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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07
씬/1 몽타쥬
-과거, 어두운 밤, 가로등 하나 없는 국도를 흐릿한 헤드라이트 불빛에 의지해서 달리고 있는 자동차.
운전석에는 차를 몰고 있는 재한.
재한(소리) : 자기집에 꼭꼭 숨은 쥐새끼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요.
-과거, 낮, 세규의 집 앞.
세규의 차를 세차중인 기사에게 다가오는 재한. 기사, 재한을 보고 멈칫하는데..
재한 : (차 살펴보며) 젊은 놈 차가 뭐 이렇게 더럽게 커? 우리집 화장실만하네.
기사 : 뭡니까?
재한 : 근데 이거 말고 딴 차는 어딨을까? 부잣집 도련님이 마이카가 이거 하나만은 아닐거고..
기사 : (잠시 멈칫) 이거 한 대 뿐입니다.
재한 : ...내가 잘못 들었나? 하얀 거 말고 딴 것도 하나 있다던데..
기사 : (긴장한 시선)
재한 : 화사한 거... 예를 들면 빨간색.
기사 : ..몇 번 얘기해요? 이 차 밖에 없다니까.
재한 : ...그래요. 이 차 밖에 없는 걸로 칩시다. 찾아서 나오면 재밌어 지는 거고.. 그럼 수고해요.
재한, 돌아서서 멀어지는..
-과거, 밤, 세규의 집 앞.
긴장한 얼굴의 기사, 집에서 나오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걸 확인한 뒤, 차에 올라탄 뒤 출발한다.
주택가를 빠져나가는 기사의 차.
그때, 어두운 골목 한쪽에서 헤드라이트도 켜지 않은 채 대기하고 있던 듯한 재한, 차를 몰고 그 뒤를 은밀하게 미행한다.
그런 재한의 모습위로.
재한(소리) : 한세규는 빽있고 돈많은 부잣집 아들이라 영장은 안 나오겠죠. 대신 세상 물정 모르는 겁많은 쥐새끼기도 합니다.
조금만 떠보기만 해도 튀어나올 거에요.
-과거, 밤, 6부, 재한이 방문했던 별장.
차고 문을 여는 기사, 차고에 세워진 차량용 바디커버가 덮인 차로 다가가 커버를 제치면 드러나는
6부, 경태와 만났던 그날 몰고 있던 빨간색 차량.
-현재, 차 안에서 무전을 하고 있는 해영(6부, 89씬에서 이어지는).
해영 : 형사님 말이 맞아요. 상대는 아마츄업니다. 치밀하게 숨기지 못했을 겁니다. 집안은 위험하니 아닐꺼고..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자기만의 공간일 가능성이 커요.
-과거, 밤, 별장 인근 도로일각.
빨간색 차량을 몰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기사를 바라보는 재한. 서서히 차를 출발시킨다.
첫 씬과 이어지는 어두운 국도를 흐릿한 헤드라이트 하나에 의지해서 운전하고 있는 재한의 모습위로.
재한(소리) :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자기만의 공간...
언제든 빼돌리기 쉽고, 장물을 보관할 수 있을만한 공간이 있는 물건.. 차...
-과거, 밤, 저수지.
저수지 옆으로 와서 멈춰서는 빨간색 차.
시동을 끄고 내려서는 기사,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는, 차를 저수지쪽을 향해 밀기 시작하는데,
순간 기사의 얼굴로 쏟아지는 후레쉬 불빛.
놀라서 바라보는 기사. 보면 천천히 기사쪽으로 다가서는 재한이다.
기사, 예기치 않은 재한의 등장에 놀라서 차 안으로 다시 들어가려 하지만,
그 보다 더 빨리 재한이 기사의 손목에 수갑을 채워버리고, 차문에 고정시킨다.
기사 : (겁먹은 얼굴로) 난, 몰라요. 난 위에서 시킨 일을 했을 뿐이에요.
재한, 그런 기사를 아랑곳하지 않고 차 뒤쪽 트렁크로 다가가서 트렁크 문을 열고 후레쉬를 비춘다.
씬/2 D, 과거, 형기대 건물 주차장
아침, 부르릉 자동차 엔진소리가 울려퍼지는 경찰서 주차장.
유난히 눈에 띄는 빨간색 외제차 꽁무니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형사들. 다들 입이 떡 벌어져서 어딘가를 보고있는데,
시선 따라가면 자동차 트렁크 안, 검은 가방 안에 가득 들어있는 장물들이다.
조수석에 수갑 채워진 채 앉아있던 기사 끌고 내리는 재한. 어안이 벙벙한 반장에게.
재한 : 확실한 증인에 이 정도 증거면, 영장 충분하죠? 검사장 아들이건 나발이건..
씬/3 몽타쥬
-현재, 밤, 장기미제 전담팀.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어있는 해영.
-과거, 낮, 세규의 집 앞.
세규, 집에서 나오다가 멈칫한다. 보면, 집으로 다가오고 있던 재한을 비롯한 형기대 형사들이다.
재한, 세규를 보다가 손목에 찰칵 수갑을 채워버린다. 놀라는 세규.
재한 : 한세규, 널 계수동 연쇄절도사건의 범인으로 체포한다.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다.
얼굴 삽시간에 굳어버리는 세규의 귓가에 속삭이는 재한.
재한 : 법 좀 아는 아버지가 있어도 이번엔 힘드실 걸. 장물에 니 지문이 한 가득이야.
세규의 눈빛 떨려오는..
-현재, 밤, 장기미제 전담팀,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온다.
-과거, 아침, 검찰청으로 출근하는 한석희 검사장. 경비들이 기자들을 몸으로 막고 있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플래시세례를 무시하듯 묵묵히 걷는 한석희. 그 위로 앵커 멘트.
앵커 :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급주택가 연쇄절도사건, 일명 대도 사건의 또 다른 용의자가 오늘 오후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용의자 한모군은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으로 재직중인 한모씨의 아들로 피해를 입은 고위층 집안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 왔고 그 관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걸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법원 앞. 기자들 앞에서 인터뷰를 하는 변호사.
변호사 : 제 의뢰인인 한군은 오모씨가 오인체포 된 직후부터 죄책감을 견디지 못해 식음을 전폐했고,
결국 양심의 소리에 따라 자수를 고민하던 중 체포를 당했습니다. 피해자들이 원만한 합의를 원하고 있고,
소동의 발단이 어린 청년의 단순호기심이었음을 감안했을 때 재판부가 합리적인 판결을 내려주리라 믿고 있습니다.
-과거, 새벽, 교도소에서 풀려나는 경태. 마치 5부에서처럼 천천히 새벽 물빛 사이로 사라진다.
씬/4 D, 현재, 장기미제전담팀
빛나는 햇살이 쏟아지는 아침.
해영, 책상에서 엎드려 자고 있는데, 살랑 불어오는 바람. 해영을 감싸고 지나치는데...
천천히 눈을 뜨는 해영.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흐린 눈을 비비는데,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목소리.
계철과 헌기, 장기미제전담팀으로 들어오고 있다.
계철 : 그러니까, 오대양을 해야 한다니까..
헌기 : (계철 얘기는 듣는 둥 마는 둥) 아니, 어떻게 사무실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어.
해영 : (비몽사몽 간에 고개 들며) 차수현 형사님은요?
계철과 헌기,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로 해영을 바라보는..
해영 : ..차수현 형사님은요?
계철과 헌기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계철은 손가락으로 돈 거 아니야 표현.
씬/5 D, 수현의 집 외곽
클로즈업 된 초인종을 망설이다가 누르는 손.
화면 빠지면, 빌라 복도에 서서 다시 한번 초인종을 눌러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 해영이다.
조용하기만 한 문 너머.. 해영, 다시 한번 누르려는데,
덜컥 열리는 문. 안에서 나오는 사람은 수현모다.
수현모 : 누구...?
해영 : (보다가.. 꾸벅) 안녕하십니까. 장기미제전담팀에서 차수현 형사님과 함께 일하고 있는 박해영 경위라고 합니다.
수현모 :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수현이 동료시구나! 들어오세요.
씬/6 D, 수현의 집
머뭇거리며 안으로 들어서는 해영의 귓가에 들려오는 조카들의 귀에 익은 총소리.
해영, 그 소리에 고개 돌려보면, 열린 문 너머로 보이는 수현의 방.
예의 점집같은 분홍색 이불, 분홍색 커튼, 분홍색 침대에 머리만 삐죽나온 수현의 몸을 밟으면서 마구 뛰어다니고 있는 조카들이다.
정통으로 밟고 지나가자 ‘으...’ 하고는 이불을 걷는데, 아픈 티가 역력한 핑크색 츄리닝 차림의 수현이다.
