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연꽃의 밤“
“하얀연꽃”의 출근길은 언제 어느 때나 상큼함으로 시작된다.
돌산대교를 돌아 크고 작은 섬 사이를 미끄러지듯 항해하는 선박들의 여유로움,
무슬목 송림사이로 찬란히 떠오르는 일출의 환희,
한폭의 그림과도 같은 남해바다의 꿈틀거림,
이러한 아름다운 것들은 나날이 다른 모습으로 나를 맞이해 주기에 심호흡으로
가슴 깊이 감사함으로 받아들인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을까? 궁금해 하면서......
생활실에 들어서면서 모두들 편안 하셨는지 안부를 여쭤본다.
저녁 식사 후 족욕과 쑥뜸을 뜨시고, 나서 밤이 되면 늘 그렇듯이
치매로 인해 배회가 심한 한 두 분을 제외하고 모두 단 꿈에 젖어 계신다.
잠 못 이루시는 몇몇 어르신은 옆에서 지켜달라는 애원의 눈빛을
밤새 보내신다.
기저귀의 답답함을 못 이겨 벗었다가 소피를 흘리고 젖은 침상에서
주무시는 어르신에겐 마른 옷을 갈아 입혀 드리고 이불을 바꾸어 덮어드린다.
잠 못 이루며 말동무 하자고 하시면 잠시 이야기 나누다 침상으로 들어서 옮긴다.
주무시다 꿈을 꾸셨는지 깨어서는, 꿈과 현실을 혼동하시어 두려워하면
세살 어린아이 다독이듯 가슴에 안고 등을 토닥토닥 ~~~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저희들이 있으니” 하면서 안정시켜 드린다.
잘 주무시는지 시간마다 라운딩을 하다보면 잠을 못 이루고 눈을 멀뚱멀뚱
뜨고 천장을 바라보며 계시는 어머님, 아버님의 등을 긁어드리고 기침을 많이
하신 어머님은 따뜻한 물을 떠다 드리기를 몇 번 반복하면 아침이 찾아온다.
치매는 죽음의 공포를 잊게 해주는 신의 선물이란다.
새벽 5시 반! 신의 선물을 받으신 우리 어르신들의 기상시간이다.
해맑은 미소로 밤의 고단함에 고마움을 표시하신다.
그러나 이내 어김없이, 소변량이 많아 옷이 다 젖어있는 분,
“어이,어이”하시면서 화장실에 가자는 신호를 보낸 어머님,
세숫물 떠 달라, 수건이 없다, 세수 안 한다 등등,
요구사항이 관철 될 때까지 “선생님! 선생님!”
소리를 들으며 아침 맞을 준비를 한다.
어느 분이 기력이 없으신지, 어느 분이 소화가 안 되는지, 잘 씹지
못하는지, 혼자 못 드시는지를 꼼꼼히 챙겨 식사 준비를 한다. 안 드시려고
하면 좀 더 권하고 생선 가시를 바르고, 가래있는 분은 미음을 만들어 옆에서
먹여 드리며 드시게 한다.
약을 삼키는 걸 잊어 삼킬 줄 모르면, 밥 속에 숨기고, 가루로 내서 밥 속에
넣어, 약을 드리고 나서, 양치를 도와드리고,
휠 체어에서 쇼파로 옮겨 편안하게 쉴 수 있으시도록 지지해드리며,
정자에 앉아 밤에 어느 분이 잠을 잘못 주무셨는지, 아프지는 않으셨는지,
수다를 떨고 나면 어느새 퇴근시간이다.
나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 재롱에 즐거웠고, 시간에 쫓기고
바빴었는데, 아이가 크면서 그런 행복이 줄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에
연꽃에 근무 하면서 이곳에서 어르신 덕에 큰 웃음을 웃는다. 하루라도
뵙지 못하면 그리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때는 속상하고 힘들기도
해서 소홀히 대해드릴 때도 있다. 그래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덕이 아닌 업”을 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오늘도 좀 더 신경 써드릴걸 하는, 마음에 걸린 일이 있었지만,
내일은 어르신이 그만한 것에 감사하고, 어르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더 많이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집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2007. 7. 5 목요일
생활지도원 정 용 남
첫댓글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씀에 여름장마비가 내리는날 뭉클합니다. 건강하시고 좋은날 이어가세요^^*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 우리들에게도 감염되어야겠네요
글이..맘? 에들어..ㅋㅋㅋ 발췌하여 게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