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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의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 문라이즈 킹덤 - Moonrise Kingdom >
여기...
1965년 여름의 끝, 뉴 펜잔스 섬을 발칵
뒤집어놓은 기상천외 실종 사건,
그 애틋하고 잔망스러운 첫사랑의 서사
<문라이즈 킹덤> 이 있습니다.
화면엔 칙호 인디언의 수확기 이동통로에
대해 설명해주는...
약간은 비현실적인 빨간 색 코트를 입은
지리 선생님이자, 이야기의 내레이터
(밥 밸러번 분)가 등장하지요.
샘과 수지의 사연은 태풍이 섬을 덥치기
3일 전부터 시작됩니다.
일찍이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위탁가정을
전전하는 카키 스카우트의 12살 소년
샘 샤쿠스키(자레드 길먼 분).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친구라곤
라디오와 책, 고양이밖에 없는 12살 소녀
수지 비숍(카라 헤이워드 분).
샘은 교회 학예발표회에서 한 눈에 자신의
이상향 수지를 알아보죠.
샘은 아이 같은 수줍음이나 머뭇거림 없이
까마귀 분장을 한 수지에게 확신의 눈빛으로
“바로, 너“ 라고 호명합니다.
수지 역시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을 알아봐 준
샘을 좋아하게 되죠.
그 후 동갑내기 둘은 펜팔을 통해 상처와
외로움, 또 서로의 비밀을 나누며 점점
가까워집니다.
샘은 묻지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수지는 답합니다.
" 모험을 할거야. 한군데서 살기 싫거든..."
그렇게, 맘이 통하며 서로를 보듬어주는
유일한 소울 메이트가 된 샘과 수지는,
둘만의 아지트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하고
필요한 준비물들을 챙겨 약속 장소로
향하죠.
몇 시간 후 샘과 수지의 실종 사건으로 인해
뉴 펜잔스 섬은 발칵 뒤집힌 채,
수지의 부모님, 경찰과 카키 스카우트
대원들은 둘의 행방을 찾아 수색 작전을
벌입니다만...
이 모든 것들이 뒤죽박죽되면서 영화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지요.
섬에 불어닥친 사상 초유의 폭풍을 맞아
명백히 드러나는 건 아이들과 달리 현실에
얽매인 어른들 사이의 대립입니다.
어른들 중 그나마 아이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스카우트 책임자
랜디 워드(에드워드 노턴 분)와 지역
보안관 샤프(브루스 윌리스 분)뿐이죠.
어른들에게 잡혀 잔뜩 기죽어 있는 샘의
건너편에 앉아 따뜻한 위로의 말을 해주고,
홍수가 났을 때 총대장 피어스(하비 카이텔
분)를 대신해,
아이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사람도
랜디였습니다.
샤프는 샘을 맡지 않겠다는 위탁가정 부모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렇지 않게 전기충격 치료 얘기를 꺼내는
마녀같은 사회복지사(틸다 스윈턴 분)에게
어처구니 없어 하죠.
당장 갈 곳이 없는 샘을 데려다 함께 저녁을
먹던 샤프는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너무 위험한
실수를 막는 게 어른들 일이란다."
샤프는 그렇게 샘에게 손을 건넸고...
위태로운 탑 위에 홀로 외로이 서있던
'아이' 샘은 온정어린 '어른' 샤프의 손을
잡지요.
12살 박이 소년과 소녀가 단지 함께 있고
싶어서 떠나는 로맨틱 판타지 < 문라이즈
킹덤 > 은,
누구나 감정이입이 가능한 '첫사랑의 마법'
같은 성장 동화입니다.
영화 제목은 두 아이가 함께 지낸 바닷가의
이름이지요.
샘과 수지는 그 곳이 비밀스럽고도 마법
같은 곳이어서 '문라이즈 킹덤(Moonrise
Kingdom)', 즉 '달이 뜨는 왕국' 이라고
이름을 짓습니다.
웨스 앤더슨은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들이 꿈꾸는 낙원 '문라이즈 킹덤' 에서의
금지된 사랑...
곧 벤자민 브리튼의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첫사랑, 첫일탈의 얘기를 솜씨있게
암유하죠.
하여, < 문라이즈 킹덤 > 은 한권의 그림책처럼
펼쳐지는데,
동화 같은 이야기에 대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색감이나 구도가 비디오 게임과
인터넷이 없던 시절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합니다.
