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시편 47편 1~9절
[서론]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늘 정당한 권력과 진정한 질서를 갈망합니다. 통치자의 이기심과 불의에 신음할 때마다, 인류는 온 세상을 정의와 사랑으로 다스릴 참된 왕의 등극을 기다려 왔습니다.
영국의 위대한 작곡가 조지 프레드릭 헨델(G. F. Handel)이 작곡한 오라토리오 <메시아(Messiah)>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웅장한 찬가인 ‘할렐루야(Hallelujah)’ 코러스가 등장합니다. 1743년 런던 국왕극장에서 이 곡이 처음 연주될 때, 영국의 국왕 조지 2세는 “세상 나라가 우리 주와 그의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어 그가 세세토록 왕 노릇 하시리로다”라는 가사와 웅장한 나팔 소리가 터져 나오자 감격에 겨워 자리에서 스스로 일어섰습니다. 지상의 절대 군주조차 하늘의 참된 왕이신 하나님 앞에 왕관의 무게를 내려놓고 고개를 숙인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살펴볼 시편 47편은 바로 그 헨델의 ‘할렐루야’ 코러스가 가진 우주적 환희와 승리를 담아낸 ‘왕의 등극시(신왕시)’입니다. 시편 기자는 단순히 관념 속에 갇힌 하나님이 아니라, 역사 속에 친히 승리하시고 우주적 보좌에 오르신 왕을 향해 온 몸과 지성으로 환호하라고 촉구합니다.
오늘 본문을 중심으로, 이것이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그리고 철학적으로 우리 존재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를 깊이 묵상하며, 오늘날 교회와 성도가 살아가야 할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 손뼉을 치며 온 삶으로 왕을 환호하라
1절의 "너희 모든 만민들아 손바닥을 치고(티케우)"에서 ‘티케우(תִּקְעוּ)’는 "손뼉을 치라"는 의미로 왕의 대관식이나 승전식에서 온몸으로 기쁨을 표출하는 신체적 행동입니다.
철학 현상학에서 지적하듯, 인간의 진정한 감정과 경외감은 머릿속 관념에 머물지 않고 ‘몸의 표현(Embodiment)’을 통해 비로소 완숙해집니다. 왕의 승리를 직면한 인간은 무감각하게 서 있을 수 없으며, 손뼉을 치고 소리를 지르는 신체적 환희로 참된 존재의 기쁨을 경험합니다.
신약에서 이 환호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승리의 입성으로 완성됩니다. 사망 권세를 깨뜨리시고 승리하신 예루살렘 입성 당시, 무리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호산나"를 외쳤습니다.
헨델의 <메시아> 연주회에서 국왕을 포함한 온 회중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치며 환호했듯, 구원받은 백성은 승리하신 왕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성도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건조하고 신앙을 무감각한 관념으로 소비하곤 합니다. 그러나 왕이신 하나님을 예배하는 우리 예배는 살아있어야 합니다. 억지나 의무감이 아닌, 나를 위해 승리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앞에 손뼉을 치고 찬양하며, 온 삶의 몸짓으로 기쁨을 표출하는 동적인 예배와 삶을 회복해야 합니다.
둘째, 승리하시고 보좌에 오르신 왕을 바라보라
5절의 "하나님께서 즐거운 함성 중에 올라가심이여(알라)"에서 ‘알라(עָלָה)’는 "올라가시다/등극하시다"는 의미로 승리한 왕이 전쟁을 마치고 보좌에 올라 다스리기 시작함을 뜻합니다.
정치철학적으로 인간 사회의 모든 불안과 혼란은 ‘정당한 보편적 주권의 부재’에서 옵니다. 시편 기자는 한 제국이나 한 사람의 독재가 아닌, 우주적 정당성과 정의를 가지신 하나님께서 보좌에 오르셨음을 선포함으로써 세상에 진정한 질서와 평화가 도래했음을 고백합니다.
이 '알라(등극)'의 역사적 사건은 신약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Ascension)으로 완전히 성취됩니다. 십자가에서 모든 죄와 대적의 권세를 멸하신 예수님은 나팔 소리와 함께 하나님 우편 보좌로 올라가셨습니다(엡 1:20-22).
헨델의 메시아 3부에서 선포되듯, 하늘 보좌에 오르신 예수님이야말로 "만왕의 왕이요 만주의 주(King of Kings, Lord of Lords)"이십니다.
성도는 이 세상의 눈에 보이는 통치자나 경제적 상황에 휘둘리는 존재가 아닙니다. 지금도 우주와 역사를 온전히 다스리고 계신 보좌 위의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내 삶의 주권을 하나님께 온전히 이양하고, 세상의 어떤 혼란 속에서도 "나의 왕께서 지금 보좌에 계시며 다스리신다"는 철저한 영적 확신과 평안을 누리며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셋째, 지혜의 시로 만민을 통합하시는 왕을 노래하라
7절의 "지혜의 시로(마스길) 찬양할지어다"에서 ‘마스길(מַשְׂכִּיל)’은 "지혜의 시"라는 의미로서 단순한 감정적 열광을 넘어, 하나님의 성품과 우주적 이치를 ‘깊이 깨달은 통찰력 있는 이성적 노래’를 의미합니다.
스피노자가 말한 '하나님에 대한 지성적 사랑'처럼, 시편 47편의 찬양은 감정과 지성이 완벽히 조화를 이룹니다. 이 지혜는 9절에서 "뭇 나라의 지도자들이 모여 아브라함의 하나님의 백성이 되도다"라는 보편적 평화와 통합으로 열매 맺습니다.
이 보편적 통합은 신약의 대위임령과 온 열방의 교회가 하나 됨으로 드러납니다. 유대인과 이방인의 담을 허무시고, 복음 안에서 온 세상 모든 민족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불러모으신 그리스도의 지혜가 교회 안에서 완성된 것입니다.
헨델이 자신의 음악을 통해 신분과 국경을 넘어 모든 사람에게 신적 위로와 진리를 전달했던 것처럼, 복음은 이념과 계층을 넘어서는 우주적 지혜입니다.
교회는 맹목적인 감정적 열광에 그치는 신앙을 경계하고, 말씀의 진리를 깊이 깨닫는 ‘지성적 영성(마스길)’을 갖추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이 세상 속에서 만민을 하나로 모으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세상 속에서 소외된 이들을 품고 평화를 만드는 '통합의 통로'로 살아가야 합니다.
[결론]
헨델이 <메시아>의 '할렐루야' 코러스 원고 끝에 남긴 유명한 문구가 있습니다. "Soli Deo Gloria"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헨델은 자신의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과 지성을 다해, 왕이신 하나님을 향한 가장 웅장한 '마스길(지혜의 시)'을 만들어 바쳤습니다. 그리고 그 선율은 지상의 왕조차 보좌에서 내려와 손뼉을 치며 환호하게 만드는 우주적 울림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시편 47편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에게 하나님은 과연 당신의 삶과 온 땅을 다스리시는 진짜 왕이십니까?"
ㆍ이제 승리하신 왕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손뼉을 치며(티케우, תִּקְעוּ) 온 삶으로 기뻐합시다.
ㆍ세상의 흔들림에 두려워하지 말고 하늘 보좌에 등극하신(알라, עָלָה) 왕을 바라보며 담대히 살아갑시다.
ㆍ그리고 말씀의 깊은 지혜(마스길, מַשְׂכִּיל)를 품고, 갈라진 세상을 하나로 잇는 참된 왕의 백성으로 살아갑시다.
온 땅의 왕이신 주님께 우리의 온 삶을 담아 영원토록 지혜의 노래를 올려드리는 복된 성도와 교회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