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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0.
와우, 제목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 예압!
최민
2022년. 2021년에 다짐했던 2022년은 학원과 공부, 자격증 시험에 치이고 살았으니 조금이라도 숨통을 쉬는 그런 한 해를 보내자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그걸 다짐한 지 한 달 만에 연락이 왔다.
“민 씨는 아마 19살이라서 취업은 되지 않을 거예요... 근데 만약에 할 수 있으면 좋고 3개월 안에 취업해서 일하고 취업 수당 받으면 좋잖아요~”
하... 정말이지 일복 하나는 타고난 것일까. 난생처음으로 핸드폰에 알바몬과 알바천국을 깔아봤다. 내가 지금 보유하고 있는 자격증을 이력서에 다 넣었다. 바리스타 2급 자격증, 양과 디저트 자격증, 케이크데코레이션 자격증, 제빵 자격증 총 네 개의 자격증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봤다.
사실 이 자격증으로 갈 수 있는 곳은 많았다. 요즘엔 디저트 카페들이 유행하기 시작해 그에 걸맞은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내가 더 유리할 거로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이가 문제였다. 알바몬에 쓰여있는 설명은 그렇게 쓰여있지 않았지만, 무언에 압박처럼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경력이 많은 사람만 지원해라.’라는 무언의 압박. 나이는 20살에 경력은 한 3~4년 정도? 을 찾고 있는 카페들이 정말 많았다.
19살과 20살의 정확한 구분이 없을 거로 생각했지만, 알바를 구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19살은 안 되지만 20살은 가능하다는 곳이 많아 속상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그 20살보다 내가 더 자격증이 많고 잘할 텐데! 라는 억울함이 있었다.
계속해서 알바몬으로 이력서를 지원하고 읽십을 밥 먹듯이 하고 있을 때 한곳에서 연락이 왔다. 일이 바쁘긴 하지만, 시급이 10.000원이었고, 주 2틀 주말 알바였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저 할 수 있어요!”라고 패기 있게 보낸 후 알바하는 당일이 되었다. 여기가 맞나? 라는 마음으로 들어선 곳은 배달 전문 카페였고, 커피와 간단한 디저트를 파는 곳이 아닌 볶음밥과 떡볶이 와플 음식점과 카페를 같이 하고 있는 곳이었다. 주말 점심에 걸쳐져 있는 시간대라 주문이 계속 들어왔고, 알고 보니 나를 가르쳐 주고 있는 사람은 사장님이 아닌 내일 그만두는 알바생분이었다.
“내일 그만두신다고요?!”
“네... 근데 혼자... 하시는 거예요??”
“에... 아마도...”
“어... 그럼 안될 텐데... 진짜 힘드실 텐데.”
‘예... 안 봐도 비디오에요...’지금 가르쳐 주고 있는 알바생분이 없고 그 다음 주 주말부터 나 혼자 해야 한다는 것인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를 퇴근하면서까지 생각했다. 엄마가 내 얘기를 듣고 바로 그만두라고 얘기를 했고, 그날 밤 일을 나간 지 하루 만에 사장님께 연락을 드려 그만두겠다고 했다.
운 좋게 알바몬에서 넣은 이력서를 보고 나에게 문자를 준 사장님들이 있었지만, 한 곳은 술을 같이 파는 브런치 카페 같은 곳이었고, 또 다른 한 곳은 정말 좋은 곳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기가 빨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 사정을 설명하고 면접을 없던 걸로 했다.
처음엔 걸어서 5분 10분 거리를 보다가, 버스 타고 10분, 20분이 되고 이젠 30~40분인 거리까지 보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여기가 마지막이다. 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연락이 왔고, 면접을 봤다. 생각보다 아늑한 카페였고, 그와 어울리지 않는 벽 한 면을 다 채울 것 같은 메뉴들에 멘탈이 나갈 뻔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면접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정도의 시간으로 딱 간결하게 봤다. 원하는 시간대가 있는지, 어떤 요일로 나가고 싶은지, 알바는 처음인지 등 질문을 할 때마다 성실하게 대답했고, 집에 가려고 걸어가는 순간 발걸음이 가벼워 기분이 좋았다. 뭔가 마음이 뻥 뚫린 듯한 기분이 들었고, 붙어도 그만 안 붙어도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갔다. 그날 밤 나올 수 있냐는 연락이 왔고, 4월의 시작과 함께 첫 알바를 하게 됐다.
시간이 흐르고 10월. 4월 한 달간 교육을 하고 5월부터 사장님과 나 단둘이 카페를 운영하게 됐다. 처음엔 점심시간에 걸쳐 11시부터 3시까지 알바를 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6월에 맞춰 오픈을 혼자 하게 됐다. 9시부터 3시까지. 오픈을 혼자 열고, 10시 30분 정도에 사장님이 온 다음 점심시간에는 함께 회사원분들을 상대한 뒤 점심을 먹고 3시에는 퇴근을 한다.