어릴 적 기억을 끄집어내는 데야
웨스 앤더슨이 단연 으뜸이지요.
< 다즐링 주식회사 > 에서 기차를,
< 판타스틱 Mr. 폭스 > 에서 땅굴을 파낸
그입니다.
이번엔 보이스카우트에 꽂힌 게 분명하지요.
기존 웨스 앤더슨 영화에서 보아왔던
'어른 같은 아이' , '아이 같은 어른' 은
유사하지만...
차이라면 이번엔 아이들이 전면에 나서서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점이죠.
드라마 속 조숙한 아이들과 대척점의
대책없는 철부지 어른들은 등장인물 전체를
비슷한 또래 집단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뉴 펜잔스 섬에 불어닥친 태풍은 샘과 수지가
야영을 했던 5.2 km 고랑을 흔적도 없이
뭉개버렸지만... 그해 가을을 엄청난 풍년으로
보답해 주었죠.
샘과 수지가 더불어 일으켰던 소소한 일탈의
바람이 지나간 후 샘에겐 새로운 가족이
생깁니다.
이제 샘과 수지는 서로 굳게 의지하며
사랑을 키워나가겠지요.
영화 도입부엔 가위가 걸려있는
수지 가족의 빨간 집 그림이 나옵니다만...
피날레 신에는 샘이 그린 5.2 km 고랑의
그림이 담아집니다.
왜 쌍안경을 그리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수지는 "멀리 있는 게 가까이 보이잖아.
마치 내가 마술을 부리는 거 같아!" 라고
간단히 답하죠.
이 응답 속에 수지가 원하는 가족의 의미가
녹아들어 있는 겁니다.
가까이 있는 것들은 잘 보이지 않아도,
멀리 있는 것들은 더 가깝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수지의 참된 속내인 게죠.
그렇게... 격렬한 태풍같았던 거친 시간이
지나고 샘과 수지에겐 마냥 답답하고
벗어나고픈 집이 아닌,
행복한 시간을 오롯이 함께 했던 '둘만의
왕국 - 문라이즈 킹덤' 이 자리하게 됩니다.
1. 영화 <문라이즈 킹덤 - Moonrise
Kingdom> 트레일러 - https://youtu.be/
Q4hFZ2E-mp88
웨스 앤더슨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늘
세상으로부터 비스듬히 비켜나 있습니다.
어른들은 철이 없고 이 철없는 어른들때문에
아이들은 웃자라지요.
샘은 여름방학에 보내진 스카우트에서
캠핑 장비를 꼼꼼히 챙겨 도주하고,
수지는 동생의 레코드 플레이어와 자신의
‘완소’ 동화책들을 챙겨 몰래 집을
빠져나옵니다.
세상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오직
둘 뿐이라고 믿는 이 어린 커플은 무모하게
치밀하지요.
그들의 도주는 각자의 가정에서 아이들이
겪던 소외감과 꼭꼭 숨겨왔던 어른들의
부조리함을 동시에 폭로하는 계기가
됩니다.
샘이 캠프에 보내진 것은 여름방학 이벤트가
아니라 위탁 가정의 부모들이 그를 버리기
위해 꾸민 일이며...
수지의 엄마는 수지와 샘을 수색 중인
찌질한(수지의 표현) 보안관 아저씨와
불륜에 빠져 있지요.
카키 스카우트 마스터 랜디는 자신을
곤경에 빠뜨린 샘을 비난하기 앞서 샘에게
닥칠 미래의 불행에 마음이 아파 안절부절
못하고,
보안관 샤프와 비숍 부부는 자신들의
뒤틀린 관계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장편 데뷔작
< 바틀 로켓 >(1996)의 주인공 디그넌은
말하죠.
“세상은 몽상가를 필요로 해.”
어쩌면 이 대사야말로 앤더슨이 자신의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과 스스로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이 지고 나면 허무하게 사라지고 말
‘문라이즈 킹덤’ 일지라도...
그곳을 꿈꾸고 그 꿈을 단 하룻밤이라도
겪어본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웨스 앤더슨이 장인 정신의 미학으로
꼼꼼하게 기획한...
< 문라이즈 킹덤 > 의 허황함은 어떤 현실보다
더 강한 삶의 에너지를 품게 합니다.
< 문라이즈 킹덤 > 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영화이죠.
하지만 이 귀여움은 G등급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성향이 아닙니다.
