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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때려도 다시 솟구치는 두더지게임과 같은 학교폭력.
5월 청소년의 달을 맞아 학교폭력 문제를 다루는 민간단체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95년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아들에 대한 속죄의 표현으로 만들어진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하 청예단·이사장 김종기)이 대표적인 단체. 청예단은 5월초 대한예수교장로회(총무 류태선 목사) 소속 전국 5,000여 를 「지킴이 집」에 끌어들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킴이 집」이란 청소년들이 신변의 위협을 느끼면 찾아가 보호를 요청하고 주변 유해환경을 신고하는 곳. 지난 22일 (주)국제상사 프로스펙스 350여 매장이 이 지킴이 집에 가입하는 등 지금까지 전국 4만여 개인·업소 등이 가입한 상태다.
청예단은 또 내달 3일부터 사이버 청소년광장인 「지킴넷」(www.jikim.com)을 개통한다. 지킴넷은 이달 초 시범운영을 하는 동안에도 하루 평균 600여명이 접속, 청소년들의 「고민」이 얼마나 많은지를 일깨워줬다. 청예단은 지난 3년여간의 상담사례를 총결산한 자료집을 이달 초 펴낸다.
한양대 주성수(사회복지학)·청주주성대 이상오(청소년문화학)교수 등이 정책·연구위원으로 위촉돼 있는 등 4개 위원회에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 10여명이 이 단체 활동에 참가하고 있다.
이 단체는 95년 대기업체 간부이던 김종기씨가 퇴직금 등 사재를 털어 세웠다. 당시 고교 1년이던 아들이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아파트 5층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들의 호소를 들어줄 학교폭력 관련 상담기관·단체가 하나도 없다는 데 대해 책임감과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청예단 김용대 운영팀장은 『청예단의 활동을 통해 정부에서도 「학원폭력」이라는 용어 대신 「학교폭력」이라는 말을 공식용어로 사용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서울YWCA가 서울 강남구청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는 강남청소년회관(관장 정하희) 학원폭력신고센터는 최근 서울시내 청소년 1,300여명을 상대로 면접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센터는 이를 「청소년 폭력피해 실태조사 보고서」로 묶어 5월 중순 발표할 예정이다. 모든 조사를 학생들과 일일이 만나 벌였기 때문에 검찰의 「자녀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운동」과는 달리 민간차원의 백서가 될 것이라고 이 센터 안팎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 청소년폭력예방재단 (02)585-0098,
- 강남청소년회관 학원폭력신고센터 (02)544-9726.
- kyunghyang.com/4/27/99-
* 체벌
- 마구 치면 도망가라
- 서화숙 -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20년이 넘었지만 살다가 막히면 전화를 거는 고등학교 은사가
계시다. 좋을 때는 별로 연락을 안드리다가 고민만 생기면 전화를 드리니까
선생님도 아셔서 첫 마디가 『너 요즘 힘들구나』이다.
지금은 서울 시립대 영문과교수로 재직중인 황호순선생님은 바쁜 중에도
실직으로 버려질 위기에 처한 어린이들을 대신 키워주는 수양부모 역할도 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은 유머와 통찰력으로 여고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끔은 학생들도 생각 못할 엉뚱한 이야기도 스스럼 없이 꺼내시곤 하셨다.
그 중 하나가 교사체벌에 관한 것이었다.
만우절날 온 학생들이 장난을 쳤다가 반장이 어느 교사에게 뺨을 맞은 날,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만일 교사가 회초리로 손바닥이나 종아리를 때리거든 맞아라.
그러나 손이나 발이나 물건으로 아무 데나 후려치려고 하면 피해라.
아예 학교를 벗어나 집으로 도망가도 좋다』.
너무 엉뚱해서 학생들이 도리어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선생님은 이렇게 설명을 하셨다.
교사가 회초리로 때리는 것은 교육을 위해서이지만 손이나 발로 아무데나
후려치는 것은 이성을 잃고 화를 풀려는 것이다.
만일 그런 행위가 실제로 일어나버리면 맞은 학생은 맞아서 억울하고
교사 역시 나중에 돌이켜 생각하면 부끄러운 행동을 했다는 자책감이 든다.
그러니 그런 사실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주는 것이 현명하다.
도망갔다가 화가 풀렸을 때 사과를 하는게 낫다는 것이다.
물론 도망가면 더 길길이 뛸 교사도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체벌과 폭력에
관한 선생님의 분류법만은 지금도 정확하다고 믿고 있다.
