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이기고 있는가?...'더 칼럼니스트'에 실린 이해영 교수 글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대원을 서너명 정도만 사살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마스 대원을 상대로 한 전과가 있다면 사진을 퍼 뜨리면서 온갖 오도방정을 떨고도 남을 것들인데 그런 것이 없는 걸 보면 말입니다. 하마스를 핑계로 무수한 민간인을 학살했는데 오히려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학살하는 것이 이스라엘군의 목적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https://www.thecolumnist.kr/news/articleView.html?idxno=2589&fbclid=IwAR3lIwKhccZ3SUJrxbKfD_zbSqO1nrpZZNPWgtwJ8hIoADOrQoLXxKvDbvw
이스라엘은 이기고 있는가?
[이해영의 이성과 우상]
‘하마스-이스라엘 전쟁’과 신세계질서⑤
팔人 2만2천여명 사망에도 종전 안보여
'하마스 제거' 목표 달성은 어려울 전망
이스라엘, 국제사회 호의 '상실'...고립중
'2국가안'에 글로벌 공감대...미-이 갈등?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
2차 대전 막바지 파리함락을 앞두고 히틀러가 던진 이 질문의 수취인이 히틀러의 총참모장 요들 장군인지, 아니면 파리군정장관 콜티츠 장군인지는 증언이 엇갈린다. 분명한 것은 전세 역전을 앞둔 히틀러가 ‘집단처벌’로서 파리를 불태워 버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즉 처절하게 보복하라는 말이다. 다행히 파리는 불타지 않았다.
히틀러의 질문은 ‘가자는 불타고 있는가?’라고 재현함으로써 그 현재성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즉 그 결과 ‘이스라엘은 이기고 있는가?’
12월3일 현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황. 녹색 지역은 팔레스타인이 차지하고 있으며, 짙은 파란색 부분은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다. 노란색 지역은 교전중이거나 점령이 분명치 않은 않은 곳이다.
이스라엘의 처절한 보복전쟁
12월 3일 현재 이스라엘의 보복은 처절하다. 이스라엘인 1200명이 죽은 대가로, 팔레스타인인이 1만 5461명이 사망하고, 이스라엘인 5600명이 부상당한 대가로 4만 3402명의 팔레스타인이 부상당했다. 여기에 더 6800명이 실종자다. 사실상 사망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 보면 2만 2000명 이상이 사실상 사망했다. 이 중 약 절반이 어린이다. 이스라엘의 복수는 유난히, 아니 21세기 전쟁사를 통 털어 특별히 많은 어린이를 희생시켰다.
재산상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가자의 가옥 절반이상인 약 28만 채가 파괴되거나 손상되었고, 311개 교육기관이 파괴되었고, 35개 병원중 26개가 마비되었고, 87대의 앰뷸런스가 피해를 입었고, 모스크와 교회 167개소가 파괴되었다. 그렇다. 한마디로 가자는 불타 버렸다.
표면적으로 이스라엘 시오니스트 정권이 내세운 전쟁의 명분은 '하마스 제거'였다. 몇 년이 걸려도 하마스를 끝까지 추적해 모조리 섬멸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다. 하마스 제거는 이스라엘의 승리의 필수조건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물어야 한다. 가자는 불타고 있는데 하마스는 섬멸되었는가?
민간인 거주지역에 떨어지는 이스라엘 미사일.
쌍방간 합의에 의해 인질교환이 진행되면서 전쟁이 일시 멈추었다. 하마스가 잡고 있던 240명 정도의 인질 중 일부 어린이와 여성들이 풀려났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마찬가지 불법적으로 구금하고 있던 인질 5200명(10월 7일 이전까지)+ 3000명(10월 7일 이후)= 8200명 중 극히 일부도 석방되었다.
이스라엘이 구금한 인질이 하마스가 이번에 납치한 인질에 비해 아예 비교도 되지 않기 때문에 이번의 경우처럼 약 1대 3 비율로 상호교환해도 이스라엘은 여전히 7000명 이상의 인질을 계속 보유하는 셈이 된다. 이스라엘이 초법적인 ‘행정구금’형태로 잡아놓은 인질 중 어린이가 약 1000명 가까이 된다는 말도 있고, 그 인질 중에는 10년 이상 재판없이 불법 구금된 사람도 상당수다. 하마스의 10월 7일 반격의 정치적 목적중 하나가 바로 이 이스라엘이 불법 구금한 인질문제였던 만큼 일부긴 하지만 그 목적에 조금이나마 다가간 셈이다.