엄마는 불륜을 저지르고, 가위로 옆구리를
찌르질 않나, 스누피가 화살맞아 죽고,
못 박힌 망치가 나오는 사뭇 컬트적인
깜찍함이죠.
귀여운 데 뭔가 무심한 듯... 시크하게
귀엽지 않은 걸 내보내는 식입니다.
하지만 그 귀엽지 않음조차도 결국엔
앙증맞음의 매력에 포함되어 자못 묘한
맛을 내게 하지요.
아직 어리지만, 어른들의 행동을 따라하며
얼른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샘과 수지...
아이들은 틀에 박힌 어른들의 경직적인
생각과 고루한 규칙, 색안경을 쓴 시선에
상처를 입고 자신들이 갇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샘과 수지는 어른이든 아이든 모든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아이나 문제아, 또는
구제불능으로 불리는 아이였습니다.
몽유병이 있는 샘은 실수로 불을 질렀고,
외톨이 수지는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깼지요.
수지의 야영 가방 속엔 책과 음반, 레코드
플레이어 등 실용적이 아닌 물건들로
가득해도,
샘을 찾으러온 캠프 아이들이 "저 자식,
돌았거든" 이라고 빈정댈 때도...
동병상련의 샘과 수지는 서로에게
이상하다거나 잘못됐다고 폄하하는 말을
결코 하지 않지요.
카메라에 담긴 뉴 팬잔스 섬은 어릴 적
꿈꿨던 동화 속 원더랜드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맞닥뜨린 세상은 판타지가
아닌, 삐딱하게 뒤틀리고 냉혹한 현실인
것이죠.
어른들의 눈에는 샘이 수지에게 선물한
귀걸이는 단지 낚시바늘에 불과했고,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감성은 그저 철없는
장난같은 것이었습니다.
샘과 수지는 서로 사랑해서 같이 있고
싶었다고 말하지만 어른들은 그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생각이 애당초 없어 보이죠.
편견과 압박의 횡포에 억눌려왔던 아이들은
그제서야 서로를 품어주기 시작하며
어른들의 세계에 맞섭니다.
샘과 수지는 서로의 상처를 다독거리며
우정어린 사랑을 나누고,
동료의 사촌형 벤(제이슨 슈워츠먼 분)과
캠프 아이들은,
'진짜 사나이가 되자' 라는 캠프 슬로건처럼...
'사나이답게 동지를 돕자' 며 둘을 향한
도움의 손길을 건네죠.
벤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린 샘과 수지...
이들 꼬마 부부(?)는 서로에게 다짐합니다.
"결혼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널 알게 돼 기뻐!"
웨스 앤더슨은 서사 구조로 보자면
보수적인 감독입니다.
시간과 사건은 그리 꼬이지 않으며
그렇다고 도발적인 전개도 등장시키지
않지요.
그는 스토리에 충실하게 영화를 만드는
감독인 겁니다.
앤더슨이 다른 감독들과 차별되는 것은
바로 '이야기 요소의 배합' 인 게죠.
< 문라이즈 킹덤 > 은 웨스 앤더슨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좀 인공성이 강한 축에
속합니다.
철저한 고증을 거친 1960년대의 복고적
무대이지만...
앤더슨은 이상할 정도로 이 세계의 '역사적
맥락' 을 재현하는 데는 무관심하지요.
대신 그는 이 시공간의 이마주만을 빌려와
필름을 직조합니다.
프랑소와즈 아르디, 행크 윌리엄스,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형형색색의
원색들과 패션들, 기막히게 이쁜 미국
북동부의 자연들이 그러하지요.
물론 영화 줄거리 자체도 전작들에 비해
문학적인 모티브가 강하다는 것도 지적해야
되겠습니다만...
고풍스러운 영미 문학들의 전통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위에 언급한 그토록 기묘하게 귀여운
상태도 한몫 합니다.
어두침침한 상황이 이어져도 심각한 감정에
빠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희극화 되어버리는
상황이 계속되죠.
짐 자무시가 그렇듯이 웨스 앤더슨의
코미디는 과장된 에너지가 싹 제거되어
있습니다.
카메라는 그들의 진지한 우스꽝스러움을
잘 짜여진 미장센에 무연스레 녹여내고...
해서, 웨스 앤더슨의 코미디는 전경 뿐만이
아니라 후경도 굉장히 중요하지요.
샤프 보안관과 수지의 엄마 로라 비숍
(프랜시스 맥도먼드 분)이 불륜이 들통났다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가운데...
