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가시
예전 ‘연가시’영화에서, 사람 몸속에 기생하던 연가시가 알을 낳기 위해 뇌를 조종하여 물속에 뛰어들어 자살하게 한다는 내용에 공포에 휩싸이고 기생충 약이 불티나게 팔렸다. 연가시는 곤충의 몸에 기생하는 10~90cm 길이의 가느다란 철사 모양의 유선형 동물로 연가시가 물속에 산란한 알이 잠자리, 모기 등 중간숙주(유충)에 붙어 있다가 이를 먹은 사마귀, 여치 등의 육지 종숙주(終宿主, 성충)에 기생한다. 연가시는 산란기에 신경조절물질을 분비하여 숙주(개구리 등) 뇌를 조종해 물에 빠져 죽게 하고, 숙주의 몸을 빠져나와 교미하여 수백만 ~ 수천만 개의 알을 산란하고 죽고, 알은 다시 물속에 있다가 육지 숙주에 기생하는 순환을 한다.
◆ 기생충이 숙주의 생식 능력과 정신세계 조종
기생이란 바이러스, 곰팡이, 박테리아 등을 제외한 생물이 다른 생물의 영양분을 빼앗으면서 살아가는 관계를 말한다. 모든 생명체는 최소 1개 이상의 기생 생물을 몸속이나 외부에 지니고 있다. 동물에 기생하는 생물을 기생충이라고 하며 지구상에 11000종 정도 분포한다. 숙주는 기생 생물을 이기기 위해, 기생 생물은 숙주의 진화에 대응하여 살아남기 위해 끝없이 투쟁하며 진화한다. 기생충은 진화를 통해 자신이 머물게 된 장소(숙주)에 견딜 수 있도록 생존 방법을 마련한다.
박각시나방 애벌레(숙주)에 알을 낳아 부화한 고치벌 애벌레(기생충)는 숙주의 먹이, 습성과소화방법까지 바꾼다. 많이 먹기 위해 숙주 덩치를 크게 하고 기생충이 이용하기 쉽게 잎사귀 양분을 당분으로 바꾸게 하지만, 기생충에 감염되지 않은 박각시나방 애벌레는 잎사귀 양분을 지방으로 저장한다. 기생충은 뇌에만 양분 공급을 하여 숙주가 죽지 않게 하고 덜 중요한 장기에는 영양분 공급을 끊는다. 기생충은 숙주를 파먹고 살다가 성장하면 피부를 뚫고 나오고 숙주는 죽는다.
가시머리 벌레 유충은 쥐며느리 몸속에 살다 찌르레기에 먹힌 후 성충이 되어 산란하여 그 알이 새의 배설물과 함께 새 몸 밖으로 배출된다. 쥐며느리가 새 배설물을 섭취하여 기생충에 감염되면, 기생충의 조종을 받은 쥐며느리는 찌르레기에 먹히기 위해 건조한 땅에서 밝은 자갈밭을 배회하며 숨지도 않는다. 기생충에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쥐며느리는 숨기에 좋은 축축하고 어두운 곳을 선호하고 새를 보면 숨는다.
새의 배설물에 포함된 기생충 머메코네마 네오트로피콤 알은, 이를 먹은 개미 뱃속에서 산란하여 새에게 먹히기 위해 개미 배가 빨갛게 되고 잘 보이기 위해 나뭇가지 끝으로 올라가 배를 높이 쳐들고 있다가 새에게 먹힌다. 새에게 먹힌 기생충은 산란하여 새의 배설물에 섞여 배출되어 개미에게 먹힌다. 새의 배설물을 개미가 먹고, 개미를 먹은 새가 배설하면 개미가 먹는 순환이 계속된다.
기생충이 더 악랄한 예도 있다. 배추벌레 기생벌은 배추벌레 몸속에 알을 낳아 부화한 유충은 숙주 내장을 다 파먹고 숙주를 마비시키고 배를 뚫고 나와 숙주가 깔고 앉은 잎사귀에 번데기를 짓는다. 배추벌레가 마취에서 깨어나 기생벌 번데기 위로 그물을 짜서 보호막을 만들고 그 위에 누워 다른 기생충의 방패막이가 된다. 기생충 번데기를 건드리면 배추벌레가 후려치고 물어뜯고 고양한 액체를 뱉어서 기생충 번데기를 보호한다. 기생벌이 번데기에서 나온 후 배추벌레는 죽어간다.
◆ 숙주가 죽으면 기생충도 죽게 되므로 기생충은 종(終)숙주와 공생한다.
시모토아 엑시구아라는 갈고리과 기생충은 아가미, 입을 통해 놀래기류 물고기 입으로 들어가 혓바닥에 붙어서 피가 굳지 않게 항응고제를 분비하여 혈류량을 조절하고 피를 흡혈함으로써 혀를 괴사시키면, 혀는 마비되고 잘려나가고 남은 혀뿌리 근육과 자신을 연결해 물고기 혓바닥 역할을 하면서 살아간다. 이 기생충은 7쌍의 다리를 이용하여 실제 물고기 혀처럼 움직일 수가 있고 물고기도 불편함을 못 느낀다.
이 기생충은 혀에 붙어 물고기와 같이 먹어 영양분을 공급받고, 맛도 느끼며 소화까지 도와준다. 짝짓기도 숙주(물고기) 입안에서 하고 먼저 들어온 개체가 수컷이 되는데, 수컷은 뒤에 들어온 암컷이 산란하고 죽을 때까지 기다리다 암컷이 죽게 되면 수컷은 암컷으로 변해, 그 자리를 지키며 새 수컷을 기다린다. 수컷(평균 길이 7.5-15mm)은 입천장에서, 더 큰 암컷(평균 길이 8.29mm)은 혀뿌리에서 생활하며 인간에게 기생하거나 해를 끼치지 않는다.
◆ 기생충이 인간을 조종할 수 있을까?
연가시가 사람의 피부를 뚫고 침입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연가시에 감염된 물고기 등을 섭취한 경우 감염될 가능성은 있으며, 기생충의 피부는 소화액에 녹지(소화) 않는 물질로 되어있다. 회충도 처음부터 인간의 몸에 기생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몸속에 들어와 살게 된 것으로 볼 때, 연가시도 다른 기생충과 같이 인간 몸에 들어와 적응한다면 사람을 조종할 수 있지 않을까? 연가시가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는 없지만, 변종 연가시의 출현 가능성이 공포감을 자극했다.
첫댓글 계곡 살인사건의 이 모 여인(기생충?)은 2019년 불륜남 조 모 씨와 공모하여 대기업 연구원인 남편 윤 모 씨(숙주?)의 보험금을 노려 가평 계곡물에 익사케 했다. 이 여인은 남편 윤 모 씨를 가스라이팅 하여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교묘하게 조종했다. 이는 기생충이 숙주를 조종해 기생충이 원하는 행동을 하게 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