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에 일산 호수공원은
약간의 적막감이랄까, 쓸쓸한 뭔가를
느끼게 만드는 곳이었다.
아마 호수가 있어서 그럴테지만...
평일이었음에도 많은 아이들과 커플들, 그리고 사진을 찍는 신혼부부들로 붐비는 기분이었다.
www.lake-park.com 의 지도에 의하면 25번 건물이 행사장인 것 같았다. 3번 주차장에 차를 댔다면 금방이었을 것을 뭣도 모르고 1번 주차장에 파킹했으니~ ^^a
광운대학교 학생증을 가지고 갔으나 여기서 말하는 학생은 고등학생까지라며 학생할인이 안된다고 했다. 학생과 일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직업을 갖고 생계 활동을 하지 않는 것과 학교 등 에서 계획적인 수업을 받는 사람은 학생으로 인정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불만을 뒤로한채 일반권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들어가자마자 뻥- 뚫린 공간이 훵~하니 느껴졌다. 왠지 생각보다 어설픈 전시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지나갔다. 거창한 뭔가를 기대하는 것이 실수겠지 그러면서 관람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기네스북에 등록이 되어 있는 탱화였다. 총길이 618m, 3000여종에 달하는 도안의 총 면적 1500평방m, 총무게 1000kg. 1999년 12월에 기네스 기록에 오른 세계 최장의 탱화란다. 영문 안내책자에는 1999년 9월에 완성되었다고 하는 것 같던데... 3000여명의 라마승과 중국 전역의 예술가들이 모여서 4년만에 완성시킨 것이고 금, 은, 진주, 마노석, 산호, 송이석 등 진귀한 광물 보석과 티벳의 약초 등을 사용해 재작되어 그 색채가 화려하고 화려한 색채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고 안내책자에는 써있다. 음.. 화려하긴 정말 화려하다. 한번 둘러보기만 해도 눈이 피로해질 정도니까. 하지만 이것이 과연 탱화일까? 인체해부도와 캥거루나 얼룩말을 비롯한 동물들, 그리고 다윈의 진화론을 보는 듯한 일대기... 수많은 이야기거리와 사상을 한꺼번에 그려놓은 백과사전 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티벳의 문화라고 보기보다 오히려 티벳에서 사용했던 기술을 이용해서 현대에 써먹을 수 있는 이야기거리를 표현한 것에 불과한 ? 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글 설명과 영어 설명, 중문 설명, 티벳어 설명이 다르다는 느낌도 받았는데 중문 설명에서는 아라한의 이름으로 표기되어 있고 영문에서는 16나한 중 하나, 이런 식이었다. 한글 설명은 크게 몇 덩어리로 나누어서 설명을 하고 있었다.
쭈욱 둘러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모습은
두 사람(?)이 함께 앉아 있는 그림인데 뒤에 있는 자가 가부좌를 틀고 있었도 그 위에 한 사람이 올라탄 형상이었다. 두사람 모두 elf 사의 동급생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묘사되어 있었는데 그 주위에 외다리로 서있는 자세가 있는 것으로 보아서 밀교의 수행법을 (혹은 탄트라 ?) 말하는 것 같았다. *^^*
두번째로 본 것은 영사관에 들어가 슬라이드 필름으로 구성된 티벳의 장례 풍습이었다. 49일 동안 독수리가 다 먹어야 함으로 첨에는 자루에 담은 채로 내 놓았다가 나중에 뼈만 남으면 그 뼈를 다시 빻아서 던저 준다고 했다. 환경적인 제약으로 조장이 발달했다고 하던데... -_-;
세번째는 전시장 중간에 놓여있던 여러가지 물건들이었다. 불상도 있었고 제식용기도 있었고... 하지만 가장 관심있게 본 것은 긍강저였다. 마를 제압하고 자신을 보호해주는 의미의 번개 모양의 무기와 양쪽이 둥그렇게 형성되어 있는 것, 그리고 작은 접시 모양 두개를 중간에 줄로 연결되어 있는 것(명상축제 때 사용해봤죠~) 등등~