남편 월트 비숍(빌 머레이 분)이 바이크를
만지작거리는 시퀀스가 그러합니다.
극 중 인물들은 이 모든 것을 진중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위트가 넘치는 대사를
서로에게 쏘아대죠.
앤더슨은 인생이란 희극도 비극도 아닌
그 중간의 무언가라고 보고 있는 게지요.
부서진 중산층 가정이 보여주는 뚱한 표정과
씁쓸한 유머... 바로 웨스 앤더슨 스타일의
정수(精髓)인 겁니다.
그 무언가에서 극 중 인물들은 불확실한
감정에 헤매고 후회하죠.
샘과 수지만이 그 확실치 않은 무언가에서
탈출해 확실한 사랑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
이 어드벤처는 곧 불확실함 속에 머물고
있던 인물들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돼줍니다.
무언가 새로운 걸 보여주지 않음에도...
때론 코믹하면서도 쌉싸름한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 있지요.
수지의 가족과 집을 보여주는 오프닝에선
마치 팝업 북을 만지는 듯한 재미도 있습니다.
클라이맥스의 미니어처 촬영도 빼놓을 수
없죠.
<작은 사랑의 멜로디> 와 <찰리 브라운>,
<파리대왕> , <오즈의 마법사> 등과 함께,
'60년대 ~ '70년대의 풍광... 그리고 비디오
게임과 인터넷이 없던 시절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합니다.
더불어 1960년대 뉴 펜잔스 섬의 재연이
관건였을 터...
고전영화에서 볼 법한 트래킹 숏과 패닝 숏에
1960년대 프랜치 시크의 대표주자
프랑수아즈 아르디의 '사랑의 시간'
(Le temps de l'amour)같은 소스들을
한껏 취합한 뒤,
그걸 인스타그램 앱에 한 시간쯤 넣고
빈티지한 색감으로 한껏 변형시킨 것 같은
모양새로 콜라쥬했지요.
- https://youtu.be/JAJzbx7rFiw
운명적 랑데부의 주인공이자 연인이 된
샘과 수지는 더 이상 영혼과 애정이 없는
집과 일상을 견딜 필요가 없습니다.
완벽한 사랑이 시작되었고, 자기를 알아주는
상대를 만났으니 ‘지금 떠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여행을 시작한 두 사람의 준비물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수지가 가져온 것들은 소녀의 취향을
대변하는 ‘수지스러운’ 책과 음반으로
가득하고,
샘은 수지를 지켜주기 위한 한 남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스카우트 소품들이
전부이죠.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드러나는
물품인 겁니다.
전혀 필요없어 보이는 준비물인 것
같아도...
샘의 스카우트 비품은 낮에 은신처를
찾기 위한 모험의 도구로,
수지의 책과 음반 또한 둘의 사랑을
이어주는 도구로 활용되죠.
수지는 샘에게 속삭입니다.
“ 내 가슴 만져도 돼. 앞으로 더 커질거야... “
사랑을 시작하는 소녀의 고백은 이렇듯
솔직하고 당돌하기 이를데 없지요.
어설픈 첫 프랜치 키스와 함께 둘 만의
해변에서 샹송 '사랑의 시간' 을 틀어놓고
마음껏 춤을 추는 샘과 수지...
이들이 벌이는 한여름의 발칙한 일탈은
현기증 같은 울렁임을 선사합니다.
그토록 아름답지만은 않았던 작은 섬에서
일어난 반항과 벗어남...
그 폭풍이 휩쓸고 지나가는 여정을 동화처럼,
때론 현실처럼 풀어낸 < 문라이즈 킹덤 >.
영화는 그토록 오래 전 잃어버린 첫 설레임,
첫 일탈, 첫 거짓말 같은 사랑의 원형들을
떠올리게 만들죠.
하여, < 문라이즈 킹덤 > 은 사랑이 떠오르는
캠핑장으로...
어른들에겐 오래 전 꿈꿨던 불손한 동화로...
아직도 어른노릇 하기가 살짝 엇박자이고
싶은 키덜트들에겐 아련한 향수 같은
영화로 다가옵니다.
2. < 문라이즈 킹덤 - Moonrise Kingdom >
사운드 트랙
특유의 감성적 터치와 색감, 자신만의
스타일과 독창적 미학으로 뛰어난 미장센을
선보이는 감독 웨스 앤더슨.
영상과 절묘하게 매칭시키는 그의 음악적 센스
또한 탁월하기 그지 없지요.
