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10분 출발.
10분쯤 지나 청도읍이 보이자 말자 두 분의 아저씨께서 번갈아 가면서 설명을 해 주신다.
결국 종합하자면 ‘저 아저씨 따라서 시장에서 내려서 강길 따라 가면 된다’였다.
“요 앞에 있는 길 보이제? 그 길 따라서 저리로 쭉 가몬 아까 불 캐져 있는데 봤제? 그다!”
“예~ 감사합니다.”
어르신은 길을 건너가시고, 다리 쪽으로 가서 엠피를 들으면서 걷기 시작하려고 하는데, 웬 여학생들이 슬리퍼를 신고 떼거지로 강둑으로 쏟아져 나온다.
“벌써 시작한 거 아이가” “아직 아이다. 7시쯤에 한다고 했는데” “선생님들 쫒아오면 우짜지?” “우짜기는 그냥 도망가면 되지”
아~~~ 대충~. 인터넷에서 확인할 때 유등축제에 안치환씨가 온다고 했는데, 애들이 안치환씨 보러 가는 것 같다. 시간상으로 볼 때 이 녀석들 석식시간에 그냥 떼거지로 무단 외출한 모양이다. 좋을 때다~~~
노을이 진다. 이쁘게~
다른 도시에서 보는 노을~ 건물들 사이로 사라지는 노을이 이쁘기도 하지만 왠지 모르는 쨘함이 있네~^^*
나는 왼쪽 길로, 이이들은 오른쪽 길로 걷는다. 왕복 2차선인데, 다행이도 차들이 많지 않아서 애들이 팔짱을 끼고 두 줄로 걸어도 괜찮을 정도다. 순식간에 애들이 뒤로 뛰기 시작한다. 한 학생의 핸드폰이 울린 뒤.
“야 쌤이 쫒아 온데~” “아~ 씨~” 그럼 그렇지~ㆅㆅㆅㆅㆅ
한참을 걷고 있는데 커피 파는 아주머니가 혼자서 커피 마차를 밀고 가신다.
유등축제 하는 곳에 사람들이 많이 있을테니 그쪽으로 가시는 모양이시다.
밀어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전 속력으로 왔다. 왜????? 몰라~~~~
10분 정도.
놀랍다.
스님이 사회를 보고 계신다. 어린이 불자들이 축원을 한다. 청년회 회원들이 불가를 부른다. 불가와 함께 사부대중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장윤정의 ‘어머나’도 부른다.
놀랍다.
강변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불교행사를 한다는 것이. 오랜 시간 계속.
“이번 소싸움은 안된다” “그래~ 그 안에서 다 해결하도록 해야지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거로 하몬 되나?”
관심이 많으신가보다. 버스에서 어르신들이 하신 말씀이랑 비슷한 말씀을 하신다.
“저건 뭐꼬”
“다른 사람들은 강변에 차 대 놓고 걸어 오는데, 저것들은 뭐라고 요 안에까지 차를 대노? 대가리에 있는 것들은 걸으몬 다리에 병나나? ”
“저라니까~ 소싸움이 안 되는기라~ 문디 새끼들”
7시. 강 위에 설치된 조형물에 점화를 준비한다. 많은 각개 인사들이 함께 점등을 한다고 사회자가 말을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점화식을 할 때는 보통 하나! 둘! 셋! 이렇게 하는데, 오늘은 불! 법! 승! 하며 점화식을 한다고 한다. 참 재미있다.
강 위에 떠 있는 조형물에 나도 소원을 빈다. ~~~~~~~~~~~~~~ㅋㅋㅋㅋㅋ 다 잘 될 거야~
이 정권 들어서서 불교가 참 많이도 탄압을 받는 모양이던데......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자신의 종교로 나라를 통치하려 하는 것은 조금......
“아저씨” 우와 깜딱이야~ 또 경기했다. 누구야????? 이 청도에서?????
“어~ 학생~” “아저씨 맞네~” “뭐야~ 청도군청 갔다가 집에 간다면서~”
결국 막걸리를 한잔 하게 되는구나~ 조커로~~~*^^*ㅋㅋㅋ 결국 한재미나리 삼겹살이랑~ 묵이랑~ 먹고 싶었던 것들과 함께~~~ㅋㅋㅋ 조~오~타~. 정말 뜻 깊은 여행이다.
음~ 그럼 다음에 청도에 올 때는 일단 역 앞에 있는 “청도추어탕”에서 고디탕 먹고, 석빙고랑 운강고택도 구경하고, 금천리 강남반점에 가서 사찰 짜장이랑 사찰 짬뽕 먹고, 온천은 싫으니까 운문산 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운문사 등산 한번 하고. 평양리 나리사랑가든에 가서 한재미나리생삽겹살에 소주한잔~ 내려오는 기차에서는 반시 먹고~ 캬~~~ 상상만 해도 기쁘다. 조만간 한번더!!!!!
