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봄바람이 분다.
봄바람이 벗꽃 향을 품고 궛볼에서 감미롭다.
유난히 춥고 길었던 겨울.삶의 무게가 버거워 힘들었던 시간들
겨우내 어디론가 떠나지 못해 안달하던 마음을 다독이며 설레는 마음으로 숨겨둔 그곳
봄의 문턱에서 스스로에게 휴식과 위안이 필요한 시간
우리는 남도 벗꽃이 봄바람 난 남해로 간다.
남해 그 어디쯤에 살고 있을 정이를 만나러.....
하동의 금오산 849M
쪽빛 바다위에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한 섬 풍경
천천히 섬진강 순한 바람을 맟으며 벗꽃 향이 짖굳게 유혹하는 남해의 꽃길을 걸으러 왔다,
쪽빛 바다 위에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한 섬 풍경
늘씬한 자태의 남해대교 와 노량대교 가 남해 섬을 잇고 있어 신이 그려 놓은 그림을 몰래 훔쳐 가는 기분이다.
70년대 한국경제의 랜드마크. 남해대교
1973년 6.22일 남해대교 개통식에는 고 박정희 대통령은 준공 테이프 커팅을 하고 남해대교를 도보로 건너갔다.
이때 환영 나온 남해 사람들이 무려 10만명
섬사람 전부가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해대교를 지나 벗꽃길을 달려 십오분 정도의 거리
레비의 어리 석음에 돌아 돌아 겨우 찿아 낸 정이네집
130년 이나 되었다는 고택
설천면의 윤씨 집안 최고의 부잣집 이였다고 한다,
가히 130년 의 역사를 말해 주는 천년의 이끼가 뭍어 나는 돌담 에 감탄을 했다
길게 이어진 돌담은 정갈 하며 세월의 때가 뭍어 있는 고 건물에는 기품 까지 서려 있어 고졸 하면서도
정교하다
자로 잰 듯이 끼워 맟춘 석가래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비틀어 지지 않고 어긋 남이 없는 것을 보니
당대 최고의 목수의 손재주 가 닿은 것 같다,
검은 두루마기 를 휘날리며 고샅길 을 사부작 사부작 겉는 설천면의 윤씨댁
가히 짐작 할만하다.
윤씨 안주인 의 대청 마루 에서 머슴을 호령하는 처렁 처렁한 목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한참을 둘러 보다 우린 최고의 호사를 누린다.
친구들 온다고 산에서 난 약초들의 밥상
남해 바다 에서 나는 싱싱한 해초와 횟감 들
먹는 즐거움은 최고의 행복이다.
이 봄이 선물한 머위
향과 쓴맛이 온몸에 스며 들어 심장이 활짝 미소 지으며
더 튼튼해 지리라
무치고 데치고 아직도 그대들 입에서 머위 냄새 풋풋 나겠지.
퍼질러 앉아 술을 마신다.
대구 영숙이는 오늘은 다짐을 하고 왔다
오늘은 술 마시 자고 누가 꼬셔도 넘어 가지 말기
오늘은 오랫 많에 사람 사는 냄새
왜 이제사 왔느냐고
끈적 끈적 가슴에 녹아 들어 아예 눌러 살고 싶다.
포만한 배를 두드리며 누워 별을 헤아 린다.
밤이 늦도록 떠들어 댄다,
누가 뭐라지도 않는 방임의 자유
친구들과 의 여행이 시가 되는 행복한 시간이 흐른다.
내친구 정이는 이리도 이쁘게 집안 장식을 해놓았다.
오랬 동안 수집 했던 고귀한 작품 들이 이제 제 집을 찿은 듯 귀족을 뽐내고 있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아름답다.
그저. 아 ! 라는 짧은 감탄사 외마디 뿐
오랫 동안 묵혀진 윤씨 고택이 이제 제 주인을 만나서 다시 환생을 해서
정이 마님의 야무진 손길에 날마다 행복해 할 것이다.
정이집 뒤 나이를 먹은 유자나무들이 조금 있으면 꽃을 피워
한창 벌들과 질탕한 치정을 벌이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고개를 갸웃 거리며
푸르게 봄바람 을 즐기고 있겠지
마치 봄바람 난 우리들 처럼
낙조가 드리워지는 남해 바다를 뒤로 하고 유자밭 에서 깔깔 거리며
이리 폼을 잡아도 본다.
12월의 유자가 노오랗게 익어 가면 바구니 들고서 모두들 유자 따러 오자고..
유자 밭에 올라 내려다 보니 설천면 소재지가 한눈에 들어 온다.
바다도 바라 보이고 너른 설천 들판도 보인다.
느리게 느리게 걸으면서 감성의 샛별이 떠서
밤을 새워 연서를 쓰는 짚시 같은 여인이 되고 싶어 진다
정이의 사랑채 에 머물면서....
아침 일찍 둿산에 오른다.
머위가 지천이다
달래도 캐고 머위도 한소쿠리 띁어 데치고 무쳐서 정갈한 아침 밥상 이 된다.
저 고고하고 도도함
아직은 젊은날 절대한 그대 같다.
60이 넘은 나이 라고 누가 감히 말하랴
대구 영숙이는 오늘 교회에 간다고 아침 먹고 서들러 먼저 떠나고....
우리는 남해의 꽃 잔치가 벌어진 노량으로 향한다.
노오란 유채밭 에서 아직은 젊다고 우겨 대면서 떠들어 댄다.
친구를 만나니 이렇게 좋은 것을..
내여고 친구들 과의 이틀간의 여행
현자가 못와서 아쉬움은 있지만 유자가 익어 가는 계절에 다시 오자는 약속과 함께
남해 에서의 이틀 간의 친구들 과의 만남
세상에서 가장 값진 추억이 아닐까.
마음에 구김이 생기는 날
나는 남해의 정이네 집으로 달려갈 것이다.
바다로 산으로 돌아 다니다
남녘 하늘로 별똥별이 흐르고 초승달 지는 새벽이 오면
그대에게 사랑 애기 들려주고 싶다.
그때 그시절
가슴에 담고 살아온 사랑 고백을 오늘은 꼭 들려 주고 싶다.
달과 별과 설천의 바다 향이 그득한 그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