해영, 믿기지 않는 듯 가만히 수현을 바라보는..
수현 : (멍하게 자신을 보는 해영에게) 뭐야? 사람 아픈 거 처음 봐?
씬/7 D, 장기미제 전담팀/해영의 회상
4씬과 이어지는 계철과 헌기 보다가 해영의 시선 옆으로 옮겨지는데,
눈에 익은 수현의 책상이 보인다. 눈에 익숙한 배트맨 액자.
멍하니 그런 수현의 책상을 바라보는 해영에게.
헌기 : (의아하다는 듯) 차수현 형사.. 병가 냈잖아.
씬/8 D, 수현의 집, 거실
수현의 방문 닫혀 있고, 거실에 앉아있는 해영. 그런 해영을 타넘으며 총놀이를 하고 있는 조카들.
해영, 아... 아픈데 티 못내는데, 그런 해영 앞에 과일과 차 내놓는 수현모.
수현모 : (신기하게 보는) 우리 수현이 동료가 찾아온 건 처음인데.. 그런데 올해 몇 살이에요?
그때, 문 열리며 외출복 차림으로 나오는 수현.
수현 : 그게 왜 궁금해?
수현모 : 너 옷은 왜 갈아입었어?
수현 : (기침하며) 회사에서 사람이 올 정도면 지금 정신없이 바쁘다는 거 아냐?
해영 : 아..아니 그런
수현 : (그런 해영의 발로 콱 차는) 가자.
수현모 : 아픈 애가 어딜간다구.
수현 : 뭐가 안 돌아가니까 쟤가 왔지. (해영 눈치주는)
해영 : 예. 차수현 형사님이 없으면 안 되는 중차대한 일이 있어서..
수현모 : 근데, 진짜, 몇 살이에요?
자꾸 들이대는 수현모.
수현, 해영 거의 발로 밀어버리 듯, 집을 나선다.
씬/9 D, 해영의 차 안
운전하는 해영. 조수석의 수현, 계속 콜록이며 화장지로 콧물을 닦아낸다.
그런 수현을 힐끔힐끔 해영 쳐다본다.
수현 : 왜 자꾸 쳐다봐?
해영 : ..괜찮으신 겁니까? 좀 쉬는게 낫지 않아요?
수현 : 그게 쉬는 거처럼 보이디?
해영, 운전하다가 그래도 계속 수현을 본다.
수현 : 왜? 또.
해영 : ...후회한 적 없어요?
수현 : (보면)
해영 : ...위험한 일이잖아요. 경찰..
수현 : 너 오늘 왜 그러냐?
해영 : 맨날 범죄자만 상대하고, 결혼해서 평범하게도 못 살고.
수현 : (말 자르며) 됐으니까, 저 앞 찜질방에서 세워봐.
해영 : 예?
수현 : 세우라고.
해영, 차 세우면 수현 콜록거리면서 차에서 내리며.
수현 : 나 없다고 놀지 말고, 다음 사건 뭐 할껀지 수사계획서 깔려 죽을 정도로 써놔라.
수현, 찜질방으로 들어가버리는.. 해영, 그런 수현 뒷모습 바라본다.
씬/10 N,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해영, 인터넷으로 과거 기사를 찾아보고 있다.
해영(소리) : 대도사건으로 재판을 받았던 한세규는 유죄가 인정됐지만
초범이고, 자신의 죄를 깊게 뉘우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풀려났다.
해영은 검색창에 한세규를 검색한다.
포털사이트 맨 위에 뜨는 한세규 변호사. 6부 85씬의 세련된 모습 그대로의 한세규의 사진.
소속 법무법인 HK 파트너 변호사. 아버지 한석희 HK로펌 대표변호사 프로필에는 한국변호사협회 상임이사 등 직책.
-그리고 다시 인터넷에 다른 기사를 검색하는 해영.
1995년, 한영대교 붕괴사건과 관련된 세 줄 정도의 짤막한 연관기사. ‘한영대교 사건에 앙심을 품은 30대 전과자, 살인죄로 기소’
가만히 그 기사를 바라보는 해영.
씬/11 D, 과거, 교도소 면회실
철컹, 문이 열리고 교도관과 함께 면회실 안으로 들어서는 죄수, 경태다.
그리고 유리벽 너머에 앉아 그런 경태를 바라보고 있는 재한.
경태, 재한 앞에 마주앉고.
재한 : ...내가 헛짓거리 했네.
경태 : ......
재한 : 사람 죽여서 들어앉을 줄 알았으면 형 누명 안 벗겼어.
-인서트 동훈의 집 앞.
출근을 위해 막 대문을 나서는 동훈인데, 누군가가 동훈에게 달려든다. 동훈 괴로워하며 배를 감싸쥔 채 무너지고.
피묻은 칼을 손에 쥔채 쓰러진 동훈을 바라보는 남자, 경태다.
-교도소 면회실로 돌아와서.
경태 : 그놈은 그놈 죗값 받은거고, 나두 내 죗값 받을꺼다.
재한 : (답답하다) 왜 형만 이 모양이야..
경태 : ......
재한 : 전부 제 자리로 돌아왔는데 왜 형만 그대로냐구... 왜 이렇게 미련해.
진짜 나쁜 놈들은 앞으로 다 까맣게 잊어버리고 잘 먹고 잘 살텐데.. 왜 형만.. 이 모양이냐구.
초췌한 경태의 모습을 죄책감을 느끼며 안타깝게 바라보는 재한.
씬/12 D, 현재, 교도소 외곽
교도소 밖,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건물을 올려다보는 해영.
씬/13 D, 현재, 교도소 민원실
안내데스크 앞에 서서 직원에게 질문을 하고 있는 해영.
해영 : 오경태씨라고.. 여기 수감중에 사망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씬/14 D, 교도소 근처 야산
교도소 뒤편의 야트막한 야산. 해영이 교도관의 인솔을 따라 걷고 있다.
앞서 걷던 교도관, 멈춰선다.
교도관 : 저깁니다.
보면, 제대로 봉분조차 갖춰놓지 않은 황량한 흙더미 위에 잡초들이 듬성듬성 자라 있고,
손바닥만한 작고 낡은 나무팻말 네 개 정도가 바닥에 꽂혀있다. 그 중 보이는 이름, ‘오경태 1958~2005’
그런 팻말을 바라보는 해영의 시선에서.
-인서트 -2부, 25씬, 수목장을 한 해영의 형의 나무 ‘박선우 1983~2000’
-다시 야산으로 돌아오면
해영 : 봉분도.. 비석도 없이.. 이게 전부인가요?...
교도관 : 친척도 가족도 없는 무연고자 시신은 이렇게 처리하는 수밖에 없어요.
해영, 안타까운 시선으로 천천히 팻말을 본다.
해영(소리) : 과거가 바뀌어도 안 바뀌는 게 있다...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거.
초라하기만 한 경태의 마지막을 가만히 바라보는 해영의 모습에서..
씬/15 D, 과거, 형기대, 사무실
신문을 들고 들어서는 재한.
굳은 얼굴로 뭔가 얘기하고 있던 정제와 형사들 중 정제, 그런 재한에게 다가오는데.
재한 : 반장님 어딨어? 하루종일 연락이 안돼.
정제 : 야..
재한 : (주변 두리번 거리면서) 한세규 이 새끼, 단순호기심이래잖아. 호기심으로 세 집이나 터는 미친 놈이 어딨어?
정제 : 야!
재한 : 그 뿐만이 아냐. 장물 중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게 있는데 검찰놈들 제대로 수사도 안하고 넘겨버렸다구.
정제 :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
씬/16 D, 과거, 형기대, 반장실
짐을 싸고 있는 반장. 문 쾅 열리면서 들어서는 재한.
재한 : 지금, 뭐하는 거에요?
반장 : 우리야 뭐 까라면 까는 사람들 아니냐.
재한 : 뭡니까? 뭘 그렇게 잘못했다구 미리 통보도 없이 사람을 쫓아내는 건데요?
반장 : 아, 시끄러. 형사 전출가는 거 처음 봐?
재한 : (정색하며) 한세규죠?
반장 : (보는)
재한 : 한세규, 뭔가 더 있어요. 단순호기심으로 그런 짓 벌일 놈이 아닙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 거죠?
반장 : (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너.. 진양시 알지?
재한 : 알죠. 이번에 새로 짓는다는 신도시 아닙니까.
반장 : 한영대교 붕괴사건 수사팀이 한영대교를 시공한 세강건설 뒤를 파보다가 진양시 개발과 관련해서 정치권과 재벌이 얽힌
대규모 비리를 감지했다는 거야. 오고간 금액만 몇조가 넘는다더라.