대가리들의 주차장으로 변한 포장 앞에 앉아 있기 싫어서, 그냥 무대가 보이는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역시나 축제하는 곳답게 사람들로 왁자지껄하다.
생각보다 잘 마시네.....
이 고장 특유의 막걸리라는데 나에게는 조금 화학약품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아직까지 고생을 덜 했나???ㅋㅋㅋ. 다른 분들은 정말 맛있게 드신다. 이 학생도 정말 맛있다고 하네~
군청에 간 이유는 이 유등축제에 대해서 알아보러 간 것이었구~ 이렇게 늦게 시작하는 줄 모르고 빨리 갔다가 이곳저곳 구경하다가 5시부터 여기에 있었다 한다.
나? 소싸움축제보고 밥 먹구 여기까지 오니까 시간이 이렇게 되던데...
한 통 더. 역시 술이 좋기는 좋구나~ 아니 여행에서 마시는 술이 좋기는 좋구나~ 쉽게 이야기가 오가고 쉽게 고민도 이야기하고~ 원래~ 내가 동네 아저씨 같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ㅋㅋㅋ.
4학년인데 졸업 걱정이 태산이란다.
나? 나는 그냥 학원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사람.....
딱히 할 만한 게 없다고 한다. 전공을 살리기에는 너무 경쟁이 심하고 자본도 많이 들어간단다. 지방 대학이라는 한계도 있단다.
재미? 응~ 재미있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까~ 다행이도 내 적성에 맞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처럼 등록금이 없어서 고생하지는 않았단다. 죄송하지만 부모님의 도움과 약간의 장학금으로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부모님 고생에 보답해야 하는데 답이 없단다.
돈? 그렇게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내가 생활할 만큼은 벌지.....
이명박 정부가 청년 실업 구제한다고 해서 많이 믿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일 잘하는 대통령이라고 부모님께서 말씀하시니까 끝까지 믿어 보겠다고 한다.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라고 하려다가 참았다.
ㅋㅋㅋ 개쌔끼!!! ㅋㅋㅋ
큰일이다. 술만 들어가면 너무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며칠 전에 본 “보잉보잉” 연극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장면 중에 하나의 대사이다. 친구가 뻘짓할 때 같이 있던 친구가 했던 말이다. 개쌔끼!!! 개자슥인가???ㅋㅋㅋ
술을 조금 많이 마셨다. 봤던 연극 이야기하면서 한마디 했다.
“이 술 먹고 확 디져불란께” “하하하하하”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나의 오바 액션과 술만 먹으면 커지는 목소리에 아가씨가 정말 좋아한다. 다행이다. 우울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어서~.
기차 시간도 다 되가는데 바람도 쐴 겸 걸어서 갈까? 아저씨 길 알아요? 물어보면 되지? 그래요?
교통 정리하는 경찰에게 물어본다.
저 앞에서 우회전 쭉~ 가서 큰 도로 만나면 다시 좌회전 쭉~ 하면 된단다.
둘 다 돌아서자 말자 웃는다. 쭉~ 할 때의 표정과 말투가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다.
한 30분 정도 걸었나 보다. 내 걸음으로 걸으면 20분 정도면 오겠다.
아마도 도심 한 가운데 도로를 관통한 것 같다.
“아저씨~ 이 동네는 학원이 없는데요~”
으잉? 얘도 학원에서 일한 적이 있는거야? 길거리 가다가 그냥 고개만 돌려도 학원 간판 밖에 안 보이는 수준이라면 거의 직업병 수준인데~ 나처럼 10년은 족히 넘어야 하는데~ㅋㅋㅋ
“지금까지 걸어오면서 장맥학원이랑 영어학원 두 개 밖에 없던데요”
와~~~ 정확한데... 나도 이야기 하면서 그 두 개 밖에 못 봤는데..... 뭔가 냄새가 나는데......ㅋㅋㅋㅋㅋ
“사람들도 거의 없네요~ 모두 유등 축제에 갔나???”
맞네 그러고 보니까 정말 사람이 없네~ 30분 정도를 걸으면서 늦은 시간도 아닌데 젊은 사람은 학생 빼고 못 본 것 같다.
“아저씨 다음에 또 연락해요~”
“그래~ 부산 놀러 오면 꼭 연락하고~”
“예~ 부산에 안가더라도 자주 연락할께요~ 괜찮죠”
“그럼~ 괜찮지~”
대구행 9시 16분. 먼저 갔다.
부산행 9시 38분. 시간이 조금 남았네.
오랜만에 담배 한 개~ 연기가 밤공기를 가르네. 좋다~~~ 행복한 여행이었다.
마지막으로 청도역이랑 다시 올 그날까지 인사를 해야지.
1215호 무궁화 또 5호차 31번......
이제는 기대하지 않는다.ㆅㆅㆅㆅㆅ