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센을 보면 한국영화의 미래가 보인다!
단편영화는 한국영화의 미래다. <추격자>로 한국 스릴러의 새 장을 열었던 '제2의 나홍진'을 꿈꾸는 실력파 젊은 감독들이 오늘도 단편영화제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독립된 장르로 인정받으며 한국영화계의 자양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단편영화의 현재를 들여다본다.
한국의 영화키드들 모두 모여라! 미장센단편영화제
제2의 <추격자>, <미쓰 홍당무>를 찾아라! 올해로 8회를 맞는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이 6월 24일부터 30일까지 용산 CGV에서 개최된다.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국내 최대의 규모의 단편영화제. 특히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류승완, 허진호 등 젊은 감독들이 주축이 된 모임 '디렉터스 컷'이 주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타 국제영화제의 단편 부문과 달리 5가지 본격 장르로 심사 부문을 구분하는 것이 가장 큰 특색이다. 경제난, 취업난을 다루는 사회드라마 부문인 '비정성시', 남녀, 가족간의 포괄적인 애정지사를 다룬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번뜩이는 재치와 유머로 무장한 블랙코미디가 돋보이는 '희극지왕', 기발한 상상력과 공포를 표현한 '절대악몽', 제2의 류승완을 꿈꾸는 액션키드들의 '4만번의 구타' 부문이 그 면면이다. 올해는 789편이 출품돼, 역대 최고 경쟁률을 보인 가운데 최근 57편의 본선 진출작을 확정지으며 그 열기를 확인한 바 있다. 그 중 <똥파리>의 김꽃비, <화려한 휴가>의 손병호, 그리고 미장센단편영화제가 배출한 배우들인 <하얀거탑>의 박혁권, <친절한 금자씨>의 서영주 등이 참여해 상업영화와 단편영화의 경계를 지우고 있으며, 특히 고등학생 감독의 출품작이 본선에 진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영화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젊은 감독지망생들이 열광하는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류승완 등 젊은 작가주의 감독들이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는 점. 이들은 매해 직접 자신들이 지지하는 영화들로 난상토론을 벌일 정도로 후배들의 단편에 애정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조인성, 전도연, 황정민, 공효진, 최민식 등 인기 배우들이 명예 심사위원 참여해 관객들과 함께 영화제를 즐긴다. 또 하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수상의 영예를 얻은 감독들의 눈부신 성과다. 나홍진, 이경미 감독 외에도 <극락도 살인사건>의 김한민, <신성일의 행방불명>의 신재인, <경축! 우리사랑>의 오점균, <똥파리>의 양익준, <용서받지 못한 자>의 윤종빈 등이 모두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발굴한 한국영화의 밝은 미래들이다.
한국의 '이와이 슈운지'부터 구혜선까지, 단편영화를 부탁해!
'금잔디' 구혜선이 감독으로 데뷔했다. 구혜선은 직접 연출한 단편 <유쾌한 도우미>로 제26회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고, 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단편 경쟁부문에도 진출했다. 구혜선의 경우 연예인의 이름값으로 화제를 모은 경우지만 단편영화를 굳이 장편영화를 위한 발판으로 생각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작품세계를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감독들도 허다하다. <플라로이드 작동법>에서 배우 정유미를 발굴한 것으로 유명한 김종관 감독은 '한국의 이와이 슈운지'로 일컬어지는 맑은 감수성의 소유자. 일련의 단편작업만으로 '김종관 특별전'을 열 정도로 독립영화계의 스타 감독 반열에 올랐다.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으로 양익준 감독을 배우로서 알리는데 공헌한 손원평 감독 또한 전주국제영화제에 소개된 <너의 의미> 등을 통해 개성 있는 단편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단편영화들의 해외영화제에서의 활약도 눈부시다. 칸 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 최초로 진출했던 <신성가족>의 신동일 감독은 최근 <방문자>, <나의 친구, 그의 아내>, <반두비> 등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친애하는 로제타>로 역시 칸에 초대받았던 양해훈 감독 또한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를 통해 독립영화계의 기수로 떠올랐다.
단편영화는 더 이상 영화학교 졸업 작품이나 상업영화의 습작에 머무르지 않는다. 기존 상업영화 감독들도 최근 옴니버스영화나 단편영화를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풍성하게 넓혀나가고 있다. <여섯개의 시선>을 시작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드는 인권영화프로젝트는 최근 청소년 인권을 소재로 한 옴니버스 영화 <시선 1318>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또한 전주국제영화제는 10주년을 맞아 <숏!숏!숏>을 10명의 신인 감독들에게 의뢰했다. 영화제 최고 인기작으로 호평을 얻은 뒤 극장 개봉을 준비 중이다. 단편 소설을 읽는 것만큼이나 짧은 시간 안에 영화의 정수를 전달하는 단편영화. 이제 영화제를 넘어 상업영화에까지 단편영화의 매력이 일반 관객들에게까지 폭넓게 전달되고 있다.
이제 일상에서 단편영화를 만나 보자
사실 아직까지 멀티플렉스에서 단편영화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조금만 발품을 들인다면 보고 싶은 그 감독의 그 단편을 스크린으로 확인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먼저 단편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단편영화제나 단편 경쟁부문을 마련한 국제영화제를 찾는 것이다. 미쟝센과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외에 매년 10월 열리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국내 3대 단편영화제로 꼽을 만하다. 또 6월 초 열리는 인디포럼2009, 8월 개최되는 시네마디지털서울, 12월 시작하는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화제의 단편영화들을 만나 볼 수 있다. 물론 7월 개최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10월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 등 유명 국제영화제들 모두 단편경쟁 부문을 마련해 놓고 있다. 상시적으로 운영되는 상영회 또한 차고 넘친다. 서울독립영화제는 전국을 순회하며 매월 '인디피크닉 2009(www.siff.or.kr)'라는 제목의 정기 상영회를, 서울아트시네마는 매달 한 번 금요단편극장을 개최하고 있다. 또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는 매월 '월례비행'이란 제목의 중, 단편영화 정기상영회을 열며, 시네마 상상마당은 매월 '단편 상상극장'을 선정, 매주 화요일 검증받은 단편영화들을 상영한다. 14회를 맞은 서울시 좋은영화상영회(www.seoulgoodmovie.com) 또한 올해부터는 좋은 독립, 단편영화를 발굴, 상영한다는 취지다. 물론 단편영화의 최고수가 되고 싶다면, 서울 상암동으로 발길을 돌릴 것. 서울영상자료원에는 가장 많은 단편영화가 비디오와 DVD, VOD로 소장돼있다. 성격 급하고, 시간이 부족한 관객이라면, 온라인 상영관을 '강추'한다. 네이버 온라인 극장(www.today.movie.naver.com), 상상마당 단편영화(www.sangsangmadang.com/movie), 온라인 단편영화 상영관 UFO(www.youefo.com) 등이 엄선된 단편영화들을 웹상에서 무료로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