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아내가 혼인 중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는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이 미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공2019하,2205]
【판시사항】
[1]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이 아닌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임신한 자녀를 출산한 경우, 출생한 자녀가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는지 여부(적극) / 인공수정에 동의한 남편이 나중에 이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남편이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자관계를 공시·용인해 왔다고 볼 수 있는 경우, 동의가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2]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진 경우에도 친생추정이 미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가) 친생자와 관련된 민법 규정, 특히 민법 제844조 제1항(이하 ‘친생추정 규정’이라 한다)의 문언과 체계, 민법이 혼인 중 출생한 자녀의 법적 지위에 관하여 친생추정 규정을 두고 있는 기본적인 입법 취지와 연혁,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제도 등에 비추어 보면,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이 아닌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여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가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민법은 친생추정 규정과 이에 대한 번복방법인 민법 제847조의 친생부인의 소 규정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고, 친생부인을 할 수 없게 된 경우 자녀의 법적 지위가 종국적으로 확정된다. 따라서 혼인 중 출생한 자녀의 부자관계는 민법 규정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해지는 것이고 혈연관계를 개별적·구체적으로 심사하여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② 친생추정 규정은 혼인 중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 적용되는데, 친생추정 규정의 문언과 입법 취지,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헌법적 보장 등에 비추어 혼인 중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도 혼인 중 출생한 자녀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③ 자녀의 복리를 지속적으로 책임지는 부모에게 자녀와의 신분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된다.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자관계가 생기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인공수정 자녀를 양육해 왔던 혼인 부부에게 커다란 충격일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가족관계를 형성해 온 자녀에게도 회복하기 어려운 위험이라고 할 수 있다.
④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과정과 이를 둘러싼 가족관계의 실제 모습에 비추어 보더라도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에 사회적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나) 정상적으로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 사이에서 인공수정 자녀가 출생하는 경우 남편은 동의의 방법으로 자녀의 임신과 출산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것이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는 근거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하였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나아가 인공수정 동의와 관련된 현행법상 제도의 미비, 인공수정이 이루어지는 의료 현실, 민법 제852조에서 친생자임을 승인한 자의 친생부인을 제한하고 있는 취지 등에 비추어 이러한 동의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던 사정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친자관계가 부정된다거나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볼 것은 아니다.
부부가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는 남편의 동의가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혼인 중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는 다른 명확한 사정에 관한 증명이 없는 한 남편의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의서 작성이나 그 보존 여부가 명백하지 않더라도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이후 남편이 인공수정 자녀라는 사실을 알면서 출생신고를 하는 등 인공수정 자녀를 자신의 친자로 공시하는 행위를 하거나,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실질적인 친자관계를 유지하면서 인공수정 자녀를 자신의 자녀로 알리는 등 사회적으로 보아 친자관계를 공시·용인해 왔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동의가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야 한다.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의 별개의견] 혼인 중인 남편과 아내가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에 관하여 의사가 합치되어 이를 토대로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이라는 보조생식 시술에 동의함으로써 자녀가 출생하였다면 그 자녀는 그 부부의 친생자로 보아야 한다. 이렇게 보는 것이야말로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가족생활의 보장 원칙에 부합하고, 가족관계에 관한 민법 규정과도 조화를 이루며, 법이 추구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가치와 사회 일반의 보편적인 법감정 및 법의식에도 맞는다. 나아가 이와 같은 남편과 아내의 합치된 의사 및 시술에 대한 동의를 사후적으로 번복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헌법적 결단과 친자관계에 관한 민법의 기본질서 및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법관 민유숙의 별개의견] 출생 시 법적 보호의 공백을 없애고자 하는 친생추정 규정의 입법 취지는 인공수정의 경우에도 타당하고, 부자관계를 확정하기 위한 친생추정 제도는 남편과 정자제공자가 분리된 경우와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는 점, 나아가 정자제공자가 익명인 경우에는 정자제공자를 특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지절차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제3자 정자제공형 인공수정’에 있어서는 남편과 출생한 자녀 사이에 민법 제844조의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함이 타당하다. 그러나 이 법리는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를 받아 ‘제3자 제공 정자’로 인공수정을 하여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한 경우에는 민법 제852조를 유추적용하여 친생자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해석된다. 남편의 동의는 인공수정 시술이라는 의료행위에 대한 것이지만, 동의에 따라 인공수정이 행하여지는 결과 자녀를 임신, 출산하고 양육하는 데에 필연적으로 연결되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밝혀지지 않는 이상 동의는 향후 출생할 자녀의 친자관계를 인정하는 취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 [다수의견] 민법 제844조 제1항(이하 ‘친생추정 규정’이라 한다)의 문언과 체계, 민법이 혼인 중 출생한 자녀의 법적 지위에 관하여 친생추정 규정을 두고 있는 기본적인 입법 취지와 연혁,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제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부부와 자녀의 법적 지위와 관련된 이익의 구체적인 비교 형량 등을 종합하면,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혈연관계의 유무를 기준으로 친생추정 규정이 미치는 범위를 정하는 것은 민법 규정의 문언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친생추정 규정을 사실상 사문화하는 것으로 친생추정 규정을 친자관계의 설정과 관련된 기본 규정으로 삼고 있는 민법의 취지와 체계에 반한다.
