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어린 시절 배웠던 기도문이 생각나네요.
제가 고등학교 무렵에 기도문이 지금처럼 현대어로 바뀌었습니다.
1965년에 끝난 제2차 바티간공의회에서
혁신적인 많은 변화가 이루었졌는데
그중에는 각종 기도문의 현지화, 또는 현대화도 있었습니다.
그 이전까지 라틴어로 드리던 미사경문이
지금처럼 현대어로 바뀌게 되었고요.
일제강점기 때부터 쓰던 고어체의 기도문도
시대에 맞게 다듬은 것이 기도문 변경의 배경이라고 합니다.
어른들은 바뀐 기도문에 적응하기 힘드셨는지
옛 기도문으로 그대로 하시기도 했습니다.
안흥성당 카페를 찾은 손님 중에서 오랜 교우 분들이 계시다면
잠시 반세기 전의 추억에 잠기면서
옛 기도문을 살펴보시겠습니까?
1. 성호경
옛 성호경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인하여 하나이다. 아멘.
지금의 성호경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목연생각 : 가톨릭 신자들의 기도를 시작할 때와 마칠 때
성호(십자가)를 그으면서 하는 기도문입니다.
성호경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기도문이 아주 간단해지면서
일부 용어도 바뀌었습니다.
바뀐 용어 중에 대표적인 것이‘성신→성령’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가톨릭교회에서는 성신, 천주경, 종도신경이라고 했고,
개신교에서는 성령, 주의기도, 사도신경이라고 했는데
기도문이 바뀌면서 개신교와 같아졌습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왜 개신교를 따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용어를 통일한 것은 갈라진 형제와의 일치를 위한 진전으로
의미 있는 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용어보다는 하나가 된 믿음이 중요하니까요.
2. 천주경과 주님의 기도
옛 천주경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비신 자여, 네 이름의 거룩하심이 나타나며, 네 나라이 임하시며, 네 거룩한 뜻이 하늘에서 이룸 같이, 땅에서 또한 이루어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우리의 죄를 면하여 주심을, 우리가 우리에게 득죄한 자를 면하여 줌 같이 하시고, 우리를 유감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 또한 우리를 흉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지금의 주님의 기도(주의 기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 목연생각 : 예수 그리스도가 가르쳐주신 기도문으로
신약성서에 나와 있습니다.
예전에는 천주경이라고 했는데, ‘주의기도’로 바뀌었다가
다시 ‘주님의 기도’로 바뀌었습니다.
가톨릭과 개신교가 공통으로 하는 기도문이지만
용어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기도를 할 때는
대개 앞부분(하늘에~이루어지소서)은 인도자(또는 남성)가 하고,
뒷부분(오늘~구하소서)은 신자들(또는 여성)이 합니다.
‘아멘’은 함께 하고요.
3. 성모경과 성모송
옛 성모경
성총을 가득히 입으신 마리아여. 네게 하례하나이다. 주 너와 한가지로 계시니, 여인 중에 너 총복을 받으시며, 네 복중에 나신 예수 또한 총복을 받아 계시도소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는, 이제와 우리 죽을 때에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으소서. 아멘.
지금의 성모송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 목연생각 : 신약성서에서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 마리아에게 나타나서
메시아를 잉태했음을 알리는 ‘수태고지’에 나오는 구절을 응용했습니다.
개신교에서는 이 기도문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경’으로 끝나는 기도문이 대개 ‘~송’으로 바뀌었습니다.
성모송 역시 앞부분은 인도자나 남성이 하고,
뒷부분은 신자들이나 여성이 합니다.
4. 영광경과 영광송
옛 영광경
영광이 부와 자와 성신께, 처음과 같이 또한 이제와 항상 무궁세에 있어지이다. 아멘
지금의 영광송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 목연생각 : 하느님의 신성을 찬양하면서 영광을 드리는 기도문입니다.
새로운 기도문의 특징은 현대어로 고치면서
간결해 진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5. 종도신경과 사도신경
옛 종도신경
나 천지를 조성하신 전능 천주 성부를 믿으며,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며, 저 성신을 인하여 강잉하사 마리아 동신(童身:동정녀와 같은 뜻)께로서 나심을 믿으며, 본시오 비라도 벼슬에 있을 때에 난을 받으사, 지옥에(림보라는 말) 내리사 사흗날에 죽은 자 가운데로 조차 다시 살으심을 믿으며, 하늘에 오르사 전능 천주성부 우편에 좌정하심을 믿으며, 저리로 조차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실 줄을 믿나이다.
나 성신을 믿으며, 거룩하고 공번된 회와 모든 성인의 서로 통공함을 믿으며, 죄의 사함을 믿으며, 영원히 삶을 믿나이다. 아멘.
지금의 사도신경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
(밑줄 부분에서 고개를 깊이 숙인다)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저승에 가시어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하늘에 올라 전능하신 천주 성부 오른편에 앉으시며
그리로부터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믿나이다.
성령을 믿으며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 아멘.
* 목연생각 : 어린 시절에 성세성사나 견진성사를 받을 때
신부님 앞에서 찰고를 했습니다.