4월에는 지금의 사장님이 아닌 전 사장님이 함께 있어서 내 역할은 음료를 만들지는 못해도, 손님들의 주문을 실수 없이 받기만 해도 됐었다. 하지만 5월이 되고 인수인계를 받은 지금의 사장님과 둘이서 운영해야 하다 보니 사장님은 커피를 내리시면, 나 혼자 주문받고 커피가 아닌 다른 음료들을 만들고, 서빙해야 하는 그런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멘탈이 시도 때도 없이 나갔다. 그래도 중학교 때 생활환경부로 다져진 내 멘탈이 점심시간에 들이닥치는 회사원들 때문에 깨지다니 자존심 상하긴 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멘탈과 이 멘탈은 다르다는걸! 하지만 여기서 계속 깨질 순 없으니 나아지려고 노력했다.
손님들의 생김새를 잘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손님들이 밀렸는데 진동벨을 드리지 못했다면 더더욱 생김새를 잘 기억해야만 했다. 하지만 여기서 놀랐던 건 여성분들의 헤어스타일과 옷 입는 스타일이 달라, 구분이 잘 됐다. 문제는 남성분들이었다. 다 똑같이 올림머리와 셔츠 슬랙스를 입고 있기 때문에 구분을 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덩치도 똑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는 단골손님들이 많아 음료 이름을 말하지 않고 그냥 카드를 띡 갖다 대기도 했다. 그럴때면 사장님에게 도움을 청했다. 손님들이 사라지면 다시 한번 생김새를 되새겨 봤다. 또, 여기는 쿠폰이 아닌 포인트 번호로 하기 때문에 손님들의 전화번호 뒷자리를 외워둬야 했다. 이제는 얼굴만 봐도 번호를 누를 수 있지만, 일을 처음 할 때는 깜짝 놀랐었다. 요즘에도 포인트 번호를 하는 곳이 있는 곳이 있다 해도 손님들이 누르는 형식이었지, 직원이 누르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소설책에서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도 모르는데 단골손님이 수십 명씩 드나드는 카페에서, 수십 명의 포인트번호를 외워야 한다는 것이 꽤 스트레스였다.
그러다 6월이 지나고 7월 정도쯤에 완벽히 적응했다. 오전 시간에만 오는 단골손님과 잠깐의 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점심에 12시가 되면 진동벨을 드려 손님이 밀려도 당황하지 않게 음료를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샌드위치가 들어오면 주로 내가 샌드위치를 맡고 사장님이 커피를 만드셨다. 샌드위치를 만드는 속도는 사장님보다 내가 더 빨랐고, 커피를 내리는 속도는 사장님이 더 빠르셨기에 샌드위치가 들어올 때면 무조건 역할은 그렇게 나뉜다.
“애기는 어디 갔어요?”
“애기 지금 아파서 누워있어요...”
“여기 있던 애기 그만뒀어요?”
“아뇨, 지금 집에서 쉬고 있어요...”
“오랜만에 출근했는데 손님들이 어디 갔었냐고 말 안 했어?”
“에... 그냥 커피만 주문하시고 가시던데요...”
“그래...? 아니 내가 오픈할 때마다 아저씨들이 여기 있던 애기 어디 갔냐고, 설마 그만뒀냐고 계속 물어봤었거든.”
“진짜요? 근데 저한테는 아무 말 없으셨는데...”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며칠 전이었다. 딱 추석이 시작되는 첫 주. 월요일에 몸이 아파 사장님께 말씀드렸다. 아침에 일어나자 목이 가시가 박힌 것처럼 아팠고 약간의 근육통이 있어 혹시 몰라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갔다. 다행히 결과는 음성이었지만, 지금 이 상태에서 일해 봤자 좋지 않다는 판단을 내려 이틀 정도 쉬게 됐다. 이틀 정도 쉬면 괜찮아 질 거라는 생각과 다르게 그날 저녁 열이 38도 가까이 나기 시작했고, 결국 일주일 내내 쉬게 되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동안 비어 있다 보니 내가 없는 걸 다른 손님들도 눈치를 채셨다. 사장님과 단둘이 있던 곳에서 낯선 사람들이 서빙이나 주문받고 있으니 더욱더 낯설게 느껴지셨다고 보다. 하지만 내가 왔을 때는 평소처럼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얼음 다섯 개 넣어달라는 요청밖에 없었는데 말이다.