교육부가 학교 체벌을 금지한다더니 학생이 교사를 경찰에 고발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몇달만에 뒤집었다.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교육상 어쩔 수 없을 때는 학교규정이 명시한 범위
안에서」 체벌할 수 있는 것으로 바꿀 모양이다.
교사보다 덩지가 큰 학생들을 통솔하고 교육하는 것의 어려움을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근 경찰신고가 화제가 되었던 사례로는 선뜻 교사편을 들기가 힘들다.
발로 차거나 뺨과 머리를 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는 허용한다」가 아니라 무엇이 과연 교육적 체벌이냐에
대해서는 더 논의를 해야 한다. -1/27/99/hankook -
* 촌지 반납봉토
추석이 다가오니 인정이 새롭다. 이웃이나 친척, 고마운 분께 고기 한 근, 과일 한 상자라도 보내 인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떡값인지 촌지인지, 힘있는 사람에게 바치는 「보험성 」뇌물은 사라졌으면 좋겠다. 해마다 명절때면 관행처럼 이뤄져 나중에 말썽이 나곤 하는데 올해는 어떨까.
추석을 앞두고 「준법활빈단」이라는 시민단체는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정부투자기관이나 금융기관등의 장에게 촌지 반납봉투 4,000장을 만들어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촌지가 들어오면 『실직자나 밥 굶는 아이들을 돕는 데 써달라』는 글과 함께 되돌려 보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진상 퇴물림 없다」는 속담도 있듯이 갖다 바쳐 싫어하는 사람 없다는데 촌지 반납봉투가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 궁금하다.
96년 한 군수는 추석때 떡값이라며 여기저기서 들어온 게 현찰 2,000만원, 선물 1,000만원 어치였다고 털어놓았다. 안 받는다고 해도 막무가내여서 명단을 폭로하겠다고 겁을 주니 그때서야 끊어지더라고 했다. 「줘도 안 받더라」와는 거꾸로 찾아와 뜯어가는 경우도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 형사들이 관내 유흥업소에서 추석 떡값으로 5,000만원을 챙겨 집단 인사조치된 일도 있었다.
올해는 실업과 불황으로 우울한 때라 백화점이나 시장의 추석대목도 썰렁하고 기업들의 추석보너스나 귀향선물도 크게 줄거나 아예 없어졌다고 한다. 뇌물성 떡값도 줄어들려나. 아니면 누가 얼마를 받았다고 뒤늦게 들통이 나서 그게 뇌물이냐 떡값이냐, 처벌할 수 있다 없다를 놓고 법리논쟁인지 말장난인지 헷갈리는 입씨름이 또 다시 벌어질 것인가.
뇌물일랑 줘도 안 받고 안 줘도 탈없는 추석이 됐으면 좋겠다.
참고로 96년 장학로 전 청와대 부속실장의 부정축재사건때 검찰은 그가 챙긴 27억원 중 6억원만 뇌물, 21억원은 처벌할 수 없는 떡값이라고 해서 세인들을 기막히게 했다. 반면 94년 미국 클린턴행정부의 마이크 에스피 당시 농무장관은 양계업자한테서 받은 100달러(당시 환율로 우리돈 8만원)짜리 미식축구 입장권 때문에 사임했다.- 9/4/98/hankook.co -
* 한국의 대학
- 일억조 대학?
대학 부정입학문제가 크게 불거졌던 92년 무렵 동료 한 명이 우스개를 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 안들이고 돈 버는 방법으로는 역시 교육이 최고라며 대학을 하나 세우겠단다. 교수들부터 돈을 받고 채용하고, 학생들도 돈을 받고 입학시키면 얼마나 짭짤하겠느냐고 했다. 대학이름도 지어두었단다. 일억조대학. 70년대를 풍미하던 계꾼들의 단골모임장소에서 따온 이름이다.
금품수수로 옷벗은 경찰이 달려든 곳이 교육현장이었다는 김영은씨사건을 보면 우스개가 우스개가 아닌 곳이 대한민국이다. 서울대총장이다, 펜클럽회장을 지낸 원로문인이다, 연루된 사람들 몇몇 때문에 호들갑을 떨다가 근본적인 문제는 다시 잠수해버리는 현실에서는 일억조대학의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이 소비자중심이 아니라 공급자중심으로 이뤄진다는 데 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다를 바가 없다. 초등학생들은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한글을 전혀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준비물을 일러주는 알림장을 받아 적어야 한다. 교육은 학교에서 받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학교가 선포하고 나오는 셈이다. 게다가 학부모도 쩔쩔맬 만큼 초등학생때부터 준비물은 오죽 많고 까다로운가. 그래 놓고 어느 순간에 가서 학교 밖에서 받는 교육을 엄벌로 다스린다니 그런 법률이 지켜질리 만무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학생들을 훌륭한 시민으로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인질삼아 어른들의 취업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극단론을 펴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이제라도 작은 것부터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차근차근 풀어나가지 않으면 이런 극단론이 일반화할 날도 멀지 않다.