그런데.. 이번에 털린 세 집이 모두 그 사건과 관련이 있대.
재한 : (낯빛 서서히 굳는)
반장 : 더 중요한 건, 한세규가 알고 그런건지 그냥 딸려간건지 모르겠지만, 한세규가 훔친 장물 중에
그 비리를 밝힐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끼어 있었대.
재한 : ...그런데, 그것도 밝히지 않고 검찰에서 수사를 종결시켰다구요?
반장 : 그러니까.. 가만히 모르는 척 앉아있어. 이 사건은 형기대 형사 나부랭이가 끼어들 판이 아냐.
그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범주(소리) : 아직, 안 가셨네요?
반장과 재한, 돌아보면, 반장실 문 앞에 서 있는 30대 중반의 속을 모를 차가운 눈빛의 범주다.
재한, 멈칫해서 보는데.
반장 : (털털한 미소로) 아니, 벌써 왔어? (재한 보고) 인사드려라. 이번에 내 자리 대신해 줄 김범주 반장이다.
재한, 그냥 가만히 바라만 보는데, 반장, 짐을 정리한 박스를 들고.
반장 : (범주에게) 우리 애들 잘 부탁해.
범주 : 애들 단속 못해서 쫓겨나시는 분이 애들을 부탁하신다.. 그렇게 물러 터졌으니, 이런 꼴을 당하시지.
걱정마세요. 애들 단속은 확실히 할테니까..
반장, 말없이 굳은 얼굴로 범주 보다가 재한 보고 미소. 씁쓸한 얼굴로 돌아서서 반장실을 나간다.
재한, 열받은 얼굴로 보다가 반장을 따라 나서려는 듯 범주의 옆을 지나가는데..
범주 : 니가 이재한이냐?
재한 : (멈춰서서 보는)
범주 : 난 그런 놈이 제일 싫어. 지 혼자 잘났다고 깝치는 미꾸라지 같은 놈. 그런 놈 하나가 바닥물을 다 흐려놓거든.
재한 : (보다가 기가막힌 한숨) 어떻게 된 게 이 놈의 더러운 세상은 가만 있을려고 해도 가만 놔두질 않네.
범주 : (보는)
재한 : (범주 잡아먹을 듯 보는) 이거 너무 냄새가 나잖아요. 한세규 잡아들여서 상 받아도 모자랄 판에
반장님을 시기적절하게 잘라버리질 않나. 높으신 분들이 키우시는 사냥개 한 마리가 기어 들어오질 않나.
진짜, 이거 뭔가 제대로 숨겨야 되는 게 있나 봅니다.
범주 : (눈빛 차가워지는)
재한 : 걱정 마십쇼. 기대에 부응해서 제대로 깝쳐 줄테니까.
나가버리는 재한을 가만히 바라보는 범주.
씬/17 D, 과거, 형기대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대도사건 수사기록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있는 재한.
-인서트
형기대 사무실 테이블위에 놓여지는 검은 가방. 하나 둘씩 테이블위에 내려놓는 장물들.
그와 함께 하나 둘씩 지워지는 리스트들. 그런데, 파란색 다이아 목걸이만이 보이지 않는다. 그 위에 ‘누락’이라고 적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면, 리스트를 바라보고 있는 재한의 얼굴위로 16씬, 반장의 목소리.
반장(소리) : 한세규가 훔친 장물 중에 그 비리를 밝힐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끼어 있었대.
리스트의 파란색 다이아목걸이 사진을 바라보는 재한.
재한 : 사라진 장물.. 장영철의원집에서 훔친.. 파란색 목걸이..
씬/18 D, 과거, 세규의 집 앞
세규의 집앞으로 와서 멈춰서는 고급 승용차.
뒷자리에 앉아있는 변호사와 구치소에서 그간 맘고생을 한 듯한 세규다.
변호사 : 한달 반만이죠? 집에 오신지..
세규 : (말없이 내리려는 듯 차문을 잡으려는데)
변호사 : 명심하세요. 장영철 의원님이나 다른 어르신들은 사라진 장물을 가져오는 대가로 합의해 주신 겁니다.
세규 : (보면)
변호사 : 알고 계시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발설하시면 안됩니다.
세규, 예의로 가장한 미소를 짓고 있는 변호사를 가만히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씬/18-1D, 과거, 영철의 지역구 사무실 건물 앞
건물 앞에 멈춰서는 고급승용차. 보좌관이 뒷자리 문을 열면 내려서는 영철(40대 중반, 남).
그때 기다리고 있던 한떼의 기자들, 영철이 내려서자, ‘장영철 의원님’ 부르면서 마이크를 들이민다.
기자1 : 대도사건의 범인 한모군이 오늘 아침 집행유예로 석방됐습니다.
솜방망이 처벌이란 의견이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2 : 대도사건의 피해자로서 한 마디 해주시죠.
영철 : (여유있는 미소를 띄며) 재판부에서 현명한 판결을 내렸을 꺼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 익숙한 듯, 한 마디를 남기고, 기자들 사이를 지나가려는데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재한(소리) : 사라진 장물은 찾았습니까?
영철, 보면, 기자들 사이를 비집듯이 빠져나온 재한, 영철의 앞을 가로막듯이 서서 영철을 바라보고 있다.
영철, 전혀 감정이 섞이지 않은 눈빛으로 재한을 보는데..
재한,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며.
재한 : 서울청 형사기동대 강력1팀, 이재한입니다.
장물이 다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합의를 해주셨다면서요. 참 아량도 넓으십니다.
그때, 영철의 옆쪽을 호위하듯 걷던 보좌관들, 재한을 밀며 ‘비켜주시죠’
보좌관들 눈짓하자, 사무실 앞을 지키던 청경들도 나서서 기자들을 제지하기 시작하는데,
그런 제지선을 뚫고 영철의 뒤를 좇는 재한.
재한 : 한세규 뿐만 아니라 이전에 잡혔던 범인 오경태한테도 그런 아량을 베풀어 줬다면 더 좋았을 텐데요.
아니면.. 한세규는 사라진 다이아 목걸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풀어준 건가요?
영철, 그런 재한을 본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청경들에 의해 막혀 있지만,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기자들.
영철, 재한을 가만히 보다가 순간, 재한에게 한 걸음 다가와, 재한쪽으로 손을 뻗는다.
재한, 뭐지? 보는데..
영철, 보좌관들에 의해 흐트러진 옷 앞섶을 천천히 여며주며.
영철 : 수고가.. 많으시네요.
영철,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서서 건물 안으로 멀어진다.
유리문 너머로 그런 영철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재한의 시선.
씬/19 N, 현재, 광수대 건물 옥상
수현, 커피 한잔을 하고 있는데, 걸어나와 옆에 앉는 해영.
해영 : 추운데 왜 청승이세요?
수현 : 그런 넌 왜 기어나오는데?
해영 : 감기는 괜찮으세요?
수현 : 감기 갖구 유난 떨지 마라. 쪽팔리다.
해영 : 몸 잘 챙기세요. 아프거나 다치거나 그러지 마시고.
수현 : ...(뭐야? 이상한 듯 보는)
해영 : (보다가 가벼운 말투로) 그 나이에 몸이라도 건강해야 누가 데려가죠.
수현 : 너 죽을래?
해영 : (커피 한 모금 마시고) 그때 얘기했던 거 기억나요?
수현 : 뭔 얘기?
해영 : 만약에 과거에서 무전이 온다면 어떨 것 같냐고 물어봤잖아요.
수현 : (보는)
해영 : 그때, 그랬죠.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느니, 엉망이 되더라도 해보는게 낫다고...
그런데..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무전 따위는 받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정말.. 엉망이 돼 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런 해영의 얼굴 위로 ‘치치칙’ ‘치치칙’ 무전기의 잡음소리가 들려온다.
씬/20 N,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늦은 밤, 모두 퇴근한 듯 텅 빈 전담팀 사무실. 시계 11시 23분.
책상에 앉은 해영, 주파수가 흔들리고 있는 무전기를 내려다보고 있다. 무전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재한의 목소리.
재한(소리) : 박해영 경위님. 나예요. 이재한.
해영 : (가만히 무전기를 바라만 보는)
재한(소리) : 경위님? 듣고 있어요? 한세규, 체포했습니다.
해영 : (무전기보다가 대답하는) 알고 있습니다.
씬/21 N, 과거, 형기대 사무실 일각/복도/비상구
모두들 퇴근한 듯 어두운 복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인적이 드문 비상구쪽으로 들어가는 재한.
재한 :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어요. 한세규 단순호기심이 아닙니다. 장물이 사라졌어요. 다이아 목걸이요.
