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짚신문학 제26호
문학의 숲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김호운(소설가·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짚신문학회의 『짚신문학』 제26호 발간과 제24회 짚신문학상 시상식을 축하합니다. 문학회를 이끌고 문예지를 펴내는 일이 만만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같이 역사를 이어오는 데는 짚신문학회를 창립하신 시조시인 오동춘 선생님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입니다. 깊이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오동춘 시조시인께서는 한글세계화운동 자문위원장으로도 활동하며 한글 사랑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신 것으로 우리 문단에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라 사랑하는 마음 또한 깊습니다. 어느 모임에서 본 일화입니다. 애국가를 1절만 부르겠다는 사회자의 멘트가 있자 “애국가는 4절까지 불러야 합니다!”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동춘 선생님이 그렇게 외치신 겁니다. 고령의 연세가 무색할 정도로 식장이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였습니다. 신앙심 또한 깊은 기독교인이십니다. 기독교인 문학회 모임에 초대받아 가보면 오동춘 선생님께서 얼굴에 환한 웃음 가득 담아 저를 반겨 주십니다. 그토록 후학들을 따뜻이 사랑하며 우리 문학과 애국심, 그리고 한글 사랑 운동으로 우리 사회를 밝게 해주십니다.
‘서로 섬기고 사랑하며 나라사랑, 하나님 사랑, 한글 사랑하는 마음으로 좋은 글 쓰자’는 짚신문학회의 정신을 몸소 행동으로 보이며 우리 문학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 주셔서 누구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짚신문학’이라는 이름에서 그러한 정서가 흐릅니다. 경남 함양 출신인 오동춘 선생님께서는 얼마전 고향 마천초등학교 건물에 ‘짚신문학관’을 꾸려 개관하기도 했습니다. 풀뿌리 문학을 지향하는 문학정신을 우리 후대에까지 물려주시겠다는 의지일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 문학은 책 속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책 밖으로 나와 독자들의 가슴으로 스며들어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를 밝고 아름다운 향기로 물들게 해야 합니다. 이게 문학의 기능이자 역할입니다. 문학은 그렇게 ‘보통 사람들’의 가슴에서 꽃을 피워야 합니다. 오동춘 선생님은 일찍이 이러한 문학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오셨습니다. 참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저는 지난해 2월 10일 제28대 (사)한국문인협회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두 가지를 다짐하였습니다. 하나는 ‘문학을 존중하고 문인을 존경하는 사회를 이루자’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국 문학, 장르를 넘어 통섭(統攝)하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우리 문학이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 동력을 마련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생각에서 이런 각오를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문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서도 문학의 위기라 말할 정도로 사회 전반에서 문학을 향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현실이 그렇습니다만 저는 ‘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가 줄어든 건 맞지만, 우리 문학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습니다. 문학이 인간과 자연을 탐구하는 예술이자 학문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줄어드는 독자는 우리가 다시 불러들이는 노력을 하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 문학, 장르를 넘어 통섭하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날 한국 문단은 장르의 벽이 지나칠 정도로 공고히 높아졌습니다. 각 장르를 전문화하며 발전시키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만 ‘문학’이라는 총화의 목적에서 보면 이 장르의 벽이 오히려 문학이 총화로서 역할과 기능을 하는 데 불편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문학은 총론이며 각 장르는 각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장르가 한 그릇에 모여야 비로소 ‘문학’이라는 온전한 꽃을 피웁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이러한 문학을 요구하는데 작품을 창작하는 문인들은 자기 장르에만 함몰한다면 우리 문학이 균형 있게 발전하기가 어렵습니다. 문인은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문학 작품을 향수(享受)하는 독자이기도 합니다. 시인이 소설과 수필을 읽고 이해하며 소설가가 시와 아동문학을 읽고 이해하는 등 각 장르의 문인 모두 다른 장르 문학을 읽고 이해하는 일상이 필요합니다. 문학은 책 속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책 밖으로 나와서 독자의 가슴을 거쳐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어야 합니다. 문학의 역할과 목적이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문학이 장르를 넘어 통섭을 이룰 때 독자들이 문학을 존중하고 문인을 존경하는 그러한 사회가 이루어집니다.
『짚신문학』이 바로 그러한 통섭 문학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장르의 문인들이 함께 모여 총화로서의 ‘문학’을 토론하고 이해하며 발전해 갈 때 『짚신문학』 독자들 역시 장르에 머물지 않은 통섭의 문학을 향수하게 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짚신문학』 제26호 발간을 축하드리며, 짚신문학회가 더욱 크게 발전하여 문학의 숲을 이루어주기를 희망하고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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