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 삼아 간지러움을 태울 때 가장 많이 이용되는 곳이 바로 겨드랑이다. 그만큼 다른 부위에 비해 감각이 예민하다는 뜻인데, 의학적으로 볼 때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해 감각이 항진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외부에서 치명적인 자극이 와서 몸을 손상하기 전에, 최대한 빨리 대처할 수 있게 만들어진 기능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겨드랑이에는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절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어,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선조 30년 4월 14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선조가 겨드랑이 밑에 기류주증(氣流注症)이 있어서 침을 맞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때 왕이 이르기를 “겨드랑이 밑에 기류증이 있어서 한쪽이 너무 허(虛)하니, 반드시 쑥김(애기·艾氣)을 들이는 처방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기를 “오른편 겨드랑이 밑에 기가 도는 듯하고 무릎이 늘 시리고 아픈데 대체로 오른편이 더욱 심하다. 그리고 이따금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은 증상이 있고 온몸에 땀이 나지 않아도 이쪽은 땀이 나는데 또 추위를 견디지 못할 적도 있다”고 말한다.
이에 어의들이 아뢰기를 “이는 풍기(風氣)입니다. 그러나 더러는 습담(濕痰)이 소양경(少陽經)에 잠복해 있어서 그러기도 합니다”라고 했다. 이는 겨드랑이에 나타나는 증상의 원인 중에 풍기와 습담이 있음을 얘기한 것인데, 여기서 소양경이라는 경락이 지나는 곳이 바로 겨드랑이다. 실제 ‘동의보감’에서는 6종의 원인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바로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다. 이를 일컬어 ‘기울(氣鬱)협통’이라고 하는데, 크게 성을 내서 기가 역(逆)하거나 결단을 잘 내리지 못할 때 간화(肝火)가 움직여 통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았다. 특히 경락과 장부상으로 볼 때, 스트레스 중에서도 분노에 의한 경우가 제일 많기 때문에 평소 성질이 급하고 성을 잘 내는 사람에게 나타날 확률이 높다. 이러한 경우에는 노화(怒火)를 가라앉히는 처방을 필수적으로 병행해야 한다.
어혈(瘀血)과 담음(痰飮)이 원인인 경우도 자주 있는데, 타박상이나 염좌 등으로 인체에 비생리적인 물질이 생겨났을 때 발생한다. 세종 6년 5월 9일의 ‘왕조실록’에 나오는 왕의 왼쪽 겨드랑이 밑의 종기나, 중종 27년 10월 27일의 기록에 나오는 왕의 오른쪽 겨드랑이 아래 종기, 그리고 현종 13년 2월 1일의 기록에 나오는 왕의 오른쪽 겨드랑이 아래 결핵(結核)과 숙종 26년 6월 21일의 ‘왕조실록’기록에 나오는 왕비의 오른편 겨드랑이 밑의 종기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 당시 현종과 숙종의 경우에는 어의들이 침으로 치료를 했지만, 증세에 따라서는 어혈과 담음을 풀어주는 한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식적(食積)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고, 감기처럼 외부의 풍한(風寒)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각각 위장이나 감기 등의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겨드랑이 병증을 해결하는 근본 방법이 될 수 있다. 드물게는 비뇨생식 계통이 좋지 않아 증상을 일으키기도 하고, 비만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므로, 겨드랑이 증상이 나타날 때도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건협통(乾脇痛)인데, 허(虛)가 심해 닳아 없어져서(모손·耗損) 옆구리 아래에 항상 한 점 통증이 그치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건협통은 심히 위급한 증상으로 분류되는데,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너무 심해 기혈이 극도로 허약해진 결과로 보기 때문에 치료처방도 기혈을 보강하는 약재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