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올라오는 길이 어제 내린 눈과 추위로 꽁꽁 얼어붙었다.
올 한해 귀정사가 살아온 내용에 대한 돌아봄과 내년도 살림살이를 어떻게 가꿔갈 것인지 꼼꼼하게 설계해야 하는 시기이다. 이번 주는 다들 개인 일정들이 잡혀 있어서 다음 주가 되어야 평가와 구상을 위한 모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좀 한가한 시기, 준비해 놓은 땔감을 자르고 쪼개는 일에 집중하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잦은 눈, 비로 인해 요 며칠 일의 방향을 놓치고 말았다. 그렇게 빈 시간 많아져 그 동안 시내에 나갈 일이 있으면 겸사겸사 찾아가려고 했던 저온저장고 제작업체를 작정하고 찾아갔다.
절에 상주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면서 거기에 맞게 식재료를 준비하고 보관하는 것이 중요한 일로 다가왔다. 그 동안은 공양간의 냉장고 2대와 김치냉장고 2대로 감당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애써 농사지은 농작물이 마땅한 보관 장소가 없어 상해서 버리는 일도 종종 있고, 지난 여름에는 묵은 쌀에 벌레가 생겨 급하게 마을에 있는 저온창고를 빌려 쌀을 보관하기도 하였다.
저온저장고의 긴요함에 비추어 시급히 추진했어야 했지만 약 500여만원의 제작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구체적으로 일을 진행시키지 못하고 미적미적하고 있였다. 그런데 얼마전 공양주 보살님의 지인(知人)께서 귀농학교에 적지 않은 기부금을 보내주셨다. 그 기부금을 귀농학교 이해경 교장선생님께서 하루가 급한 저온저장고 제작에 필요한 비용으로 우선 쓰자고 하여 일을 구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탄력을 받게 되었다.
그래도 부족한 제작 재원 마련에 대한 궁리를 해서 오는 봄부터는 공양간에서 쓸 식재료 보관과 활용이 한결 수월해 질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