앤더슨은 < 문라이즈 킹덤 > 에서
드라마틱함과 표현의 풍부함이 특징인
영국 클래식 음악의 아이콘 '벤자민 브리튼' 의
음악을 스토리 텔링의 주축으로 활용했습니다.
여기에 슈베르트와 생상스의 낭만적 곡들도
살짝 얹혀집니다만...
그는 10살 무렵 초등학교 오페라 공연에서
불렀던 노래들이 늘 기억에 남았다고
추억하죠.
그 아련한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재현하며 만든 영화가 < 문라이즈
킹덤 > 입니다.
감독이 어릴 적 노래했다는 작품은 브리튼의
단막극 오페라 < 노아의 방주 - Noyes
Fludde > 였지요.
영화에서도 샘과 수지가 세인트 잭 교회에서
이 오페라 공연에 참여하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2-1. 벤자민 브리튼 '청소년의 관현악을
위한 입문'(The young person's guide
to the orchestra), Op. 34
- 부제: '헨리 퍼셀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Variations & Fugue on a theme
of Henry Purcell)
영화의 오프닝 신에서 수지의 동생들이
듣고 있는 라디오에선 "오케스트라의 많은
악기는 어떻게 같이 연주할까요?" 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그에 대한 답은 "각 악기별로 연주하고
또 전체가 다 함께 연주(Tutti)하여
하나의 곡을 만든다" 는 것이었죠.
현악기, 목관악기와, 금관악기, 또 타악기처럼
각기 다른 사연과 특징을 갖고 있던
아이들은 하나가 되어 '아이들만의 세계' 를
만들어냅니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악기별 파트와 전체의
관계로 설정하며, 배우들 각각의 연기 또한
서로 어우러져 오케스트라와 같은 작품이
된다는 해석인 셈으로,
이는 극 중 인물들의 관계에 대한 은유적
설명으로도 변주되지요.
뉴욕 필 상임지휘자였던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한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은
그렇게...
< 문라이즈 킹덤 > 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해줍니다.
- 샤를르 뒤투와 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https://youtu.be/Z8_LNylgsac
- 에드워드 가드너 지휘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 제니 오구터 해설
https://youtu.be/FNVx0G5PIfE
2-2.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오리지널 스코어
웨스 앤더슨 감독과의 <판타스틱 Mr. 폭스>로
당시 세 번째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올랐던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 문라이즈 킹덤 > 스코어를 맡은 그는
'60년대 프랑소와즈 아르디의 '사랑의 시간'을
샘과 수지 만의 은신처 테마음악으로 썼지요.
또한 웨스 앤더슨이 자신의 어린시절 체험을
반영한 음악으로,
번스타인과 브리튼이 해석한 음악에 맞춰
그 분위기를 재현하는 곡을 그대로 쓰거나
재구성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오리지널 스코어로 7부로 구성된
표제음악적 교향시 풍의,
'The Heroic Weather'(Conditions of the
Universe)는,
스크린을 휘감으며 오묘하고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죠.
특히 엔딩 크레딧과 함께 흐르는 'Part 7 :
After the storm' 은,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과 호흡을 맞추며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을 오마주하죠.
- 'Part 1: A veiled mist'
https://youtu.be/Jw_6S8gFl3Y
- 'Part 2: Smoke / Fire'
https://youtu.be/i2QE8hyMFfA
- 'Part 3 : The salt air'
https://youtu.be/bw8opRbPvPE
- 'Parts 4~6 : Thunder, Lightning, and Rain'
https://youtu.be/s2_vXubB61A
- 'Part 7: After the storm'
https://youtu.be/PG2A1_UURzsc
2-3. 'Camp Ivanhoe Cadence Medley'
- 피터 야비스 와 그의 드럼 Corps
https://youtu.be/gtjtdZf-CCNg
< 문라이즈 킹덤 > 화면의 구도는 묘하게
대칭적이면서도 완벽한 대칭은 아닙니다
이런 '대칭적인 느낌의 비대칭성' 은 이른바
'대칭남' 으로 불리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미장센을 더 미려하고 흥미롭게 만들었죠.
그는 할리우드의 대각선적 배치와 이동이
아닌, 직선적 동선과 중앙적인 인물 배치
프레임을 활용했는데...