작은 동네 카페이다 보니 단골손님이 많았고, 아무리 아저씨가 많다고 해도 다들 친절하고 정이 많으신 분들이었다. 사장님이 말해주신 건, 다들 알바생이 바꾸길 원치 않다고 하셨다. 자신이 먹는 스타일을 또다시 알려주는 거가 귀찮기도 하고, 결국엔 일을 오래 했던 사장님이나 다른 직원을 찾게 된다고 했다. 확실히 내가 교육하고 있을 때도 잘 이해를 못하고 있을 때 지금의 사장님한테 자신이 왔다는 걸 알린 뒤 자리를 잡으러 가셨다. 사장님은 커피를 뽑다가 오셔서 나에게 이분은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몇 번 넣는다는 설명과 함께 다시 커피를 뽑으러 가셨다. 확실히 단골손님들이 먹는 음료는 뭔가 추가하거나 어떠한 것들에 대한 요구가 많은 편이다. 천혜향 에이드에 얼음을 적게 넣어달라는 거나, 아메리카노에 시럽 두 번, 한 분은 신 걸 좋아하셔서 레몬 샤베트를 시키실 때는 레몬즙을 15번 정도 넣는 것 정도? 다행히 레몬즙 15번 정도 넣은 게 맛있으셨는지 다 드셨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근데 이분만 레몬 샤베트를 드셔서 원래 레몬 샤베트에 레몬즙을 넣나 안 넣느냐로 계속 헷갈리는 중이다.)
“민아 이거 네가 만들어줘.”
“넹.”
사장님도 커피가 아닌 다른 음료들을 만들 때는 나에게 부탁하시는 편이다. 원래 아메리카노와 여름엔 수박 주스만 드시던 손님 두 분이 계셨는데, 내가 오픈을 맞고 천혜향 에이드를 드시기 시작하셨다. 사장님이 있을 시간대인 오후 시간에 한 번 더 오셔서 천혜향 에이드가 맛있다고 얘기하셨다고 했다.
“그 말 듣고 부담스러워서 못 하겠어. 그분들은 네가 만드신 게 맛있어서 또 시키신거잖어... 이제는 네가 더 잘 만들어...”확실히 내가 생각하기에도 음료들 중에 프라페는 내가 정말 잘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 카페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바나나 스무디와 또 다른 하나는 바닐라 프라페다. 마음이 아프게도 두 가지 음료 다 손님들에게 인기가 없는 편이라 나 혼자 만들어 먹는다. 한 분은 내가 만들어 주신 바닐라 프라페를 먹고 가끔 드시는 분이 계셨는데, 그분은 육아휴직 중이라 더이상 바닐라 프라페를 시키시는 분이 없다.
바나나 스무디 같은 경우에는 나 또한 처음에 거부감이 들었다. 바나나를 좋아하는 나지만 너무 달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처음엔 거부했다가, 사장님이 만드신 걸 한입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가끔 만들어 먹는 음료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내가 일하는 카페에 놀러 왔을 때 이 두 음료를 먹어보길 권한다. 맛있게 만들어 드릴 테니..!카페알바를 하면서 저절로 알게 된 것이 있다. 우리 카페만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손님들이 은근히 자신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 자신의 포인트 번호를 내가 먼저 “이 번호 맞으시죠?”라고 물어보면 깜짝 놀란 표정과 살짝 감동한 표정을 짓곤 하신다.
“어떻게 아셨어요..?”
“아잇...! 당연히 알죠!”
약간의 능글거림과 칭찬을 바라는 말투로 손님들과 얘기한다.
그리고 단골손님분들마다 과자를 드시는 분과 안 드시는 분들이 있다. 요즘에는 사장님보다 내가 더 손님들의 얼굴을 더 잘 기억하는 편이다.
“저분들은 과자 안 드려...?”
“저분들은 과자 안 드시던데요...?”
“그래? 오늘 처음 오신 분 아니야?”
“몇 달 전부터 오셨는뎅...”
“아... 그래...?”
또한 메뉴가 많다 보니 한숨을 쉬시곤 나에게 추천해달라며 물어보신다. 저번에도 한 손님이 가을에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료를 추천해 달라고 나에게 물어보셨다. 다른 손님들 같은 경우엔 “커피 메뉴에서 달달한 거가 있나요?”라고 물어보는 편인데 100가지가 넘는 음료 중에 맛있는 걸 추천해 달라고 하면...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바로 추천해 드렸다.
“저희 청귤 차 있어요! 가을에만 먹을 수 있는...!”
“오... 그러면 에이드 말고 차 아이스로 되나요?”
“네 그럼요! 청귤 차 아이스로 두잔 드릴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드시고 가시나요?”
“넵, 먹고 갈게요.”
“네,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오, 민아 진짜 대답 잘했어.”
“청귤 차요?”
“어어, 그거. 가을 메뉴 추천해 달라고 해서 살짝 멍때리고 있었거든.”