거기에 더 큰 비밀이 숨겨져 있어요.
해영(소리) : 형사님...
씬/22 N,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해영 : 그때, 그렇게 얘기하셨죠. 이 무전은 시작되선 안 되는 거였다고..
재한(소리) : 경위님..
해영 : 이 무전이 왜 시작됐는지, 왜 하필 우리 두 사람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젠 그만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재한(소리) : 그게 무슨 소립니까?
해영 : 우리가 이런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저.. 혼란만 가져올 뿐이에요.
이번에도 그래요. 아무 상관없는 경찰 한명이 죽을 뻔 했습니다.
씬/23 N, 과거, 형기대 건물 비상구
재한 : 잠깐만요. 그때는 알 수 있을 겁니다. 그 장물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봐 주세요.
한세규 때문에 경태형이 어떻게 됐는데!
씬/24 N,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해영, 재한의 인사기록부, ‘2001년, 직권면직’ 부분을 바라본다.
해영 : 부디.. 몸조심 하세요.
씬/25 N, 과거, 형기대 건물 비상구
재한 : 경위님! 경위님! 이 무전이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지만, 죄를 지었으면 돈이 많건 빽이 있건 거기에 맞는 죗값을 받게 해야죠.
그게 경찰이 해야 되는 일이잖아요.
그러나 무전기 너머는 잠잠하다.
재한 ‘경위님!’ 답답함에 불러보지만, 이미 꺼져 있는 무전기.
재한 : (답답함에) 아! 씨!
씬/26 N,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해영, 재한의 인사기록부를 보다가 서류파쇄기에 넣는다.
파쇄되어 밑에 설치된 포대자루에 떨어지는 재한의 인사기록부를 바라보던 해영, 손에 쥐고 있던 무전기를 보다가,
그 포대자루에 함께 넣고 봉해 버린다.
씬/27 N, 광수대 건물 뒤편
파쇄된 서류들을 모아서 한꺼번에 버리는 곳인 듯, 꽤 많은 포대자루들이 쌓여있는 건물 뒤편으로
무전기가 든 포대자루를 들고 오는 해영. 포대자루들 사이에 들고 온 포대를 버린다.
가만히 보다가 미련을 없애려는 듯 뚜벅뚜벅 걸어서 어둠속으로 사라지는데..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저 멀리, 건물 그림자 어둠속에서 뚜벅뚜벅 걸어오는 그림자. 포대자루를 바라보다가 포대입구를 연다.
안에 있는 무전기를 보고 멈칫하다가 꺼내올리는 손.
무전기를 가만히 바라보는 그림자. 바로 무표정한 치수다. 무전기에 붙어있는 빛바랜 노란색 스마일 스티커를 말없이 바라본다.
씬/28 D, 광수대 건물 복도
수현, 출근하는 듯 복도를 지나치는데, 저 앞쪽에서 걸어오는 치수.
수현, 목례하고 지나치려는데.
치수 : 쩜오.
수현 : (멈칫하고 돌아서는) 오랜만에 들으니까, 꽤나 반갑습니다.
치수 : 오랜만에 옛날 얘기 해볼까? 이재한 형사가 부적처럼 가지고 다니던 무전기 기억나지?
수현 : (멈칫 보는)
치수 : 노란색 스마일 스티커.. 니가 붙인 거 맞지?
수현, 멈칫해서 치수 보는 시선에서..
씬/29 D, 과거, 형기대 건물 뒤편, 주차장
기동 차량 안 긴장된 얼굴로 운전석에 앉아 전면을 바라보고 있는 20대의 수현.
그 옆, 조수석에 불평불만이 가득한 답답한 얼굴로 앉아있는 재한.
재한 : 쩜오. 준비 됐냐?
수현 : 예!
재한 : 출발해.
수현, 기세좋게 기어넣고, 클러치에서 발 떼고 악셀 밟는다. 기동대 차량이 앞으로 나간다.
수현 : (자기도 놀랍다) 나가고 있습니다!
그 말과 함께 순간 ‘푸시시’ 시동 꺼지면서 앞으로 꿀렁하는 수현과 재한.
수현, 무안한 시선으로 재한을 본다. 재한, 미치겠는 얼굴..
보면 형기대 건물 뒤편 주차장에서 스틱 연습 중인 두 사람이다.
재한 : 야!! 클러치 떼고 바로 악셀 밟으라고.
수현 : (다시 시동걸며) 다시 한번 해보겠습니다!
다시 앞으로 나가는 기동차량. 그러나 역시나 꿀렁.
수현, 깨갱해서 재한 보고..
재한 : 와.. 진짜, 너 강적이다.
씬/30 D, 과거, 형기대 건물 뒤편 주차장
건물 한쪽에 모여서 얘기중인 정제, 재한, 형사1.
그 뒷배경으로 여전히 계속 꿀렁 꿀렁 하고 있는 기동차량 보이고..
재한 : 저거 내쫓아야 해. 답이 없어.
정제 : 이쁘잖아.
재한 : (뒤 가르치며) 저거 안 보여? 기동차량 하나 못 모는 애가 뭔 강력계야.
형사1 : 기사 붙여주면 되지.
재한 : 쟤가 사모님이야? 그리고 그 기사가 왜 맨날 나야.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잖아.
암튼, 난 몰라. 나 지금 쟤 운전 가르칠 시간 없어.
그때, 정제 뭔가를 발견한 듯.
정제 : 피해!!
보면, 이쪽으로 돌진 중인 기동차량이다.
씬/31 D, 과거, 형기대 사무실
수사회의 전, 군데군데 모여있는 형사들. 그 사이사이를 돌면서 형사들에게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건네주는 수현.
재한에게도 커피를 주는데 다른 형사들보다 특히 눈치를 본다.
수현 : 설탕 둘에 프림 둘 넣었습니다.
재한 : (보다가) 나 캔커피 아니면 안 마셔. 그리고.. 너 다방레지야? 형사 하겠다고 온 놈이 수사준비는 안하고 왜 커피를 날라?
누구한테 잘 보일건데?
수현 : ......(차무룩)
정제 : (재한 툭 치는) 야.
재한,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고 수현은 서운하지만 내심, 감정을 추스린다.
씬/32 N, 과거, 동장소
재한의 책상 위에 캔커피를 올려놓는 수현.
캔커피 아래에 ‘기사해 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선배님~♡’이라고 적은 쪽지를 끼워넣다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는지 마지막 하트는 볼펜으로 까맣게 그어서 지우고 내려놓는데..
책과 서류들로 너저분한 재한의 책상 한 구석, 서류뭉치 아래서 뭔가를 발견한 수현.
서류 아래 깔린 그것을 들어보면, 낡은 무전기다.
수현 : 반납을 안하신건가..?
그때 수현의 뒤편에서 정제가 한마디 하며 지나간다.
정제 : 그거 함부로 만지지 마라. 재한이 부적이다.
수현 : 부적이요?
무전기를 바라보는 수현, 뭔가 생각이 났는지 자신의 경찰신분증을 꺼낸다.
경찰신분증 뒤에 붙어있던 작은 스마일 스티커를 떼어서 재한의 무전기 바닥에 붙여놓는 수현. 뿌듯하게 보는..
씬/33 D, 현재, 광수대 건물 복도
수현, 과거 회상하다 현재로 돌아오면,
수현 : 그런데 그 무전기는 갑자기 왜..
치수 : (보다가) 너 국과수에서 유명해. 백골사체만 들어오면 뛰어온다고.
수현 : (보는)
치수 : 그런데.. 이재한 찾아다니는 게 너뿐만이 아니야.
수현 : 예?
치수 : (수현 가만히 보다가) 박해영이 이재한 뒤를 캐고다니던데..
수현 : ...(의아한) 박해영이요?
치수 : 나한테 정확히 그렇게 물어봤어.. 진양서 강력계에 있던 이재한 형사에 대해 아냐고..
수현 : ...박해영이 선배님을 어떻게 알고..
치수 : 가족이나 친척중에 이재한과 관련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이재한이 실종될 때 박해영은 열 몇 살 꼬마였으니까, 안면이 있을 리도 없지.
수현 : (의아한)...
치수 : 게다가 박해영이 인사과 직원한테 부탁해서 이재한 형사 인사기록부까지 비밀리에 가져갔더군.
수현 : ...(멈칫)
치수 : 서로 아는 사이였다면 인사기록부를 가져갔을 리가 없겠지. 아는 사이도 아니고, 아무 관계도 없는데,
계속 이재한 형사 뒤를 캐고 다닌다.. 꽤 이상해.
수현 : ...(더욱 의문스러운)
치수 : 팀장이 팀원에 대해 너무 모르면 안되지.