곧, 영화 속 등장 인물을 수평, 수직선 상에
배치해 평면적인 화면을 만들다가도,
정면, 정측면 등 카메라 앵글과 시선의 방향을
달리하거나 주인공들의 동선을 좌우로
이동시키면서,
화면에 깊이와 입체감을 더하며 관객들을
스크린에 퐁당 빠지게 합니다.
완전한 균일성은 아닌... 무엇인가(비대칭
포인트)를 남겨두는 프레임인 게죠.
아울러 실제 장면에서 그림으로 변용되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영화의 동화성에
사랑스러움을 증폭시키는 감초 역할을 해줍니다.
2-4. 벤자민 브리튼 '단순 교향곡(Symple Sympony),
Op.4 - 'Playful Pizzicato'
: 벤자민 브리튼 지휘 잉글리시 챔버 오케스트라
https://youtu.be/H2bXOv9VlCs
실은... 극 중 샘과 수지의 모험은 서로에
대한 동정(同情)에서 출발하죠.
부모가 있든 없든 우리는 너무 외로운
존재들이고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아이들을 ‘통’(通)하게 한 겁니다.
그들을 맹렬하게 뒤쫓던 카키 스카우트
대원들이 적극적인 조력자를 자처하게
된 것도,
샘이 ‘머리를 까고 뇌를 자를 만큼’ 미운 녀석은
아니며...
더욱이 ‘불쌍한 고아로 자랐다면 좀 밉상일
수도 있지 않은가’ 라는 데 통 크게(?)
합의하면서부터이죠.
어른들 역시 그들의 사랑을 지켜보며...
짝사랑 끝에 홀로 남은 노총각 부터 끊임없이
상처만 주고받았던 부부,
또 대원 장악력이 제로에 가까운 무능력한
인솔 책임자에 이르기까지,
불쌍한 군상들의 자화상을 투사하게 됩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외롭고 불쌍한
존재가 아니던가요?
2-5. 행크 윌리암스 'Kaw-Liga'
https://youtu.be/7FY7RWJAtJQ
2-6. 벤자민 브리튼 오페라 < 노아의 방주 -
Noye's Fludde >, Op. 59
- 'The spacious firmament on high
https://youtu.be/Raz8kxd0Q7U
- 'Noye, Noye, Take thou thy company'
: 잉글리시 오페라 그룹 오케스트라
https://youtu.be/17cSnAH7AWA
2-7. 벤자민 브리튼 오페라 < 한여름밤의 꿈 -
A Midsummer Night's Dream > 2막 중
'On the ground, sleep sound'
https://youtu.be/d8CfyOkQCRk
2-8. 행크 윌리암스
'Long gone lonesome blues'
https://youtu.be/UDRzixp1Fvw
2-9. 카미유 생상스 < 동물의 사육제 -
Carnaval des Animaux > 제10곡
'큰 새장(Voliere)'
-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 뉴욕 필하모닉
https://youtu.be/__cWrA6ptGM
- 스테파노 티시알리스 지휘
아테네 스테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
https://youtu.be/KZh_21c0qRY
2-10. 'Le temps de l'amour'(Time to love)
- 프랑수아즈 아르디
https://youtu.be/F9we8i2Lj5w
2-11. 슈베르트 '음악에(An Die Musik)'
- 알렉산드라 루브너 노래,
크리스토퍼 마니엔 피아노
https://youtu.be/w29SCZKJgxw
슈베르트 '음악에' 가 흐르는 가운데...
붙들려 되돌아온 수지는 화장실 욕조에서
엄마와 얘기를 나눕니다.
"엄마가 찌질이 보안관 아저씨와 만난다는 걸
다 알고 있어."
아이 가방에서 책 '문제아 키우기' 를 발견한
엄마...
그녀는 "찌질이 아니거든" 이라며 한숨을
내쉬죠.
"오! 가여운 수지, 왜 네 인생은 이렇게
힘든 거니?"
수지는 당돌하게 묻습니다.
"우린 사랑해, 같이 있고 싶어. 그게 뭐가
잘못된 거야?"
2-12. 행크 윌리암스의 'Ramblin' Man'
https://youtu.be/V41gDDWEPso
2-13. 벤자민 브리튼의 어린이를 위한
12개 합창곡 < 금요일 오후 : Friday
Afternoons > Op. 7 - 'Old Abram Brown'
https://youtu.be/_KnfIRT3O0M
벤자민 브리튼은 소년의 감성으로 어린이를
위한 합창곡을 많이 썼는데요.
이 < 금요일 오후 > 는 그가 한 학교의 어린
학생들을 위해 작곡한, '피아노 반주에 의한
12개의 합창곡' 입니다.