조금 있으면 초등학교마다 반장선거를 한다.
반장이 하는 일에는 떠드는 아이 이름 적기, 교사 대신 과제물 점검하기등 판단력이 부족한 어린이의 심성을 파괴할 수 있는 일들이 버젓이 들어 있다.
반장선출은 진정 민주주의교육을 위해서인지, 혹시 학교가 반장의 어버이를
필요로 해서는 아닌지부터 생각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9/7/98/hankook.co -
* 자녀교육과 캠핑이 주는 긍정적인 영향
- Rev. Oavid Howard
수년 전 아내와 나는 큰아들 데이빗에게 이렇게 물어 보았다.
"네 삶을 돌이켜 볼 때 너의 뿌리가 어디 있다고 보니?"
우리는 코스타리카에서 5년, 그 다음 콜롬비아에서 10년 살았고 그 후에
미국에 와서는 일리노이주에서 살면서 아들은 거기서 대학을 다녔다.
이렇게 이곳 저곳으로 이사를 다녔기 때문에 아들 녀석은 자신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금도 주저함 없이 "디어풋"이라고 대답했다.
이제 성년이 다 된 그 아이가 그의 뿌리를 뉴욕에 있는 크리스천 캠프인
디어풋이라고 해서 우리는 그 아이의 지속적인 감성에 적지 않게 놀랐다.
데이빗은 아홉 살 때 디어풋에 가기 시작했는 데 그 때 우리는 선교지에서
한 해 동안 휴가를 받았다. 우리가 휴가를 받을 때면 그 아이는 항상
디어풋으로 되돌아가곤 했다. 6∼7년이 지나 이제 그는 카운셀러가 되어서
돌아왔다.
디어풋에 있으면서 그곳의 많은 것들이 그의 마음속에 쌓여서 마침내
스스로 그 연속성을 느끼게끔 된 것이다. 그 중 하나는 성경말씀에 대한
감사이다.
그런 외부적 자극은 다른 곳에서도 받았으나 디어풋에서 더욱 강했던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자연에 나타난 하나님의 솜씨에 대한 감사이다. 아마 목표를
세워두고 거기에 도달하도록 노력하는 그런 훈련 과정이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
데이빗이 처음으로 갔을 때부터 그를 강하게 매료시킨 목표성취에 대한
프로그램이 디어풋에는 있었다. 그는 계속 노력을 해서 열 일곱 살이 되던
해에 보이스카웃의 독수리 뺏지와 같은 로운 이글(the Lone Eagle)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물론 이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들이 뒤따르는 과정이다
아들 녀석이 '로운 이글' 과정에 참여 할 때, 자신을 단련시키는 법을
배웠다. 나중에 우리에게 한 얘기지만 로운이글 과정을 마치는 것이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하는 것보다 그에게 더 중요했다고 한다.
이런 크리스천 캠핑의 경험을 통해 우리 두 아들이 남을 위해
일하는 재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카운셀러가 되는 것이
그들에게는 청소년들과 관계를 맺고 또 그들의 삶속에 더 깊은
수준까지 참된 성품을 지니도록 자신들에게 의욕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딸도 카운셀러가 되었다. 디어풋에서 가까운 소녀캠프인
타파욍고에서 카운셀러가 된다는 것은 좋은 본이 된다는 중요성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또 그녀의 삶을 돌아보도록 동기유발을
시켜주었다. 딸애는 남들에게 본이 되어야 한다면 자신도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전보다 더 두터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캠프기간 동안 사귀는 친구들 역시 인생에 있어 매우 소중하다.
우리 딸애는 타파욍고에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불과 몇 번의 여름만 보냈음에도 아직도 그들과 서로 연락하며 지내는 데
이것은 좋은 일이다.- 세계복음주의헙회 총무
* 캠프장의 긍정적인 영향
- David Veerman
"파라처치"란 재미있고 생소한 단어이다. 문자 적으로는
" 양옆으로"란 뜻인데, 기독교 단체를 지칭한다.