치수, 그 말을 끝으로 수현 한번 보고는 멀어진다.
수현, 도대체 뭐지? 생각에 잠기는..
씬/34 D, 장기미제 전담팀
대화 나누고 있는 계철, 헌기, 해영. 의경은 우편물 나눠주고 있고..
헌기 : 요 앞에 크림파스타 잘하는 집 있는데 점심은 거기서 하지.
계철 : 크림같은 소리하고 있네. 소도 때려잡을 것처럼 생겨서.. 그냥 찌개나 먹어.
의경 : 내장탕 어떠십니까?
계철 : 얜 어떻게 된 게 메뉴도 피바다야.
헌기 : 아, 참. 촌스러워서들 상대를 못하겠네. 박해영프로는?
계철 : 뭘 물어봐. 저 분은 맨날 혼자 드시잖아. 품위있게..
해영 : 오므라이스요.
계철, 헌기, 의경도 의외라는 듯 보는.
해영 : 왜요? 오므라이스 싫어하세요?
그러다가 계철, 입구보고 일어서는.
계철 : 차형사 왔어?
다들 계철따라 보면 입구로 들어서던 수현, 해영을 보다가 다가서는데.
계철 : 안 그래도 얼마나 기다렸는데, 우리 다음 사건 결정해야지? 오대양 어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오대양.
수현, 그런 계철 얘기 들리지 않는 듯 해영에게 다가와서 서는.
해영 : (의아한 얼굴로 일어서며) 무슨.. 일 있으세요?
수현, 해영을 의아하게 바라보며.
수현 : ...박해영... 너...
수현, 뭔가를 물어보려고 하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민성의 목소리.
민성(소리) : ..여기가 장기미제 전담팀인가요?
뒤돌아보는 일동.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캐주얼한 차림의 민성이 입구에 서 있다가 뒤돌아보는 수현과 시선 마주치자, 인사하는.
수현, 뭐지? 하는 시선.
민성 : ...차수현 형사님.
수현 : (의아한) 누구시죠?
민성 : 예전에 한번 뵀었는데.. 기억 못하시네요.
수현 : ...(기억을 떠올려보려고 하는데)
민성 : 전 모두 기억납니다. 20년 전 남자 형사님과 함께 오셨죠. 이재한이란 형사님이었어요.
이재한 이름에 놀라서 민성을 바라보는 해영.
해영 : (자기도 모르게) 이재한 형사요?
수현 : (멈칫해서 보는) 왜... 알아?
해영, 순간 머뭇... 수현, 그런 해영을 보는데.
해영 : ....뭐.. 아는 사람 이름이랑 똑같아서.. (하다가 말 돌리는)
(민성 가리키며) 하실 말씀이 있어서 오신 것 같은데, 말씀 나누세요.
헛기침 하며 다시 자리에 앉아 컴퓨터 작업하는 척 하는 해영을 가만히 바라보는 수현.
씬/35 D, 동장소
회의용 테이블에 마주앉은 수현과 민성.
해영, 계철, 헌기는 각자 책상에 앉아서 자료정리 중이고..
해영 역시 컴퓨터로 경기남부 프로파일링을 정리중이지만, 신경은 온통 수현과 민성의 대화에 가 있다.
민성 : 얼마 전 TV에 형사님이 나오는 걸 봤습니다. 경기남부 사건을 해결하셨다구요.
수현 : ...그래서요?
민성,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한숨을 내쉰 뒤.
민성 : 아무리 생각해도 부탁할 사람이 형사님밖에 떠오르지 않아서요.
민성, 테이블 위에 20년 전 다혜의 사진들을 내려놓는다.
민성 : 20년 전에 죽은.. 제 약혼녑니다. 이름은 신다혜..
계철, 헌기 관심을 보이며 테이블로 모여들어 다혜의 사진을 보며.
계철 : 아이고.. 미인이셨네. 뭐하던 분이였어요?
민성 : 배우 지망생이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보조로 일하고 있을 때, 처음 만났죠.
-인서트
과거, 스튜디오에서 프로필 사진을 찍고 있는 20대의 다혜.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있는 사진작가 옆에서 보조를 하고 있는 20대 초반의 민성. 다혜에게 첫눈에 반한 듯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다시 전담팀으로 돌아오면 민성의 얘기를 듣고 있는 수현, 계철, 헌기.
해영 역시 계철과 헌기 뒤쪽으로 다가와서 다혜의 사진을 바라보는데..
민성 :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던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자살을 해버렸어요. 유서 한 장을 남기고..
호수에서 발견됐죠.
수현 : (보다가) 그래서, 절 찾아오신 이유가 뭐죠?
민성 : 이 여자를... 찾아주세요.
수현을 비롯한 해영, 헌기, 계철 모두 이게 무슨 소린가 하는 얼굴로 민성을 보는..
계철 : (기가막힌) 지금.. 20년 전에 죽은 여자를 찾아달란 얘기에요?
민성 : (혼란스러운) 맞아요. 20년 전에 다혜는 자살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어요.
민성, 젊은 날의 다혜 사진들 중에서 어느 카페 창가에 앉아있는 다혜를 유리창 밖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보여준다.
민성 : 20년 전 마지막으로 만난 날, 찍은 사진이에요. 데이트 할 때 자주 가던 카페였죠..
-인서트
20년 전 과거, 낮, 교외에 위치한 한적한 1층에 위치한 통유리로 된 카페.
가벼운 발걸음으로 카페를 향해 다가가던 젊은 날의 민성. 창가에 앉아있는 다혜를 발견한다.
생각에 잠겨있는 다혜가 예쁜 듯, 민성 카메라를 꺼내서 그런 그녀의 사진을 찍는..
-다시 전담팀으로 돌아오면, 그때 사진이 보여지고..
민성 : 다혜가 그렇게 되고 난 다음에도.. 가끔씩 그곳에 가곤 했습니다. 20년 동안 많이 낡았지만,
그 카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거든요. 며칠 전에도 습관처럼 그곳에 갔었습니다.
-인서트
-며칠 전 과거, 낮, 이제는 40대가 된 민성. 카메라가방을 들고 카페로 다가간다.
아무 생각없이 다가가는데, 20년 전 다혜가 앉아있던 그 창가에 어떤 여자가 앉아있다.
머리를 숙이고 책을 보고 있는 여자.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20년 전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는..
민성, 가만히 그런 모습을 보다가 아무 생각없이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누르는 순간,
고개를 드는 여자.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도 젊은 날의 얼굴이 남아있는 40대의 다혜다.
놀라서 카메라 렌즈에서 눈을 떼고 카페를 바라보는 민성. 그 여자, 역시 놀란 얼굴로 민성을 보고 있다.
-낮, 미친 듯이 카페 안으로 뛰어들어서는 민성. 그 여자가 앉아있던 창가 자리를 바라보는데.. 어느 새 텅 비어 있다.
-다시 전담팀으로 돌아오면 며칠 전 찍은 다른 한 장의 사진을 테이블 위에 놓는 민성.
민성 : 이게 며칠 전, 그때 찍은 사진입니다.
해영 일어나서 다가와 사진을 보고, 계철, 헌기도 다가와서 사진을 본다. 20년전 사진과 며칠 전 사진을 비교해보는...
민성 : 아무래도 다혜가... 살아있는 것 같아요. 다혜를... 이 여자를 찾아주세요. 부탁입니다.
20년 전과 현재의 다혜, 두 장의 사진으로 다가가는 화면.
씬/36 D, 과거, 거리일각
금은방이 위치한 거리.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빠르게 걷고 있는 재한의 모습위로 6부 75씬, 망원의 목소리 깔린다.
망원(소리) : 며칠 전에 젊은 여자 하나가 다이아 목걸이 하나를 들고 금은방에 왔었대요. 물방울 다이아.
대도사건 때 없어졌다는 그 장물 같아서요.
씬/37 D, 과거, 금은방
데스크를 사이에 두고 얘기를 나누고 있는 재한과 금은방주인.
재한이 내민 장물리스트 사진을 확인하고 있는 주인.
주인 : 맞아요. 이 목걸이였어요.
재한 : 누가 가져왔는데요?
주인 : 한 스무살 정도 돼 보이는 여자였어요.
씬/38 D, 과거, 금은방 창고
좁은 창고 안, 씨씨티브이 녹화기기에서 주인과 함께 목걸이를 팔러왔던 여자가 있는 부분을 빠르게 화면 돌리며 찾고 있는 재한.
주인, 그런 재한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주인 : 저 여자예요.
재한, 씨씨티브이 화면 정지시키면, 금은방으로 들어와 데스크 앞에 서는 여자.
-인서트 금은방, 낮, 주인의 회상.
