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씨 좋은 마술사와 순한 양
옛날에 아주 부자인 마술사가 있었다. 그는 많은 양을 기르고 있었는데, 매우 인색한 사람이라서 목동도 고용하지 않았으며, 양이 풀을 뜯어 먹는 주위에 울타리로 치지 않았다. 그래서 양이 숲속으로 잘 못 들어가 계곡에 추락하는 일도 여러 번 있었고, 심지어는 도망치는 양도 속출했다.
마술사가 양의 고기와 가죽을 탐내고 있는 것을 양들도 알고 있었고,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술사는 가까스로 수습책을 생각해냈다. 양에게 최면술을 걸은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희들은 불사신이기 때문에, 가죽을 벗겨도 아무렇지 않고, 아니 오히려 건강에 좋고 기분도 틀림없이 좋아질 것이다.
그 다음에는 “나는 사실 알고 보면 좋은 주인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을 내가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너희들(양)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것이다.” 라고 말하고서, “이 다음에 무언가 변하는 일이 있을지라도 오늘은 아니기 때문에 마음 쓸 필요가 없다.” 고 암시를 했다.
그런 다음에 어떤 양에게는 ‘너는 사자다.’ 라고 말하고, 어떤 양에게는 ‘너는 독수리다.’ 라고 말하고, 또 다른 양에게는 ‘너는 인간이며 마술사다.’ 라고 암시를 걸었다.
그 다음부터는 양의 일에 마음을 쓸 필요가 없었다. 양은 한 마리도 도망치는 일이 없이 마술사가 고기와 가죽을 가지러 오는 날을 공손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한 편의 재미있는 동양의 우화다.
이와 같은 일이 이 세상에서는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곳이 종교라는 이름의 탈을 쓴 단체이고. 국가도 그와 같이 사람들을 현혹하여 꼼짝달싹 못하게 하는 곳도 더러 있고, 돈을 미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회사에서도 이와 같은 일들이 비일 비재하다.
멀쩡하고 잘 배운 사람들까지 마술인지, 최면술인지에 넘어가. 자기의 희망이나 꿈은 물론이거니와 재산과, 심지어 가정, 그리고 가까운 이웃들까지 파멸 시키는 것이 고대나 지금이나 이름이나 형태만 다르게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한 순간에 사람들의 정신을 사로잡아 버리는 것, 그것도 하나의 기술이리라.
알 수 없다. 세상의 일, 다만 저마다 온전하게 자기를 고수하고 사는 것, 그것조차가 힘들다.
조심해야지,
신묘년 정월 스무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