그런 단체들은 좁은 의미로는 봉사에 초점을 두고, 또 어떤 단체는
시골를 후원하는 일을 한다.
"파라처치 조직체"란 병원, 학교, 선교본부, 인쇄소, 사회봉사 단체,
그리고 청소년 운동 등을 포함한다.
이렇게 광범위한 관점 안에서 특별히 청소년 단체들은 세심한 주의의
대상이 된다. 왜냐하면 이들은 시골 가까이서 활동을 하며,
기독교인 가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단체들에 대한 가치, 목적, 다른 와 생길 수 있는 경쟁 등에
관한 질문들이 그저 생소하지만은 않는 것이다. 가장 크고 잘 알려진
파라처치 조직체들은 CCC(Campus Crusade for Chutist),
FCA(Fellowship of Christian Athletes), IVCF(Intervarsity Christian
Fellowship) , 네비게이토(Navigators), 영라이프(Young Life),
YFC(Youth For Christ), Campus Life 등이다.
부모는 청소년 단체들이 자녀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이런 것들이 점검되었다면, 책임감 있고, 복음주의 적인, 파라처치 청소년
단체들이 제공할 수 있는 장점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매우 유익한 프로그램
이런 단체들은 모든 구성원들에게 유익이 될 여행, 특별활동, 음악회,
강연초청 등을 후원한다.
2. 보살피는 리더스텝진
일에도 집중의 원칙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단체의 대상이 고등학생이라면,
그 지도자들은 그 목적에 맞게 잘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어린아이들과 보내는 시간, 우정을 만드는 일, 카운셀링 등의 분야가
계획되어야 한다.
3. 새로운 관점
종종 어린 자녀가 에서 자라나면 그는 '기초적인 신학'을 당연시
해서 케케묵은 생활방식으로 빠지기가 쉽다. 복음을 듣고 또 다른 시야에서
그것의 함축된 의미를 살피고 하는 것이 개인의 시야를 넓혀서 인생을
바꾸어 줄 만한 진리로 이끌어 준다.
4. 새로운 친구들
나 성장 배경이 다른 이웃에서 온 여러 학생들이 모인 특별한
'모임'에 들어가게 됨으로 해서 우리 자녀들이 더 많은 친구를
사귀고 그 영역을 넓히게 된다.
5. 초교파적 활동
흥미로운 현상은 서로 다른 환경의 에서 온 학생들이 같이
모여서 성경공부를 한다는 점이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대답을
예견하지 못한다. 또한 각자가 전혀 새로운 통찰력으로 성경을 배운다.
6. 전도할 기회
기독학생들은 특별한 복음주의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친구들을
예수님께로 이끌어 오는 것을 강조한다.
파라처치 단체들이 시골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옆에서 보조하는
역할로 생겼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자녀들은 활동적인 참여를
함으로써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Campus Life 전국고문, Southeast Louisiana YFC대표 총무
* 한국의 대학교수
- 학생 눈치봐야 한는 교수.....이은희
2학기를 시작하면서 들어가는 강의실마다 학생들에게 대학교육의 수요자가
누구인지를 질문했다.
학생들은 한결같이 『우리들』이라고 답했다.
『여러분 이외의 수요자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아무도 답을 하지 못했다.
필자가 몸 담은 대학에서는 학기를 마친 뒤 학생들이 자신이 들은 강의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되어 있고, 그 결과를 교수들의 업적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나아가 학생들이 인터넷으로 강의 평가를 하지 않으면 자신의 성적을 확인할
수 없도록 해서 강의 평가율은 거의 100%에 달한다.
학생들의 강의 평가는 대학교육의 수요자가 전적으로 학생뿐이라면 좋은 제도이다.
그러나 학생들을 데려다 쓸 사회도 대학교육의 또 다른 수요자인 만큼,
대학교육은 이들의 요구에도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들은 교과 내용을 잘 요약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강의를 좋아한다.
그러나 스스로 자료를 찾고 공부해 보고서를 내는 것은 매우 싫어한다.
어려운 보고서는 더더욱 싫어한다.
현대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은 문제 해결 능력이다.
사회는 여러분에게 정답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것을 여러분이 찾아내야 한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소용이 없다.
학생들은 특히 발표하는 것을 싫어한다.
학생들은 또 정해진 범위 안의 내용을 암기해서 시험 보는 것을 선호한다.