"출구가 없다"는 미국의 판세분석
17년이 되어 가는 이스라엘의 가자 불법 봉쇄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2006년 팔레스타인의 ‘민주적 선거’ 결과를 폭력적으로 부정한 데서 출발한다. 즉 선거하라고 해서 선거해서 이기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를 엎어 버리는 미국의 오래된 ‘민주적’ 전통에서 비롯된다.
미국 외교의 3대 지침서(포린어페어, 포린폴리시, 그리고 내셔날 인터리스트) 중 하나인 <포린 어페어스>지(誌) 11월 22일자 기사는 제목부터 시사하듯 “출구가 없다”로 현 상황을 토로한다. 설사 하마스가 소멸되는 '그 날(Day After)'이 와도 미국에게 남는 것은 ‘악수(惡手 bad options)’뿐이라는 말이다.
하마스의 무장섹터인 알카삼 여단의 85%가 고아란 말이 있다. 즉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들 무장조직을 키워 준 은인이다. 부모를 죽였으니 한을 품은 아이들이 무장조직에 가담한 것이다. 지금도 이스라엘이 불법 구금중인 500~1000명 가량의 어린이들이 나중에 풀려나와서 할 일은 이스라엘, 미국과 싸우는 것 말고 무엇이 있겠는가. 테러리스트 한 명을 죽이면 새로운 테러리스트 6명이 등장한다는 연구를 본 적이 있다.
지금 가자 전투는 방향을 잃었다. 전차와 장갑차를 앞세운 이스라엘 침략군이 가자시를 뭉개고 활개치는 듯이 보여도, '하마스 타도'라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하마스의 무장 저항은 초근접전 형태로 진행중이다.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연상된다. 레바논 접경에서 이스라엘군의 피해는 계속 늘고 있고, 예멘의 후티 정부의 미사일 공격도 계속되고 있다. 시리아 동부에 미국이 불법건설해 시리아 석유를 약탈하고 있는 군사기지 등에 대한 시아파 무장조직의 공격도 마찬가지다.
하마스 알카삼 여단의 전투원들.
"하마스가 이기고 있다"라는 얘기까지
하마스를 제거한다고 하더라도, 이스라엘이 직접 식민지배할 수는 없다. 하마스를 이집트 시나이 사막에 갖다 버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원(原)프로젝트, 즉 강제이주를 통한 ‘인종청소’는 이제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부패하고 무능한 팔레스타인 파타당이 서안지구를 통치하기에도 벅찬데 가자지구를 맡는다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분할 지배를 위해서도 하마스가 실은 필요하다. 즉 파타당과 하마스의 경쟁구도야말로 팔레스타인을 계속 지배하기를 원하는 이스라엘이 원하는 그것이다.
미군 정보장교 출신이었고 이스라엘군과 함께 작전한 경험이 있는 스코트 리터는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11월 23일자 자신의 <러시아투데이> 기명칼럼에서 “가자전투에서 하마스가 이기고 있다”고 진단한다. 하마스의 이번 반격의 3대 전략적 목표는 이런 것이었다. ①팔레스타인국가 문제를 국제공론장에 재상정하는 것 ②이스라엘이 구금한 수천 명 인질의 석방 ③이슬람 제3 성지인 알아크사 모스크 보호. 그런데 10월 7일의 반격만으로 이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하마스는 고전적인 정면대결로 이스라엘을 상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하마스의 목표는 이스라엘군을 가자로 유인한 뒤, 지하은신처에서 출몰해 이스라엘군의 취약점을 공격한 뒤 다시 지하로 사라지는 하마스 소규모 전투팀의 끝없는 치고 빠지기에 이들을 묶어 놓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는 이스라엘군을 수천 동강으로 잘게 잘라 죽이는 것과 비교할 만한 것이다.” -스코트 리터
가자 남부에서 작전중인 이스라엘군
그래서 보자면 영아참수설, 강간설, 알시파병원 하마스 본부설 등 온갖 프로파간다를 전개했지만 지금까지 이스라엘군은 이렇다 할 설득력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역대급 분노를 표하고 있는 아랍권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영국 등의 여론마저 등을 돌리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즉 전세계 시민의 도덕적 분노앞에 정치적-도덕적으로 고립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전사 1000~2000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고, 마찬가지 하마스측에서는 이스라엘의 전차, 장갑차를 비롯한 차량 350대를 파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양측 다 진위를 온전히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 분명한 한 가지는 저 수많은 프로파간다를 전개한 이스라엘군 조차도 하마스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는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는 내세울 만한 어떤 전과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가자 지구에 있는 알 아즈하르 대학의 파괴된 모습.
