클럽’의
전은수 회장님과 전화나 문자 메시지로 힘을 불어 넣어주신
홍인자님..김경숙님..유재선님..김상태님..박용학님..양모현님..
그 외 달리마 모든 회원님들께
진심어린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안타깝게도 불의의 사고로, 투명 중이신 이재식님의 쾌유를 빕니다
‘울트라 마라톤은 미친 짓이다?‘
부상도 많이 입고.. 스피드도 떨어지고..등등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해 보았다
‘울트라 마라톤은 미친 짓이다?’
아니다..
적어도 지금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혹여 부상을 입더라도, 스피드가 좀 떨어지더라도
긴 여정을 견디면서 느끼는 환희는
그 보다 더한 기쁨과 인생의 참맛을 알게 해 주므로..
내 삶의 위로가 되고 쉼표가 되어 주는 마라톤..
건강하고 즐겁게 한 번 미쳐 보겠습니다^^;
청남대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하고 나서..
2010. 4. 14
야생화
첫댓글 완주를 다시 한번 더 축하드려요. 대단한 아즘마얗ㅎㅎㅎ
함께하신 회원님 모두 완주 축하드리며 충분한 휴식과 영양보충이 필요 하겠다는 생각( 경험이 없어서 ??) 입니다.
대회 후기 잘 읽었습니다. 참고하여 나도 도전해 보고싶네요. 울트라 걸 파이팅!!
도전 없이는 결코 완주를 할수없지요! 하프 1번,풀 1번을 뛰시고 100을 뛰셨으니 다음은 100마일이나 200, 아님 횡단을 하신다고 하시는건 아닌지요? 많이 드시고 푹 쉬시는게 상책입니다..사진을 찾아서 마라톤 타임즈에 보낼께요.. 정말 멋지십니다..
ㅋㅋ 결혼만 미친짓인줄 알앗는데 ..... 첫 출전에 완주를 하셧다니 ..우와 ..왕 체질 인데요 ... 차분히 욕심내지 않고 달링결과 입니다 ...시간에 좆기고 맘에 흥분하다 보면 쉽지 않앗을 울드라를 넉넉히 해냄에 ... 다시 한번 축하 드려요 ... 중량천변에서 연습하는걸 자주 보앗는데 ..그 결과가 성공의 요인 아니였을까요 .. 요행은 없다 ...!!!! 힘 ...
생생한 대회후기가 감동을 주는군요,무모하다고 할정도로 거침없이 새로운 도전을 성공하셨기에
감동도 크시리라봅니다.대단하십니다.야생화님!앞으로는 더욱 즐거운 달리기가
되시리라 생각합니다.같이하신 의지의 달리마 모든분께 박수를 보냅니다.
완주를 축하하는 마음은 회원님들 모두의 마음일테지만...저는 냉철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과연 풀코쓰달리고 열흘만에 울트라를 달린것이 잘한일일까?" 인간의 능력은 무한대라고 하지만 자동차엔진도 과사용하면 부아가 걸리는 법입니다 도전정신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결코 현명한처사는 분명, 아니었습니다 축하의말은 듣기좋고 하기쉽습니다 평생을두고할 마라톤입니다 과사용은 분명 화를부를수 있습니다(제가 경험해본 바로는.)하프1번,풀한번에 바로100km라??? 제가 마라톤을 처음시작할때 풀코스가 두려워 1년동안 하프만 달리다가 정확히 1년만에 풀을 달린것과는 대조적이군요.오랫동안 함께 달리고픈마음에...
그리고 어떤녀석처럼 달리고싶어도 부상때문에 1년여를 달리지못하고 앓아야했던 사고를 막아보자는 차원에서 쓴소리하고 갑니다. "지나친 과사용은 운동이아닌, "혹사"입니다" 명심하십쇼.애쓰셨습니다 그리고 축하합니다.
공식 대회는 1번씩이지만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고 봅니다. 대회후에 발목이 약간 부은것외엔 이상이 없더군요.. 오랫동안 달리려는건 제 마음입니다.. 보다 빨리가 아니라 보다 멀리가 부상이 없다는건 아시죠?ㅎㅎ
그러고보니, 울트라를 고작 한번달려본 녀석이 조금 주제넘은 소리를 한것같군요. 용서하십쇼.노파심에 해본 소리입니다 (그리고 봉연형에게 부탁하였던 일요일 사용키로했던 차량은 지원 않해주셔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여러사람에게 부담주는것도 싫고...마침 매제가 잘아는 이삿짐차와 인부를불러 정리하기로 예약하였습니다 웬만한 물건들은 버리고갈 생각입니다 "무.소.유" ㅎㅎㅎ요즘의 저의 "화두"입니다 좋은주말 되세요)
차는 제차이지만 쓰신다면 언제던지 드리겠습니다..알면 알수록 달리기가 매력이 있습니다. 연골에 10원짜리만큼 찢어져있는 제가 작년에 7번, 올해 3번(1번은 200)을 달렸지만 무릎에 전혀 이상이 없습니다. SUB-3 주자가 SUB-4 수준으로 달린다면 부상의 위험에서 해방되겠지만 반대로 달린다면 달릴수도 없겠거니와 병원 신세를 면하지못할것이라 생각됩니다..저도 미천한 실력이지만 2년동안 풀 20회와 100 9회,160 1회,200 1회,160 대회에서 90에 포기,200 대회에서 160에서 포기를 했습니다.울트라 13회에서 11회는 완주를 했지요...몸에 맞는 운동이 중요하지만 타인이 하는 운동도 눈여겨 봐야할듯 합니다..
청남대 대회를 신청한 것을 보고 사실 너무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대회에서 언덕을 만나면 걷자고 할 때까지 단 한번도 먼저 걷자고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따르던 야생화님의 저력에 감탄, 또 감탄 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코치도 선수가 따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법 이지요. 별다른 부상없이 완주하심에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닉네임을 야생마로 바꾸심이 잘 어울릴듯 한데......ㅋㅋㅋ
대단하십니다. 다음엔 또 뭘로 깜짝 놀라게 해 주실지... 야생화님 힘 !!!
도전하는 자체도 멋진데 완주까지 하다니 대단하네요,,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할 일 입니다. 축하드리구요...
풀도 뛰었고 100km도 해냈고.....쫌 허탈하시겠는걸....당분간 푸욱 쉬세요~
도전하는 자,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멋진분이 달리마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화이팅!!^^
대단하십니다. 축하드립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철인여인천하로 등제 합니다..
무언가에 미칠 수 있는 용기가 대단하네요...몇년전에 달리마 울트라전사님들과 가을향기님의 자봉을 위해 따라 갔다가 나도 한번 도전해볼 까 하다가 말았는데...은숙씨, 다시 한번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