스코어로 쓰인 마지막 곡 'Old Abram Brown' 은
돌림노래 형식이지만, 그밖의 곡은 모두
유니슨(제창) 형식의 노래이죠.
원제는 'Twelve songs for schools' 였지만
학교 음악수업이 금요일 오후에 있었기에
위와 같이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특히 'A New Year Carol' 은 상처받고 지친
영혼을 치유해 줄 힘을 실어주죠.
- '쿠쿠(Cuckoo)'
https://youtu.be/l9CD48sDUoA
- 'A New Year Carol'
: Columbus Children's Choir New
World Singers
https://youtu.be/WRHrGlTBJ9U
- 李 忠 植 -
첫댓글 수지는 샘에게 속내를 털어 놓습니다.
"난 항상 내가 고아였으면 했어.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그렇거든. 난 그들의 삶이
더 특별하다고 생각해."
정말 고아(orphan)인 샘은 말하죠.
"난 널 사랑해. 하지만 넌 고아가 된다는 게
뭔지 몰라."
수지는 화답합니다.
"나도 사랑해!"
< 문라이즈 킹덤 > -알렉상드라 데스플라
사운드 트랙 'After the storm' : 악기 해설
엔딩 크레딧에선 어린 아이가 해설자로 나서,
음악 감독 '알렉상드라 데스플라'의 필름 스코어
<The herioc weather> 의 파트 7 'After the
storm' 에서 연주되는 악기(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건반악기)들을 하나하나 소개해주죠.
먼저 메트로놈이 시간을 세팅하고...
'하프, 일렉트릭 기타, 파치카토 첼로, 플루트,
피콜로, 우르켈레, 클래식 기타, 밴조,
우드 블록스,
두대의 하프, B3 오르간, 칠레스타, 비브라폰,
피아노, 피치카토 바이올린, 더블베이스,
두개의 종, 심벌즈, 글로겐슈필, 피아티, 심벌즈,
스네어 드럼(작은북), 그로세 키사(Grosse
Caisse: 큰북), 팀파니,
16명 바리톤과 베이스,
실로폰, 바순, 클라리넷, 프랜치 호른,
테너 섹스폰, 트럼본, 튜바, 트럼펫, 트라이앵글...'
참 많지요!
마지막엔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Thank you
very much)' 로 마무리합니다.
https://youtu.be/9f1KhGdO9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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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과 수지의 결혼'(The Wedding)
https://youtu.be/fQ0Pl8Woi5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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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라이즈 킹덤 > 예고편
https://youtu.be/Q4hFZ2E-m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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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브리튼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The young person's guide to the orchestra
: 부제 '헨리 퍼셀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https://youtu.be/Z8_LNylgsac
- 에드워드 가드너 지휘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 제니 오구터 해설
https://youtu.be/FNVx0G5P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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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temps de l'amour'(Time to love)
- 프랑수아즈 아르디(Françoise Hardy)
+ english lyrics
https://youtu.be/z2Jg3mORye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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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브리튼의 '노아의 방주'(Noye's
Fludde) Op. 59
- 'The Spacious Firmament On High
https://youtu.be/Raz8kxd0Q7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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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브리튼의 '심플 심포니', Op.4
- 'Playful Pizzicato'
: 벤자민 브리튼 지휘 잉글리시 챔버
오케스트라
https://youtu.be/H2bXOv9Vl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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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브리튼의 'Friday Afternoons'
- 스테판 샌즈 지휘, 섬머세트 힐스(2013)
https://youtu.be/JnKfZiQyPh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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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라이즈 킹덤 >오프닝 크레딧
- 벤자민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The young person's guide to the
orchestra)
https://youtu.be/9xb7rGRyC2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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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브리튼의 < A Midsummer Night's
Dream > 2막 중 'On the ground, sleep
sound'
https://youtu.be/d8CfyOkQC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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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즈 킹덤> 의 타이틀 롤 소년 샘과 소녀
수지를 연기했던 자레드 길럼과 카라 헤이워드...
흥미롭게도 이 아이들은 4년 후 짐 자무시 감독의
< 패터슨 >(2016)에서도 버스에 탄 학생 커플로
나옵니다.
12살 배기 어린 아이들이 청년으로 자라
무정부주의(Anarchist) 대학생 역으로 카메오
출연했던 게지요.