② 혈연관계의 유무를 기준으로 친생추정 규정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정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가족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부부관계나 가족관계 등 가정 내부의 내밀한 영역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 혼인과 가족관계가 다른 사람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국가기관의 개입은 자제하여야 한다.
③ 법리적으로 보아도 혈연관계의 유무는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사유에는 해당할 수 있지만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범위를 정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의 별개의견] 남편과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그들 사이에 사회적 친자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거나 파탄된 경우에는 친생추정의 예외로서 친생부인의 소에 의하지 아니하고도 친자관계를 부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혈연관계가 없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더라도 사회적 친자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함부로 친생추정 예외의 법리로써 친자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때 사회적 친자관계란 부와 자 사이에 부자로서의 정서적 유대가 형성되어 있고, 부가 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의사를 가지고 자를 보호·교양하는 등 생활의 실태가 형성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판단할 때에는 부부의 혼인계속 여부, 과거 가족공동체로 볼 수 있는 생활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는지 여부나 그 기간, 부자 사이에 정서적 유대관계의 형성 여부, 친자관계의 파탄 원인과 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자녀의 연령, 사회적 친자관계의 회복 가능성, 친자관계의 파탄을 인정하는 것이 자녀의 인격형성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등 가족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관 민유숙의 반대의견] 일정한 요건하에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하는 종래의 대법원 판례는 유지되어야 하며, 오히려 확대해석할 필요가 있다. 종래 대법원 판례에서 친생추정 예외 인정 범위와 관련하여 판단 기준으로 삼은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은 ‘동거의 결여’뿐 아니라 친생추정 규정을 둘러싼 제반 환경의 변화와 개정된 민법 취지를 참작하여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었던 것이 외관상 명백하다고 볼 수 있는 다른 사정’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어느 경우가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었던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에 해당하는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개별 사건을 심리하는 가정법원이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혈액형 검사, 유전인자 검사 등 과학적 방법에 따른 검사결과뿐만 아니라 별거 유무와 그 기간, 부부 중 일방이 별도의 주거지를 가졌거나 외국 등 먼 장소로의 왕래가 잦았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나아가 부부의 혼인관계가 종료 또는 파탄되어 자녀를 둘러싼 종래의 공동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는지 여부와 경위, 관련자들의 태도와 의사, 친생자관계의 부존재를 주장하는 사람이 부모, 자녀와 같이 친생자관계의 직접 이해당사자인지 여부, 자녀의 생부가 청구하는 경우 그에게 인지 및 양육의 의사가 있는지 여부, 제3자가 청구하는 경우 진실한 신분관계의 확정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넘어선 재산적 이해관계 같이 다른 의도가 엿보이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들도 심리하고 평가하여 ‘외관상 명백한 사정’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참조조문】
[1] 헌법 제10조, 제17조, 제36조 제1항, 민법 제2조 제1항, 제844조, 제847조, 제852조,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0조 제4항 [2] 헌법 제10조, 제17조, 제36조 제1항, 민법 제844조 제1항, 제846조, 제847조, 제865조
【참조판례】
[2] 대법원 1983. 7. 12. 선고 82므59 전원합의체 판결(공1983, 1259)
대법원 1988. 4. 25. 선고 87므73 판결(공1988, 911)
대법원 1988. 5. 10. 선고 88므85 판결(공1988, 952)
대법원 1992. 7. 24. 선고 91므566 판결(공1992, 2560)
대법원 2000. 1. 28. 선고 99므1817 판결(공2000상, 587)
대법원 2000. 8. 22. 선고 2000므292 판결(공2000하,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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