“크크 저도요. 근데 다행히 청귤이 생각나서 바로 말씀드렸어요.”
“아니, 가을에 어울리는 메뉴를 추천해 달라면 어쩌자는 거야...! 메뉴가 100개가 넘는대!”
“그러니까요...!”손님이 밖에 있으면 할 수 있는 손님 뒷담화를 하며 음료를 만든다.
어쩌다 보니 카페알바를 하게 되고, 지금은 매니저까지 승진했고, 이제 막 일한 지 6개월 정도가 됐다. 처음엔 3개월만 하려고 했던 카페였지만, 처음 일하는 곳에서 너무나 좋은 사장님을 만나서 더 일하게 됐고, 옆집에는 족발집을 하고 계시는 가족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조차 나를 귀여워해 주셔서 더욱더 재밌게 일을 하는 중이다.
반복적인 생활을 한다면 자극적이고 요동치는 걸 싫어하는 나에게 있어 잘 맞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딱딱 일하고 그 시간 뒤에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내가 보고 싶었던 걸 보거나, 만들어 먹거나 이렇게 말이다. 하지만 그 일이 반복되고 한 3개월 정도가 지나니 슬럼프 같은 게 찾아왔다. 보통 알바생들이 사장님 때문에 힘들다고 하지만 난 그게 아녔다. 옆집에서 챙겨주는 밥을 맛있게 먹으며 살고 있고, 사장님과 손님이 안 올 때 얘기도 하고 심리 테스트 같은 걸 하면서 시간도 잘 흘려보낸다. 하지만 담배를 피워대는 손님들 때문에 더욱더 크게 온 것 같다.
내부에서 흡연은 당연히 하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손님이 없을 때 서빙을 하다 보니 야외에서 흡연하시는 분들에게도 서빙하러 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의도하시지는 않지만 내 얼굴 정면에 담배 연기를 내뿜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마다 피우고 있는 담배꽁초를 가로채서 정수리에 비비고 싶지만, 마음속으로만 하는 중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요령을 찾았다. 문을 열고 가져다드리기 전에 숨을 크게 마신 뒤 숨을 참고 테이블에 쟁반을 내려놓는다. 그리곤 “맛있게 드세요.”라고 빨리 말한 뒤 얼른 뒤돌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다.
더 짜증이 나는 순간은 수영이 끝나고 옷을 갈아입을 때다. 옷을 입을려고 사물함을 열면 커피 냄새와 그 안에 약하게 담배 냄새가 난다. 그럴 때마다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내 몸에서 다른 냄새도 아닌 담배 냄새가 난다는 것이! 담배를 잡은 적도 없는데 손님들이 버리고 가는 재떨이와 담배를 내 손으로 만져야 하는 게 싫다.
그것 때문에 잠깐 카페를 그만둬야 하나라는 고민까지 했다. 아무리 옆집에서 나를 예뻐해 주신다고 해도! 점심마다 주시는 밥이 너무 맛있다고 해도! 사장님과 티키타카가 잘 맞는다 해도! 담배 때문에 못 살 것 같아 진지하게 고민해 봤다. 그래도 조금만 더 참아서 내년까지는 해 보기로 했다.
올해가 되면서 느끼게 된 건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만난다는 게 생각보다 즐겁다는 걸 느끼게 됐다. 반복적인 생활과 일을 소화하게 되면서 내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새로운 손님이 오시기도 하지만, 내가 출근해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만나야 하는 사람들과 만들어야 하는 것들이 정해진 곳에서 계속 있다 보면 멈춰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면 왠지 모르게 불안해져 숨이 잘 안 쉬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다 갑자기 약속을 잡아, 만나서 놀고 집에 돌아왔을 때, 그다음에 시작하는 주를 정말 에너지 있게 잘 보냈다. 그런 나를 보고 에너지를 쓰고 채우는 방향이 조금씩 바뀐 것 같은 생각이 들곤 한다. 친구들과 약속을 잡은 날이면 왠지 모르게 설레기도 하고 기대가 된다. 얼른 그날이 오기를 바라며 그 한 주를 잘 이겨낸다. 그 시기에 만난 친구들 덕분에 약간의 슬럼프를 이겨낸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요즘엔 한 주가 마무리되는 금요일에 영화를 보러 다닌다. 한번 알라딘 실사판을 보려고 cgv에 오랜만에 갔는데 왠지 모르게 특별한 하루를 보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기도 하고, 특별하게 보내고 싶어 영화관에 자주 가게 됐다.
(tmi로 사장님이 벌레를 못 잡으시는데 덕분에 내가 바퀴벌레를 잘 잡게 됐어. 검지 손가락만 한 것도 잡아봤고,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것도 잡아 봤다. 짱이지 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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