응용 문제를 내면 시험 범위 밖 아니냐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이 정도가 내가 파악한 학생들의 마음이다.
어쨌든 이번 학기부터 나는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니 수요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교육을 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과제의 양이 너무 많고, 과제가 어려워 힘 들다고 했다는 것을 강의
평가 결과와 학생들과의 면담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성적 평가 방법도 학생들로 하여금 선택하게 했다.
물론 학생들은 내가 제시한 두 개의 선택안중 과제의 양이 현격하게 적은 안을
선택했다.
보고서도 좀더 쉽게 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지난 학기에 나는 학생들로부터 60점도 안 되는 강의 평가
점수를 받았다.
이 점수는 우리 대학 전체 평균 점수인 68점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나는 예전의 나의 소신대로 강의를 이끌고 갈 자신이 없다.
더군다나 소신대로 했다가 강의에 수강생이 많이 몰리지 않으면 신임교수 채용은
물론이고 내가 속한 전공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나는 나에 대한 업적평가 점수와 상관없이 소신껏 강의하지 못하는 못난 스승이 되어서 슬프다.
강의 평가 결과는 물론 교수들로 하여금 자신의 강의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한다고 하면서 수요자가 누구인가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이 수요자를 오로지 중-고생
뿐이라고 생각하고 이에 맞추어 교육을 한다면 그 학원은 곧 문을 닫을 것이다. 왜냐하면 학원을 더 다니게 하느냐, 혹은 다른 학원으로 바꾸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학생들이 아니라,
확실하게 잘 가르쳐서 성적을 올려주기를 기대하는 학부모들이기 때문이다.
(인하대 교수·소비자 아동학과) - 조선/9/27/99 -
* 교수가 변해야 대학이 산다......김형기
요즘 대학교수들은 서로를 'BK교수'와 'MD교수'로 나눠 부른다. BK는 버거킹, MD는 맥도날드의 약자다. 한쪽은 'BK 21' 사업단에 선정된 교수를, 다른 한쪽은 그렇지 못한 교수를 뜻한다. 이런 자조적인 조어가 나올만큼 'BK 21'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BK 21'의 요지는 교수가 거느리는 대학원생들의 '급여'를 정부가 내주는 것이다. 액수는 석사과정이 월 40만원, 박사과정이 60만원이다. 탈락 교수들이 가슴을 치는 것은 당장 못받는 얼마간의 돈 때문 만은 아니다. 앞으로 대학원생 모집공고 문안은 'BK학과'와 그렇지 않은 학과로 구분될 것이고, 학생들은 이왕이면 'BK교수' 밑에 모이려 할 것이다. 좋은 학생을 뽑은 교수는 좀더 나은 논문을 쓸 기회가 많아질 것이며, 그 이후는 '빈익빈 부익부'의 가속 순환이다. 서울대가 독식하다시피 한 'BK 21' 결과를 놓고 대학사회가 혼란과 갈등에 휩싸여 있는 것은 이렇듯 현실적 이해가 걸려 있는 까닭이다.
'BK 21'의 이데올로기와 방법론을 둘러싼 시비는 쉽게 식지 않을 전망이지만, 그와 별개로 간과해서 안될 중요한 시사점이 둘 있다.
하나는 대학의 무한경쟁 시대가 가시적으로 개막됐다는 사실이다. 'BK21'은 옳든 그르든, 좋든 싫든, 대학들이 생존을 위한 치열한 투쟁에 들어가야 함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설령 'BK21'이 흐지부지되거나 백지화되는 상황이 올지라도, 한번 구르기 시작한 경쟁의 바퀴는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설마 해온 대학의 '도산'이 실제로 일어날 것이다.
경쟁체제에 먼저 들어간 미국에서는 지금도 매년 15개 정도의 대학이 문을 닫는다. 70년대까지 정부지원으로 '황금시대(Golden Age)'를 누린 미국 대학들은 80년대 경제 침체와 함께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생존 노력은 눈물겨웠다. 사립대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고고학, 철학 등 '장사'가 안되는 기초학문은 주립대에 맡기고 경영, 공대 쪽 프로그램을 늘렸다. 교수를 해고하고 학생서클을 폐쇄했으며 도서관 서비스를 축소했다. 명문대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등록금을 올리고, 비명문대는 고육지책으로 '가격파괴'를 하는 출혈경쟁이 공공연히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버티지 못한 대학들이 쓰러져 나갔다. 공립도 예외가 아니었다. 20개 캠퍼스를 가진 캘리포니아주립대는 92∼ 93년 교수요원 163명을 해고하고 1000명을 휴직시켰으며, 5만6000 강좌 가운데 5000개를 폐강했다. 대학들은 너도나도 성인고객을 끌기 위한 파트타임 강좌를 늘리고, 아시아 등지의 유학생을 유치하려 안간힘을 썼다. 지금은 사정이 나아졌지만, 경쟁력 없는 대학의 도태는 이미 일상 현상으로 굳어졌다.
