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진 스포츠 칼럼]
No need for speed
나는 2019년 12월 겨울, 계간 자유문학(自由文學) 2회차 제출 원고 중 <겨울호 114호>의 마지막 심사에서 수필로 겨우 추천의 턱걸이에 성공했다.
제목 '나는 달린다.'
2000년 어느 봄날 마라톤 클럽에 입회해서 2019년 겨울에 등단했으니 만 19년만의 소득인 셈이다.
그렇다고 내가 남들 보다 잘 달린다거나 혹은 전문성이 있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어쩌면 그 정반대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의 체형은 잘 달릴 수 있는 조건도 아니고 능력도 없음을 자타가 인정하니까.
그러나 '누가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하고 묻는다면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마라톤 요!'
왜냐하면 '내가 잘 할 수 있다.'라고 말하기 보다는 '내가 좋아 한다.'라고 당당히 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국내 영화 <말아톤>을 관람한 적이 있다. 극중에서 누군가 주인공인 자폐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 만을 고르라면 어떤 것을 택하겠냐.'고.
그 때 나도 고민을 했다. 결국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 그것이 마라톤이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2019년 겨울, 정확히 말하자면 등단 이후 마라톤으로부터 어떤 이유에서든 멀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집이든 사무실이든 실내 위주의 삶을 만끽했다.
'쇼파 밖은 분주하고 위험해!'
나의 게으름은 나날이 계속되었고, 때마침 절묘하리만치 펜데믹이 외부차단의 벽을 둘러치기 시작했다. 중국 우한의 박쥐로부터 시작한 전대미문의 코로나19가 국내외로 창궐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로 내 자신이 한심해졌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나의 내면은 두려움과 안일함의 양극단에 의해 점점 피폐해져갔다. 삶의 링 위에서 상대로부터 잔 펀치를 계속 얻어맞아 결국 탈진한 상태에 빠졌다.
주심이 소리친다. '번아웃!'
자기 존재감 붕괴의 순간 요슈카 피셔(Joschka Fischer) 氏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독일연방공화국의 외무장관 겸 부총리 출신이다. 그 역시 한때는 각종 스트레스와 무절제한 생활로 한때는 무려 112킬로그램의 고통스런 맘모스 인간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당당하게 폴리에스터 마라톤 팬츠와 셔츠 차림으로 주로에 나타난다.
"어리석은 인간아, 넌 다시 달려야 해. 왜 인간 행위의 기본을 망각하는 거야. 너는 너 자신을 위해 달려야 해. 무념무상에서 다시 삶을 시작하는 거야."
그리고 여전히 <달리는 사람>들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회상의 채널을 돌려주었다. 내가 가끔 피셔 씨를 떠올리는 것은 바로 그런 데 있다. 그야말로 극한의 정신적 신체적 황폐화를 겪었고, 지금은 누구보다도 인간의 본능과 절제의 원칙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나는 일련의 사진을 컬럼에 올린다.
또한 이것이 내가 달려야 하는 작은 사연이자 프로그램이다.
물론 느리지만 꾸준한 마라톤 이야기의 근원이기도 하다.
이제 밤 이다. 《나는 달리러 간다》
(1) 세계적 맹인 마라토너들
(2) 영화 <말아톤>
주인공은 비록 자폐아이지만 마라톤을 통해 자신의 참된 존재감을 확인한다.
(3) 마라톤 실전 지침서
마라톤,나도 할 수 있다/제프 갤러웨이.
이론 없는 스포츠는 부상의 지름길이다.
(4) 내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요슈카 피셔 씨의 신문기사
(한겨레신문 2000.10.2)
특히 나는 피셔 씨 때문에 미드나잇 런(Midnight Run)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역시 한밤 중에 달렸다.
(5) 일본의 세계적 작가이자 생활 속의 마라토너 무라카미 하루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다. 같은 극동의 동양인이자 문학인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마라톤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6) 존 빙햄(Jhon Bingham),천천히 달려라.
내 이야기의 기본 표제와 사실상의 테마를 제공한다.
No need for speed.
<천천히 달려라>
나를 닮은 느린 아마추어 마라톤맨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왜냐하면 그 역시 미국인 같지 않은 균형 잃은 체형이지만 일상 속의 마라톤을 좋아하니까.
(7) 완주메달들
동아ㆍ조선ㆍ중앙일보 마라톤 대회를 비롯해 각종 대회 등 메달의 형태는 다양하며 팔찌 형, 월계관 모형 등도 있다.
(8) 2015년 7월 일본 대마도(쓰시마) 국제대회참가
쓰시마는 지역적 특성상 하프마라톤 대회 뿐이다.
뉴욕 및 유럽 마라톤 대회로 확장할 수 있다.
slow & steady
느린 마라톤맨 김이진
수필가🐧계간 자유문학 추천
첫댓글 글 좋습니다.
쫀득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