'찰고'란 교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 가를 시험하는 것인데
대개 여러 명이 신부님 앞에 앉으면
신부님이 개별적으로 질문을 하셨습니다.
어떤 때는 옆의 친구에게는 쉬운 것으로 질문을 하고
내게는 어려운 것으로 질문을 해서 곤혹스러울 때도 있었고요 *^^*
그때 기본적으로 12단(12개의 기도문)을 알고 있어야 했지요.
그 다음에는 100여개로 이루어진 요리문답의 답변을 알아야 했고요.
12단 기도문을 외울 때 가장 힘든 것이 종도신경(사도신경)이었습니다.
무슨 말인지도 뜻도 잘모르겠는데
길기는 왜 또 그렇게 길었는지 *^^*
아, 그 시절에 어떤 성당에서는 이런 일화도 있었다더군요.
그 성당의 신부님은 대개 100여개의 문답을 차례대로 질문을 하셨답니다.
신부님의 습관을 알고 있는 주일학교 학생들은
머리를 쓰느라고 나눠서 외웠다고 하고요.
1, 4, 7,……번은 아가다가 외우고,
2, 5, 8,……번은 스테파노가 외우며,
3, 6, 9,……번은 수산나가 외우는 식으로요.
1번 질문은 "사람이 무엇을 위하여 세상에 났느뇨?"인데,
답은 이렇습니다.
"사람이 천주를 알아 흠숭하고,
자기 영혼을 구하기 위하여 세상에 났느니라."
문제는 이 질문을 왼쪽에 앉은 아가다에게 하시는 줄 알았는데
신부님이 한 사람 건너 뒤고 스데파노에게 했다는 것입니다.
스데파노는 답변 내용을 어렴풋이 짐작은 하지만
정확하게 외우지는 못했으므로 난감했다고 하고요.
잠시 주저하다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하네요.
"신부님, 저……, 자기 영혼을 구하려고 태어나기로 한 사람은
제가 아니고 아가다이고요.
저는 천주교만 믿고 봉행하는 사람입니다."
그 다음 2번 문답이 이것이었거든요. *^^*
문 : 사람이 천주를 흠숭하고 자기 영혼을 구하려면 반드시 어떻게 할 것이뇨?
답 : 사람이 반드시 천주교를 믿고 봉행할찌니라.
6. 고죄경과 고백의 기도
옛 고죄경
오 주 전능하신 천주와 평생 동정이신 성 마리아와, 성 미카엘 대천신과, 성 요안 세자와, 종도 성 베드루, 성 바오로와, 모든 성인성녀(와 신부)께 고하오니, 나 과연 생각과 말과 행함에 죄를 심히 많이 얻었나이다. 내 탓이요,(가슴을 치라) 내 탓이요(가슴을 치라), 내 큰 탓이로소이다(가슴을 치라). 이러므로 평생 동정이신 성 마리아와, 성 미카엘 대천신과, 성 요안 세자와, 종도 성 베드루, 성바오로와 모든 성인성녀(와 신부)께 나를 위하여 오 주 천주께 전구하심을 비옵나이다. 아멘.
지금의 고백의 기도
전능하신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고백하오니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많이 지었으며
자주 의무를 소홀히 하였나이다.
(가슴을 치며) 제 탓이오
(가슴을 치며) 제 탓이오
(가슴을 치며) 저의 큰 탓이옵니다.
그러므로 간절히 바라오니
평생 동정이신 성모 마리아와
모든 천사와 성인과 형제들은
저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주소서.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죄를 용서하시고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주소서. 아멘.
* 목연생각 : 고백성사를 보기 전에 이 기도문을 하라고 배웠습니다.
고백성사 보는 시간을 생략하기 위해서
고백소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하는 것으로 간소화했는데
그마저 생략할 때도 많더군요.
아, 미사 때는 저 부분을 라틴어로 했는데
모든 부분은 잊었지만 ‘내 탓이오’는 생각납니다.
‘메아 꿀바, 메아 꿀바, 메아 막시마 꿀바"
미사 시간에 꾸벅꾸벅 졸다가도
이 부분이 나올 때는 가슴을 치면서 힘차게 외쳤지요.
"메아 꿀바, 메아 꿀바, 메아 막시마 꿀바*^^*"
그때는 이 말의 의미가 와 닿지 않았는데
살다 보니 진리를 담은 명언이더군요.
살아가면서 내가 겪었던 크고 작은 일들의 결과는
대부분 '내탓이오'에 원인이 있었으니까요.
아, 또 하나 기억하는 라틴어가 있습니다.
-에꿈 스피드 뚜오
신부님이 미사를 드리다가 신자들을 보고 팔을 벌리시면서
라틴어로 뭐라고 하시면
신자들은 '에꿈 스피드 뚜오!'라고 대답했지요.
이 말은 라틴어로'Et cum spíritu tuo'인데
그 뜻은 '또한 사제와 함께'라는 것을 한참 자란 뒤에야 알았습니다.
* '목연생각'은 개인적인 느낌을 적었으므로
가톨릭 교회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