미국 대학들이 택한 대표적 생존전략은 특화였다. 그 결실은 매년 발표되는 대학 랭킹으로 나타난다. 르윈스키가 나온 오리건주 루이스 앤 클라크대는 '시골 대학'이지만 환경법 분야에선 최고봉이다. 세라믹공학은 알프레드대, 해양학은 UC샌디에이고가 으뜸이다. 정치학도 예일은 미국정치, 하버드는 중국정치, 미시간은 중국-일본정치로 특화돼있다.
'BK21'파문이 주는 또하나의 시사점은 서울대를 향한 경고다. 특혜를 독점한 서울대가 그에 상응하는 도약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직무유기' 정도의 가벼운 비난으로 면탈되지 못할 것이다. 'BK21'은 서울대가 아시아권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우물안 개구리'의 오명을 벗고 진정으로 강해져야 한다는 부담을 지워준 셈이다.
새로 전개될 무한경쟁시대에 가장 앞서 바뀌어야 할 그룹은 누가 뭐래도 교수들이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를 지낸 헨리 로소프스키는 대학을 야구팀에 빗대 총장은 구단주, 학장은 감독,
교수는 선수, 학생과 동문은 관중이라고 보았다.
그중 누가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지는 자명하다. - 조선/9/18/99 -
* 대학사회 교수 '철밥통' 깨진다
이화여대 A조교수는 이번 2학기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해 학교를 그만두었다. 쫓겨났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 모른다. 외국 저명 저널에 발표한 논문 수가 기준에 못미치는 데다, 강의를 들은 학생들의 수업평가가 나빠서였다.
연세대 B조교수는 3년 만에 부교수가 됐다. 3년 동안 사회과학 국제학술지(SCI)와 국내 학술지에 30여편의 논문을 게재, 승진에 필요한 최소연한인 4년을 다 채우지 않고 승진한 것이다.
전임강사나 조교수가 되면 부교수, 정교수로 자동 승진하고, 정년까지 임기가 보장되던 우리 교수사회의 해묵은 관행이 급속히 깨지고 있다.
이달 초 2학기 교수 승진심사를 끝낸 연세대는 승진 대상자 72명중 26명만 승진시켰다. 승진율 36%는 개교 이래 최저 수치다. 서울대에선 올해 118명의 승진 대상자중 78명이 단과대 심사를 통과했으며, 그 78명중 6명은 대학본부 심사과정에서 탈락했다. 대학본부 심사에서 승진에 탈락한 것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화여대에서는 올해 승진 대상자 81명중 57%인 46명만 승진했다. 지난해까지 교수승진 비율은 90% 안팎이었다. 성균관대는 2학기에 48명의 승진 대상 교수중 12명을 탈락시켰다. 승진 심사위원 5명중 2명은 반드시 타대학 교수로 채우는 등 새로 마련된 심사규정을 엄격히 적용한 결과다.
승진연한이 되지 않았는데 진급하는 교수도 나오고 있다. 아주대 경영학부 윤정구(39) 교수는 조교수 된 지 3년 만에 부교수로 승진했다. 부교수 최소 승진 연한(4년)을 뛰어넘은 것이다. 그는 지난 3년간 국제학술지에 9편, 국내학술지에 3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승진 심사 강화는 교수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연세대 한상완(58) 연구처장은 "'섭섭하다', '불안하다'는 반응이 많지만, 연구를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공대의 한 교수는 "교수들간에 논문쓰기 경쟁이 불붙은 듯하다"며 "올해는 게재 논문 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했다. 포항공대 교수들의 SCI 게재 논문 수는 96년 332편에서 97년 442편, 98년 566편으로 늘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96년 1329편, 97년 1542편, 98년 1618편으로 늘어났다.
이런 와중에 연세대는 2학기에 연구실적이 우수한 교수 154명의 수업시간을 9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여주었다.
교수들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화여대 송희준(47) 기획처장은
"이제 교수사회에 실력 없는 교수가 머무를 수 있는 사각지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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