전 씬의 씨씨티브이 화면에서 실사로 바뀌면 데스크 위에 다이아 목걸이 케이스를 내려놓는 여자.
35씬, 민성이 내놓은 사진의 주인공. 화장기 없는 얼굴에 20세 초반의 미모가 돋보이는 다혜다. 어딘가 초조해 보이는 모습.
금은방 주인, 케이스를 열어 목걸이 보다가 다혜 한번 훑어보는데, 아무리 봐도 너무 평범하다.
주인 : 아가씨 이거 어디서 난거야?
다혜 : 선물 받았어요.
주인 : 남자친구가 되게 부잔가봐? 근데 왜 팔려고?
다혜 : 살 생각 없으면 마시구요.
다혜, 목걸이 챙겨서 가려는데 손을 턱 잡는 주인.
주인 : 여덟 장.
다혜 : (머뭇거리다가) 팔..백이요?
주인 : (기가막힌) ...정말 물정 모르네 이 아가씨. 적어도 팔천은 받어 이거.
다혜 : !!
-다시 금은방 창고로 돌아오면 씨씨티브이 화면 안의 다혜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재한.
그때, 뭔가 이상한 걸 발견한 듯, 더 가까이 화면을 바라보는..
재한 : 이건 뭡니까?
주인 : 뭐요?
재한, 바라보고 있는 부분, 케이스 옆에 놓여진 검은 물체다.
주인 : 아.. 그거, 그 목걸이 케이스에서 나온 거에요.
-인서트 금은방, 낮, 주인의 회상.
케이스에서 목걸이를 꺼내 살펴보는 주인. 진짜다.. 다혜의 차림새보고 갸웃..
보증서가 있나, 케이스를 살펴보다가 케이스 안쪽에서 나오는 플로피 디스켓.
주인 : 이런 게 들어있네?
하다가 디스켓 들어있던 곳에 있던 보증서를 살펴보려는 듯, 디스켓을 데스크 위에 올려놓고 보증서를 살펴보는..
다혜, 역시 의아한 시선으로 디스켓 바라보는...
-다시 금은방 창고로 돌아오면, 재한의 시선 서서히 굳는다.
재한 : ...플로피 디스켓...
-인서트
-16씬, 형기대 반장실, 재한에게 얘기하던 반장의 모습.
반장 : 한영대교 붕괴사건 수사팀이 한영대교를 시공한 세강건설 뒤를 파보다가 진양시 개발과 관련해서 정치권과 재벌이 얽힌
대규모 비리를 감지했다는 거야. / 한세규가 훔친 장물 중에 그 비리를 밝힐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끼어 있었대.
-다시 금은방 창고로 돌아오면, 재한, 플로피 디스켓에 대한 심증이 점차 굳어가는 시선.
재한 : 그 디스켓, 그 여자가 가져갔나요?
주인 : 예.
재한 : 그 여자, 뭐 남겨놓은 거 없어요? 이름이나 연락처나.
주인 : 연락처 하나 받아놓긴 했는데.. 없는 번호였어요.
재한 : (멈칫)
씬/39 D, 과거, 금은방
금은방 장부에 적힌 전화번호를 바라보는 재한. ‘02-780-8269’이다.
780 - 82까지는 적혀있고, 82다음, 번호를 썼다가 지운 듯 시커멓게 지운 자국 그리고 69다.
주인 : 안 그래도 제대로 된 연락처가 아닐꺼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물건을 갖고 온 사람이 자기 연락처를 남기겠어요?
연락처를 내려다보는 재한. 고개를 들다가 멈칫.
금은방 거울 너머로 보이는 거리. 지금까지 재한을 미행하고 지켜본 듯한 사내 한 명이 휙 전봇대 뒤로 숨는 모습.
재한 : (감이 온다) 김범주.. 이새끼가.. (연락처 티나지 않게 주머니에 넣고 주인보며) 사장님, 씨씨티브이 화면 좀 지웁시다.
씬/40 D, 과거, 형기대 사무실
형기대 사무실 책상에 가만히 앉아있는 재한. 저 앞쪽 쇼파에 앉아서 신문을 보고 있는 범주를 보다가.. 주변을 살펴보는데
형사들, 다들 범주 눈치 보는 듯 조용조용히 일하고 있다.
그러다가 한쪽 구석 보면 파티션으로 나눠진 한적한 수현의 자리 아무도 신경을 안 쓰고 있다.
거기 가만히 하는 일도 없이 앉아있는 수현을 보다가..
재한, 일어서서 다가가.
재한 : 쩜오.
수현 : 예?
재한 : 주차장으로 나와. 주행연습 좀 하자.
수현 : 아..예!
신문을 보고 있던 범주, 문 밖으로 사라지는 두 사람을 힐긋 보는..
씬/41 D, 과거, 거리일각
꿀렁거리면서 가고 있는 기동차량.
재한 : 너 자리에 없어도 아무도 신경 안쓰지?
수현 : (놀라는) 진짜.. 그럽니까?
재한 : 여자 숙직실에 전화 있지?
수현 : ...있긴 한데, 그건 왜..
재한 : 전화 번호 하나 찾아내야 겠다. 번호 뒤에 두자리가 실제 번호와 다를 꺼야.
다 전화해보고 20대 젊은 여자가 사는 집 찾으면 된다.
수현 : (끔뻑끔뻑 보는) ...그게 단가요?
재한 : (하다 앞보면 앞차와 박을 뻔하고 있다) 야!!
수현 : (급브레이크 밟고 시동 꺼먹었다가 다시 켜는데, 매우 자연스럽다)
재한 : (휴... 한숨 쉬다가 보는) 왜 못하겠어?
수현 : 아닙니다! 실제와 다른 전화번호. 이십대 여자. 정보 충분합니다!
재한 : 이건 너랑 나, 극비수사다.
수현 : (신난다) 예!
씬/42 D, 과거, 몽타쥬
-낮, 여자숙직실에서 수첩 펼쳐서 연필로 수첩 맨 위에 02- 780- 8269를 적고 그 아래에 780-8200, 780-8201, 780-8202...
숫자 하나씩만 바꾼 전화번호를 적어가기 시작한다... 어느새 수첩 페이지 한 가득 차 있는 전화번호들.
-밤, 여자 숙직실. 수첩에 가득 적힌 전화번호 반 이상에 엑스표가 쳐져 있다.
수첩에서 빠지면 자리에서 통화를 하고 있는 수현 컷컷이.
수현 : 할머니 손주가 몇 살인데요? (눈 반짝) 스물 넷이요? ...(실망한) 남자예요..?
/ 예? 목욕탕이요? / 장난전화 아니거든요. 끊지 마시구요!
전화 끊고 다시 엑스자. 수현, 지치는지 잠깐 목을 좌우로 돌리고 심호흡. 그리고 곧 다시 힘내서 전화 다이얼 누르는.
그 위로 수현의 소리.
수현(소리) : 찾았어요!
씬/43 D, 과거, 거리일각/ 차 안
달리고 있는 기동차량 조수석에 앉은 재한, 뚱한 얼굴로 수현의 수첩을 보고 있다.
메모지에는 다섯 개의 전화번호와 여자 이름, 주소가 적혀있다.
그 중 보이는 ‘02-780-8287, 신다혜. 서울시 용산구 진수동 산 238-5’
수현 : (운전하며 씨익 웃고 있는) 두 자릿수 다른 전화번호 100개 중에 가정집이 24개.
그 중에 20대 여자가 사는 집 다섯 군데 밖에 없었습니다.
재한, 수첩 옆 장 보면 그 옆 페이지에 빼곡하게 적혀있는 엑스자가 쳐진 전화번호들.
재한, 수현을 의외다 싶은 얼굴로 힐긋 본다.
수현 뿌듯해서 운전하다 콧등 한번 긁는데, 새끼손가락 아래 손바닥이 연필 흑연이 묻어 새까맣다.
재한 : (수현 수첩을 죽 찢어서 챙기며) 이제, 슬슬 시내 한번 나가봐야지.
수현 : (믿기지 않는다) 제가요?
재한 : (다시 앞에 보며 소리지르는) 야! 앞에 봐! 브레이크!
씬/44 N, 과거, 다혜의 집 근처
세워진 기동차량에서 내리는 재한, 메모보면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앞에 두 줄 정도 엑스자 되어있고, ‘02- 780-8287, 신다혜. 서울시 용산구 진수동 산 238-5' 순서다.
따라 내리는 수현.
재한 : 넌 차에 있으라구.
수현 : 제가 찾았잖아요. 누굴 찾는 건지 얼굴정도는 보고 싶습니다.
재한, 보다가, 됐다는 듯 돌아서서 걸어가고, 수현 따라붙으며.
