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타임 프리패스Summertime free pass / 김영찬
나는
나는, 나다
나니나니 니나나 나는 나와 다른 음색
각자의 뉘앙스로 우리는 서로 다른 최애最愛를 위하여
‘질문이 답이 되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가다림의 생크림이 설탕물 녹아서
레게노, 레게노
레전드legend의 영웅적인 손동작의 끝
거기에
‘킹리적 갓심’만 남길 거라고
글쎄요~, 글쎄
(king이라는 이치에도 안 맞는 니가, 그대가 갓god심 어린 갓을
쓰고 적나라赤裸裸한 적개심 그게 ‘합리적 의심’ 이라면)
테레제 말파티*에게 물어보나마나
귀먹은 베토벤은
엘리제한테도 가보라고 심지어 귀차르디*한테도 똑같은 대응
피아노 소나타를 쓰겠지
니나니나 니니니~, 니들은 느그들만의 아가페
얼음의 정령들은 바닐라아이스크림이 되어 아무데서나 헤프게 녹는다
혀끝에 녹아 북반구의 반대쪽 이빠네마 해수욕장 파라솔 아래
올 들어 가장 게으르고 무책임한
1월의 태양과 맞닥뜨릴 것이다
챙 넓은 차양모자에 이마를 가리고
슬프도록 아찔한 키스로 난생 처음 검게 탄 알몸에
전신의 문신을 새길 것이다
니나니나 니나나~, 먼 곳에 대한 그리움은 전혜린의 슈바빙*
안개 자욱한 페른베Frenweh*에서
태양을 향해 마지막 불화살을 쏘아 올릴 나는,
우리는
내남없이
한없이 하찮고도 갈 곳 없는
질문에
추문같이 추하거나 어쭙잖은 시詩처럼 시시껄렁하지 않도록
눈웃음 그대로를
썸머타임 프리패스!Summertime free pass!
주(註)
*레게노 : LEGEND의 D를 O로 바꿔 LEGENO로 읽은 것으로 레전드legend즉, 전설 등을 의미한다.
*킹리kingly : 왕의, 왕과 같은, 왕에게 어울릴 법한
*테레제 말파티 :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4번」은 “테레제를 위하여” 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베토벤이 한때 열렬하게 좋아했던 여인, 테레제 말파티.
*엘리제 : 베토벤의 「피아노 독주를 위한 바가텔 25번 A단조」는 부제인 “엘리제를 위하여” 로 더 유명하다.
*귀차르디 : 베토벤은 짧은 기간이지만 사랑에 깊이 빠졌던 자신의 제자 줄리에타 귀차르디에게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을 헌정했다.
*이빠네마 :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해변 이름
*전혜린의 슈바빙 : 전혜린은 뮌헨대학에서 5년간 유학하며 슈바빙 거리에 대한 향수를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에 적었다.
*페른베Frenweh : ‘먼 곳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뜻을 담은 독일어.
김영찬, 계간 《시사사》 2021년 가을호
나의 “최애最愛”는 나다. 그러므로 “나는, 나다”. 언젠가 너는 나에게 긍정적인 에고이스트라고… 딱히 반박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어. ‘나’ 외에는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 네가 어느 가수를 “최애最愛”할 때, 나는 내 안의 가수를, 네가 어느 시인을 덕질할 때, 나는 내 안의 가엾은 시인을 덕질하고 “최애最愛”했지.
“니나니나 니나나~, 먼 곳에 대한 그리움은 전혜린의 슈바빙*”
“테레제 말파티*에게 물어보나마나/ 귀먹은 베토벤은/ 엘리제한테도 가보라고 심지어 귀차르디*한테도 똑같은 대응/ 피아노 소나타를 쓰겠지”. “베토벤은” “테레제 말파티”를 “귀차르디”를 자신의 “피아노 소나타”만큼 사랑했을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에게 비친 나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결국 나의 사랑은 나다. 나의 “최애最愛”는 나다.
“니나니나 니니니~, 니들은 느그들만의 아가페”
“안개 자욱한 페른베Frenweh*에서/ 태양을 향해 마지막 불화살을 쏘아 올릴 나는,” 그러므로 “썸머타임 프리패스!Summertime free pass!”. 어디에도 답은 없다. 정답이 있다면, 너와 내가 있을 뿐…. “각자의 뉘앙스로 우리는 서로 다른 최애最愛를 위하여”… (홍수연)
< 김영찬 시인 >
첫댓글 다시 한번 찿아 읽어보며
서로 다른 최애 最愛를 곰곰 생각하며
질문이 답이 될때까지
또 생각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