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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살아가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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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지식 게시판 스크랩 ?[좋은수필]수필이란 ?/ 신복희
하얀 섬 추천 0 조회 4 15.05.06 18:1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수필이란 / 신복희

 

 

 

인간의 삶은 동굴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동굴에서 살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우리는 무척 궁금해 한다. 많은 궁금증 가운데 한 가지를 풀어 주는 흔적이 남아 있는데 그들이 남긴 듯한 그림이다. 원시인이 살던 동굴 벽에는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그림이 있다.

동굴벽에 남은 그림을 보고 현대인들은 상상력을 살려 저마다 추측을 한다. 원시인이지만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그림을 그렸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상대에게 어떤 소식을 전하기 위해 ‘그리기’는 시작되지 않았을까. 그 추측이 맞다면 그보다 더 신빙성이 있는 또 다른 예측이 바쁘게 고개를 들면서 인류가 걸어온 이야기를 만든다.

그림이 발전하여 문자가 되었고 문자를 얻은 인류는 제일 먼저 그들이 걸어온 행적과 미래에 해야 할 일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역사서와 계획서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음악은 인간이 시작한 최초의 언어이고, 보이지 않는 소리를 악보로 그려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위해서 만든 가장 아름다운 소리다. 그러면 문학은 무엇인가. 문학이란 이 모든 것을 기초로 해서 문자로써 표현하는 일이다.

인간이 문자를 만들어 기록을 하고부터 인류의 문명은 발전을 거듭하며 빠르게 굴러왔다. 음악과 그림으로 표현하지 못한 의미도 문자로 한 번 더 이해시킬 수 있다. 그리고 말로써 다 못한 일이나 감정도 다시 편지라는 방법으로 글로써 상대에게 전한다. 문자는 인간이 인간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 방법이다. 그러니 글로써 이해시킬 수 없다면 더 이상의 방법은 아마 없을 것이다.

문학의 시작은 신의 말씀을 기록하는 기록장이었다. 그 기록장을 우리는 경전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문학은 모두 경전을 모방한다. 경전은 신의 창조와 발자취를 기록했지만 그것이 너무 어렵고 재미가 없으니, 점차 시대에 맞는 흥미로운 소설이 되고 시와 연극으로 거듭났다.

문학은 경전을 모방하기에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의 편에 서야 하고, 정의의 편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은 부자보다 억울하고 괴로운 일에 자주 직면해 불행한 경험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경전은 불행한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내용으로 만들어졌다. 경전이 거듭난 문학은 반드시 사회미를 품고 있어야 생명력을 발휘한다. 특히 수필은 가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재로 겪은 일을 글로 남기기 때문에 마냥 행복한 사람보다 참기 힘든 현실을 뛰어넘은 사람이 쓴 글이 더 감동적이다.

수필가는 누구나 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수필을 쓰기는 어렵다. 좋은 수필은 좋은 사람이 쓴다. 좋은 사람이란 많은 사람들로부터 우러러 존경받는 사람이다. 부자가 되거나 권력을 잡는 일은 스스로의 힘으로 가능하지만 존경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보내는 감정이라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남다른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진실로 훌륭한 인격을 가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커다란 능력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며 여태껏 내가 몰랐던 일들이 구체적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며 인식시킨다. 그렇게 사물을 이해하면 사람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점차 커진다.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세상을 읽을 수 있다. 수필 공부는 단지 쓰기 공부가 아니라 세상 살아가는 지혜와 예절, 이치를 깨닫는 공부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이치를 깨달으며 훌륭한 인격을 점차 갖추어 나가는 것이다.

수필은 음악처럼 리듬이 있어야 한다. 시 같은 운율이 아니라 사람이 호흡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리듬이다. 그림 같은 색채감이 있어야 하고, 탁하지 않은 문체로 수채화의 마지막 손질처럼 강약을 남겨야 한다. 한 폭의 풍경화처럼 모든 어휘는 주제와 어울리는 언어로 골라서 분위기를 통일해야 하고 글을 읽으면 머릿속으로 한 폭의 그림이 지나갈 수 있어야 한다.

수필은 역사 속의 사건이나 사람을 예로 들어 현실과 빗댈 수 있어야 하고 다큐멘터리처럼 하나의 주제에 따라 같은 풍경이라도 각기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카메라를 비추는 각도는 완전히 작가의 시각이고, 그 시각은 작가의 인격과 같다. 작가의 시각이 독자와 같은 방향일 때 감동이 일어나고 공감대는 물결 높은 파도가 되어 울릴 수 있다.

수필은 심심산골에 홀로 피는 청초한 한 송이 꽃이 아니다. 도시 한복판에서도 꿋꿋이 자라난 고목이, 지친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드는 것처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쉼터가 되어야 좋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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