수현 : 진짜 누구 찾으시는 건데요?
하는데 뭔가를 발견하고 우뚝 멈춰서는 재한. 수현, 덩달아 멈춰서서 재한이 바라보는 곳을 본다.
보면 저 앞 산동네 집에 상등이 걸려있다.
놀라서 보는 두 사람.. 다가가서 주소를 확인해 보는데, 맞다. ‘진수동 산 238-5번지’
씬/45 N, 과거, 다혜의 집
어두운 조도의 방 안. 젊은 나이에 사망해서 인 듯, 조문객 하나 보이지 않는 장례식.
엄마와 언니. 상복을 입고 앉아있지만, 그 누구도 눈물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집안에 꾸려진 장례식장 안으로 천천히 들어서는 재한과 수현.
영정사진 앞에는 그저 멍하니 슬픔에 가득 찬 채 앉아있는 상복차림의 20대의 민성.
그 너머 영정사진을 확인하는 재한, 얼굴이 굳는다. 영정사진 속 웃고 있는 다혜.
-인서트
-금은방 씨씨티브이 화면에 찍혀 있던 다혜의 모습.
-다시 다혜의 집으로 돌아오면 굳은 얼굴로 영정사진을 바라보는 재한의 모습에서.
씬/46 D,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얘기가 모두 끝난 듯, 인사를 한 뒤, 전담팀을 나가는 민성.
그런 민성을 배웅하듯, 서 있다가 다시 테이블로 돌아와 앉는 수현, 계철, 헌기, 해영.
수현은 ‘포토그래퍼 김민성’ 명함을 보고..
계철 : 참, 나이도 그렇게 많이 안든 양반이 어쩌다가...
헌기 : 요즘은 젊은 사람도 치매에 많이 걸린다면서요.
계철 : 어디 좋은 병원이라도 소개시켜 줄걸 그랬나?
수현 : ..사진으로는 죽은 약혼녀랑 비슷해 보이긴 하던데..
계철, 헌기 뜨악해서 수현 보는.
헌기 : 사진이 찍힌 각도와 빛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이 비슷하게 보이기도 하잖아요.
계철 : 그럼! 그것 뿐이야? 20년 동안 한 사람을 잊지 못한다는 게 말이 돼? 꾼 돈을 못 받았다면 모를까.
수현 : ...못 잊을 수도 있지.
헌기 : 그런 게 어딨어요? 버스랑 여자는 기다리면 5분만에 한번씩 오는거 아닙니까?
수현, 계철, 해영 가만히 헌기를 바라보는... ‘왜?’ 하는 얼굴의 헌기.
계철 : (헌기 보다가 정신차리고 수현 보는) 너, 그러지 마.
수현 : 뭘?
계철 : 이 사건 말야. 절대 반대야.
헌기 : 저도 반댑니다. 시신도 벌써 화장됐다잖아요. 과학적인 증거가 너무 부족해요.
수현 : 사진이 찍힌 카페에 증거가 남아있을 수도 있어.
계철 : 아, 왜 이래?
헌기 : 드나드는 손님만 몇십명인데, 증거가 남아있을 리가 있습니까.
수현 : 그건 찾아보지 않고 알수 없는 거지.
계철 : 자,자... 남의 사랑놀음에 놀아나지 말고, 오대양 하자구 진정한 미제사건 아냐.
수현 : 저 사람 말이 사실이라면, 호수에서 발견된 시신은 신원미상의 변사체란 거잖아. 그렇다면 이것도 미제사건이야.
헌기 : 하.. 참 말 안 통하네. 박프로는 어때? 반대지?
계철 : 그럼 요즘 애들한테 순애보는 안 어울리지.
해영 : (생각하다가 수현에게) 그 이재한이란 형사는 어떻게 아는 사입니까?
수현 : ...왜 그 선배한테 관심을 가지는데..
해영 : 선배요?
수현 : ...예전에 형기대에서 같이 근무한 선배였어.
수현 보는 해영의 시선에서.
-인서트
-재한의 인사기록부 ‘1994~1999 형사기동대, 직급 경사’
-다시 장기미제 전담팀으로 돌아오면.
해영 : 그 여자 장례식장엔 왜 갔는데요?
수현 : ..지금 나 취조해?
해영 : 이 사건 때문에 묻는 겁니다. 신다혜 집엔 왜 간 거예요?
헌기 : 뭐 수사중이였겠죠. 안 그래요?
수현 : (그런 팀원들 보다가) ...나도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장물을 찾고 있다고 했어.
해영 : 장물이요? 정확히 어떤 건지도 물어봤나요?
수현 : ...파란색 다이아 목걸이를 찾고 있었어.
해영 : (멈칫)
-인서트
21씬, 해영에게 무전을 하던 재한.
재한 : 장물이 사라졌어요. 다이아 목걸이요. 거기에 더 큰 비밀이 숨겨져 있어요.
-다시 전담팀으로 돌아오면, 해영의 눈빛, 굳는다.
해영(소리) : 이재한 형사야.. 계속 그 장물을 혼자 쫓고 있었어.. 이 사건... 한세규와 관련이 있어.
굳은 얼굴의 해영을 의아하게 보는 수현.
계철 : 아, 왜 불안하게 계속 꼬치꼬치 이 사건을 묻는 건데?
해영 : 혹시, 그때가 대도사건 진범, 한세규가 잡힌 다음입니까?
수현 : ...(보다가) ...맞아.
계철 : 설마, 이 사건 하진 않을거지? 그치?
해영 : ...(생각하다가) 해보죠.
엥? 하는 얼굴의 계철, 헌기.
수현, 역시 그런 해영을 가만히 보는..
해영 : 다수결로 할까요? 전 찬성이요.
계철 : 난 반대.
헌기 : 나도 반대.
수현 : ...난 찬성.
그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의경(소리) : 저도 찬성입니다.
보면, 대걸레 들고 있는 의경이다.
계철 : 쟨 뭐야?
수현 : 쩜오잖아. 2.5대 2네. 난 유가족 만나볼테니까, 정헌기는 증거수집.
(계철보는) 선배는 생전 신다혜 계좌, 신용카드 추적해보고 (해영보는) 넌 나 좀 보자.
씬/47 D, 광수대 건물 일각
커피자판기가 놓여진 한적한 복도 한켠에 서서 대화중인 수현과 해영.
해영 : 무슨 얘긴데요?
수현 : 난, 비밀있는 사람이랑은 같이 일 안한다고 했지. 그러니까, 솔직히 대답해봐.
해영 : 아..또 시작이네.
수현 : ...너, 이재한 선배, 어떻게 알아?
해영 : (멈칫하다가 둘러서 얘기하는) 아까 얘기했잖아요. 아는 사람 이름이랑 똑같다구.
수현 : (보는)
해영 : 유가족 만나러 가신다면서요? 난 사건 담당형사 만나보면 되죠? 저 먼저 출발합니다.
해영, 돌아서서 먼저 걸어가는...
그런 뒷모습을 바라보는 수현의 시선위로.
-인서트 -33씬, 수현에게 얘기하던 치수.
치수 : 나한테 정확히 그렇게 물어봤어.. 진양서 강력계에 있던 이재한 형사에 대해 아냐고..
-다시 건물 복도로 돌아오면, 수현의 시선에 의심이 더욱 강해진다.
씬/48 D, 현재, 카페 외경
다혜와 민성이 자주 갔던 서울 교외에 위치한 카페 외경.
씬/49 D, 현재, 카페 안
감식가방을 들고 40대의 그 여자가 앉아있었다는 자리에 서서 종업원과 얘기중인 헌기.
헌기 : (장갑끼며) 오가는 손님들이 대충 몇 명이죠?
종업원 : 하루에 적게 잡아도 스무명이 넘죠.
헌기 : (테이블 가리키며) 매일 닦습니까?
종업원 : 당연하죠. 손님 나갈 때마다 닦는데..
헌기 : (기가막히다) 죽겠구만. 뭘 찾아내라는 거야.
씬/50 D, 현재, 미강서 외경
씬/51 D, 현재, 미강서 건물 복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 후반의 형사와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 중인 해영.
해영 : 당시 변사사건 담당 형사님이셨죠?
형사 : (해영의 명함보며) 장기미제 전담팀이 웬일이에요?
해영, 손에 들린 ‘1995년, 미강저수지 익사체 변사보고서’를 한 장 두장 넘기면서.
해영 : 관할서에서 당시 수사자료를 받았는데요. 몇 가지 여쭤보고 싶어서요.
최초 발견자가 낚시꾼이었는데, 시신이 입고 있던 옷 주머니 안 지갑에서 발견된 주민등록증으로 신원확인이 됐다구요.