네번째로 본 것은 예전에 TV에서 보았던 이상한 세숫대야였다. 청동처럼 보였는데 대야 안에 있는 물로 손을 적시고 대야 옆에 붙어있는 손잡이를 열심히 문지르면 (손잡이는 금색) 울림소리가 들리면서 수면에 잔잔한 물결이 일어나고 나중에는 물이 막 튀었다. 와~~ 넘넘 신기- 첨엔 소리만 나도 신기했는데 나중엔 작은 물보라가 일어나야 재미있었다. 옆에 있는 작은 대야로 해보았더니 더 쉽던데 ^^;
마지막으로 (사실 젤 관심있었다) 기념품 파는 곳을 가 보았다. 솔직히 첫인상은 실망이었다. 대학로에 인도 관련 물건을 파는 곳과 별로 다른 것이 없었다. 오히려 대학로에 있는 그 작은 매장이 더 풍부하다면 풍부할까, 중국인 앉아있는 매장쪽으로 갔더니 북경에서 많이 봤던 것들이었다. 콩같이 작은 곡물을 이용해서 만든... 하얀 받침대에 사람과 나무 등을 작은 곡물로 표현한 것.. ^^ 글구 향이나 탈, 염주 등등~ 향은 세통이 한 세트로 1,800원이었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매장에서 금장저 주먹만한 것이 10,000원이었다. 그리고 책을 한권 구입했다.
김규현, <<티베트의 신비와 명상>>, 도피안사, 2000.
최소한 교수님께 빌렸던 김한규, <<티베트와 중국>>보단 내용도 맘에 들었고 사진도 많았기에 ^^;
음.. 전시실에는 복전함을 비롯한 향을 피울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고 수기를 받을 수 있는 곳도 있었다. 내가 갔을 때에는 모두 텅텅 비어있었지만 방석이 꽤나 준비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뭔가 다른 행사를 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티벳을 어떻게 보는가를 생각해보아야할 것 같다.
내가 지금 바라보는 티벳은 정치적이지 않다. 그들의 역사는 내가 티벳이라고 부르는 그 땅에 접근하기에 얼마나 용이한가를 말해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진 않는다. 현재로서는... 난 티벳이라고 부르는 그 땅의 하늘과 사원들에 관심이 있는 것이며 그것에 대한 이해를 위해선 그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짚고 넘어가는 것이 정석이려니 하면서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티벳은 내게 다분히 신비적인 땅으로 인식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ps.
이 행사에 소개되는 티벳은 달라이 라마가 속해있는,
흔히 말하는 망명 정부의 독립세력이 아니다. 중국 정부에서 인정하는 달라이 라마를 기초로 세워진 티벳 불교다. 지금은 기억이 안나는뎅, 몇번째 대에서인가 달라이 라마는 제정일치를 확립시켰고 그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역사시간에 배웠던 옛날 시대에 제정일치가 있었고 분리되었다는 입장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리고 대에 걸친 반챈-내가 중국에서 읽은 것은 확실히 '반찬banchan'이었는데-이 처음엔 그냥 머리였다가 나중부터 모자를 쓰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한쪽은 중동의 터번같고 한쪽은 배트남의 삿갓같고 한쪽은 몽고대륙의 투구같았다. 흔히들 도구의 발달로 권위의 상징으로 말하는 것 같았는데 그런 생각도 든다. 처음에는 (티벳 역사도 한국 역사처럼 깨달은 사람, 단군이 나라의 시조로 되어있다) 붓다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표준이 되어주지만 나중엔 수련을 게을리하고 형식에 젖다보니 실제 깨달음은 없어지고 권위만 남아 그것을 더욱 치장하기 위해서 뭔가를 뒤집어 쓴 것이 아닐까라는...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