국제적 고립 자초한 "다히야 지침"
이 시점에서 12월 3일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레이건(Reagan) 국가안보포럼에서, 만일 민간인 사상자를 막지 못한다면 이스라엘군이 설사 하마스에 승리를 거둔다고 하더라도 이는 ‘전략적 패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중력의 중심(center of gravity)은 민간인에게 있다. 만일 당신이 민간인을 적의 품으로 몰아버린다면 당신은 전술적 승리를 전략적 패배로 대체하는 것이 될 것이다.”
오스틴 역시 군출신이기 때문에 그가 여기서 말하는 '중력 중심'이란 말은 클라우제비츠 <전쟁론>의 핵심개념에서 유래된 것임에 분명하다.
“전투력에는 일정한 중심이 있고, 중심의 움직임과 방향이 다른 지점의 움직임과 방향을 결정하고, 중심은 제일 많은 전투력이 모여 있는 곳에 있다. ... 그래서 적의 군사력에서 이 중력의 중심을 알아내는 것, 그리고 이 중심이 미치는 효과의 범위를 아는 것은 전략적인 판단의 중요한 임무이다.”(클라우제비츠, <전쟁론>, 서울: 갈무리출판사 , 2019년, 797-8쪽)
이스라엘군에겐 ‘다히야 지침(Dahiya Doctrine)’이란 것이 있다. 쉽게 말해 하마스와 민간인을 식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마스 의심지역이나 건물이 있다면 그 일대를 초토화시키는 것이다. 10월 7일 하마스의 반격직후 이스라엘이 누렸던 세계여론상의 호의는, 그것이 진정 하마스의 의도였다면 가자지구에 지상군이 진입하고 또 이 진입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무차별 폭격이 시작되면서 사실상 소멸되어 버렸다. 도덕적 우위가 사라진 것이다.
'다히야 지침'이라는 이 명백한 전범행위이자 제노사이드 범죄로 인해 이스라엘군은 최단시간안에 가장 많은 민간인을 살상한 반인도적 전범집단이 되어 버렸다. 최소한의 전쟁법조차 간단히 무시해 버리는 이스라엘군의 처사는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고 이는 결국 미국 외교의 부담으로 바이든 정권의 국내정치적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되었다.
희생자 시신을 안고 기도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
'하마스 제거' 목표는 "비현실적"
현재 이스라엘군은 병력의 70%이상을 가자 북부에서 철수시켰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대대급 규모의 탈영도 확인되었다는 설이 있다. 미국이 벙커버스트 고폭탄을 지원하는 것은 가자 북부지역 지하터널을 공략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얼마 전 이스라엘을 방문한 블링컨 미국무장관은 '하마스를 제거하는 데 몇 달이 걸릴 것'이라는 이스라엘측의 발언에 대해 “당신들에겐 몇 달이 아니라 몇 주의 시간만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한다.
만일 이스라엘군의 말을 액면 그래도 받아들인다고 할 때, 개전이후 6주 동안 이스라엘군은 약 3만 명으로 추정되는 하마스의 무장부대 알카셈여단의 약 3~7% 정도만 파괴했을 뿐이다. 블링컨은 남은 약 4주 동안 나머지 전부를 제거하라고 요구하는 셈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이스라엘군의 전쟁목표(하마스 제거)가 현실성이 없다는 평가를 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마크롱이나 튀르키예의 에르도간 대통령 역시 그리 생각한다.
이번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법으로 ‘2국가안’에 대한 글로벌 공감대가 확산된 것은 오히려 하마스의 정치적 성과다. 물론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은 이를 받을 수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미국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정권으로선 가자 전쟁을 무한 방치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번 인질교환에도 미국의 매우 강력한 개입이 있었다. 네타냐후와 미국의 갈등이 좀 더 격화되어야 새로운 해법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 아마 그 때쯤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이 이기지 못한 또 하나의 전쟁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 이해영은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마부룩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이후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신대 부총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1세기한국정치학회 이사, 국제지역학회 부회장을 지냈고, 현재 (사)한국안보통상학회 회장, 시민단체인 <국가國歌만들기시민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서양 정치사상과 국제 정치경제 전공자로서 마키아벨리, 그람시, 슈미트, 하버마스 등의 사상을 강의하며, 국제통상, 한미 관계도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오리엔탈리즘과 지정학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그람시와 하버마스: 시민사회, 생활세계 그리고 정치』(독문)를 썼다.
지은 책으로 『임정, 거절당한 정부』 『안익태 케이스』, 『낯선 식민지, 한미 FTA』,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 독일통합 10년의 정치경제학』,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등이 있으며 『한미 FTA, 하나의 협정 엇갈린 ‘진실’』 『1980년대 혁명의 시대』 등에 공저자 및 편저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