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둑
1979년 박완서 작품
1학년 2반 33번 이 수 한
수남이는 청계천에 있는 전기용품 도매상의 꼬마 점원이다.
수남이란 이름이 있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꼬마로 불리는 열여섯 살 소년이다.
수남이는 이 점원에서 주인영감과 둘이서 일을 하고 있다. 가게에 일이 많아 점원이 더 있어야 하지만 수남이가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을 열심히 봐 주기 때문에 주인 영감은 수남이에게 힘들게 일을 하게 한다. 그러나 수남이는 불평하지 않고 주인이 자기를 알아 주고 칭찬해주는 것 때문에 그저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런던 어느 날 형광등을 자전거에 싣고 배달을 갔다. 자전거를 길목에 세워놓고 배달 간 집에서 형광등 값을 늦게 주어서 겨우 받아 갖고 돌아왔는데 자전거가 넘어져있었다. 수남이는 넘어진 자전거를 일으켜 세워 타고 막 갈려고 하는데 뒤에서 어떤 신사가 수남이의 뒷덜미를 잡았다. 그리고는 수남이 자전거가 넘어져서 자기의 차를 들여받아 차에 생채기가 났다고 돈 오천원을 내 놓으라고 했다. 수남이는 눈물이 나왔다. 돈을 내놓지 않으려면 자전거를 찾아갈 수 없다며 자전거에다 자물쇠를 채우고 신사아저씨는 떠났다. 그때 구경나온 사람들이 수남이에게 자전거를 들고 토끼라고 하였다. 수남이도 그게 좋을 것 같아 자전거가 무거운 줄도 모르고 들고 도망쳤다.
점원으로 돌아와서 주인아저씨에게 있었던 일을 말하니 잘 하였다고 하면서 자전거 자물쇠를 분해해 주었다.
그날 저녁 수남이는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자기가 정말 잘 한 것인지 걱정되었다. 그리고 고등학교까지 나와서 서울로 돈벌러 간 형님이 몇 년 만에 나타나 도둑질을 해서 수갑을 차고 잡혀가던 일이 생각났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도둑질만은 하지 말라는 말씀이 생각났다. 수남이는 형의 일과 자기의 일이 다르게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자 아버지가 그리웠다.
자기를 도덕적으로 견제해 줄 어른이 그리웠다. 주인 영감이 자기가 한 짓을 나무라지 않고 손해 가지 않은 것에만 좋아하던 것이 싫었다. 그래서 수남이는 짐을 꾸렸다. 그러자 수남이의 얼굴을 다시 청순함으로 빛났다.
수남이는 아직도 순진하고 때 묻지 않은 소년이었다. 그래서 주인영감의 칭찬만 받으면 점원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열심히 하였다. 이런 수남이를 주인영감은 맘대로 부려먹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기의 이익만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겉으로는 수남이를 위하는 것 같지만 다 자기를 위해서 그런 것이었다. 그러니까 자기의 자전거 때문에 남에게 손해를 끼쳤으면 억울한 점이 있어도 꼭 물러 주워야 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수남이를 좋아한다면 수남이 대신에 주인인 자기가 돈을 갚아 주어야 할 것이다. 수남이는 이런 도덕성이 없는 어른들이 싫어서 짐을 꾸려서 다시 고향에 돌아갈 마음을 먹은 것 같다. 수남이의 깨끗한 마음을 위해서는 잘 된 것이다. 나도 내 이익만을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혹시나 실수를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늘 양심에 비추어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수남이처럼 노력해서 인생을 즐겁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