형사 : 거기 적혀 있는 그대로예요.
해영 : 시신이 부패가 심했을 텐데, 유가족이 어떻게 자기 가족인걸 확신한거죠?
형사 : 입고 있던 옷과 유류품이 고인의 것이 확실하다고 하더군요.
해영 : 그런데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해영, 유류품 목록에서 시신이 걸치고 있던 옷사진을 보여주며.
해영 : 사망한 신다혜의 집은 서울이었어요. 여기와는 한시간 반 거리죠.
그런데, 잠옷 위에 외투하나 달랑 걸치고 여기까지 왔다는 겁니까?
형사 : ..맞아요. 나도 그 점이 가장 이상했어요.
해영 : (보는)
형사 : 자살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부검을 권유했는데 유가족 측에서 강력하게 부검을 거부했어요.
해영 : 유가족이요?
씬/52 D, 현재, 도심 카페
20년이 지나 나이가 든 정혜와 마주앉아 있는 수현.
수현 : 아직도 어머니를 모시고 사신다구요?
정혜 : 예.
수현 : 어머님을 한번 뵙고 싶은데요. 제가 집으로 찾아뵈도 되구요.
정혜 : 어머니가 몸이 많이 안 좋아서 병원에 계세요.
수현 : 그럼 병원으로 잠시 찾아뵈면...
정혜 : 그건 곤란하네요. 지금 병세가 많이 안 좋으셔서 중환자실에 계십니다.
수현 : ...사망한 신다혜씨 시신을 직접 확인하셨다구요. 그 시신이 신다혜씨 라는 걸 왜 확신하셨죠?
정혜 : 키도 머리길이도, 다 동생하고 비슷했어요. 입고 있던 옷도 동생꺼였구요.
수현 : 신다혜씨가 남긴 유품을 좀 볼 수 있을까요?
정혜 : ...아뇨.
수현 : (보는)
정혜 : 모두 태웠어요.
수현 : 예? 모두 다요?
정혜 : 예. 엄마가 너무 힘들어 하셔서요.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딱딱한 말투로 일관하는 정혜를 가만히 바라보는 수현의 얼굴위로.
해영(소리) : 자살이 아닙니다.
씬/53 N, 장기미제 전담팀
테이블에 앉은 수현, 수사자료를 확인중이고, 그런 수현에게 자신의 생각을 얘기중인 해영.
해영 : 보통 자살 장소는 감정적인 관련이 있거나 지리감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신다혜와 미강저수지는
전혀 상관이 없었어요. 게다가 자살을 생각하고 호수까지 일부러 갔다면, 우발적 자살이 아니라
모든 걸 계획한 자살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잠옷차림에 외투를 걸치고 있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게 하나도 없습니다.
수현 : ...
해영 : 누군가, 신다혜를 죽이고 자살로 위장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유가족도 마찬가지에요.
담당형사까지 나서서 부검을 권유했는데, 부검을 강력히 거부했습니다. 이거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겁니다.
그때, 울리는 수현의 전화벨. 헌기다.
수현 : 어떻게 됐어?
헌기(소리) : 테이블, 의자, 문고리 다 해봤는데, 몇 십명 지문이 겹쳐져서 아무것도 안 나와요.
내가 그랬잖아. 뒤져봤자 안 나올꺼라고.
수현, 답답해지는 눈빛.
씬/54 N, 과거, 세규의 별장 일각
별장관리인, 별장 문 닫고 여행용가방을 들고 나오는데,
빠르게 들어서는 차, 끼이익 멈춰서고는 내려서서 다가오는 재한.
관리인 움찔해서 뒤로 물러선다.
재한 : 갑자기 어디 가시나봐요?
관리인 : 무..무슨 일로 온겁니까? 난 진짜 여기 장물이 있는지 몰랐어요.
재한, 뒤로 물러서는 관리인에게 다가와 코앞에 사진을 한 장 들이민다. 신다혜의 사진이다.
재한 : 이 여자 알죠?
관리인 : ...(멈칫)
재한 : 한세규랑 이 여자, 도대체 무슨 관계예요? 이 여자가 한세규가 훔친 장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별장에 드나들었던 거 맞죠? 한세규 애인이에요?
관리인 : 천하의 개망나니 같은 놈한테 애인이 있었겠어요? 그냥 갖고 논거에요.
-인서트
밤. 환하게 불이 켜진 별장 창문 틈으로 음악소리,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별장 안. 테이블과 바닥에는 술병과 주사기들이 두서없이 어질러져 있다.
-다시 돌아와서,
관리인 : 어린 것들이 어찌나 더럽게 노는지 매번 그거 치우다가 골병이 다 났어.
재한 : 그 이후에도 왔어요?
관리인 : (보면)
재한 : 대도 사건 벌어진 다음, 장물이 여기 있을때도 왔냐구요.
관리인 : 한번 왔어요. 혼자서..
재한, 뭔가 감이 오는 눈빛에서.
-인서트
-과거, 밤, 별장 차고. 차고에 세워진 빨간색 자동차로 은밀하게 다가오는 다혜.
트렁크를 열고, 검은 가방안을 바라보다가.. 가장 위에 올려진 파란색 다이아 목걸이 케이스를 가지고 다급히 빠져나간다.
-다시 별장으로 돌아오면 손에 들고 있던 다혜의 사진을 내려다보는 재한.
재한(소리) : ...그때.. 신다혜가 장물을 가져간거야.
씬/55 N, 현재, 카페 안
지쳐서 앉아있는 헌기.
수현과 해영, 카페 안을 둘러보고 있다.
해영 : (그 여자가 앉았다는 테이블을 둘러보며) 여기도 다 한 거예요?
헌기 : 테이블부터 의자 네 개. 바닥에 떨어진 먼지까지 다 쑤셔봤어요.
수현, 답답한 시선으로 카페 내부를 두리번거리다가.. 한켠에 보이는 책장이 시선에 들어온다.
잡지들, 한국 책들이 쭉 보이는데, 그 사이 이질적인 하늘 색 하드커버 책이 슥 눈에 들어온다.
시선 돌리려다가 수현, 문득 뭔가 생각나는 듯 멈칫..
-인서트
-유리창 밖에서 사진을 찍는 민성.
고개를 숙이고 있던 40대의 여자. 책을 보고 있는 사진. 하늘색 책을 보고 있다.
-다시 카페 안으로 돌아오면 천천히 책장으로 다가가 손수건으로 지문이 묻지 않게 조심스럽게 하늘색 책을 빼드는 수현.
보면 다른 책들과 다른 독일어 원서로 된 책이다.
수현 : (뒤를 돌아 종업원에게) 여기요. 이 책, 이 가게 책인가요?
종업원 : (다가와 보는) 아..아뇨. 며칠 전에 손님 중에 한 분이 놓고 가셨길래, 찾으러 오실 것 같아서 놔둔거예요.
수현 : 여자손님이었나요?
종업원 : 예.
수현 : 어느 테이블이었죠?
종업원 : (그 여자가 앉았던 테이블 가리키며) 저기요.
수현도 해영도 헌기도 그 책을 바라본다.
-인서트
-카페 안, 하드커버 책을 보고 있던 여자, 문득 시선이 느껴진 듯 고개 들다가
유리창 밖에서 자신을 찍고 있는 민성과 시선 마주친다. (아직 얼굴 바래되지 않는)
민성, 카메라 너머로 보다가 놀라서 이쪽을 보다가 뛰어오기 시작하는.
여자, 민성을 보고 놀란 듯, 벌떡 일어서서 가방 들고 뛰쳐나가는...
-다시 카페로 돌아오면 하드커버에서 지문 검출하기 시작하는 헌기.
-시간경과되면 검출된 지문을 헌기 노트북의 아피스 프로그램에 입력시키고 있다.
지문이 일치되고,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하는 지문의 주인.
화면을 보고 놀라는 수현과 해영, 헌기.
해영 : ..그 남자 말이 맞았어요..
화면에 뜬 지문의 주인. 이름, 신다혜, 20대때의 사진, 출생 19**년~ 사망 1995년‘
-인서트
카페, 책을 놔두고 뛰어나가는 여자, 돌아서면서 얼굴 보여지는데, 40살의 신다혜다.
씬/56 D, 과거, 세규의 별장 앞
53씬에서 이어지는 느낌으로 별장 앞에 세워진 차 안에서 신다혜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재한.
재한 : 이 사건의 모든 실마리는 이 여자가 갖고 있었어..
씬/57 N,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지문 감식결과지를 보고 놀라는 해영과 수현의 모습.
수현 : 신다혜는... 죽지 않았어요.
놀라는 수현과 해영의 모습과 과거의 재한의 모습 교차로 보여지면서 7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