< 문라이즈 킹덤 > 의 줄거리는 수지가 가져온
책의 북커버 아트웍을 통해서도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지요.
1. Shelly & the Secret Universe
2.The Francine Odysseys
3.The Girl from Jupiter
4. Disappearance of the 6th Grade
5. The Light of Seven Matchsticks
6. Return of Auntie Lorraine
극 중 옥수수(Corn)' 에 대한 언급이 꽤 많죠.
랜디 워드가 읽는 잡지 이름은 'Indian Corn' 이며,
샘이 사용하는 담뱃대는 옥수수대로 만들었고,
수지의 세 남동생은 저녁으로 옥수수를 먹으며,
영화 마지막엔 옥수수 풍작에 관해 언급합니다.
샘의 위탁가정 부모는 사고를 계속 친다는 이유로
샘을 다시는 안받기로 결정합니다.
아주 차갑게 아이를 내친 거죠.
사회복지사는 마치 감옥같은 보호소에 샘을
보내자며,
전기충격 치료 같은 가혹한 장치를 대수롭지
않게 운운하며 어린 샘을 겁박합니다.
수지에게 너무도 무심했던 엄마 로라와
아빠 월트는,
"두번, 말 안한다" 는 말꼬리와 함께 딸에게
일상적인 압박과 명령을 가하죠.
게다가 엄마 로라는 경찰소장 샤프와 바람까지
피워대며, 소녀 수지의 마음을 뒤엉키게 합니다.
벤자민 브리튼은 14개의 오페라 외에도...
수많은 관현악곡, 협주곡, 발레곡, 실내악곡,
합창곡 과 가곡 등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곡을 다양한 레벨(전문가와 아마추어를
아우름)의 연주자를 위해 쓴 다작의 작곡가이죠.
자신만의 스타일과 독창적 미학을 끝까지
밀어붙여 관철시키는... 뚜렷한 개성과
인장이 있는 영화 감독 웨스 앤더슨.
그는 여덟살 때 겪은 부모의 이혼을 '자신과
자기 형제들의 성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건’ 으로 꼽지요.
오래된 전작 < 로얄 테넌바움 >(2001)과
< 다즐링 주식회사 >(2007)에는 이같은 그의
아픈 가족사가 오롯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부모의 이혼은 아이들에게 상처를 남기고
그 이후의 그들의 삶을 지배하죠.
웨스 앤더슨의 주인공은 결코 혼자 성장하지
않습니다. 늘 누군가와 함께 자라죠.
아이들끼리 단단하게 뭉쳐서 자라거나
철들기를 끝내 거부했던 어른과,
그 어른 덕에 서둘러 철들어야 했던 아이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갑니다.
앤더슨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두고 이렇게
말했죠.
“나는 나 스스로를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내 영화들에서 나는 끊임없이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내가 그러려고 노력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나는 매우 개인적이지만
관객에게는 흥미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을
뿐이죠.”
'아이반호 카키 스카우트 캠프' 는 남자 아이들이
야영을 배우고 생존능력을 배양하는 어린이
캠프입니다.
나뭇집을 짓는다는 아이는 저 하늘 꼭대기에
닿을 듯한 높은 나무 위에 집을 짓고,
해충을 잡는다는 아이는 횃불과 가스를 든 채
바닥을 바라보고 있지요.
스카우트 인솔 책임자인 랜디는 새 아침을 맞아
캠프를 전체적으로 점검하기 시작합니다.
아침식사 시간이 되고 아이들은 종소리에 맞춰
식탁으로 모여 앉지요.
좌우대칭이 완벽한 식탁과 의자의 수...
한데 이가 빠진 것처럼 의자 하나가 비어
있습니다.
그 빈 의자의 주인공은 '샘 샤쿠스키'...
바로 이야기의 주인공이지요.
샘은 더이상 스카우트 캠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쪽지를 남긴 채 텐트에 구멍을 뚫고 탈출한
겁니다.
같은 시각...
섬 반대편 마을에선 '수지 비숍' 이라는 소녀가
실종되죠.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부모님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수지.
재능있는 동생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창틀에
혼자 걸터앉아 책을 보는 소녀에겐,
친구라곤 책과 음악, 라디오, 그리고
고양이뿐입니다.
부모님은 쟤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푸념하죠.
수지는 부모가 보란 듯이 도서관에서 '문제아
키우기' 라는 제목의 책을 집에 가져옵니다.
가출하기 위해 꾸린 짐가방 안에도 그 책을
넣어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